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정호승 작가가 글을 바라보는 시선
지난 8월 27일, 문학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북 콘서트가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W&Jas와 편혜영 작가, 음악가 박형준 씨와 정호승 작가가 함께 무대를 꾸몄다.
글ㆍ사진 정연빈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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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대는 W&Jas의 노래 「Green」 으로 시작했다. 희망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곡이었다. 새로운 여성 보컬을 Jas를 영입한 뒤 새로운 색을 보여주고 있는 W&Jas는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주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난 뒤, 편혜영 작가가 무대 위로 올라와 독자들을 만났다.




새 책을 출간한 기분은 어떠신가?

편혜영: 이번이 여섯 번째 책이지만 흰 백지에 쓴 글자가 책이 되는 과정은 늘 신기하다. 책이 내 것 같기도 하고 남의 것 같기도 하다. 애틋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발뺌하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자꾸 물건으로서의 책을 만져 보게 된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고 있다. 꾸준히 작업을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편혜영: 처음에는 쓰는 글에 엄격했다. 사실 내가 부지런해져서 아니라 그 엄격함을 조금 너그럽게 바꾸어주었다. 그러면 더 많이 쓸 수 있다.

W&Jas는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W&Jas: 밤이 지나간다, 라는 말이 현재 진행형이다. 아침이 올 거다, 라는 말까지 더불어 생각나게 해서 제목만으로도 큰 임팩트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사에 어떻게 이용할까도 생각해봤다.

제목 ‘밤이 지나간다’ 의 의미는 무엇인가?

편혜영: 이번 소설집에는 총 8권의 소설이 담겨있다. 어떤 제목으로 소설 전반의 분위기를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소설 하나의 제목을 대표로 삼기보다는 소설들에 공통적으로 깔린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소설을 보면 깊은 밤에 한 가운데 놓인 인물도 있고, 밤이 지나가는 걸 지켜보는 인물도 있다. 모두들 밤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나가는 밤을 가만히 보고 있는 인물들의 기분을 독자들이 같이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제목을 지었다.

인물들이 처해있는 상황들이 절망적으로 느껴진다.

편혜영: 밤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 많다. 『블랙 아웃』 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은 깊고 깊은 밤의 한가운데 갇힌 인물이다. 지금보다 더 절망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절망의 시효가 지났다는 것 때문에 아주 작은 희망을 가진다. 소설 속에서 ‘유구히 어두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라고 중얼거리는데 대부분이 그런 시간대를 가진 인물들이다. 아주 희망적으로 미래에 대해 기대를 가지는 게 아니라 이미 많은 것을 겪어서 더 이상의 절망이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아주 작은 미래를 기대하는 인물들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힘이 든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쓰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편혜영: 내가 형상화해서 쓰는 인물이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글을 쓰면서 계속 인물을 이해하려고 한다. 등장인물들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어쩌면 인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더 절망적으로 그리게 되는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어두운 이야기를 쓰다 보니 성장과정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며 무던하게 성장한 편이다. 그저 인물들에게 세상에 대한 기대를 주지 않는 것 같은데 그건 현실 속에서 나 스스로가 세계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어서인 것 같다.

여러 편의 소설 중에 W&Jas가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무엇인가?

W&Jas: 작품마다 다른 매력이 있었다. Jas의 경우는 「야행」 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문체를 보고 작가의 성격을 유추하는 걸 좋아한다. 김애란 작가님 문체를 보면 한 문장 안에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김중혁 작가님은 글이 다정하다는 느낌이다. 편혜영 작가님 글을 보고 문체가 간결하고 퉁명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적으로 도도하고 차가운 여성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났을 때는 느낌이 달라서 조금 놀랐다.

편혜영: 실제로 냉정한 구석도 많다. 하지만 사회성이 발달해서 다른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소설 속에 비밀이 자주 등장한다. 비밀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가?

편혜영: 소설마다 조금씩 다르다. 비밀이 없어서 외롭고 쓸쓸한 사람도 있고, 어떤 소설에서는 자기가 무엇 때문에 지키는 줄도 모르면서 비밀이 깨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인물도 나온다. 비밀이라는 것은 자기만 아는 자기 인생의 서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이 피하고 숨기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혼자 지키고 있는 소중한 기억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에게 비밀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어떤 사람에게 비밀은 자신을 대면하게 해주는 것이다. 어느 쪽이건 자기 자신에 대해 집중하고 알게 해주는 게 비밀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통증이 인상적이었다.

편혜영: 소설 「야행」 속 노파는 물리적인 통증을 앓고 있지만, 꼭 물리적 통증만을 이야기한 건 아니다. 심리적 통증도 중요하다. 노파는 통증으로 자신의 삶을 느끼는 사람이다. 자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비밀을 곱씹기도 한다. 그런데 비밀이 생성되는 과정을 보면 거기에는 내밀한 자신만의 통증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들 역시 자신의 유일성을 말해주는 단초가 된다고 생각했다. 소설에서는 이런 식의 통증을 형상화하고 싶어 물리적으로 드러낸 거다.

「밤의 마침」 이라는 작품은 제목이 독특하다.

편혜영: 문법적으로 어색한 제목이다. 밤의 끝 같은 제목이 맞을 거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비밀로 하고 그 일로 입을 손해들 때문에 영구히 깊은 곳에 묻어두려는 사람이다. 주인공 사내가 의지를 가지고 어떤 사건을 종결 지으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애정이 가는 등장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

편혜영: 「야행」 속 노파는 계속해서 아들을 기다린다. 소설의 마지막에 누군가 등장하는데 오랫동안 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마지막에 찾아온 사람이 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죽음이라는 존재가 노파를 찾아온 거라고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아들이어서 어머니를 엎고 아파트를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등단한지 13년째다. 처음 쓸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편혜영: 처음 쓸 때는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썼다. 지금은 전업작가라는 점이 환경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다. 당시에는 소설에 열중할 수 없어서 소설 쓰는 일이 너무 귀했다. 한 작품 한 작품이 세계 하나를 만드는 일로 다가왔다. 지금은 그보다 편하게 소설에 다가갈 수 있다.

직장생활을 오래했다. 그래서인지 소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절차들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편혜영: 내 소설에서는 소설 속 인물이 어딘가를 놀러 가면 반드시 회사에 휴가원을 냈다는 말이 있다. 직장을 다녀본 작가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디테일이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이번 소설집은 어떤 의미인가?

편혜영: 소설을 쓸 때, 예전보다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수월하게 쓴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소설을 쓰면서 노동의 강도나 재능의 부족함에 대한 안타까움은 점점 더 심해진다. 그보다는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해야 할 커다란 일로 소설이 다가온 것 같다. 조금 여유롭게 긴 호흡으로 생각하게 된 거다.

활동 계획이 있다면?

편혜영: 내년에 장편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생활이 단조롭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쓰는 게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앞으로도 조용하게 읽고 쓰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W&Jas: 새 앨범이 나왔으니 꾸준히 크고 작은 공연을 할 생각이다.

두 번째 무대는 지난해 등단 40주년을 맞은 작가 정호승과 우리에게 친숙한 광고음악을 많이 만든 음악가 박형준 씨가 함께 했다. 10년 만에 첫 앨범을 낸 박형준 씨는 여행 속에서 만든 곡 ‘행복한 이방인’으로 무대를 열었다. 오랜만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행을 통해 앨범을 만들었다는 박형준씨와 시집 『여행』을 발간한 정호승 시인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질 것 같았다. 노래가 끝나고 곧, 정호승 시인도 무대에 올라 독자들을 만났다.




40주년을 기념해 시집을 내셨다. 기분이 어떠신가?

정호승: 우리가 살다 보면 자기 자신을 기념하는 일이 잘 없다. 다른 사람의 삶을 기념해주는 일은 많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기념하는 일은 거의 없는 거다. 나는 시를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기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0년 동안 시에게 버림받지 않고 시를 쓰면서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기념하고 싶었다.

1973년 등단하셨다. 그때 이야기가 궁금하다.

정호승: 춘천에서 군복무를 할 때다. 경희대 문예장학생으로 입학을 했는데 등단을 하지 않으면 장학생 혜택이 계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초를 설 때도 꾸준하게 시를 썼다.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 군 생활 3년 동안 열심히 썼더니 제대하기 전날 부대로 전보가 한 장 왔다. 축 신춘문예 당선이라고 쓰여 있었다.

40년 동안 시를 쓰면서 많은 것이 변했을 것 같다.

정호승: 나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내 시도 많이 달라졌다. 70년대는 굉장히 어두운 시대였다. 시인의 한 사람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다. 열심히 시를 쓰는 게 내가 갈 길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시대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상당히 오만한 생각 같다. 지금은 나 자신의 눈물도 닦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내 눈물을 닦고 나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형성하는 삶에 관심이 크다.

이번 시집은 일종의 스스로의 눈물을 닦는 걸로 이해하면 되나?

정호승: 그런 과정의 하나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별을 여행하는 여행자다. 또, 자기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는 여행자다. 그런데 여행은 떠났던 곳으로 돌아와야 완성된다. 인생에는 삶이라는 여행과 죽음이라는 여행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을 하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여행을 통해 이것이 끝난다. 이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찾는 여행이고, 그 안에서도 사랑을 찾는 여행이다.




박형준 씨는 이 시집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박형준: 내 여행은 바쁜 삶 속에서 떠나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걸 만끽하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있어본 적이 없었다. 스스로에게 많이 집중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이 뭘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정호승 선생님 시에서는 여행을 통해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었다.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생각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번 시집을 보면 손이나 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정호승: 우리가 사람을 만나면 손부터 잡는다. 사람을 만나서 손을 보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걸 알 수 있다. 손을 잡아보면 그 사람 손의 온기, 촉감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손은 어떤 의미에서 개인의 가장 구체적인 또 다른 얼굴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손을 너무 함부로 사용해 왔던 거 같다. 손에 대한 예의가 없이 살아온 것 같다. 가장 예의가 없을 때는 손가락질 할 때, 지나치게 돈을 헤아릴 때, 주먹을 쥐고 남을 때렸을 때가 그렇다. 이제 비로소 손에 대한 예의를 떠올린 거다. 손에 대한 최고의 예의는 기도하는 손을 만들 때가 아닌가 싶다. 어떤 책을 보니까 팔이 두 개인 까닭은 서로 안아주라는 뜻이라고 하더라. 손의 가장 깊은 의미 중 하나는 어느 한 손을 늘 비워둬야 다른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시를 써오셨는데 시 쓰기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정호승: 시를 왜 쓰느냐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보면 내가 나를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서다. 내 가슴 속에 있는 비극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시를 쓴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어떤 시대나 남을 위해 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서 쓴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는 거다. 나를 진정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시를 쓰는 거다. 그리고 시를 쓰는 과정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럴 때, 어떤 절대자나 시의 손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다. 먼저 내가 위로 받고 내가 받은 이 위로를 혹시 다른 사람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받지 못하면 할 수 없는 거다. 우선은 나 자신을 위해서 쓴다.

시가 굉장히 노래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형식적으로 후렴의 반복 같은 것도 많이 느꼈다.

정호승: 다른 시인들에 비해 노래가 된 시가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특별히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쓰는 건 아니다. 시의 본질 중에는 시 속에 노래가 있다. 노래 속에도 시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시와 노래는 한 몸이다. 노래성이 드러나는 시를 쓰는 편인 모양이다.

시를 읽다 보면 어떤 쓸쓸함 같은 게 느껴진다.

정호승: 기본적으로 우리 삶은 쓸쓸하다. 모든 예술 작품은 인간의 비극성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내 시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비극적인 존재다. 인간이 비극적 존재가 아니라면 시를 쓰는 사람도 없을 거고, 읽는 사람도 없을 거다. 이 비극을 어떻게 하면 견딜 수 있을까 생각해서 시나 소설을 읽고, 음악을 듣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쓸쓸함, 방황의 그림자가 우리 삶에 있듯이 시에도 있을 수밖에 없다.

착한 사람의 시라는 생각도 든다.

정호승: 선함을 지향하려는 노력이 가상한 사람의 시집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우리 마음속에 선함과 악함이 있다. 마음 속 악함을 잠재우기란 어렵다. 관점이 중요하다는 말도 한다. 미워해가 아니라 덜 사랑한다고 생각하라는 거다. 미움과 사랑, 선함과 악함은 누구의 가슴에나 있는 거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시를 쓸 때는 선함을 지향하기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정호승: 나는 뭐 하는 사람이고, 뭘 해야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늘 전직 시인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 국회의원, 전 국무총리, 전 교장 같은 말이 있다. 하지만 전 시인은 없다. 시인은 항상 시를 써야 시인으로 존재할 수 있다. 앞으로도 가슴 속에 있는 시를 언어화하는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래야 겨우 이 시대의 시인으로 존재할 수 있을 거다.

박형준: 음악가 역시 시인과 마찬가지인 듯하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할 것 가다. 작은 공연들도 준비되어 있다. 그 동안 그랬듯이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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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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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등이,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 『흔들리지 않는 갈대』, 『수선화에게』 등이, 동시집 『참새』, 영한시집 『부치지 않은 편지』,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울지 말고 꽃을 보라』, 『모닥불』, 『기차 이야기』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김우종문학상,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언제나 부드러운 언어의 무늬와 심미적인 상상력 속에서 생성되고 펼쳐지는 그의 언어는 슬픔을 노래할 때도 탁하거나 컬컬하지 않다. 오히려 체온으로 그 슬픔을 감싸 안는다. 오랜 시간동안 바래지 않은 온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따스한 언어에는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의 감정이 가득 차 있다. 언뜻 감상적인 대중 시집과 차별성이 없어 보이지만, 정호승 시인은 ‘슬픔’을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으로 승인하고, 그 운명을 ‘사랑’으로 위안하고 견디며 그 안에서 ‘희망’을 일구어내는 시편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구축하였다. ‘슬픔’ 속에서 ‘희망’의 원리를 일구려던 시인의 시학이 마침내 다다른 ‘희생을 통한 사랑의 완성’은, 윤리적인 완성으로서의 ‘사랑’의 시학이다. 이 속에서 꺼지지 않는 ‘순연한 아름다움’이 있는 한 그의 언어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