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9시에는 잠자리에 듭니다. 이때 책을 읽지요. 여간 피곤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1권씩 읽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어젯밤 읽던 책을 다시 읽는 날도 많습니다. 현재는 도서관에서 장서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데요. 각 일간지 새 책 소개에 실린 책 제목을 보거나 도서관에 책이 들어왔을 때 표지를 보면 대부분의 책이 읽고 싶습니다.
최근 2014 경기 도서관 총서 공모에 ‘책 읽고 싶어지는 도서관 디스플레이’라는 주제로 당선되었습니다. 10월까지 원고를 써야 해서 요즈음은 대부분 디자인과 마케팅 관련된 책을 많이 봅니다. 도서관 운영에 관한 책을 보기도 하구요. 밤에는 스티브 킹의 단편집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속의 소설을 한편씩 읽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스릴 만점이라 밤마다 꿈에 영화 한편씩 찍는 기분입니다.
서재의 이름은 아직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 블로그 이름 ‘숲속의 도서관’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산이나 경북 봉화, 청송 지역 등의 산 밑에 작은 집을 짓고 마당 한 켠에 서재를 따로 만들어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도서관은 아니고 개인서재인 셈인데요 천장이 높은 곳에 그간 읽은 책들과 앞으로 읽을 책들을 꽂아두고 혼자 좋아서 죽는 그런 곳을 꿈꿉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마음 내키는 대로 어떤 책이든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추천 이런 것에 구애 받지 말고. 자신의 삶과 연관성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만화, 웹툰, 영화, 노래, 신문, 드라마, 축구 등 모든 것이 거대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책은 꼭 다음 책으로 연결되기에 어느 책으로 시작하든 그것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 맘껏 읽고 사람들과 더불어 인생을 충분히 즐기며 살면 좋겠습니다. 제도나 나이 성별 그런 것에 구속 받지 말고요. 이 모든 것을 인간이 만들었으니 인간인 '내'가 해체할 수도 있는 거지요. 인간의 생명과 삶 그 자체에 경외감을 갖고 끝까지 호기심을 잃지 않고 함께 살기를 소망합니다.
명사의 추천
서양 미술사
E.H.곰브리치 저/백승길,이종숭 공역 | 예경
저도 인류의 일원임을 알게 해 주었지요. 대학교 4학년 때 한참 사회에 나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슴이 뻐근하고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대학내의 진료소에 갔더니 대 4병이라고 진단하더군요. 그 즈음 이 책을 읽었는데요. 인류의 무구한 역사가 미술이라는 한가지 주제로 주욱 펼쳐지는데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통해 여기까지 온 인간을 생각하니 저라는 사람이 무척 작아 보였습니다. 한편으로 넓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바심이 확 사라졌지요. 눈 앞에 있는 일자리 고민보다 저라는 사람에 대해, 나아가 인류의 일원인 나에 대해 좀 더 긴 인생을 보게 되었지요. 또한 저자의 삶을 통해 '평생 배우고 익히기'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어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저/김남주 등역 | 황금가지
미스 마플 이야기를 특히 좋아합니다. 시골 마을의 할머니 마플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참 좋습니다. 할머니는 사소해 보이는 일상으로부터 삶의 본질을 파악하는 매의 눈을 가졌지요. 변화가 적은 시골 마을의 오래된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사람의 본성과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마플 할머니처럼 살고 싶어졌지요
제인에어
샬럿 브론테 저/유종호 역 | 민음사 사
수십 번도 더 읽은 책입니다. 무엇 하나 내 세울 것 없는 변변찮은 외모에 누구하나 지켜주는 이 없는 가난하고 외로운 제인이 오직 자신의 의지 하나만으로 삶을 참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독자라면 어느 누구라도 제인에게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러했습니다. 저도 제인처럼 제 삶에 열정과 고귀함과 순수를 불어넣고 싶어질 때마다 『제인에어』를 성경처럼 읽습니다. 그녀처럼 제 삶을 진실로 사랑하는 법을 천천히 모방하며 배우고자 소망하면서말입니다.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저/강승영 역 | 은행나무
저는 먹는 것도 느리고 말하는 것도 느리고 움직임도 느린 편입니다. 세상의 속도에 발맞춰 살아가기 힘들었습니다. 중,고교 다닐 때 지각을 도맡아 하고 대학을 다닐 때도 강의를 거의 다 빼먹었지요.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배우는 일에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여러 개를 할 때마다 어지러웠습니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시골이 좋았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을 뿐 시골은 방학 때 가끔 큰 아버지 댁에서 며칠 묵었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지금 남편과 연애시절 데이트를 할 때에도 시골 논 밭 길을 걸으면서 할 정도였지요. 현대적인 삶이 제 몸과 마음에 잘 맞지를 않았는데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월든』에 있는 '내 마음의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보폭으로 살아라. 산의 나무들이 모두 제각각의 두께로 나이테를 형성해간다 '는 구절은 그런 제게 제 페이스대로 살아도 된다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직까지 파악을 못했지만 제가 그렇다는 사실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
칼 푀르스터 저/고정희 편역 | 나무도시
책 읽기 말고 정원과 텃밭 일을 좋아합니다. 올 해 읽은 책 중에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푀르스트가 정원사라기 보다 철학자처럼 느껴졌지요. 하늘로부터 사명감을 갖고 정원일에 인생을 건 '위대한 거인'의 이야기였습니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DVD 아카데미 | 원서 : Fried Green Tomatoes
남의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지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내면의 힘이 강해서 세상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껏, 행동하며 살아가는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조선 명탐정: 각시 투구꽃의 비밀
김석윤/오달수/김명민 /한지민 | 케이디미디어
김탁환의 원작이 워낙 재미있었습니다. 김명민의 능청스럽고 유머감각 뛰어난 캐릭터도 재미있었고요. 객주 오달수의 치밀하면서도 엉뚱한 행동이 여러 번 봐도 웃깁니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여성이 천주교를 믿는다는 것은 체제전복과 관계가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실감토록 했습니다. 2편이 곧 나올 듯 해서 아직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 세 명의 활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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