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우연히 SNS에서 어떤 남자아기의 재롱이 담긴 동영상을 보았다. 아이의 엄마가 찍어 올린 것인데 누군가의 좋아요, 덕분에 나까지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이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나와 어떤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아기였지만 나는 그만 홀딱 반해서 그 동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다. 그것도 모자라 그 엄마의 공간으로 넘어가 그 아기의 현재부터 과거까지 역주행하며 사진과 동영상을 흐뭇하게 구경했다. 조카나 친구의 아들이라도 되는 듯. 춤을 추고 뛰어다니던 아이는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아장아장 걷고, 의자를 잡고 일어서고, 기어 다니고, 앉아서 손뼉을 치고, 누워서 옹알이를 했다. 결국 백일 무렵, 생후 한 달, 신생아의 모습으로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아마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는 한 아기의 성장 앨범을 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감격에 젖었다. 뺨을 맞대고 있는 엄마와 아들은 많이 닮아 있었다.
뱃속의 아기는 누구를 닮았을까.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초음파를 볼 때마다 건강하기만 하면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해놓고, 막상 건강하다는 말을 들으니 얘는 어떻게 생겼을까, 누굴 닮았을까 궁금해졌다. 임신 관련 카페에는 종종 입체 초음파 사진과 신생아의 사진을 비교해놓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보통 출산을 10주 정도 남겨놓고 보는 건데도 싱크로율이 상당했다.
오늘은 얼굴을 보러 간다고 하자 옆 사람은 같이 가겠다고 했다. 축복이는 머리 크기, 다리 길이가 3주 정도 커서 이목구비도 뚜렷한 편이었다.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는 동안 나는 어머, 어머, 를 연발했고 옆 사람은 진지한 표정으로 애가 답답하진 않을까요? 하고 물었다. 고개를 돌릴 때의 옆모습이라든가 앙다문 입매가 옆 사람과 몹시 닮아서 신기했다.
존재가 있다는 걸 아는 것과 직접 느끼는 것, 얼굴을 보는 것이 제각각 달랐다. 내 뱃속에 이런 얼굴의 사람이 있다는 것, 옆 사람과 나를 닮은 아기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이 나를 좀더 엄마로 만들었다. 나는 의사가 출력해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두고 이따금 꺼내 보았다.
다른 건 누굴 닮았을까. 임신 기간 내내 바란 것이 있다면 예쁘거나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 성격에 대한 것이었다. 아빠 엄마의 장점만 닮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아빠를 닮아라. 내 단점을 닮은 아이를 생각하면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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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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