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죽이고 싶은 사람 한 명쯤은 있잖아요 - 『킹을 찾아라』
가네곤, 유메노시마, 리사, 이쿠루는 교환살인을 시도한다. 이전의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그들은 낯선 사람이기에 속마음을 털어놓다가 의견일치를 본다. ‘누구에게나 거슬리는 인간 한둘은 있는 모양이야.’ 핸드폰으로 연락하지 않고, 절대로 추적될 수 없는 방법으로만 만나 정보를 주고받은 그들은 서로의 타겟을 죽이기 위해 카드의 킹, 퀸, 잭, 에이스로 제비뽑기를 한다. 순서 역시 카드로 정한 후, 그들은 각자 카드 두 장을 가지고 돌아간다. 마음을 다지고,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하여.
20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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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를 찾을 때, 대부분의 경우는 피해자에서 출발한다. 그가 어떤 직업이고, 주변 사람들이 누구이고, 돈이나 치정에 얽힌 원한 관계가 어떻고 등등. 피해자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낼수록, 그가 왜 살해당했는지 파악하기가 용이해진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의 희생자가 된 경우는 다르다. 프로파일링이라고 하는 기법은 살인자가 왜,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희생자를 찾아내는지를 추정하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이유와 목적에 따라 희생자를 골라낸다. 전혀 관계가 없는 사이라 해도,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용모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에 의한, 희생자와 사적인 관계가 없는 경우라면 용의자를 찾아내기는 꽤 힘들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데, 그가 죽으면 내가 용의자로 당연히 떠오른다면 뭔가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한다. 죽은 시간에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둔다면 벗어날 수 있다. 아무리 동기가 있어도, 초능력이 없는 한 같은 시간에 두 장소에 나타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추리소설에서 알리바이 조작이 흔히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교묘한 수단과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탐정이나 형사가 그 트릭을 깨트리는 것.
청부 살인도 있다. 자신은 알리바이를 만들어두고, 누군가에게 살인을 의뢰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기가 있기 때문에 용의자로 떠오른다면 핸드폰과 계좌정보 등을 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뭉텅이로 돈이 인출되었다면, 누군가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걸릴 수밖에 없다. 돈은 현금으로 은밀하게 전달하고, 절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요즘은 CCTV가 곳곳에 많기 때문에 만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청부 살인은 배신의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살인자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수할 수도 있고, 역으로 협박을 가할 수도 있다. 청부 살인은 일반인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교환살인이 있다. 청부의 일종이긴 하지만, 교환 살인은 서로의 타겟을 죽이는 것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여기에도 역시 철저한 조건이 필요하다. 서로 아는 사이거나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당연히 수사 대상에 떠오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파트너를 선택할 것인가. 내가 누군가의 대상을 이미 살해했는데 그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교환살인도 현실에서는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현실의 범죄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완벽한 범죄라는 것은 여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대단히 우연적이고, 전혀 무연고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아니라 내가 죽이고 싶은 대상을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죽이는 범죄는 결코 쉽지가 않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킹을 찾아라』는 교환살인에 도전한다. ‘도전’이라는 말을 쓴 것은, 『킹을 찾아라』가 철저하게 독자와의 머리싸움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단서를 제공하고, 이후 벌어지는 전개에서도 하나둘 단서와 상황 전개를 제시하면서 독자가 소설 속의 범죄에 일종의 ‘게임’으로서 참여하게 만든다. 독자는 작가의 트릭을 찾아내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작가는 그것을 예상하며 또 다른 반전을 제시하고 대체로 승리한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십각관의 비밀』 『어나더』의 아야쓰지 유키토, 『살육에 이르는 병』 『탐정영화』의 아비코 다케마루 등과 함께 신본격의 본산 교토대학교 추리소설 연구회 출신이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데뷔한 후 밀실 구성의 필연성이나 추리소설의 존재 의의 등 추리소설의 ‘근원’을 파고드는 평론활동을 병행하면서 원론적이면서도 엔터테인먼트적인 흥미를 잃지 않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엘러리 퀸에게 매료된 노리즈키 린타로는 자신의 소설에서 작가의 이름과 탐정의 이름을 동일하게 설정하고, 탐정의 부친을 경찰로 설정하는 등 엘러리 퀸의 형식을 따라하고 있다. 탐정이 엄청난 천재이거나 예리한 직감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논리적인 소거법에 의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엘러리 퀸과 닮아 있다. 『킹을 찾아라』는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가네곤, 유메노시마, 리사, 이쿠루는 교환살인을 시도한다. 이전의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그들은 낯선 사람이기에 속마음을 털어놓다가 의견일치를 본다. ‘누구에게나 거슬리는 인간 한둘은 있는 모양이야.’ 핸드폰으로 연락하지 않고, 절대로 추적될 수 없는 방법으로만 만나 정보를 주고받은 그들은 서로의 타겟을 죽이기 위해 카드의 킹, 퀸, 잭, 에이스로 제비뽑기를 한다. 순서 역시 카드로 정한 후, 그들은 각자 카드 두 장을 가지고 돌아간다. 마음을 다지고,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하여.
수전노인 노인이 살해당하고, 우울증을 앓던 주부가 살해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들이 있었지만 알리바이가 확실하기에 모두 지워진다. 주부 살해 사건을 수사하던 노리즈키 경시는 집에 돌아와 아들인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고충을 털어놓는다. 유력한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난데없이 그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허탈감에 빠진 일까지. 노리즈키 린타로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궁금한 것을 캐물으며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아마도 남편이 죽인 것이 아닐까, 라고 의견을 내놓는다. 알리바이는 확실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보았을 때는 남편이 누군가를 시켜 죽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노리즈키 린타로는 엄청난 직관을 가진 탐정은 아니다. 그리고 안락의자 탐정에 가깝다. 직접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던지고 추리하는 것일 뿐이니까. 사건 해결이 지지부진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 린타로가 책임질 일은 없다. 그저 이렇게 생각하면 되니까. ‘잘못된 결론에 다다른 것은 아버지의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한다. ‘린타로가 헛다리를 짚는 건 늘 있는 일이다.’ 티격태격하는 것 같으면서도 유쾌하게 사건에 대한 단서와 의견을 주고받는 부자의 모습은 정겹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킹을 찾아라』에 대해 ‘경찰 소설과 프로파일링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의 쿨하고 스타일리시한 본격 미스터리를 목표로 했습니다.’고 말한다. 쿨하기보다는 유머러스한 면이 더 즐겁긴 하지만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이전에 ‘사건과 해결만으로는 장편을 쓸 수 없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 서스펜스와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재미라고 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던 노리즈키 린타로의 말처럼 『킹을 찾아라』는 처음에 범인과 어느 정도의 단서를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게임에 뛰어들게 하고, 안락의자 탐정이 앉아서 사건에 대한 추리를 시도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고전 추리의 탁월한 현대적 변용. 역시 전문가다운 능숙한 소설이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데, 그가 죽으면 내가 용의자로 당연히 떠오른다면 뭔가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한다. 죽은 시간에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둔다면 벗어날 수 있다. 아무리 동기가 있어도, 초능력이 없는 한 같은 시간에 두 장소에 나타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추리소설에서 알리바이 조작이 흔히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교묘한 수단과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탐정이나 형사가 그 트릭을 깨트리는 것.
청부 살인도 있다. 자신은 알리바이를 만들어두고, 누군가에게 살인을 의뢰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기가 있기 때문에 용의자로 떠오른다면 핸드폰과 계좌정보 등을 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뭉텅이로 돈이 인출되었다면, 누군가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걸릴 수밖에 없다. 돈은 현금으로 은밀하게 전달하고, 절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요즘은 CCTV가 곳곳에 많기 때문에 만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청부 살인은 배신의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살인자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수할 수도 있고, 역으로 협박을 가할 수도 있다. 청부 살인은 일반인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교환살인이 있다. 청부의 일종이긴 하지만, 교환 살인은 서로의 타겟을 죽이는 것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여기에도 역시 철저한 조건이 필요하다. 서로 아는 사이거나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당연히 수사 대상에 떠오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파트너를 선택할 것인가. 내가 누군가의 대상을 이미 살해했는데 그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교환살인도 현실에서는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현실의 범죄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완벽한 범죄라는 것은 여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대단히 우연적이고, 전혀 무연고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아니라 내가 죽이고 싶은 대상을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죽이는 범죄는 결코 쉽지가 않다.
가네곤, 유메노시마, 리사, 이쿠루는 교환살인을 시도한다. 이전의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그들은 낯선 사람이기에 속마음을 털어놓다가 의견일치를 본다. ‘누구에게나 거슬리는 인간 한둘은 있는 모양이야.’ 핸드폰으로 연락하지 않고, 절대로 추적될 수 없는 방법으로만 만나 정보를 주고받은 그들은 서로의 타겟을 죽이기 위해 카드의 킹, 퀸, 잭, 에이스로 제비뽑기를 한다. 순서 역시 카드로 정한 후, 그들은 각자 카드 두 장을 가지고 돌아간다. 마음을 다지고,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하여.
수전노인 노인이 살해당하고, 우울증을 앓던 주부가 살해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들이 있었지만 알리바이가 확실하기에 모두 지워진다. 주부 살해 사건을 수사하던 노리즈키 경시는 집에 돌아와 아들인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고충을 털어놓는다. 유력한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난데없이 그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허탈감에 빠진 일까지. 노리즈키 린타로는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궁금한 것을 캐물으며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아마도 남편이 죽인 것이 아닐까, 라고 의견을 내놓는다. 알리바이는 확실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보았을 때는 남편이 누군가를 시켜 죽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노리즈키 린타로는 엄청난 직관을 가진 탐정은 아니다. 그리고 안락의자 탐정에 가깝다. 직접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던지고 추리하는 것일 뿐이니까. 사건 해결이 지지부진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 린타로가 책임질 일은 없다. 그저 이렇게 생각하면 되니까. ‘잘못된 결론에 다다른 것은 아버지의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한다. ‘린타로가 헛다리를 짚는 건 늘 있는 일이다.’ 티격태격하는 것 같으면서도 유쾌하게 사건에 대한 단서와 의견을 주고받는 부자의 모습은 정겹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킹을 찾아라』에 대해 ‘경찰 소설과 프로파일링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의 쿨하고 스타일리시한 본격 미스터리를 목표로 했습니다.’고 말한다. 쿨하기보다는 유머러스한 면이 더 즐겁긴 하지만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이전에 ‘사건과 해결만으로는 장편을 쓸 수 없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 서스펜스와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재미라고 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던 노리즈키 린타로의 말처럼 『킹을 찾아라』는 처음에 범인과 어느 정도의 단서를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게임에 뛰어들게 하고, 안락의자 탐정이 앉아서 사건에 대한 추리를 시도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고전 추리의 탁월한 현대적 변용. 역시 전문가다운 능숙한 소설이다.
- 킹을 찾아라 노리즈키 린타로 저/최고은 역 | 엘릭시르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 노리즈키 린타로가 7년 만에 선보인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 최신작. 생면부지의 네 사람이 한곳에 모인다. 그들의 공통점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뜻을 모은 네 사람은 교환 살인을 계획하여 완전 범죄를 꿈꾼다. 누가 누구의 상대를 죽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네 장의 트럼프 카드. 그 뒤로 관계없는 네 남자의 사이만큼이나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사건들이 차례차례 벌어지기 시작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범죄의 뒤를 노리즈키 총경과 그의 아들 린타로 콤비가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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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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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
즌이
2013.08.31
inee78
2013.07.31
sind1318
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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