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뭐길래, 매주 수요일, 목요일이면 포털의 인기 검색어에 빠지지 않을까. 이보영, 이종석, 윤상현, 정웅인, 이다희 등 모든 주연 배우가 주목을 받는 건 심상치 않은 일. 종영을 앞두고 박혜련 작가가 마지막 회 대본에 남긴 짤막한 소감은 굉장히 평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개의 매체를 통해 전달됐다. “허락된 모든 행운을 다 쓴 것 같아 겁난다”는 박혜련 작가는 2년 동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준비했다. 전작 <드림하이>를 끝내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구상했고, 진실을 찾는 과정을 담을 수 있는 법정물로 방향을 잡았다. 법정드라마로 시작한 기획은 판타지, 멜로, 스릴러, 코미디가 혼재된 독특한 장르로 발전했다. 이토록 여러 장르가 뒤섞여있지만 흐름을 잡아주는 건, 매회마다 정해진 소제목이 있다는 것. 1회 제목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였고, 2회 ‘Bad Girl Good Girl’, 3회 ‘I’ll be there’, 4회 ‘흐린 기억 속의 그대’로 이어졌다. 재밌는 것은 모든 소제목을 노래의 제목, 가사에서 따왔다는 것. 박혜련 작가는 주어진 한 회 분량에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목으로 속삭였다. 7월 31일 방송된 17회 제목은 ‘그대 눈빛 없인 앞을 볼 수 조차 없는데’. 원타임이 2003년에 발표한 노래 ‘Without you’의 가사다. 17회에서 수하(이종석)는 민준국(정웅인)에게 납치된 장혜성(이보영)을 구하기 위해 홀로 현장을 찾았고, 자신을 죽이라고 외치는 민준국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생사를 알 수 없는 혜성이 살아있다고 믿은 수하는 민준국에게 “그 사람은 내가 당신처럼 사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살인 충동을 제어했다. 민준국의 눈빛도 혜성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지만 수하는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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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
마지막 회를 앞둔 17회에서 작가는 비로소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분명하게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민준국이 살인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드러내며, 동시에 수하의 선택을 통해 ‘모든 사람이 민준국과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고 부언한다. 민준국은 수하에게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선글라스를 쓴 채로 “너도 소중한 것을 모두 빼앗겨 버리면 나처럼 될 것”이라 단언했다. 이미 아버지, 어머니를 잃었고 혜성마저 세상에 없다면, 수하는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다만 수하에게는 자신을 믿어주는 혜성의 지지가 있었기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작가가 살인자에게 주는 여지는 단 하나.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 결국 민준국은 경찰에 붙잡혔고, 검사 도연(이다희)은 민준국의 죄를 끝까지 밝힐 거라며 호언장담한다. 그리고 도연과 대화를 나누던 변호사 차관우(윤상현)은 이렇게 말한다. “미친 소리로 들리겠지만 나는 민준국이 아주 조금 불쌍하다. 민준국은 아무도 없었다.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도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자기가 지켜야 할 사람도 없었다. 그 한 사람만 있었더라면 민준국은 다르게 살았을지 모른다.”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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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시청자들은 속물 국선변호사 ‘짱변’ 장혜성과 사람을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 수하의 사랑에 마음이 두근거렸고, 피해자와 피의자 속 검사와 변호사의 관계 안에서 법과 정의에 혼란스러워했다. 또 장혜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민준국을 무죄로 선고 받게 한 차관우의 선택에 분노했고, 냉혹한 검사였던 도연이 살인 누명을 쓰고 26년간 복역한 친아빠 황달중(김병옥)과 재회했을 때는 가슴 찡한 부정을 느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법정, 판타지, 멜로, 스릴러, 코미디로 포장됐지만 결국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인간의 ‘드라마’,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자, 이제 마지막 18회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차례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방송 날짜가 8월 1일이다. 8월 첫 날에 들려주는 작가의 18번째 목소리는 ‘어둠 속의 빛으로 넌 내게 머물러’. 가수 짙은이 부른 ‘백야’ 속 가사다. 17회에서 대략의 사건이 종료된 듯 했지만 작가는 반전을 가지고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2014.07.28
2013.08.01
201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