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속어를 쓰면 안 돼요?
이 책은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하는 책이 아니다. 비속어가 나쁘다고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나는 비속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비속어는 우리의 삶에 끼어들어 우리의 일상을, 우리의 대화를 말랑말랑하고도 재미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어교사로서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적절하게 써야 할 타이밍이 있다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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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는 욕쟁이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선생님은 비속어가 나쁜 말이기 때문에 써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왜 나쁜 것인지, 왜 써서는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으셨다. 한창 반항심이 커진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머리로 이해할 수 없으니 어른들이 규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덧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사가 된 나는, 그 옛날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말했던 것처럼 비속어는 나쁜 말, 써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버린 것이다.
하루는 수업시간에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나에게 물었다.
“왜 비속어를 쓰면 안돼요?”
잠시 생각하다 “우린 교양인이니까”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난 잠시 멍~해졌다. 그 이유가 나조차도 납득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교양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속어를 쓰면 안 된다니. 이런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나의 굳어버린 뇌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냈다. 비속어는 쓰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쓰려면 알고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속어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학생들과 함께 비속어를 파헤쳤다. VTR을 보기도 하고 수업시간을 통해 어원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비속어에 관한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놀라워했다. 우리들이 쓰는 말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적잖은 충격을 받은 학생들도 있고, 자신이 의미 없이 쓰던 비속어의 어원을 알고는 부끄러워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학생도 있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속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비속어 수업을 하며 나도 참 많이 배웠다.
이 책은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하는 책이 아니다. 비속어가 나쁘다고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나는 비속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비속어는 우리의 삶에 끼어들어 우리의 일상을, 우리의 대화를 말랑말랑하고도 재미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어교사로서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적절하게 써야 할 타이밍이 있다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꼭 알려주고 싶다. 비속어를 쓰려면 의미를 잘 알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비속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그냥 아무렇게나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비속어를 B급 언어라 칭하고 싶다. A급과 B급을 철저히 나누는 사회에서 B급의 의미는 어쩌면 루저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B급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다분하다. 요즘 토요일 저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어떤 예능프로는 성인들의 섹시한 농담이 난무하는 B급 프로이지만 사람들을 빵빵 터뜨리게 하는,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뽀로로급의 마력을 가졌다. 또 세계를 하나의 몸동작으로 들썩이게 만드는 싸이의 <젠틀맨>과 <강남스타일>은 어떤가? 뭔가 특별한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어 보이지만 촌스럽고 저질스러운 B급의 정서가 세계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B급은 A급보다 솔직하고 당당함이 그 안에 깔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무미건조한 삶을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빵빵 터뜨리게 해주는 언어, 이런 언어들의 공로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언어라는 게 참 신기하게도 그 언어를 말하는 사람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자체를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그 말을 내뱉은 말의 주인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무심코 내뱉는 B급 언어들이 어떤 의미의 말인지,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말인지, 언제 써도 되고 언제 써서는 안 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많은 분들이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을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분별력 있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선생님은 비속어가 나쁜 말이기 때문에 써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왜 나쁜 것인지, 왜 써서는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으셨다. 한창 반항심이 커진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머리로 이해할 수 없으니 어른들이 규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덧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사가 된 나는, 그 옛날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말했던 것처럼 비속어는 나쁜 말, 써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버린 것이다.
하루는 수업시간에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나에게 물었다.
“왜 비속어를 쓰면 안돼요?”
잠시 생각하다 “우린 교양인이니까”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난 잠시 멍~해졌다. 그 이유가 나조차도 납득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교양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속어를 쓰면 안 된다니. 이런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나의 굳어버린 뇌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냈다. 비속어는 쓰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쓰려면 알고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속어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학생들과 함께 비속어를 파헤쳤다. VTR을 보기도 하고 수업시간을 통해 어원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비속어에 관한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놀라워했다. 우리들이 쓰는 말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적잖은 충격을 받은 학생들도 있고, 자신이 의미 없이 쓰던 비속어의 어원을 알고는 부끄러워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학생도 있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속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비속어 수업을 하며 나도 참 많이 배웠다.
이 책은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하는 책이 아니다. 비속어가 나쁘다고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나는 비속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비속어는 우리의 삶에 끼어들어 우리의 일상을, 우리의 대화를 말랑말랑하고도 재미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어교사로서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적절하게 써야 할 타이밍이 있다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꼭 알려주고 싶다. 비속어를 쓰려면 의미를 잘 알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비속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그냥 아무렇게나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비속어를 B급 언어라 칭하고 싶다. A급과 B급을 철저히 나누는 사회에서 B급의 의미는 어쩌면 루저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B급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다분하다. 요즘 토요일 저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어떤 예능프로는 성인들의 섹시한 농담이 난무하는 B급 프로이지만 사람들을 빵빵 터뜨리게 하는,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뽀로로급의 마력을 가졌다. 또 세계를 하나의 몸동작으로 들썩이게 만드는 싸이의 <젠틀맨>과 <강남스타일>은 어떤가? 뭔가 특별한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어 보이지만 촌스럽고 저질스러운 B급의 정서가 세계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B급은 A급보다 솔직하고 당당함이 그 안에 깔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무미건조한 삶을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빵빵 터뜨리게 해주는 언어, 이런 언어들의 공로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언어라는 게 참 신기하게도 그 언어를 말하는 사람 뿐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자체를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그 말을 내뱉은 말의 주인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무심코 내뱉는 B급 언어들이 어떤 의미의 말인지,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말인지, 언제 써도 되고 언제 써서는 안 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많은 분들이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을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분별력 있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비속어가 난무하는 교육현장에서
권희린
권희린
- B끕 언어 권희린 저 | 네시간
국어 겸 사서 교사인 『B끕 언어』의 저자는 거친 비속어가 난무하는 교육현장에서 왜 비속어를 쓰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비속어는 쓰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쓰려면 알고 써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B끕 언어』에서 다뤄지는 70여 개의 비속어는 우리 일상의 언어처럼 자리 잡은 단어들로, 사전적 의미를 따르기보다 저자만의 언어로 재해석되고 있다. 또한 구체적으로 낱낱이 파헤쳐지는 비속어의 어원과 의미 등은 알고 나면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기도 한다.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공감이 갈 만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비속어의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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