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아니, 치맥 공화국이다. 치킨과 맥주는 한국 사람이 가장 흔하게 찾는 메뉴다. 찾아가서 먹기도 하고 배달시켜 먹는 메뉴로도 치킨의 위세는 높다. 『대한민국 치킨전』은 이런 치킨을 다룬 책이다. 제목만 본다면, 대한민국의 유명 치킨집을 탐방한 맛집 기행 같기도 하지만 이 책은 본격 치킨 사회학을 지향한다.
저자인 정은정은 대학에서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지금도 농촌과 농업 문제를 고민하는 학자다. 그녀의 주된 관심사는 먹거리 산업화. 음식이 산업화되면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에 관심을 두기에, 치킨은 정은정이 낸 첫 책의 주제가 되었다. 저자는 치킨 하나로 고용, 자영업, 프랜차이즈, 축산업, 농촌, 청년 노동, 맥주 회사 등 한국사회의 여러 모습을 분석해냈다. 양념치킨은 달콤하지만, 『대한민국 치킨전』이 그려내는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쓰고 텁텁할 정도.
치킨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
우선 한국 사람이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 나만 해도 안 먹으려 해도 아이 키우다 보면 먹게 된다. 술자리 있으면 먹고. 학생들이 정말 좋아해서 치킨집으로 가게 된다. 이런 치킨에는 농업, 산업, 기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치킨 하나로 사회의 여러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닭을 영어로 하면 치킨이지만, 치킨을 한국말로 풀면 닭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치킨의 한국적인 특수성이 있다는 말일 텐데. 책에 KFC가 한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KFC가 맥도날드와 더불어 대표적인 글로벌 프랜차이즈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힘을 못 쓴다. 한국의 토착화에 실패한 까닭이다. 문화, 맛 다 놓쳤다. 첫째, 한국은 집 안까지 배달해주기를 바란다. 둘째, 맥주와 함께 먹는 게 치킨인데 KFC는 주류를 취급하지 않는다. 셋째, 1997년도가 결정적이었다. 원래 치킨집이 많았는데 IMF 전후로 창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동네 곳곳에 여러 치킨집이 생기면서, KFC를 먹으러 굳이 시내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
책에서 중요한 비중으로 다룬 게, 한국의 고용 문제인데.
치킨에서 보고 싶었던 건 한국에서 외식을 중심으로 하는 자영업이 과하게 팽창된 현상이었다. 치킨이 아니라. 김밥, 떡볶이를 대비해도 무방할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영업자가 높다는 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공공 부문이 흡수하지 못해서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많다. 치킨은 한국의 불안정한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하면서도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자가 사회 문제를 연구하면서 가장 내리기 쉬운 결론이 가장 나쁜 누군가를 지목하는 것일 텐데. 이 책은 그런 어조는 아닌 듯하다. 치킨집 점주, 프랜차이즈 본사, 양계업계, 소비자 등 다양한 주체의 현황을 보여주면서 입체적으로 문제를 그려낸 것 같다. 그럼에도 가장 나쁜 주체는 누구일까?
아무래도 독점을 강화하는 육계회사가 가장 문제가 아닐까. 시장자본주의라고 한다면 수요와 공급이 맞게 돌아가야 하고, 이게 시장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유일한 원칙일 텐데. 육계회사가 많이 침해한다. 또 한편으로는 일부 메이저 프랜차이즈 본사. 취재하면서 점주에게 하는 폭압적인 행태에 분노를 많이 했다. 두 주체는 상당히 큰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반성을 스스로 할까. 사회가 감시해야 하겠고. 감시를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알아야 한다. 그 정도의 작은 역할을 하려고 이 책을 냈다.
반성해야 할 업체로 양계업을 먼저 꼽았는데, 양계산업과 조류독감 인과관계는 어떻게 보나.
조류독감 원인은 여러 가지일 테고, 정부에서는 철새라고 말한다. 밀식사육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조류독감이 터지면 누군가에는 악재가 되고 누군가에는 호재가 된다는 사실이다. 처음 조류독감이 발견됐을 때는 치킨집과 육계회사는 모두 악재였다. 조류독감에 적응이 되면서, 시장 공급 능력과 시장 장악 능력이 있는 회사에는 조류독감이 호재다. 육계회사 주식이 오른다. 이게 작년 연말 현상이었다. 반대로, 양계 농가 중에서 한 분은 자살했다. 극단적인 모순을 본 거지. 사회적 불행이 닥쳐도, 그 불행을 좋은 기회로 삼아서 이익을 얻는 집단이 있고, 어려운 집단이 있다. 호재인 집단은 극소수, 돈도 많고 잘나가는 기업이다. 치킨집 하는 사람이나 양계업자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경기불황이 일부 대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듯, 조류독감은 일종의 구조조정으로 볼 수 있나.
닭이 과잉생산된다는 건 다 안다. 그래서 닭값이 올라가지 않는다.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도살처분 해서 공급량이 조절된다. 이런 사실을 일반 소비자는 잘 모른다. 다 같이 힘들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육계회사는 좋다. 그들은 인정 안 하겠지만.
조류독감의 원인을 철새에서 찾는 게 경제불황이나 사회불안을 이주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발상과도 유사한데.
실제로 원인이 철새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양계환경이라든가 구조적인 원인이 있는데도 그걸 다 외면하고 해결책을 아웃소싱하는 거다. 철새 때문이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비겁한 핑계다. 사육 두수 조절해야 하고, 환경 개선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달음식 주문 앱에 관한 지적도 새로웠다. 앱에서 수수료를 떼가니, 앞으로 닭 가격이 올라갈 것 같다.
가격이 올라가면 좋겠지만 가격은 올리기 어렵다. 소비자가 치킨에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은 마지노선이 있다. 게다가 치킨집이 워낙 많고 경쟁이 치열하니 가격은 올리기 쉽지 않다. 그러니까 운영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원가 압박이지. 피해 보는 사람은 치킨을 튀겨서 파는 자영업자들이고. 두 번째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원가를 맞추려고 하다 보면 싼 식재료를 쓴다거나 하는 식이 될 거니까. 물론 소비자한테는 앱이 편하다. 없애야 한다고는 말할 수 없고, 수수료는 낮춰야 한다. 현재 앱 시장은 준독점인데, 수수료만 13~16퍼센트에 이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앱이 수수료를 낮추겠다고는 했으나, 실제로 낮췄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건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치킨값, 적정한가?
맥주도 중요한 비중으로 다뤘다.
한국에서는 치킨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치맥을 이야기해야 한다. 재밌는 건, 프라이드 치킨은 공급자가 엄청나게 많은 완전 경쟁 시장에 가깝다. 그런데 맥주는 하이트, 카스 딱 두 개다. 롯데 클라우드가 진입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아직은 낮다. 해방 이후부터 맥주시장은 독점이었다. 치맥은 완전경쟁과 독점이 만난 거지. 한국 맥주가 맛없다고 하는데. 회사가 두 개밖에 없으니 맛의 다양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일 텐데, 치킨값 적정한가? 소비자들은 비싸다 생각하고 공급자들은 싸게 공급한다 생각한다. 직접 취재하면서 어떻게 느꼈나.
소비자 입장도 이해 간다. 롯데마트 통큰 치킨으로 5천 원으로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에서는 그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집에서 시키는 프랜차이즈 치킨은 그보다 비싸다. 그런데 거기에 숨은 비용이 엄청나게 많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닭값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닭이 많아져도 닭값은 안 떨어진다. 양계회사가 반독점이라 가격 조절하니까. 치킨점주가 조절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또 중요한 게 부동산 가격. 한국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인데, 김밥도 그렇지만 치킨에도 부동산 가격이 포함돼 있다. 롯데마트는 자기들의 자산 공간에서 이뤄지는 거니까 이 가격은 뺄 수 있다. 그리고 인건비라든지 점주가 이야기하는 운영비, 이런 걸 다 고려하면 치킨은 마진율이 상당히 상당히 낮은 메뉴다. 소비자는 닭집이 많고 경쟁이 심하니, 더 싸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구조다.
듣다 보니, 치킨은 커피와 비슷한 상황 같다.
커피가 더 어려운 걸로 안다. 나도 커피집을 했었는데, 치킨 창업하려는 사람들도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다. 대표적인 게 카페. 술도 취급 안 하고, 덜 고생스러울 것 같아서 하고 싶지만 커피집은 퇴출비율이 90% 정도다. 치킨은 70% 정도이고. 커피가 더 무서운 시장이다. 인테리어 싸움이다 보니 커피가 치킨보다 창업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객단가는 떨어진다. 한 잔 팔면 마진이 별로 없다. 카페 현상도 한국의 독특한 현상으로, 주목해야 한다.
퇴출비율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카페가 생기고 치킨집이 생기는데, 이유는 역시 좋지 않은 고용 상황 때문일까.
노골적으로 말하면, 할 게 없어서다. 취재 다녀 보면 점주들도 구직 노력 많이 한다. “화이트칼라 출신이라 이런 일 못 해.” 이렇게 눈이 높아서가 아니다. 정말 뽑아주는 곳이 없어서 버티고 버티다 창업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그 마음이 크다. “나는 잘할 수 있다, 혹시 나는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 사회적 통계가 있어도 예외를 보고 싶어 한다. 게다가 창업 설명회를 가면, 컨설턴트나 본사에서는 유혹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잘된 사례만 이야기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에다, 나는 예외일지 몰라, 하는 기대감이 섞여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스스로도 커피집 차렸을 때, 상위 10~30%에 들 거로 생각했나.
조금 다른 카페이긴 했다.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면서 7명이 공동으로 지역 카페를 차렸다. 시작할때 고민이 있었다. “지역 사회 활성화를 시키고, 공정무역 커피를 알리려고 했는데 돈을 너무 많이 벌어 타락하면 어떡하지?”하는 행복한 고민이었는데.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얼마 안 걸렸다. 3년 내내 적자였다. 그때의 경험이 이 책 쓸 때 도움이 됐다.
치킨 배달시킬 때, 두 가지는 지키자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경우도 많은데, 배달은 청년 고용 문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나.
그것보다는 노동 환경에 관해 말하고 싶다. 배달이 취업 시장에서 진입 단계로 보면 가장 낮다. 배달업 특징이 남학생이나 청년 노동자 위주인데, 그 친구들은 한국이 아무리 학벌을 안 따진다고 해도, 진입할 수 있는 곳이 배달이나 주유소 정도밖에 없어 그 일을 한다. 요즘은 고용 계약서를 쓰는 분위기라 하지만, 여전히 고용 계약서를 정식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서로 안다. 사장님도 얘는 잠깐 있다 갈 사람. 얘네도 내가 평생 배달업으로 승부를 봐야지, 이런 장기적 비전으로 하는 게 아니다. 고용이 불안하면서도 환경이 위험한 노동 시장이다. 점주들이 점점 어려워지니까 평일에는 남편이 배달하다 주말 정도만 한시적으로 고용하기도 하고. 사고가 날 위험도 높다.
배달 대행사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배달 대행업체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소비자들을 잘 모르더라.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 중심으로 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고용해도 안정적이지 않다. 나왔다 얼마 안 있어 관두고 하니까. 장사 잘됐다가 안됐다 하니 상시 고용이 점주에게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틈새시장을 비집고 온 게 배달 대행업체인데, 월 15~20만 원 회비를 내고 건당 수수료를 준다. 한 건당 2,500원, 3,000원 이런 식. 집에 배달 오는 사람은 외주 파견 배달 노동자가 오는 거지.
이 책에 치킨을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 이런 건강 담론도 있을 거로 예측했는데 없었다. 일부러 뺀 것 같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했다. 치킨 많이 먹으면 비만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 이런 담론은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개인의 행동을 요구하는 거라, 관심 분야는 아니었다. 치킨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한국은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일까?
취재하면서 인상 깊었던 사연이 많았을 것 같은데, 소개한다면.
치킨집 사장님도 단골 치킨집이 있다. 자기가 튀기는 게 너무 지겨워서 딴 데 가서 드시는 분이 꽤 된다. 미담도 있다. 동네 치킨집이 많으면 경쟁 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로 처지를 잘 안다. 가게 오픈하면 서로 한 마리씩 오픈빨 받으라고, 시켜서 드신다. 정말 뭉클하다. 물론 같은 브랜드가 아닐 경우에 그렇다.
연구하다 보면 해법도 고민할 텐데. 해법이 있을까.
연구자는 활동가가 아니니 “이게 대안이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꼰대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걸 펼쳐 보이고, 질문이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럼에도 대안이라 한다면, 한국에는 치킨집이 정말 많고, 이들을 안정적으로 퇴출하는 거겠지. 퇴출이라 해서 치킨집에서 떡볶이집으로 돌리라는 건 아니다. 육식문화도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너무 많이 고기를 튀겨 먹는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사료 공장이 너무 많아서다. 사료로 이득을 내려면 소, 돼지, 닭 많이 키워야 하는 구조다. 이런 독점화된 축산시장을 깨야 한다. 식품정책, 축산정책은 많이 비판받아야 할 거다. 이 책에서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분석했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다른 독자들도 함께 많은 상상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고용 안정성에 관해 지금까지는 개인에게 너무 떠맡겼다. 어떤 정권이든, 이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책에서 현실적인 실천 방법도 제시하긴 했는데, 치킨을 어떻게 즐기면 좋겠나.
제일 어렵고 힘든 질문이 대안인데, 내가 대안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시간강사가 발언권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인간이라면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을 고민하면서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부 행위가 구조적인 해결이 아니라며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비록 기부가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도 유니세프 등지에 기부하며 실천하면서 노력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가장 을은 치킨집을 창업한 점주이고, 사 먹는 사람도 돈 많은 사람은 아니다. 을들끼리 작은 연대가 필요하다. 다 안 먹고 버릴 거면서 치킨무를 많이 달라고 하지 마라. 치킨무도 400원이다. 그리고 앱을 이용해 시켜 먹으면 수수료가 빠지니, 좋아하는 치킨집 번호를 저장해서 직접 전화로 시켜 먹어야 한다. 앱을 이용하는 게, 사람 대면하기 싫어서인데, 이렇게 될수록 점점 사회가 매몰차지고 무서워진다.
학문적 관심사가 농촌, 농업인 계기가 궁금하다.
어머니 아버지를 비롯한 친인척이 모두 농사지으신다. 지금도 농촌에 계시고. 서울에서 자라긴 했지만, 시설 재배하셨다. 농사일을 하면서 컸다. 어머니, 아버지가 작물 갈아엎는 걸 보니 답답하더라. 처음에는 아버지 능력이 부족한 건가 생각했는데 어느 지역을 가든 한국 농촌 농업 현실이 열악하고 척박했다. 연민에 기반을 두고 학문적 주제로 잡았다.
먹거리 산업화가 주된 관심인데, 음식이 산업화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첫째, 먹거리를 몇몇 기업이 장악한다. 닭 시장을 어떤 기업이 장악해서 가격을 잡고, 생산자는 정작 제대로 챙겨갈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 둘째, 문화적으로 천편일률적인 걸 먹는다. 음식이 100가지면 100가지 맛과 이야기와 사연이 있을 거다. 그만큼 감각이 다양해진다. 10가지만 먹으면 10가지 생각밖에 못한다. 점점 더 재미없는 사회가 된다. 치맥과 돼지고기에 소주도 우리의 기호라기보다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으니까 단골 메뉴지. 우리가 돈이 많다면 제대로 된 셰프가 만든 걸 먹겠지만, 예산은 정해져 있다. 2만 원, 이 정도 예산으로는 프랜차이즈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는 싸게 농산물을 수급하는 방법을 안다. 그리고 가장 싸게 가공해서 내놓는다. 우리가 지금 그렇게 먹고산다.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농업 농촌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지금 관심 두는 분야는?
이번 책처럼 하나의 음식으로 사회의 경제 정치적 문화를 보려 한다. 다음은 불량식품이 될지, 김밥이나 떡볶이, 순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만 원 이하의 음식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콘텐츠가 될 것 같다.
다소 암울한 이야기만 한 것 같다. 어쨌든 지금 한국에서는 치킨을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치킨을 먹으면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훈훈한 한 마디 부탁한다.
치킨은 가난한 시절에도 고기 중에 먹을 수 있었던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는 비쌌으니까. 치킨 정도는 한국에서 운동회, 소풍, 생일, 상장 타온 날, 이렇게 좋은 날 가족들이나 절친한 사람들, 직장 동료와 함께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다. 이런 문화는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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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저 | 따비
조촐한 회식자리의 만만한 메뉴이자 독신자들의 끼니로 자리 잡은 치킨이지만, 한 마리의 치킨이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땀, 그리고 마케팅이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완전경쟁 시장이다. 브랜드 인지도 1위의 치킨 프랜차이즈조차 시장 점유율 10퍼센트를 겨우 차지하는 것이 치킨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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