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인디밴드에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
대중음악 취재를 하며 인디밴드에 반해버린 한 기자가 자신이 직접 취재하며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홍대 언저리의 인디밴드에 대해 집필한 『당신이 들리는 순간』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중앙일보 문화부 대중음악 담당 기자로 밥을 벌면서 중앙일보에 ‘인디 카페’를 연재했다.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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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7일 가을밤, 서울 합정동 씨클라우드에서는 『당신이 들리는 순간』 출간기념으로 ‘유발이의 소풍, 지하드와 함께하는 당신이 들리는 순간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 책의 저자인 정강현 기자(중앙일보)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 가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 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최초로 쓴 기자다. 대중음악을 취재하면서 인디 음악에 빠졌고, 지면에 <인디 카페>라는 연재를 하면서 인디 음악을 적극 소개했고, 책으로 이어졌다.
“홍대 언저리에서 사귀게 된 뮤지션들은 대체로 그런 범주에 속했다. 말하자면 그들의 음악은 나를 감전시켰고, 넘어뜨렸다. 나는 그 치명적인 음악이 좋아서 주관이 넘실대는 기사를 써놓고도 모른 체 했다. 나는 예술가의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전시키는 능력에 달렸다고 믿는다. 음악 예술에서 감전의 능력치를 따질 수 있다면, 홍대 둘레의 뮤지션들이 맨 앞자리를 차지해야 마땅할 것이다.”(p.9) | ||
바로크메탈밴드 지하드의 공연
1997년에 결성된 바로크메탈밴드 지하드의 기타리스트 박영수가 등장했다.
“바로크메탈은 1985년 즈음 스웨덴 기타리스트 잉베이 맘스틴에 의해 창시됐다고 봐야 한다. 그전에 비슷한 시도가 있었는데, 잉베이 맘스틴에 의해 완성됐다. 바로크메탈은 바로크 음악과 록의 접목이다. 잉베이 맘스틴의 곡을 먼저 들려주겠다.”
웅장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짙은 가을의 냄새를 품은 연주다. 이어 지하드 1집 앨범 가운데, 약간 빠른 곡을 선보였다. 그 음악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내겐 무리다. 음악은 말보다 더 예민하고 풍성하며 깊다. 음악 앞에 말은 늘 패배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기타리스트 박영수의 기타를 쓰다듬는 손이 얼마나 미려한지, 그것은 봐야한다.
“말할 것도 없이 밴드의 주축은 기타리스트 박영수다. 바로크 메탈의 음악적 성취는 웅장한 베이스 위를 질주하는 기타에 좌우되니까. 그의 기타 연주는 아찔하다. 극단을 향해 몰아치는 비장함이 거기에 있다. 기타를 다룰 때 그의 손은 하도 빨라서 개별 음계를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음악은 말해지지 않는 언어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음악으로 태어난다고 믿는다.”(p.138) | ||
연주를 들으니 스무 살로 갔다 온 것 같다. 지하드라는 밴드 이름이 아랍어로 ‘성전’인데,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가 있나?
성전이라고 말하는데, 정확한 뜻은, 따로 있다. 우리는 처음에는 바로크메탈 밴드가 아닌 하드록 밴드였다. 그러면서 알 ‘지(知)’자에 하드록을 알리자는 뜻을 담아 ‘지하드’로 만들었다. 성전이라는 뜻의 지하드와 스펠링도 다르다(웃음).
“밴드 이름이 제법 무시무시하다. 지하드. 아랍어로 성전(聖戰)이란 뜻이다. 복면을 쓴 테러리스트가 종종 입에 올리는 말이기도 하다. 밴드 이름치곤 몹시 사납다. 그런데 다 이유가 있었다. 십수 년을 바로크 메탈만 고집하려면 웬만한 각오로는 안 된다. 그게 ‘지하드’라는 이름의 작명 배경이다.”(p.138) | ||
도쿄는 안 갔다(웃음). 9월 21~22일 나고야와 오사카에서 공연을 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뜻 깊은 공연을 치렀고, 좋은 밴드들을 만나서 좋은 경험을 했다. 연말에 녹음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곡을 쓰고 있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알다시피, 여건이 열악해서 우리 스스로 만드는 무대들이 많다. 앨범 제작과 더불어 힘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공연장에 와 달라.
“지하드의 이름에서 무시무시함을 거둬내도 좋겠다. 이들이 치르는 성전이란, 결국 대중과의 호흡을 고민하는 고객 맞춤형 성전이니까.”(p.140) | ||
유발이의 소풍과 정 기자의 공연
유발이의 소풍과는 어떤 에피소드가 있나?
누구를 인터뷰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크라잉넛의 리더 한경록이 ‘유발이’라는 뮤지션이 끝내준다고 소개를 해주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두 사람이 되게 친하더라. 유발이의 소풍 음악을 듣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류의 음악이라 푹 빠졌다.
“소녀풍의 재즈랄까. 앙증맞은 멜로디에 묵직한 베이스가 맞물리고, 재즈 피아노의 선율이 폴짝폴짝 뛰어놀고 있었다. 노랫말로 볼라치면, 가일층 온몸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었다.”(p.107) | ||
열두시 종이 울리면 사라질 호박 마차처럼 반짝였던 일들이 점점 초라해지고 있어 세상은 내게 너무 많은 얘길 해주고 있어 모두 쉼 없이 달리며 나를 지나가고 있어 아무도 아무소리도 없는 시간이 사라져 천천히 다가와 내게 엄마 몰래 숨겨뒀던 하면 안 돼는 일들이 손만 까딱하면 된다며 날 유혹하고 있어 세상은 너무 많은 일들을 허락하고 있어 할 수 있는 일투성인데 한숨만 늘어 가끔은 모든 일들이 너무 배부른 것 같아 천천히 다가와 내게 | ||
“Starry Starry Night~♪”로 시작하는 돈 맥클린(Don McLean)의 「Vincent」 가 유발이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온다. 별이 쏟아지는 밤에는 별이 이렇게 노래를 부를 것 같다.
“재즈 냄새가 나나? 대학 때까지 피아노만 연주해서 노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얼떨결에 노래를 했고, 얼떨결에 앨범을 냈다. 처음 장 기자와 만났을 때 느낌이 생생하다. 그 만남이 내게도 소중했다. 이어 2집에 있는 곡, 「시계」 를 들려주겠다.”
목소리가 정말 반짝반짝 빛난다. 언제 취재를 했나?
정강현 : 처음 데뷔했을 때 만났다. 훌쩍 자란 뮤지션이 돼서 좋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유발이 : 요즘 공연을 안 해서 몸이 근질근질한데, 최근 <유발이의 산책> 이라는 연주앨범을 만들었다. 10월 10일, <유발이의 산책>이라는 공연을 한다. 그리고 영화음악을 만들고 있다. 당초 11월 개봉한다고 들었는데, 내년으로 개봉이 미뤄졌다. 영화감독으로서 음악을 만들고, 얼떨결에 출연도 했다. 유발이의 소풍은 겨울에 준비해서 내년 앨범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정강현 : 처음에는 이 밴드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래서 이 밴드가 어떻게 존속될지 모르겠는데, 유발이라는 이름은 기억하라고 썼다. 유발이의 소풍이면 어떻고 유발이의 산책이면 어떤가, 라고 썼는데, 유발이의 산책이라는 앨범이 나온다니, 정말 반갑다.
“기억하시라, 유발이 이름 석 자만큼은. ‘홍대 여동생’으로 불리는 그는 언제고 또 세련된 음악을 들고 당신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유발이의 소풍이면 어떻고 유발이의 캠핑이면 또 어떤가. 쓸쓸함을 다독이는 유발이의 유쾌한 음악 나들이는 계속된다.” (p.113) | ||
정 기자는 북콘서트 처음이지?
주로 작가들의 북콘서트에 갔었는데, 지금 우리 북콘서트가 최고다(웃음). 기념으로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겠다. 편집자가 북콘서트에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웃음). 음악을 좋아하면 하고 싶어진다. 나도 어릴 때는 대학가요제에 나가야지 했었는데, 외모 때문도 안 됐고, 여러 가지로(웃음). 책에 소개한 곡 중에 내가 좋아하고 연주가 가능한 곡으로 들려주겠다.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들어 달라. 루시드 폴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를 부르겠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 보아도 흐려진 눈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게 때론 지울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죄인으로 만드네. 죄인으로 만드네 | ||
“사연이 있는 곡이다. 97년 스물한 살에 한 여성을 만났다. 그녀를 만난 첫 날, 이 음악이 있는 테이프를 건네고, 연애가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같이 살고 있다. 그때 생각도 나고 생애 첫 북콘서트 기회를 줘서, 이 노래를 부르겠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 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 ||
[관련 기사]
-크라잉 넛, 한국 펑크의 산파
-음악과 비평, 그 무엇보다 차우진 - 『청춘의 사운드』
-자신들만의 선명함에 한 걸음 더 다가서다 - 가을방학
-당신은 어떤 음악을 듣고 있나요?
-청춘, 우리들의 얘기니까요 - 딕펑스 인터뷰
- 당신이 들리는 순간 정강현 저 | 자음과모음(이룸)
이 책은 기존 인디 음악 관련 안내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존의 관련 도서들이 단순한 인디밴드 소개, 인디 레이블에 대한 조명이었다면 이 책은 인디 뮤지션들이 창작한 노랫말에서 그들의 존재 이유를 찾고 있다. 그들의 노랫말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그 뮤지션들만의 삶과 음악에 대한 철학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음악에 관한 한 그 어떤 무엇보다도 확실한 주관을 지닌 저자는 이 책 안에서 단순히 좋아하는 인디밴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음악에 담겨 있는 메시지와 철학, 또 개개인의 매력적인 개성을 통해 그들이 보여주는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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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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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noorook
2013.10.13
혜
201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