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 혈기 왕성한 악동들!
물과 기름 같은 힙합과 아이돌 문화, 블락비 안에선 공존합니다. 대중과 마니아들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는 그들의 신보, < HER >입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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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Block.B) < HER >

 

블락비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일까. 2011년 데뷔 후 「난리나」, 「닐리리맘보」. 「베리굿」으로 이어지는 블락비의 대표곡은 모두 파워를 앞세웠다. 해적, 갱스터, 악동 등 과격하고 무질서한 캐릭터를 차용해 자유분방함과 난장판 사이를 오가며 그룹만의 색깔을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최고점에 도달하기 위해 발표하는 앨범마다 단일한 인상을 주었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내세우는 힙합 아이돌이 많아지면서 또 다른 차별점을 가져야 했다.

 

블락비의 강점이자 핵심은 리더 지코다. 그는 앨범의 주요 프로듀싱과 작업을 담당해 완성도를 평균화한다. 오랫동안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통해 랩과 그 흐름을 잡아내는 감각도 탁월한 지코는 팀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음악에 사용되는 소스와 분위기 때문에 타이틀곡은 비슷하지만 멀리 보고 블락비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도 스스로 괴짜가 되길 자청하며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했다.

 

 

멤버가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 장점을 갖는지 잘 보여주는 「HER」는 소외된 구성원 없이 각자의 음색과 역량에 맞는 매력을 뿜어낸다. 굵직한 랩으로 중심으로 잡아주던 피오에게 보컬을 맡겼으나 걸걸한 가창이 곡의 질주감을 강화하는데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며, 박경의 독특한 음색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단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약점을 극복한다. 목소리를 짙게 깔며 읊조리다 속력이 붙는 지코의 랩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입부의 가스펠 합창이나 'Uh Uh' 역시 블락비의 신나는 색깔 위에 덧칠되면서 흥겨운 뮤지컬 연출로도 이어진다.

블락비

 

싱글로 먼저 발표한 「JACKPOT」 역시 자신들의 음악이 주는 쾌감을 직관적으로 그린다. 힙합과 펑크록이 아닌 일렉트로 스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음에도 온전한 블락비의 느낌으로 강인한 캐릭터를 형상화한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보기 드문 여자」는 거친 수록곡 사이에서 호흡 조절에 도움을 주지만, 태일의 솔로곡 「이제 날 안아요」는 일반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어 트랙 사이에서 개성을 갖기에 짜임이 부족하다.

 

블락비는 신나고 잘 논다. 허세 가득한 악동보다 혈기왕성함으로 즐기는 방식에 변화를 준 점이 이번 앨범의 전략이다. 난잡함과 흥겨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던 상황에서 폭발하는 힘을 줄인 것도 적절해 보인다. 더 나아가 지코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그룹에서 팀의 성격을 개개인이 가진 캐릭터로 표현하며 내부화한다. 정신없이 즐겨보자가 블락비의 매력이라면 < HER >는 무대뿐만 아니라 노래 안에서도 얼마나 잘 노는지를 보여준다.

 

글/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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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