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사람들 >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공통된 경험을 하며 음악의 힘을 믿게 되었습니다. (중략) 제 목소리와 함께 했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김진호
음악은 아티스트의 삶과 경험을 반영한다. 그런 면에서 < 사람들 >은 SG워너비 김진호가 최근 겪었던 일련의 경험들, 그러니까 전국의 학교와 병원을 돌며 했던 재능기부라는 명목의 무료공연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앨범이다. 기실 '무료공연'보다는 관객과 공연을 매개로 했던 '소통'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았고, 그들을 음악으로 위로하며 느꼈던 소회를 풀어낸 것이 바로 이번 앨범, < 사람들 >이기 때문이다.
SG워너비 시절의 그가 그저 만들어진 노래를 부르는 '가수'였다면, 지금의 김진호는 자기 노래에 자신의 생각을 담는 '아티스트'로 발돋움하고 있다. 개인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물론이고, 좀 더 솔직한 접근을 위해 「틈」 한 곡을 제외하고는 작사/작곡에도 직접 임했다. 10년 이상 습관으로 남았을 열창하는 보컬을 깎아내고, 온화하고 꾸밈없는 목소리로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그야말로 빛나는 노력의 결실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에서는 소리를 정제하지 않고 툭툭 던지는 새로운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완전히 새로운 김진호다.
맹점이 있다면, 이번 앨범이 그런 그의 경험과 진지한 접근을 선행적으로 필히 알고 있어야만 온전한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신곡 듣기와 같은 일반적인 경로로 무심코 음원들을 듣는다면, 다른 노래들 사이에서 크게 매력을 발할 곡들은 아니다. 몇 곡 듣다가 그 낯섦에 앨범을 돌려버리는 사태 역시 빈번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좀 더 친절한 앨범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귀에 들리는 구체적인 소회가 담겼더라면, 혹은 좀 더 귀에 남는 대중적인 멜로디라인을 갖췄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케케묵은 '진정성'이라는 화두를 꺼내봄직한 앨범이다. 도취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서두와 같이 '그의 목소리와 함께했던 이들이라면' 더욱 감동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부분이다. 음악적인 발전에의 의지가 보인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때문에 분명해진다. 지금의 김진호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음악적으로 진지한 가수다.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 그런 확신이 든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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