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아티스트에게 말한다
나는 어떤 대답들을 보면서는 슬퍼했고, 어떤 대답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든 대답들을 보고 어서 스튜디오로 가서 곧 작품을 만들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러분들도 그들의 말에서 같은 영향을 받기를 바란다.
글ㆍ사진 박찬원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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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종종 본인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음, 그렇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창작의 벽creative block에 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일은 몇 년 전, 내가 내 아트 블로그, ‘질투하는 큐레이터The Jealous Curator’에 첫 글을 올리기 직전에 시작되었다. 나도 예술가다. 대학에서 회화와 판화 제작을 전공했으며 부전공으로 미술사도 공부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미술학교에서 나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졸업 후 나는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 길이 내게 훨씬 더 잘 맞았기에 나는 디자이너로, 그러고 나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매우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나는 디자인 일에 완전히 빠져 있었지만 순수예술을 사랑하고 직접 제작하는 일을 멈춘 적은 결코 없었다. 나는 내 집 스튜디오에서 혼자 조용히 작업을 했고 내가 작업한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나는 디자이너로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예술가로서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는 일에 많은 시간을 썼다.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날 때면 언제나 두 뺨이 달아오르는 듯한 영감과 밀려오는 자극을 느꼈고, 어서 달려 나가 새 캔버스를 열 장쯤 사고 싶어졌으며, 그래서 이 시대 차기의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 싶어지곤 했다. 그러나 잠시 후면 의기소침해지며 치미는 질투를 느끼곤 했다. “농담이시겠지? 난 절대 저런 걸 만들 수 없을 거야.”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라고?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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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그 즈음, 아주 가까운 사람이 내게 충고를 해주었다. “안에 갇혀 있는 질투는 독이 되어 당신을 삼켜버리겠지만, 그 질투를 밖으로 내보이면 뭔가 긍정적인 것, 감탄과 존경으로 만들 수 있어. 당신이 할 일은 바로 그거야.” 그래서 그렇게 했다. 나는 2009년 2월 블로그 ‘질투하는 큐레이터’를 시작했고, 줄곧 성공적으로 그 일을 해왔다. 매일 나는 나를 ‘질투하게 만드는’ 예술가 한 사람에 관해 포스팅을 한다. 물론 좋은 질투다. 이젠 내가 사랑하는 예술가를 발견해도 지독한 시샘의 아픔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것은 영감과 스튜디오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는 마음이며 내일 블로그에 올릴 글이 있다는 행복함이다! 나는 누구나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만들 자리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중요한 것은 그 만드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 안에 순수한 기쁨이 있다. 어린 시절 새 크레용 한 박스나 화려한 실, 또는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발견한 깃털 하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뭔가를 만들곤 하던 일을 기억해보라. 뭔가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않았던가! 무엇이든! 팔아야 한다는, 판매 대리인을 구해야 한다는, 갤러리 전시를 하고 싶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전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우리 모두는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기쁨을.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많은 날들, 꽉 막혀 길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경험한다. 전적으로, 완전히 막혀버린 창작의 벽에 둘러싸인 상태 말이다.


『방황하는 아티스트에게』는 당신과 나, 또는 그런 벽을 경험한 적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나는 뭔가 아름다운 책을 만들고 싶었다. 멋진 이미지들뿐 아니라, 아마추어와 프로 모두가 도저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날들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영감을 주는 말들, 충고, 정보가 담긴 이 시대의 아트 북이 되길 바랐다. 나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 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나는 성공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이 ‘창작의 벽’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것처럼 보이는 예술가들에 대한 글을 수백 개쯤 써서 올렸다. 하지만 분명히 그들에게도 때때로 그 벽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그 벽을 어떻게 뚫고 나아갈까? 그들은 어디에서 신선한 영감을 얻나? 그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어떻게 대응하나? 그런 걸림돌이 나타나면 가던 길을 멈추나? 갤러리나 구매자 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끝마치지 않거나 포기하는 일은 이들 전업 예술가들에게는 사치다! 그럼 그들은 아이디어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순간들을, 또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손과 재료가 협조하지 않는 순간들을 도대체 어떻게 헤쳐 나가나?


그래서 나는 세계 곳곳의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각기 다른 매체로 작업하는 예술가 50명에게 물었고, 그들은 진지하게 숙고한 후 솔직한, 그리고 때때로 재치 있는 답변을 주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상당히 유사한 질문들을 던졌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원래 각 예술가와의 개인 인터뷰를 계획했었지만, 곧 석사학위(예술학 석사학위)를 가진 사람과 독학한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대답할지 궁금해졌다. 화가들의 창작의 벽은 사진작가들의 것과 같은 종류일까? 뉴욕 출신 예술가는 호주의 작은 마을 출신 예술가와는 다른 곳에서 영감을 찾을까?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과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인 사람이 자신의 내적 비판에 같은 정도로 귀를 기울일까?


나는 어떤 대답들을 보면서는 슬퍼했고, 어떤 대답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든 대답들을 보고 어서 스튜디오로 가서 곧 작품을 만들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러분들도 그들의 말에서 같은 영향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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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디서 시작한단 말인가? 걱정하지 마시길. 그것도 그들에게 물었으니! 그들의 창작정신을 들여다보는 일 외에도, 예술가들은 ‘창작의 벽 극복 프로젝트’를 제시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우리를 적당주의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이런 해체 프로젝트로는 30일 도전, 자연 산책, 고물상 여행 등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글귀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콜라주를 하거나, 손글씨로 쓰기도 있다.


그렇다. 이제 우리에겐 시작하지 않을 핑계가 더 이상 없다. 이들 놀라운 예술가들이 공유하는 조언과 생각을 읽으며 여러분도 내가 이 글들을 모으며 느꼈던 것과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여기에 제시된 과제의 도전에 행운을 빈다. 나 역시 그 과제들 모두에 도전할 생각이다! 이 길을 다 건너가 우리 모두 저편에서 만납시다.

 

대니엘, 질투하는 큐레이터

※ 여기 수록한 세 점의 그림은 ‘알레글로리―영광된 나날들의 이야기’ 연작에 속하는 나의 작품들이다. 내 작품을 여러분에게 공개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다 드러내는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조금 토할 것처럼 울렁거렸다. 하지만 내가 여러분으로 하여금 창의적으로 크게 뛰어올라 하이다이빙을 하게 만들 생각이라면, 나도 같이 뛰어내려야 공평한 일 아니겠는가. 이제 우리 이 길을 같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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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아티스트에게대니엘 크리사 저/박찬원 역 | 아트북스
이 책은 모든 예술적 장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저마다의 다양한 해결책들로 가득 차 있다. 대니엘 크리사는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 50명을 인터뷰해 아티스트들이 창작 과정에서, 또는 창작과 일상생활이 부딪히며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묻고 그 답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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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아티스에게 #프롤로그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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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2.23

중요한 것은 그 만드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 안에 순수한 기쁨이 있다라는 문장이 희망을 주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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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