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멀쩡한 남자도 왜 여자로 망하나
무적일 것만 같은 이런 남자들은 그러나 참으로 희한하게도 여자에게 발목이 잡힌다. 남자를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는 그녀들은 대부분 스모 선수의 사타구니처럼 축축한 지하의 바에 서식하며 연체동물처럼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거나 비염이 의심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척 보기에도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여자, 이름 하여 ‘팜므파탈’인 그녀들에게 우리의 주인공 남정네들은 기꺼이 순정을 받친다.
글ㆍ사진 전건우
2013.12.20
작게
크게

솔로몬도 결국에는


요즘 아들의 최대 관심사는 산타할아버지와 선물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주실까?”

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질문을 한다. 애초에 선물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 따위는 없는 것이다. 참으로 당당하고 뻔뻔스러운 태도다.

“넌 뭘 받고 싶은데?”

내가 지나가는 말로 물으면 녀석은 파워레인저부터 또봇까지 장난감 이름을 줄줄이 댄다. 다섯 살 아이가 수많은 로봇의 이름을 어떻게 그리 잘 외우는지, 혹시 천재가 아닐까 살짝 기대를 해 본다.


“옛날에 솔로몬 왕이라고 있었어.”

나는 슬기롭고 현명한 아빠가 되어보고자 에헴, 헛기침을 한 후 교훈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포켓몬 같은 거야?”

아들이 묻는다.

“아니. 아주 옛날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다스렸던 왕이야. 그 왕은 하나님에게 선물을 하나 달라고 기도를 했지. 그 선물이 뭐였게?”

아들은 제법 진지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한 후 이렇게 대답한다.

“초코 케이크?”

“그건 네가 좋아하는 거고. 솔로몬 왕은 지혜를 달라고 했어. 너도 지혜가 뭔지는 알지? 그분은 장난감보다도 똑똑하고 잘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원했던 거야. 그런 선물을 좋아했던 거지. 그래서 솔로몬 왕은 아주 좋은 왕이 되었어.”


녀석은 무척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게 장난감보다 좋은 거야?”

“그럼.”

“그럼 그 왕은 어떻게 됐어?”

나는 이 질문 앞에서 멈칫한다. 솔로몬 왕은 엄청 지혜롭긴 했으나 여자 문제가 꽤 복잡했지 아마. 그냥 둘러댈까 하다가 그래도 솔직해지자 싶어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한다.

“좋은 왕이긴 했는데 너무 많은 여자하고 결혼해서 나중에 벌을 받았대.”

“너무 많은 여자와 결혼하면 안 좋은 거야?”

“생각해 봐. 너한테 엄마가 백 명이나 있다고.”

아들은 한참 생각한 후 한 마디를 남긴다.

“우웩.”


지혜롭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고 이스라엘을 태평성대로 이끌었던 위대한 왕 솔로몬. 서로 자기가 친모임을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으로 가르라는 판결을 내렸던 일화는 지금 들어도 무릎을 칠 만하다. 허나 이 현명한 왕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여자’였다. 전설에 따르면, 솔로몬은 후궁이 칠백이요 첩이 삼백 명이었단다. 게다가 시바의 여왕에게 마음을 뺏겨 자신에게 지혜를 준 하나님이 엄격히 금했던 이방인과 관계를 맺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이 그토록 믿고 따랐던 ‘여호와’로부터 버림을 받게 된다. ‘지혜의 왕’이었던 솔로몬이지만 그 역시 한낱 남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여자라는 이름의 미궁에서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가엽고 딱한 남자.


오쿠다 히데오의 『소문의 여자』


하드보일드 소설이나 영화 속에는 깎아 놓은 무처럼 생긴데다가 완숙 달걀을 물 없이 삼키고도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을 것만 같은 ‘상남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항상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며 화끈하고 잔혹하고 또한 비정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무적일 것만 같은 이런 남자들은 그러나 참으로 희한하게도 여자에게 발목이 잡힌다. 남자를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는 그녀들은 대부분 스모 선수의 사타구니처럼 축축한 지하의 바에 서식하며 연체동물처럼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거나 비염이 의심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척 보기에도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여자, 이름 하여 ‘팜므파탈’인 그녀들에게 우리의 주인공 남정네들은 기꺼이 순정을 받친다. 진정한 남자 운운하면서.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소문의 여자』 속에도 이런 팜므파탈과 멍청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몇 다리만 건너면 신상명세가 쫙 나오는 지방의 어느 소도시. 그리고 그곳에 뱀처럼 똬리를 튼 여자 ‘이토이 미유키.’ 소설 속 묘사대로라면 이토이 미유키는 가슴이 풍만하고 엉덩이가 펑퍼짐하며 미인은 아니나 색기를 내뿜는, 팜므파탈의 전형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남자를 다루는 솜씨도 훌륭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토이 미유키 주위에는 남자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돈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품에 안는다. 문제는 그 남자들이 하나같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 


『소문의 여자』는 이토이 미유키라는 팜므파탈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열 개의 에피소드 속 ‘소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중고차 매장의 사장을 유혹하고 건설회사 사장의 세컨드가 되는가 하면 예순이 넘은 부동산 업자와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낳는다. 결국에는 잘 나가는 클럽의 사장 겸 현 의회 의원의 애인이 되어 화려한 ‘한 방’을 준비한다.


이 소설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답게 소시민의 쩨쩨하고 한심한 삶을 풍자적으로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간 군상의 추악한 욕심과 이기주의가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이토이 미유키 주위의 소문을 통해  낱낱이 드러낸다. 분명 섬뜩한 내용 일색인데 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되는 건 『소문의 여자』 속 등장인물들이 나,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과 묘하게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지만 소문으로만 존재하는 이토이 미유키는 남자들의 마음을 척척 잘도 구워삶는다. 똑똑한 엘리트건 돈 많은 사장이건, 혹은 연륜 지긋한 노인이건 죄다 미유키라는 이름의 미궁에서 길을 잃다가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나는 날파리 떼처럼 달려들었다가 결국 불빛에 날개가 타버려 ‘이승 탈출 넘버원’이 되고 마는 불쌍하고 바보 같은 남자들의 모습에 감정이입을 하고 말았다. 다행이 내 주위에는 미유키 같은 무시무시한 팜므파탈은 없었지만 여자라는 존재가 삼차방정식보다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은 무수히 많았다. 여자를 이해하는 건 근과 계수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었으며, 여자의 언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혀에 경련이 이는 러시아어 같았다. 도무지 해독 불가능이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아마 나와 같으리라. 『소문의 여자』 속 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러니 여자와의 수 싸움에서 매 번 질 수밖에.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남자들은 방정식이나 러시아어 앞에서는 생각하기를 멈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벙긋 웃을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아! 내가 미궁에 빠졌구나. 이해할 수도 없고, 해석할 수도 없으며, 빠져나올 수는 더더욱 없는 절대 감옥. 


미국의 어떤 학자가 십대부터 육십 대까지의 남자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저 여자의 마음은 뭘까?’였다고 한다. 내가 장담하건대 그 학자도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살고 있으리라. 나도 그렇다. 모든 번민과 고뇌가 화석처럼 굳어가는 결혼 7년 차지만 나 역시 아내를 향해 매일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여보, 그러니까 당신 마음이 뭐요?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법


“내가 왜 화났는지 맞춰 봐.”

아내가 묻는다. 

오! 그것만은 제발. 그런 잔인한 질문만은 제발……. 


아내의 질문에 나는 슈퍼컴퓨터와 같은 속도로 머리를 굴린다. 왜 화가 났을까? 그놈의 화는 왜 그리 자주 날까? 양말을 뒤집어 벗어 놨나? 옷장 정리를 안 했나?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걸 깜박했나? 몰래 셔츠 주문한 걸 들켰나?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지만 섣불리 대답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아내의 화를 돋우는 한편 ‘화’에 새로운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이제 그쯤은 알 수 있는 연륜이 생겼다. 훗.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여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숱한 밤을 혼자서 끙끙거렸다. 멀쩡히 통화를 잘 하다가도 갑자기 목소리가 어두워져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묵묵부답. 무언가 실수한 일이 있겠지 싶어 무조건 잘못했다고 말했다가는 또 불통이 튄다. 

“그래서 뭘 잘못했는데?”

오! 그 질문만도 제발…….


여자와 남자는 손바닥과 손등만큼이나 다르다. 둘이 합쳐 손을 이루긴 하지만 정반대의 위치에 놓인 바닥과 등은 촉감은 물론이고 고통과 압력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정도도 다 다르다. 두꺼운 손등이 예민한 손바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손을 마주잡는 수밖에 없다. 온갖 심리학 서적을 뒤적이고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연애담을 참고하고 이 시대의 멘토라 불리는 지성들에게 질문을 던져 봐도 여자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여자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발바닥이 아니라 바로 나와 살을 맞대고 있는 손바닥이라서 더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정신연령이 높다. 나는 이 차이를 인간과 침팬지에 비유하고 싶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고등생물인 것이다. 잘 조련된 침팬지는 인간의 언어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다. 하지만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침팬지가 생각하기에 인간들은 너무도 복잡하고 섬세하며 또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이런 차이가 소통 불능을 만든다. 생각해 보라. 인간과 침팬지가 카톡을 주고받는다면 어느 쪽이 더 불리하겠는가? 

그렇다면 남자는 정녕 여자라는 이름의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단 말인가? 평생을 여자의 마음을 알기 위해 번민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최근에서야 희미한 단서 같은 걸 발견했다. 그러니까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향지시등, 혹은 표지판 같은 것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하려는 노력과 진심이다. 뭐가 그리 간단 하냐고? 남자들이여, 우리들 스스로가 인정 하는 바 단순하고 간단한 일에 취약한 생물이 바로 남자 아니던가. 여자는 남자가 완벽히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런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쯤은 이미 알고 있다. 아무렴 고등생물이니까. 그저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손등과 손바닥이 맞닿아 서로의 체온을 전하고 살결을 느끼듯 진심을 다해 여자의 마음에 다가가야 한다. 분석과 해결과 파악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나는 『소문의 여자』 속 이토이 미유키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육체를 탐하고 그녀를 손에 쥐고 파악하려고만 하는 남자들 대신 진정으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남자를 한 명이라도 만났다면 그녀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물론, 그랬다면 소설은 신파로 흘렀겠지만 우리네 진짜 인생은 신파의 냇물이 합쳐져 흘러가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왜 화났는지 맞춰 봐.” 

아내의 질문에 요즘의 나는 순순히 백기를 들고 이렇게 털어 놓는다.

“미안해. 솔직히 진짜 모르겠어. 잘 말해 주면 고칠게.”


그러면 아내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도 왜 내가 자신을 화나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왜 야단을 들어야 하는지 조목조목 잘 설명해 준다. 그러면 나는 역시 그렇군, 내가 참 못난 인간이야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아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기를 바란다. 여자라는 이름의 미궁에서 헤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면 솔로몬 왕은 얼마나 골치가 아팠을까 싶다. 몇 백 명에 달하는 여자라니, 아마 그 역시 후회했으리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정말로 ‘우웩’이다.     


* 오쿠다 히데오 작품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저/이영미 역 | 은행나무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 펴는 야쿠자 중간보스, 어느 날부턴가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젊은 의사.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는 하마 같은 덩치를 지닌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사계절 내내 핫팬츠 차림으로 나다니는 엽기 간호사 '마유미', 이들의 못 말리는 황금 콤비. 이 책은 일본 현지에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131회 나오키상 수상 장편소설 『공중그네』. 엽기적인 행동과 유쾌한 사건들로 이어지는 이 책은 결국 '이라부' 박사만의 독특한 치료법이 환자들에게 돌파구를 찾아 주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 저/양윤옥 역 | 은행나무

저마다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통쾌하고도 유쾌한 처방전을 제시해준 쾌작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감동 코미디. 『남쪽으로 튀어!』는 나오키상 수상작인 『공중그네』에 이은 첫 장편소설로 저자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집필한, 문학적인 도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회주의 학생운동에 헌신하다 우여곡절 끝에 아나키스트로 분파한 아버지를 둔 사춘기 소년 우에하라 지로의 일상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렸다. 초등학교 6학년생 지로는 오나가나 좌충우돌 말썽만 일으키는 아버지가 창피하고 짜증스럽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법.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선택한 ‘남행’길에 동참하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로는 점차 아버지를 이해해가며 자기 나이와 형편에 맞게 ‘올바른 정의’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오 해피데이

오쿠다 히데오 저/김난주 역 | 재인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여섯 남녀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따스하고도 유쾌하게 그려 낸 소설이다. 옥션에 중독된 전업 주부,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집에서 살림을 맡게 된 남편,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로맨스를 꿈꾸는 중년 여성, 아내가 집을 나가자 꿈꾸던 모습 그대로 집을 꾸미며 남자의 로망을 실현하는 남자……. 작가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며진 여섯 개의 이야기 속에 마치 실제로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한 캐릭터의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가족과 벌이는 소소하지만 흥미롭고 짜릿한 이야기들을 펼쳐 나간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또 조금씩은 생소하고 낯선 이들이 갈등하고 부딪히며 화해하고 서로 위로하는 모습은 순간순간 우리의 일상과 겹치면서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고 이들이 마치 우리 옆집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애정마저 불러일으킨다.
#오쿠다히데오 #소문의여자 #전건우
2의 댓글
User Avatar

doctorspring

2014.04.14

정말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를 잘 파악하시네요.. 그것도 절묘한 손 비유로.... ^^ 잘 읽었습니다..
답글
0
0
User Avatar

sayjm920

2013.12.23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술술 잘 읽히면서도 한편으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데요. 소문의 여자도 평이 괜찮아 읽어보려던 참에 이런 글을 보게되니 그 책이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잘 읽고갑니다.
답글
0
0
Writer Avatar

전건우

남편, 아빠, 백수, 소설가, 전업작가로 살아간다. 운동만 시작하면 뱃살이 빠지리라는 헛된 믿음을 품고 있다. 요즘 들어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끼고 있다. 소설을 써서 벼락부자가 되리라는 황당한 꿈을 꾼다.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에 단편을 실었다.

Writer Avatar

오쿠다 히데오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라.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문제점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기존의 일본 작품들이 팝콘같은 가벼움으로 한국 여성독자층을 파고 들었다면,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기존의 일본소설들과 달리 일본 사회의 모순들을 끄집어내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그의 유머스러운 글솜씨를 좋아하기에 부담없이 그의 조롱에 담겨 있는 잔혹한 현실에 공감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독특함으로 현재 한국 소설 시장의 "일류 붐"을 선도하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1959년 일본 기후현 기후시에서 태어나 기후현립기잔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구성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우람바나의 숲』(한국어판 서명 :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으로 등단하였다.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 사회의 모순과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의 사정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들이 그의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잊고 있던 가치를 묻는 주제의식을 보이고 있는 그는 포스트 하루키 세대를 이끄는 선두주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과 함께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일본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작가로 꼽힌다. 어린시절, 책보다 만화를 좋아하던 그는 텔레비전을 통해 책을 접하게 된다. 이후 나쓰메 소세키와 야하기 토시히코, 시미즈 요시노리 등의 작품을 섭렵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평론가로 글을 써왔고, 이후에도 글과 무관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글을 쓰는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설명하는 소설, 설교하는 소설, 자기 얘기를 늘어놓는 소설을 가장 싫어 하는 그가 가장 쓰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기에 소설가 자신 안에 여러가지 눈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니컬한 유머감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그는 일본 내에서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기인작가'이다. 또한 그의 작품이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도 수 없이 인터뷰와 한국 방문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작품 쓰는 것을 매우 즐기는 소박한 품성을 지녔다. 2002년 『인 더 풀』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방해』로 제4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2004년 『공중그네』로 제131회 나오키상을, 2009년 『올림픽의 몸값』으로 제43회 요시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공중그네』, 『인 더 풀』, 『남쪽으로 튀어!』, 『걸 Girl』, 『면장 선거』, 『스무 살, 도쿄』, 『방해자』, 『오 해피 데이』,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꿈의 도시』, 『올림픽의 몸값』, 『침묵의 거리에서 1, 2』, 『한밤중에 행진』, 『쥰페이, 다시 생각해!』, 『야구를 부탁해』, 『마돈나』, 『소문의 여자』, 『우리 집 문제』, 『무코다 이발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