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와 저녁에 책을 읽는 편입니다. 햇볕이 내리쬐는 책상에서는 정독하고 어둠이 깔린 침대에선 남독합니다.
작년엔 우주생물학에 관한 책들을 두루 찾아 읽었고, 올해는 고생물학과 고천문학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있습니다. 저자나 역자의 강연회도 찾아 다니면서, 읽고 듣고 보며 조금씩 궁금증을 풀어가는 중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앤드루 파커의 『눈의 탄생』입니다.
작업실로 들어서는 입구에 ‘중묘지문(衆妙之門)’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세상의 모든 신비로움과 오묘함들이 드나드는 문이지요. 이야기를 만드는 이에게 가장 어울리는 문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펴낸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은 다양한 문체를 상이한 리듬으로 구사한 작품입니다. 이 맛을 알려면, 소설을 소리 내어 읽으시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입으로 발음하고 귀로 들어 공명할 때,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게 바뀝니다.
책상 위에 아껴 두는 책들이 늘 조금씩 바뀝니다. 반 년 동안 제가 거듭 읽으며 의지한 책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명사의 추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저/송용구 역 | 평단문화사
스무 살 대학 1학년 때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 사이언스북스
아름다운 책입니다. 고개를 들어도 별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어나갑니다. 그러면 무엇인가 반짝이는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공기와 꿈
가스통 바슐라르 저/정영란 역 | 이학사
하염없이 읽고 하염없이 몽상하다가 거듭 고쳐 쓰며 시간을 낭비하는 삶을 가르쳐준 책입니다.
사기열전 1
사마천 저 / 김원중 역| 민음사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가장 폭넓고 적나라한 답안지 모음입니다. 가장 독한 놈도 여기 있고 가장 선한 놈도 여기 있으며, 가장 옹졸한 놈도 여기 있고 가장 통 큰 놈도 여기 있습니다.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저/최정수 역 | 문학동네 |
가장 중요한 것을 줄이고 줄여 결국 말하지 않는 소설입니다. 그 침묵을 독자들이 발견하여 소중하게 간직하는 작품입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자본주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뉴욕의 슬픔, 뉴욕의 광기, 뉴욕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담아냅니다. 힘이 넘칩니다.
밀리언달러베이비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죠. 가장 빛나는 순간 가장 어두운 곳으로 추락하는 것이 인생이며, 그 어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 역시 인생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천천히 흘러가면서도 맥을 정확히 짚는 연출이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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