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뭔가를 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골똘해져서 한쪽으로 십오 도쯤 기울어진 고개라든지
아주 소중한 무엇처럼 펜을 꼭 쥐고 있는 손이라든지.
또는, 어떤 의도와 욕망도 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순수한 무표정.
쓰는 것에 집중한 사람에겐 함부로 침해하기 어려운
어떤 기운 같은 게 있습니다.
어떤 일에 애를 쓰는 이의 모습은 안쓰럽습니다.
뒤집힌 채 버둥거리는 거북이거나
떠나간 마음을 되돌리려는 남자이거나.
그 애씀의 결과가 빤해 보일 땐 더욱더 그렇죠.
글을 쓴다는 것도 실은 모두, 어떤 종류의 ‘애씀’입니다.
거북등처럼 삶을 짊어진 우린 모두, 어쩔 수 없는 시지푸스의 후예이고요.
‘마음씀씀이’라는 말을 하곤 하죠.
인간은 몸을 써서 노동을 하게 돼있고
마음을 써서 관계를 성숙하게 만들어 갑니다.
애를 쓰고, 신경을 쓰고...., 마음도 쓰라고 있는 것.
그렇다면 아끼지 말고 다 쓰고 갈 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미국 중산층 계급의 체호프’ ‘단편소설의 대가’
그렇습니다.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에 따라 붙는 평가들이죠. 그는 평생 단편 소설만을 쓴 흔치 않은 작가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집 『대성당』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소설가 김연수 씨가 두 번에 걸쳐 번역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단편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들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
1) 책 소개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레이먼드 카버. 1960년 첫 단편 '분노의 계절'을 발표한 이후 1988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삼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는 소설집, 시집, 에세이 등 십여 권의 책을 펴냈다.
그러나 카버의 진면목은 무엇보다 단편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전 세계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주저 없이 '레이먼드 카버'를 꼽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카버의 팬을 자처하며, 그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대성당』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며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다.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이래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이, 세계문학전집의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된다. 오랜 시간 고심하며 새로 다듬은 번역과 작품에 대한 깊고 풍부한 해설은, 카버 문학의 정수를 오롯이 음미할 기회를 마련케 해준다.
2) 저자 : 레이먼드 카버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 1980년대에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했으며,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대가’ ‘체호프 정신을 계승한 작가’로 불린다. 1938년 5월 25일 오리건 주 클래츠케이니에서 태어나 1988년 8월 2일 워싱턴 주 포트앤젤레스에서 폐암으로 사망했으며,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대성당』, 에세이?단편?시를 모은 작품집 『정열』, 시집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밤에 연어가 움직인다』『울트라마린』『폭포로 가는 새 길』등을 펴냈다. 1978년에 구겐하임 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었으며, 1983년 밀드러드 앤드 해럴드 스트로스 리빙 어워드를 수상했다. 1988년에는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 119-120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저/유영미 역 | 갈라파고스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곡물 잠재량으로 60억인구가 먹고 살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 생산만으로 유럽 전체가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고 잇을까요?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세계에서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번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는 그 질문과 답변에 관한 책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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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레이먼드 카버 저/김연수 역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레이먼드 카버.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이래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이, 세계문학전집의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된다. 오랜 시간 고심하며 새로 다듬은 번역과 작품에 대한 깊고 풍부한 해설은, 카버 문학의 정수를 오롯이 음미할 기회를 마련케 해줄 것이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별따라
201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