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어렸을 때부터 「소년 중앙」 「새소년」 등 잡지에서 수없이 읽었다. 미래를 투시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읽고, 정신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등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이디어회관 문고에서 발견한 로버트 하인라인의 『초인 부대』도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알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에도 초능력을 가진 에스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초인 부대』의 초능력자들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서 텔레파시, 염동력 등을 고도로 발전시킨 사람들이다. 초능력이라는 것도 과연 인간에게 원래 존재하는 능력의 하나일까? 발견하고 개발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능력인 걸까?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힘을 가졌을 때 흔히 초능력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사이킥(Psychic), ESP(Extra Sensory Perception)라고 하는데 주로 정신적 영역을 가리킨다. 텔레파시, 사이코메트리, 투시력, 염동력 등등. 신체 재생이나 불사신, 엄청난 괴력, 비행 등 신체적, 물질적 영역을 포함할 때는 ‘Super Power’라고도 한다. 슈퍼히어로물이 주류가 된 요즘에는 초능력이라는 말이 너무나 익숙해졌다. 『엑스맨』에 등장하는 뮤턴트나 『기동전사 건담』의 뉴타입 등은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신인류라고 말할 수 있다.
초능력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과학적으로는 입증된 적이 없지만, 자신이 그런 능력자라고 주장한 사람들은 많이 있다. 70, 80년대 세계적으로 인기였던 유리 겔러는 텔레파시와 투시력, 염동력 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일본, 한국 등 각국의 TV에 출연하여 수저를 구부리거나 시계를 멈추는 광경을 보여줬다. 후일 유리 겔러의 능력은 사기였다는 입장이 주류가 되었지만, 논쟁의 여지는 있다. 1960, 70년대는 초능력에 대한 연구가 각국 학계와 정부에서 나름 진지하게 동시에 우스꽝스럽게 진행되기도 하던 시절이다.
소련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선발하여 실험을 하다가 특수부대를 만들었고, 미국에서도 뒤질세라 초능력 부대를 만든다. 하지만 실상은 괴이했다. <초(민망한) 능력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영화의 원작인 론 존슨의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은 1980년대 초반 미군에서 운영한 특수부대의 이야기다. 텔레파시, 투시력, 벽 통과 등의 능력을 가진 자칭 초능력자들로 구성된 부대의 실체는 해제된 기밀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은 당시 초능력부대에서 염소를 노려보는 것만으로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하여 그런 실험을 한 것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책을 보면 과학으로 입증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연구와 실험은 조금만 삐끗하면 코미디와 광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부터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예언자도 일종의 초능력자라 할 수 있고, 영혼이나 요정과 요괴 등의 초자연적 존재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사람도 일종의 초능력을 가진 것이지 않을까. 또한 돌고래와 박쥐 등의 동물은 텔레파시나 음파로 위치를 파악하는 등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엄청난 괴력을 가진 동물과 곤충들 역시. 인간도 위기상황에 놓이면 아드레날린이 대량 분비되면서 괴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초능력은 인간에게 잠재된 능력일 수도 있다고 혹자는 주장한다.
초능력의 종류는 다양하다. 물체를 만지면 그것에 접촉했던 사람의 기억과 과거의 주변 상황을 읽어낼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말이나 문자를 통하지 않고 의사를 전달하는 텔레파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투시력,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조종하는 독심술,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염동력, 공간을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텔레포테이션. 이밖에도 수많은 종류의 초능력을 상상할 수 있다. 초능력의 종류가 궁금하다면 엑스맨을 추천한다.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초능력 뮤턴트가 존재하니까.
그렇다면 무협지에 등장하는 엄청난 무공들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 역시 인간에게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고 훈련하여 끌어낸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협지의 기, 내공과 <스타워즈>의 포스도 일종의 초능력일 수 있다. <스타워즈>의 제다이들도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보이고, 일부는 육체가 사라진 후에도 존재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범위를 확장한다면 영혼이나 심령 현상을 포착하는 것도 일종의 초능력이 된다. 스티븐 킹의 『캐리』는 염동력을 가진 소녀의 복수극이고, 『샤이닝』의 속편인 『닥터 슬립』에서도 영혼과 소통하고 투시력 등을 가진 초능력자들이 등장한다.
초능력자는 진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좋지만 초능력을 이용한 스펙터클에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에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에도 많이 등장한다. 게임에도 지대한 흥미를 가진 미야베 미유키도 초능력자에 관심을 보이며 불을 다루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가 나오는 『크로스 파이어』, 사이코메트리와 텔레포테이션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용은 잠들다』 등을 썼다. 카미나가 마나부의 『심령 탐정 야쿠모』도 일종의 초능력자다. 붉은 색 눈동자로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거나 대화하는 능력을 가진 야쿠모가 주인공이다.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에서도 초능력을 가지게 된 존재들의 거대한 싸움이 벌어지고, 이이다 조지의 『나이트 헤드』에도 초능력자들이 주인공이다.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라이트노벨 『어떤 마술의 금서 목록』 『이런 영웅은 싫어』 등에도 초능력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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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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