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ma she told me dont worry about your size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사이즈 때문에 걱정하지 말랬어
She says, Boys like a little more booty to hold at night.
남자들은 밤에 안을 맛이 나는 실한 엉덩이를 좋아한다고
그의 노래에 어떤 고민이 담긴 메시지나 기교는 없다. 오히려 평범하고 낙천적이며, 어떤 부분에서는 치기 어리게 들리기까지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부분이 중요하다. 메간 트레이너가 갖는 캐릭터가 바로 이 지점에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치기와 솔직함, 당당함이 뒤섞인 틴에이지 감성의 결정체 - 여담이지만 이 대목에서는 그간 우리가 조숙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델과 제이크 버그, 로드 등 그동안 우리가 열광하던 십대들은 언제나 어린 듯 어리게 볼 수 없는 '애어른'형 가수들이었으니까. 말하자면 메간 트레이너는 이 공식을 뒤집은 셈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과거 두왑 사운드의 재현이나 그의 싱어송라이팅을 능력을 거론하는 것은 초점을 잘못 짚은 것이리라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던 가장 큰 배경에는 유튜브, 더 나아가 소셜 네트워크의 세계가 있다. 맞다. 싸이의 경우처럼, 그 역시 시대를 타고난 가수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메간 트레이너와 동떨어진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시아(Sia)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조심스레 예측하자면, 앞으로는 '멋'과는 거리가 먼, 좀 더 친숙한 이미지의 스타들이 다수 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들이 뜨고 질 것이다. MTV 콘텐츠의 힘이 멋, 혹은 독특함에서 나왔다면,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 콘텐츠의 절대적 파워는 '재미와 감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의심이 간다면 지금 당신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물론 그의 송라이팅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전곡에 작사/작곡으로 참여한 첫 정규앨범 < Title >에는 처음 듣고도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팝'이 있으며, 그 방법론으로 두왑을 택한 것 역시 모험적인 요소였으니까. 다만 그의 성공요인이 그동안 시장에 없던 그의 캐릭터였으며, 그것을 알린 채널이 바로 유튜브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메간 트레이너는 최근의 시류를 제대로 탔다. 다만 역시 마찬가지로, 그런 시류를 탔기 때문에 단편적 현상으로 남을 공산도 크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역시 나이를 먹어갈 것이고, 지금의 철없는 소녀 캐릭터는 사라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는 그런 그의 변화하는 모습과 대중의 피드백을 가감 없이 그대로 기록하겠지. 과거보다는 분명 몇 배나 부담스러워진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를 꿈꾸는 많은 뮤지션들은 캐릭터와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많은 스타들이 뜨고 지며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앨범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하락하고, 싱글 시장은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다. 음악시장에도 '타임라인에서 주목받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들이 팽배해질지도 모른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음악시장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리라.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세대의 클래식(고전)을 대중적으로 향유할 수 없는 세대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메간 트레이너의 성공이 그것을 재확인할 수 있던 계기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즐거워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일반인이 페이지를 만들고, 스타가 되어 기회를 잡는 시대가 도래했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세상, 지금 당신의 타임라인은 누구의 콘텐츠가 장악하고 있는가.
2015/01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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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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