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이 고마운 나이, 서른을 마주하다
『그냥 눈물이 나』 의 작가 이애경이 두 번째 에세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을 발표했다. 이번 책을 통해 그녀는 서른 즈음에 우리에게 찾아오는 불안과 초조에 대해, 그리고 그 끝에서 알게 되는 삶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해 말한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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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썸싱이 된다는 것

지난 1월 17일, 홍대 인근의 작은 레스토랑 ‘호우’. 『그냥 눈물이 나』 의 저자 이애경이 그녀를 흠모하는 독자들과 만났다.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출간을 기념해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완벽에 가까웠던 그 순간에 <채널예스>도 함께했다.
서른 썸싱이 된다는 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게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잘 견뎌 내는 방법을 알아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쁜 순간에
도리어 담담해지는 경험도 이때쯤 찾아온다.
지금 힘들다고 영원히 힘든 것도 아니고
모두 다 스쳐 지나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나이로 접어들기 시작한 거니까.
서른 썸싱,
생각보다 멋지진 않지만
생각보다 나쁘지도 않다.
(p.111 「서른 썸싱, 나쁘지만은 않은걸」)
“서른이 된다고 해서 삶에 변화가 생긴다든지, 원했던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건 드문 일인 것 같아요. 그건 서른하나나 서른둘, 또는 마흔이나 쉰이 되더라도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됐어요. 그렇다면 서른은 뭘까, 싶더라고요. 이 불안정하고 방향도 없는 시기를 배에 비유하자면 키는 잡고 있지만 이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거죠. 폭풍이 오면 이걸 타고 넘어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는 거예요. 이 문제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해서 해결되거나 산수처럼 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썼던 글이 「서른 썸싱, 나쁘지만은 않은걸」 이에요.”

서른 썸싱. 작가는 서른에 관한 것들을 이 하나의 단어 안에 담아냈노라고 말했다. 서른 즈음에 우리가 빠져드는 것들 혹은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들, 이따금씩 느끼는 감각들과 깨닫게 되는 이치들, 그 모두가 ‘서른 썸싱’이라는 표현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냥 눈물이 나』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이 두 권의 에세이는 ‘서른 썸싱’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될 것이다. 서른의 문턱을 넘으며 작가가 앓듯이 느꼈던 감정들과 그 끝에서 바라보게 된 삶에 대해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언니처럼 또 때로는 친구처럼, 속삭이듯 건네는 그 말들은 독자들의 지친 어깨를 가만히 어루만져준다. 그래서 그녀의 에세이는 언제나 응원과 위로가 되었다.
그녀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해 사전처럼 설명도 해 주고 예문을 달아 주고 싶었다. 나도 그랬고, 나의 친구들도, 나의 언니들도 모두 경험한 것들을 진지하면서도 가볍게. 내가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얻은 것처럼 그렇게 그녀들에게 위로를 나누어 주고 싶었다. (에필로그 중)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세요

서른의 길목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크게 심호흡하고 용기를 내야 한다.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초조함을 떨쳐내야 하고 ‘나를 믿고 가보자’고 굳게 마음먹어야 한다. 도대체 그 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주저하며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것일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나이가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한 살 더 먹는 것인데 우리가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잖아요. 30대가 되면 인생이 정리되어 있어야 될 것 같고, 뭔가 이루고 있어야 될 것 같은 생각들을 많이 하시죠.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대충 아무렇게나 사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삶이 될지, 지금 잘 나아가고 있는 건지, 질문을 던지는 거죠. 그 자체가 깨어있다고 생각이 돼요. 앞으로 전진하거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인 거예요. 서른이 되었을 때, 방향을 잘 잡고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기에 와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서른을 잘 살아내는 방법을 듣기 위해 작가를 찾아온 이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었다. 서른을 앞둔 여성들과 그 나이 또래의 딸을 둔 부모님, 그리고 서른을 갓 넘긴 여자 친구를 둔 연인까지. 그들은 하나 같이 이애경 작가에게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부담감에 대해 토로했다. ‘아직 어리니까’라는 이유로 실수가 용인 되는 일은 없을 나이. 그래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감은 더 강해지고, 모든 결과를 달게 감내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무거진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의문이 드는 것은 변함없다. 과연 옳은 선택일까, 최선의 선택일까. 그 대답이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는다고 해서 확고해질 리는 없다. 여전히 흔들리는 이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나 100%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옳지 않은 혹은 원하지 않은 방향의 선택들을 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잘못된 선택의 경험도 쌓아야 다음에 그런 일들이 벌어졌을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잖아요. 항상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셨으면 좋겠어요.”




흔들림이 더 고마운 나이가 서른 아닐까요?

아직도 우리는 흔들리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고, 그로 인해 아파하고 후회한다. 그래도 나이 드는 일은 서글픈 일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삶과 세상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좋고 기쁜 일이 있으면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감정의 기복이 잔잔해지는 것 같아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면서 기뻐하기보다는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그 대신 사소한 것에 더 많이 기뻐하는 것 같아요. ‘길을 걷다가 돌 틈 사이에 피어난 들꽃을 보면 인사를 건네 보자’고 생각해 볼 때,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연락이 올 때 기쁘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든지 미워하는 사람이든지, 저의 삶을 구성해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자체가 감사해요. 서른 썸싱이 된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지나간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흔들리는 게 더 고마운 나이가 아닐까 생각돼요.”
다른 사람의 장단에
휘둘리지 않는 것.
때로는 내 감정의 장단에도
쉽게 놀아나지 않는 것.

아플 것 같은 길은 피해 가고
폭풍이 올 것 같을 때는
기다렸다가 갈 줄 아는
지혜 혹은 현명한 선택.
어른이 될수록 좋은 것.
(p.152 「어른이 될수록 좋은 것」)
작가 이애경은 가수 조용필과 윤하, 유리상자의 노랫말을 쓴 작사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에 담긴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는 잔잔한 리듬이 느껴진다. 입 속에 맴도는 그 음악과 함께 작가의 말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위로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말처럼 서른이라는 나이가 ‘생각보다 멋지진 않지만 생각보다 나쁘지도 않다’는 안도감이 드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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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이애경 저 | 허밍버드
서른 썸싱(something)이 된다는 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게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잘 견뎌 내는 방법을 알아 가게 된다’는 것. 그 방법을 더듬어 가는 위로와 격려의 글들을 담았다. 여성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전작 『그냥 눈물이 나』 에서 선보인 짙은 감성과 깊은 공감에 한층 성숙된 언어와 시선이 포개어졌다. 잔잔하고 따스한 사진이 어우러진 이야기들은 작사가가 써 내려간 글답게 마치 노랫말을 읽는 듯 뛰어난 리듬감과 감수성을 지닌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애경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그냥 눈물이 나 #서른
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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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

2014.07.13

서른이라는 사회적인 잣대가 때로는 버겁게 느껴질때도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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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4.02.02

타인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을 중년을 맞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흔들리는 자신을 만날 때면 나약한 자신을 발견할 때 가슴이 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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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

2014.01.29

서른이 되었다고해서 뭐 특별히 변하는 것은 없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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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