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책임질 일이 많아지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글ㆍ사진 최현미
2014.10.27
작게
크게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1.JPG

 

어른이 된다는 것은 책임질 일이 많아지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켜야하고 책임져야하고, 사랑해주는 것, 그게 어른의 세계가 아닐까 한다. 자잘한 것부터 막중한 책임까지 제각각 감당해야할 몫이 있고, 그것들에 하루하루는 바쁘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해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독립된 세계가 생기면 엄마 아빠에게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자꾸 후순위로 밀린다. 이기적인 아들 딸 들이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은 불효자 불효녀의 운명을 타고 났다. 


그렇게 보내다가 어느 날 엄마 아빠가 문득 떠오르는 날, 많이 보고 싶은 날이 있다. 나도 어린 딸로 돌아가 아이처럼 위로받고 싶도 때도 그렇지만 아이에게서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 겹쳐 떠오를 때, “아 나도 어렸을 때 저랬겠구나, 엄마 아빠가 나를 키우면서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이다. 그런 마음이 드는 날, 로버트 먼치의 스테디셀러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북뱅크)를 펼치면 콧날이 시큰해진다.

 

 그림책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있고 별이 총총하게 떠있는 그런 밤, 젊은 어머니가 갓 태어난 듯해 보이는 작은 아이를 가슴에 꼭 안고 있는 장면에서 그림책은 시작한다. 엄마는 사랑하는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고 다독거리며, 가만히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러준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아이는 점점 자란다. 미운 꼬마가 되고, 학교에 들어가고, 10대 거친 반항아가 된다. 아이가 커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겠는가. 온 집안을 어지르고, 물건을 깨트리는 것은 기본이고,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기도 하고, 화성인처럼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는 괴물 사춘기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는 “정말 내가 못살아라”,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어”라고 혼잣말을 내뱉기도 하지만, 그런 날 밤에도 어김없이 잠든 아이의 침대 곁으로 와서 아이를 안고, 사랑스런 눈으로, 때로는 걱정스런 눈으로 아이를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부른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아이가 어른이 되어 독립한 뒤에도 어머니는 밤이 돼 주위가 어둑해지면 때때로 버스를 타고 이웃 마을 아들 집으로 가서, 자고 있는 아들의 쳐다보며 이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어머니의 노래와 함께 큰 아이는 결혼을 해서 자기 가정을 꾸린다. 그 시간만큼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 늙어간다. 어느 날 어머니는 몸이 불편해 더 이상 아들을 보러갈 수 없게 된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자신을 보러 오라 달라고 부탁한다. 어머니를 찾아온 아들. 이제는 자신이 어머니를 돌봐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은 침대에 누워 있는 엄마 곁에 앉아, 작고 연약해진 어머니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어머니를 만나고 온 그 날 밤, 아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리와 마음에 가득하겠는가. 어머니가 자신에게 노래를 불러준 그 긴 시간을 생각했을 것이고,  이제는 자신이 노래를 불러줘야 할 어머니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어느새 늙어버린 어머니를 걱정했을 것이다.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곤히 잠든 사랑하는 딸을 보러 간다. 그리고 자기 품 안에 쏙 들어오는 딸을 안고, 어머니가 평생 자신에게 불러준 자장가를 불러준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엄마 아빠의 딸, 아들로 태어나 자라, 어른이 돼 엄마 아빠가 되는 그런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아이를 안고 이 그림책을 여러 번 읽어줬었다. 엄마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했고, 평생 그림책의 엄마처럼 사랑할거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그런 날, 펼친 그림책을 보고 엄마 아빠에게 이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평소에 못다 한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엄마 아빠가 나를 키워주셨듯이, 나도 그렇게 딸을 사랑으로 잘 키우겠다”는 말과 함께.




같이 보면 좋은 책.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 (웅진주니어) 그리고 ‘우리 아빠가 최고야’(킨더랜드)

앤서니 브라운의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두 권의 그림책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자신의 엄마 아빠가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이 엄마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엄마’에서 아이는 자신의 엄마를 굉장한 요리사, 놀라운 재주꾼, 훌륭한 화가, 힘이 센 여자에 요정, 천사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에서 아이는 아빠는 험상궂은 늑대도 안 무서워하고, 달을 뛰어넘을 수도 있어요. 달리기도 잘하고, 힘도 무척 세요. 집채만큼이나 몸집이 크고, 곰 인형처럼 부드럽다고 말한다. 두 권 모두 그런 엄마, 아빠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로 마무리된다.



 

 

우리 엄마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허은미 역 | 웅진주니어

인기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뛰어난 존재인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들을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과 글로 담아 두었다. 만능 재주꾼, 뭐든지 할수 있는, 언제나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엄마! 가족과 엄마의 의미를 아이에게 더욱 새롭고 소중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책.

 

 







 

 

우리 아빠가 최고야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최윤정 역 | 킨더랜드

우리 아빠는 최고예요. 커다랗고 험상궂은 늑대도 안 무서워하고, 달을 뛰어넘을 수도 있어요. 달리기도 잘하고, 힘도 무척 세요. 집채만큼이나 몸집이 크고, 곰 인형처럼 부드러워요. 춤도 멋지게 추고, 노래도 굉장히 잘 부르지요. 우리 아빠는 정말 최고예요. 그 중에서도 가장 최고인 것은 아빠가 날 사랑한다는 거예요. 언제까지나 영원히요.

 

 






 

 

img_book_bot.jpg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로버트 먼치 저/안토니 루이스 그림/김숙 역 | 북뱅크
아래로 흘러내려옴을 멈춘 적이 없는 자식사랑의 마음을 따뜻한 그림과 함께 표현한 가슴 뭉클한 동화.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며 행복한 잠을 청하는 아이가 자라 소년이 되고, 다시 어른이 된다. 그 곁에서 늘 노래를 불러주는 늙으신 어머니.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자장가의 후렴구가 새로운 느낌으로 감동을 주는, 미국에서만 1500만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그림책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3의 댓글
User Avatar

앙ㅋ

2015.02.23

어른이 된다는 것은 책임질 일이 많아지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책임감도 배로 늘어나서 힘들어요 ㅎㅎ
답글
0
0
User Avatar

눈부신햇살

2014.10.27

앤서니브라운의 그림책은 늘 섬세한 그림과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상상력..가끔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슬플때도 있지만, 함께 추천한 도서들은 늘 미소짓게 되지요.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기분좋아지는 긍정자산같아요~~
답글
0
0
User Avatar

서유당

2014.10.27

처음 책을 접하는 유아의 경우 역시 그림책과 더불어 자연속으로 직접 체험시켜주는 게 최고이더군요...
답글
0
0
Writer Avatar

최현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