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를 제외하면, 이 앨범의 포문을 여는 곡은 전부터 익히 들어온 「보통날」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없던 윤계상의 목소리가 들어있다는 점. 이렇게 그들은 4인 시절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부정함으로서 완전체로의 컴백을 어느 방법보다 강렬하게 표명한다. 이들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화법이다. 이 컴백의 핵심은 단순히 '지오디가 돌아왔다'가 아닌, '다섯명의 지오디가 돌아왔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 '아이돌'이라는 결코 양립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단어의 공존은 이들이 풀어놓는 보편성 강한 이야기에 기반을 둔다. 「어머님께」에서 보여준 영화와 같은 스토리텔링, 「거짓말」에 투영했던 마음 속 두 갈래의 러브스토리, 「길」에서 노래한 내면의 방황까지. 여기에 < 지오디의 육아일기 >에서 보여주었던 인간적인 모습까지 겹쳐지는 순간, 어느 샌가 그들은 우리 삶 속에 살아있는 존재가 된다. 단순히 '좋다, 멋있다'가 아닌, 나를 대신해 노래하는 것 같고 함께 인생을 걷고 있다는 공감대가 바로 여타 틴팝그룹과 항로를 달리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컴백 역시 거대한 서사 속에 이루어진다. 오해를 풀고 재결합하는 모습은 우리네 인간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보에서의 윤계상은 선공개곡 「미운 오리 새끼」에서 볼 수 있듯 '4 1=5'의 드라마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 분한다. 그러면 다시 돌아온 후에는 어떤가. 이제 '지금 그들에 걸맞는 이야기'를 풀어놓자 말한다. 이 노선에 가장 들어맞는 「하늘색 약속」은 「촛불 하나」의 내레이션 랩, 멜로디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 오되 어느 샌가 훌쩍 나이 먹어 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인정하고 공유하며 대중들과의 재회의 악수를 내민다. 정확하게 컴백을 공표하는 지점인 것이다.
이러한 '왕년의 스타와 2014년의 조우'는 여러 트랙의 테마로 자리 잡는다. 스킷 「아저씨와 매건리」는 '2000년대에도 애가 태어나?' 식의 에피소드로 시간의 간극을 새삼 깨닫게 하고, 광팬이었던 아이유가 어느덧 어엿한 가수가 되어 피쳐링을 하는 흐뭇한 광경의 「노래 불러줘요」 역시 간만의 귀환이기에 가능한 각본이다. 펑키한 리얼 세션 위의 주고받는 콜 앤 리즈폰스 형식의 후렴이 선후배간의 훌륭한 합작을 예감케 한다.
그 외에도 그간의 파티튠 노선을 잇는 「Saturday night」과 발라드 「Smile」 등 지오디하면 쉽게 떠오를만한 곡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는 친근함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전성기 시절의 노래들에 비해 밀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이전 히트곡들의 이곳저곳을 인용해서 그런지 10년만의 작품임에도 거의 시차가 느껴지지 않는다. 때문에 단순한 추억팔이라는 무의식적인 거부감도 조금은 고개를 내미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야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허리를 단단히 받히고 있는 이 곡을 통해 그 기시감이야말로 자신들의 존재이유라 말한다. '남의 편 같은 남편과 가슴에 식어가는 아내, 바늘 같이 예민한 아들, 아주 삐딱한 우리 막내 딸'. 길을 걷다 들려온 음악소리에 멈칫 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그간 팀이 걸어온 길을 굳이 되짚어 보지 않아도 언제 어디든 누구에게나 감정의 잔잔한 파고를 일으킬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지오디에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는 점을 새삼 떠올리게 만든다. 이 곡은 이렇게 우리네 삶과 감정에 여전히 밀접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며 여덟 번째 작품의 가장 중요한 퍼즐조각으로 분하고 있다.
포개고 포갠 다섯 개의 손. 그 파이팅이 만들어낸 것은 10년이라는 세월을 기반으로 한 공감대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기분 좋은 시간여행이다. 찰나의 순발력과 일순간 반짝하는 감각에 경도되어 버린 요즘 가요 신이기에 따뜻한 선율과 가사로 어필하는 이들의 노래가 더욱 반갑고 값져 보인다. 음악적으로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지만, 본연의 매력을 충실히 재현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호를 보내줄 여지는 충분하다.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이 '스토리'와 '캐릭터'의 부속품으로 음악을 다루고 있는 주객전도의 상황에서,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하위 개념으로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 가에 대해 가장 그들다운 답변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보시는 대로다.
글/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관련 기사]
- 어떤 시대의 사운드, 엑소와 god
- 크러쉬, 한국 알앤비 힙합의 미래
-god, 플라이투더스카이, 조정석! 그들이 돌아온다
-바버렛츠, 인디 신에서 가장 핫한 걸그룹
-god 플라이투더스카이, 그리고 나의 20대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하나
201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