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고전의 오해, 당신만의 밑줄을 그어라
1920년대 뉴욕과 그 사이를 떠도는 남자의 야망과 사랑, 성공과 몰락의 일대기를 그려낸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베스트셀러였고, 21세기에도 그 명성을 이어가는 스테디셀러이다. 그러니 부담감을 내려놓고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소설을 꼼꼼히 읽어 내려갈 필요가 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를 본 이후건, 보기 전이건 그건 필요하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당연히 감독의 취향대로 변하기 마련이니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를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라고 오해하진 말자.
글ㆍ사진 최재훈
20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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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알고 있지만, 사실은 대부분 모르는 이야기. 다들 이해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지만 탐독하진 않은 이야기.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읽어야 한다고 믿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부담을 먼저 느끼는 이야기. 고전에 대한 오해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의 개봉과 함께 갑자기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도 그런 고전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오래 묵은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마냥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1920년대 뉴욕과 그 사이를 떠도는 남자의 야망과 사랑, 성공과 몰락의 일대기를 그려낸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베스트셀러였고, 21세기에도 그 명성을 이어가는 스테디셀러이다. 그러니 부담감을 내려놓고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소설을 꼼꼼히 읽어 내려갈 필요가 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를 본 이후건, 보기 전이건 그건 필요하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당연히 감독의 취향대로 변하기 마련이니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를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라고 오해하진 말자. 2013년 극장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본다는 것은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에 바즈 루어만이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만 읽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사랑이 죽음의 결말로 내닫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과정에 매혹된 많은 제작자들과 감독들은 원작 소설을 수차례 영화화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버전은 잭 클레이턴이 연출하고, 로버트 레드퍼드가 개츠비를 연기한 1974년 작이지만, 그에 앞서 1926년 허버트 브레넌 감독에 의해 흑백 무성영화로 제작된 이후 1949년 엘리엇 누젠트 감독이 연출한 버전, 2000년 영국 TV 드라마 버전도 있다. 2013년 <위대한 개츠비>는 바즈 루어만에 의해 또 다른 생명을 얻었다. 1996년 <로미오와 줄리엣>, 2001년 <물랑 루즈>, 2008년 고풍스러운 대작 <오스트레일리아>를 통해 아름다운 풍광 속 시대를 담아내었던 바즈 루어만의 21세기 ‘개츠비’는 어떤 모습일까? 바즈 루어만이 바라본 개츠비의 세계는 로맨스 블록버스터 3D이다. 그렇게 그가 바라본 1920년대의 뉴욕의 <물랑 루즈>의 파리만큼이나 화려하고 낯설다.




영화 제작이 발표되면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캐스팅이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개츠비의 캐릭터와 내면은 매주 복잡하다. 개츠비는 마치 신기루를 손에 잡기 위해 집착하다 길을 잃는 캐릭터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 성공에 인생을 거는 남자 역할을 위해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물론 섬세한 내면 연기도 필요하다.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1세기 ‘개츠비’가 되었다. 이제 중년의 면모를 가졌지만, 여전히 소년의 열망이 남아있는 그의 눈매는 개츠비의 허망한 야망을 표현하기 제격이다. 드라마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를 위해서는 믿음직하고 신뢰할 만한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디카프리오의 추천으로 토비 맥과이어가 캐스팅되었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직접 사건에 개입하기 보다는 관찰자로서 선뜻 물러나 있는 캐릭터에 그는 아주 잘 어울린다. 가장 어려운 것은 개츠비가 인생을 걸만큼 매력적인 데이지의 캐스팅이었다. 나탈리 포트먼, 스칼렛 요한슨, 키라 나이틀리 등 거론된 여배우를 제치고 데이지 역할을 캐리 멀리건에게 돌아갔다. 같은 여배우들을 제치고 데이지 역을 차지한 건 <쉐임>의 캐리 멀리건이었다. 그녀는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이기적이고 연약한 21세기 데이지가 되었고, 꽤 성공적이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원작을 뒤틀거나 새롭게 보는 도전은 하지 않았다. 주인공 개츠비와 데이지의 이야기는 원작 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의 사촌이자 개츠비의 이웃인 잭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1차 대전이 끝나고 대공황을 맞이하기 전인 1920년대 미국 동부가 배경이다.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지독한 가난과 미천한 신분 때문에 헤어지고만 상류층 여자 데이지(캐리 멀리건)을 되찾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은 순정남이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에 집착한다. 그리고 이미 결혼한 데이지의 집 건너편 해변에 저택을 지어, 그녀가 우연히 찾아오도록 매일 떠들썩한 파티를 벌인다. 마침내 만난 데이지는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개츠비는 데이지와 함께 떠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이 완벽해질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데이지의 사랑은 절대적이지 않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자신의 삶 전체를 뒤흔들 생각이 없다. ‘나는 영원한 사랑의 기념비가 아니라 그저 사람이에요!’ 데이지가 그의 사랑을 외면하는 순간, 개츠비의 세계는 한 번에 무너진다.


3D 화면, 2D 캐릭터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MTV 양식으로 연출되어 올리비아 핫세를 떠올리게 하는 ‘고전’의 그늘에 가려진 셰익스피어 원작의 관능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자극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뮤지컬 형식으로 그려낸 <물랑 루즈>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각광받았다. 아쉬운 점은 <위대한 개츠비>에는 앞선 두 전작을 뛰어넘을 만한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개츠비의 저택은 디즈니 월드의 테마 파크처럼 인공적이고, 제이지나 비욘세 등 21세기 뮤지션이 참여한 음악은 <물랑 루즈>에서 흘러나온 마돈나의 노래 같이 예상을 뒤흔드는 매력대신 이질감을 드러낸다. 이것은 우리가 바즈 루어만이라는 감독의 스타일에 너무 익숙해져서인 탓도 있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초반부에 너무 몰려있어, 마치 놀이기구를 다 타고 남은 시간을 빈둥거리듯 중후반부의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1925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 된 이유는, 2차 대전 이후 주가가 폭등하여 돈이 흘러넘치고 자유분방하며 재즈와 파티가 연일 이어지는 과잉의 도시,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사람들이 모이는 신기루였던 당시의 사회상을 개츠비라는 로맨티스트의 사랑에 대비해 담아냈기 때문이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원작의 시대적 성찰 보다는 개츠비라는 로맨틱한 남자의 일생을 기교와 테크닉을 동원하여 가시화하는데 집중한다. 3D라는 모험일 수도 있는 영화의 형식을 통해 화면의 입체감을 얻은 것에 비해 <위대한 개츠비> 속 인물들이 다소 평이하게 보이는 점은 크게 아쉬운 점이다. 21세기에 왜 우리가 <위대한 개츠비>를 3D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고민이 화려한 형식에 갇힌 셈이다. 또한 원작 소설을 통해 그려졌던 당시 사회의 도덕적인 타락과 그에 대한 성찰이 영화에서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바즈 루어만이 밑줄 그어놓은 <위대한 개츠비> 대신 당신이 밑줄 그어가며 읽는 당신만의 독서를 권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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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만 #스콧 피츠제럴드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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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5.31

개츠비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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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민

2013.05.24

이 영화 보기전에 제대로 읽어보려고 책을 구매했어요. 이 글 읽으니까 빨리 완독하고 영화로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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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smfm

2013.05.23

영화에는 한 남자의 희망과 좌절보다는 '사랑'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영화로써의 재미는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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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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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스콧 피츠제럴드

미국의 소설가이며 단편 작가이다.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 그중에서도 1920년대 화려하고도 향락적인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무너져 가는 미국의 모습과 ‘로스트제너레이션’의 무절제와 환멸을 그린 작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등과 함께 20세기 초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작품과 생애,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인물이다. 1896년 9월 24일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자퇴 후, 군에 입대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1919년 장편소설 『낙원의 이쪽』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25년 4월, 피츠제럴드는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완성했는데, 1920년대 대공황 이전 호황기를 누리던 미국의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전후의 공허와 환멸로부터 도피하고자 향락에 빠진 로스트제너레이션의 혼란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작품에서 청춘의 욕망과 절망이 절묘하게 묘사되고 있다. 세계적인 명작으로 연극,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다루고 있다. 헤밍웨이는 “이토록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앞으로 이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라며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T. S. 엘리엇은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이 내디딘 첫걸음”이라고, 거트루드 스타인은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로 동시대를 창조했다.”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데뷔작 『낙원의 이쪽』의 절반도 팔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죽은 후 재조명되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장편소설로 『밤은 부드러워』, 『마지막 거물의 사랑(미완)』, 『말괄량이와 철학자들』, 『낙원의 이쪽』,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사람들』, 『재즈 시대의 이야기들』, 『위대한 개츠비』, 『얼음 궁전』, 『밤은 부드러워』, 『기상나팔 소리』등을 비롯해 중단편 160여 편을 남기고 1940년 12월 21일 4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