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우리 가족은 확실히 위태로웠다. 결혼 10년 차, 있어도 모르는 척, 없다면 더 의심스러운, 어느 가족이나 갖고 있는 작은 균열들이 사이다 기포처럼 톡톡 터지면서 서서히, 그러다가 한순간 소용돌이치며 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엄마를 떠나보내야 했던 나는 내내 슬프고 아팠다. 위로가 필요했다. 하지만 자칭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회사, 가장 바쁜 부서, 가장 일 많은 직급이었던 남편은 밤낮없이 일해야 했고, 피곤해했다. 우리는 누가 더 힘든지 시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 “내가 더 힘들어, 당신이 좀 참아봐” 하고 볼멘소리를 해댔다. 철없는 엄마와 아빠 사이를 오가면서 밝았던 아이들이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그 와중에 캠핑이라니, 황당했다. 나는 끝까지 버티고 싶었지만 남편은 집요했다. 밤마다 집으로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가져오더니, 마침내 캠핑 장비들이 산을 이뤘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자, 결론을 내려야 했다. 그래, 주말마다 집에서 리모컨 싸움이나 하는 것보단 나을 테고, 언제나 고민이었던 아이들 일기 주제도 생길 테니 한번 가보자. 그렇게 첫 캠핑을 떠났다.
그로부터 만 3년, 우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마다 캠핑을 떠난다. 남편이 게으름을 부리면 내가 먼저 옆구리 쿡쿡 찌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바람 소리, 새소리, 수풀 내음 가득한 포근한 자연을 집으로 삼으니, 피곤에 찌든 샐러리맨은 듬직한 가장으로 돌아왔다. 어미 잃은 새처럼 무기력에 시달렸던 나는 스스로를 찬찬히 되돌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달라졌다. 가족이 함께 뒹굴고 자연 속에서 맘껏 뛰노니 봄 만난 꽃봉오리처럼 생기를 띠며 피어났다. 밤마다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진솔했던 그 순간들은 별빛보다 반짝이며 가슴에 새겨졌다. 우리 가족은 조금씩 변해갔다. 자연 속에서 즐기며 건강해졌고, 좁은 텐트 안에서 부대끼며 서로를 받아들여줄 품은 더욱 넓어졌다.
봄에는 봄다운, 여름에는 여름다운, 지극히 아름다운 계절을 직접 살아보니, 사람 보는 눈에도 여유가 생겼다. 우리 마음속 희로애락 역시 사계절처럼 저마다 존재의 이유를 가진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자연 속에서 누리는 놀이와 휴식이 우리 가족을 치유해주었다는 점이다. 그 과정은 가족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읽었던 여러 심리서의 내용과 맞닿아 있었다. 어릴 적부터 마음공부를 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책 속의 글자들이 살아서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캠핑장에서 직접 체험한 셈이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캠핑 장비의 쓰임을 줄줄이 꿰고, 베스트 캠핑장을 추천할 수 있는 캠핑 전문가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 그저 자유롭고 편안하게, 자연 속에 지은 집에서 뒹굴고 뛰노는 일이 나와 내 가족을 어떻게 성장시켰고,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진솔하게 나눠보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개인적인 상처와 부족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히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핍’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인정할 때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을 캠핑을 통해 자연을 스승 삼아 배웠으니 용기를 내어본다.
사진으로 소중한 추억을 나누어주신 우리 가족의 다정한 친구들, 헤이길, 우리사진관 박두경 실장님, 박지훈, 도준호, 석장군, 이지민 님께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가르치기보다 함께 즐길 때 창의성과 삶의 에너지가 넘친다’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함께성장연구소’의 정예서 선생님께도 감사를 전한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집을 떠나 놀고 느끼며 성장해가고 있는 소중한 가족, 훈이 오빠와 헌, 은우. 언제나 응원해주니 태산같이 큰 힘이 되었다. 또한, 별이 되어 우리를 지켜주시는 나의 어머니 정순자 님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전하며, 더욱 힘껏 사랑하며, 사랑하며, 사랑하며, 살 것을 다짐해본다.
이 책을 통해 오늘도 콘크리트 숲에서 수고로운 하루를 보내고 피곤한 몸을 누였을 당신에게, 진짜 숲의 기운이 전해지기를. 또 매일매일 자라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자연 속에서 함께 뒹구는 즐거움이 닿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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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캠핑 조윤주 저 | 앨리스
한 번, 두 번, 한 해, 두 해 햇수로 5년째 가족 캠핑을 다니게 된 저자는 집 안을 벗어나자 마음이 여유로워졌고 남편과 아이들 또한 너그럽게 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뿐 아니라 남편과 아이들, 가족 모두를 변화시켰다고 고백한다. 자연에 머물며 남편은 진정한 아빠의 역할을 되찾고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며 본연의 밝은 얼굴로 돌아온 것. 지은이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가족에게 캠핑을 통한 가족 성장기를 들려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단다. 캠핑을 시작한 이후 ‘가족의 시간’을 되찾기까지 이들이 함께한 경험을 『고마워, 캠핑』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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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주
투명우산
201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