누가 더 괴물인가에 관한 잔혹 우화〈기생수〉
<기생수 파트 2>는 <기생수 파트 1>을 본 다음 봐야하지만, 원작만화는 영화의 전후, 혹은 사이에서라도 꼭 보길 권한다. 자그마치 5년 동안 연재된 원작만화 속에는 영화 속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많은 에피소드와 매혹적인 인물, 그리고 그 만큼의 질문들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글ㆍ사진 최재훈
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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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파트1>에 대한 판단을 살짝 유보할 필요가 있었다. 기대가 워낙 커서였는지, 뭔가 하려던 말을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방대한 내용의 원작을 2부작으로 압축하려다 보니 아주 많은 이야기의 가지를 쳐내야 했을 것이다. 주인공 소년 신이치의 내면의 변화와 오른쪽이의 말처럼 ‘악마’에 가장 가까운 것이 인간이라는 자기반성까지 담아내기에는 무리였을 수도 있다. 그래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해하는데 무리 없이 잘 정리된 스토리 라인도 무난했고, 흑백만화가 아닌 실사에서 보기 꺼려지는 신체훼손의 잔혹한 장면들도 강약 조절을 잘했다. <기생수 파트1>을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기생수 파트2>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시작으로 치자면 큰 무리도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영화 <기생수>는 이와아키 이토시의 원작만화 『기생수』와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결국 원작이 있는 영화는 두 가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원작의 팬을 위해 원작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해야 하며,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의 기대도 충족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생수 파트 1>은 비교적 각색이 잘된 영화였음에도 완결형은 아니었다. <기생수 파트 2>가 열리면서 비로소 완성된 <기생수> 시리즈는 원작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꽤 세련되고 노련한 방법으로 각색을 잘한 작품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아키 이토시의 원작만화 『기생수』는 인간의 두뇌를 먹어 신체를 강탈한 생명체들이 생존을 위해 인간의 몸을 먹는다는 상상력으로 시작된다. 여기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담아내며, 인간의 몸을 산산이 해체해 버리는 폭력성과 문명사회를 비꼬는 블랙 유머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많은 등장인물과 철학적 사유, 흑백 평면에 펼쳐진 잔혹한 상상력을 컬러 실사로 재현하는 어려움 때문에 작품의 큰 인기에도 쉽게 영화화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프렌즈 : 몬스터 섬의 비밀>, <도라에몽 : 스탠 바이 미> 같은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알려진 야마자키 타가시 감독은 최고의 CG 전문가들과 함께 제법 유연한 연출력으로 원작의 재미와 의미를 충실히 재현한다. 나아가 기생수들의 유연한 움직임을 실사 배우들과 유연하게 엮어내면서, 원작에서의 잔혹한 장면들을 직접 보여주기 보다는 상상에 맡긴다거나 신이치의 아버지나 텔레파시 소녀 카나 등 주요인물을 과감하게 없애고, 신이치와 기생수 사이, 혹은 인간과 기생생물 사이의 충돌에 집중하는 등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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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파트1>이 오른쪽이와 공생하게 된 신이치의 상황과 기생수들이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을 부각시켰다면 <기생수 파트2>에서는 인간과 기생수 사이의 싸움으로 이야기가 집중된다. 신이치(소메타니 쇼타)는 기생수에게 엄마와 친구들을 잃고, 오른쪽이라고 명명한 자신의 기생수와 함께 인류를 위협하는 다른 기생수와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한다. 1편에는 기생수들의 침입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마는 나약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2편에서는 괴력을 얻게 된 신이치가 기생수들과 전면전을 벌이는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파트1의 마지막에 암시했던 것처럼 5개의 기생수가 한 사람의 몸에 들어가 공존하는 고토(아사노 타다노부)라는 초강력 기생수의 등장이 파트 2를 더욱 팽팽하고 흥미롭게 만든다. 일본영화의 큰 흐름, 그 중심에 서 있는 아사노 타다노부의 등장은 강렬하면서도 효과적이다. 무표정하면서도 강렬하고, 섬뜩한 고토라는 캐릭터는아사노 타다노부의 연기를 입어 만화보다 더 잔혹한 캐릭터가 되었다. 여기에 인간과의 공존을 주장하는 료코(후카쓰 에리)가 아이를 출산하면서 벌어지는 기생수의 변화도 원작의 의미를 잘 담아낸다. 료코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꿈꾸는 캐릭터로 변해간다. 1편에서는 두루뭉술하게 그려졌던 원작의 메시지는 비로소 2편에 이르러 명확해진다. <기생수 파트2>는 무분별하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구에서 가장 잔인한, 악마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의 모순을 꼬집는 잔혹 우화로 거듭났다.

 

기생생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과 액션은 실사와 함께 매끈하게 이어진다. 만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오른쪽이의 움직임은 훨씬 더 귀여워서 애정이 간다. 게다가 너무 많이 생략되어 조금은 밋밋했던 캐릭터들이 2편에서는 다양하게 등장하는 것도 2편을 더욱 즐길만하게 만든다. 인간과 기생생물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연쇄살인마 우라카미(아라이 히로후미)와 신이치를 감시하는 언론인 쿠라모리 등이 그들이다. 연쇄살인마를 통해 기생수와 사람 중 누가 더 잔혹한가를 생각해 보라는 원작자의 의도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긴다. 원작처럼 <기생수 파트 2>는 명확한 결말로 나아가지 않는다. 대신 관객들에게 판단을 맡기면서, 깊이 사유해보길 권한다. 당연히 <기생수 파트 2><기생수 파트 1>을 본 다음 봐야하지만, 원작만화는 영화의 전후, 혹은 사이에서라도 꼭 보길 권한다. 자그마치 5년 동안 연재된 원작만화 속에는 영화 속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많은 에피소드와 매혹적인 인물, 그리고 그 만큼의 질문들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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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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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