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돌』, 『태양의 탑』,『룬의 아이들』 그리고 최근 출간한 『전나무와 매』와 『상속자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표 판타지 작가 전민희가 쓴 소설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널리 사랑받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대만, 태국 등에서도 그녀의 작품이 번역되었다. 아마존 재팬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1위, 야후 재팬 선정 '2006년 가장 많이 읽힌 소설'등에 오르기도 했다.
판타지라는 특성상, 전민희 작가의 작품은 RPG 게임과 인연을 맺어왔다. <4leaf>, <테일즈위버> 시리즈의 배경 세계와 캐릭터 설정을 맡았고 최근에는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송재경 대표와 함께 ‘아키에이지’라는 게임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장르 소설은 종종 있었지만, 게임 개발 초기부터 유명 작가가 직접 참여한 경우는 많지 않은데 ‘아키에이지’가 바로 그러한 게임이다. 전민희 작가의 근작, 『전나무와 매』와 『상속자들』은 아키에이지 연대기 시리즈로, 게임 아키에이지의 원작이다.
게임 ‘아키에이지’
‘아키에이지’ 게임 개발 처음부터 참여했다. 정식 서비스를 한 지 1개월인데, 근황이 궁금하다. 게임이 출시되었으니, 조금은 한가해졌겠다.
한가할 일은 한동안 없을 것 같다. 조만간 아키에이지 종족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4종족의 메인 히스토리를 작업했다. 새로운 종족을 추가하려면 내가 먼저 작업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에 쓰고 있는 『태양의 탑』 집필 작업을 했다. 중국 출간 발표회에 다녀왔고, 기타 홍보 관련 일정도 소화하고 있다. 경복궁 옆 서촌마을로 이사왔다. 이 동네에 3년 살았다. 그 전에는 여기 저기 이사하는 걸 좋아했다. 여기 오고 나서는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이를 낳아서일 수도 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이웃분이 예뻐 한다. 마을에서는 전민희 작가가 아니라 누구 엄마로 더 유명하다.
‘아키에이지’는 송재경 대표의 복귀작이라는 점, 전민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다는 점 등으로 출시 전부터 화제였다. 게임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워낙 방대한 게임이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장르는, MMORPG다. 세계가 있고, 그 안에서 유저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캐릭터를 키운다. 기존 MMORPG와 다른 요소는, 생활과 관련한 활동이 많다는 점이다. 가령,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게임 속에서 귀농한다는 표현을 하는데, 농사를 지어서 농작물을 거래할 수 있다. 기존 게임에서는 보통 전투로 레벨업을 했는데, 아키에이지에서는 이러한 생업만으로 레벨업이 가능하다.
유저가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으니,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 볼 수 있나.
사실 자유도는 옛날 게임이 더 높았다. 울티마 같은 게임은 월드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유저가 알아서 해야 한다. 요즘 유저들은 게임을 그렇게 만들면 부담스러워한다. 최근 게임은 테마파크형 게임이 주를 이룬다. 학교에서 1학년을 마치면 2학년, 3학년, 4학년으로 이어지듯 게임도 그렇게 설계한다. 아키에이지는 이러한 요소에 자유도가 높은 옛날 게임의 장점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게임 시나리오 작업을 여러 차례 했다. 아키에이지 작업은 어떤 계기로 참여했나.
계기랄 것도 없고, 그냥 느닷없이 연락을 받았다. 기존에 작업한 게임인 <테일즈위버>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내 작품이 원작인 작업만 한다. 무슨 뜻이냐 하면, 게임을 먼저 만들고, 이후에 스토리 붙이는 경우도 많다. 나는 오리지널 세계를 먼저 만든 뒤, 게임 작업에 참여한다. 게임 시나리오와 영화 시나리오 작업은 다르다. 아키에이지 송재경 대표는, 원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를 만들어줄 작가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개발자다. 송 대표가 만든 리니지도 만화가 원작이었다.
오해하곤 하는데 나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는 아니다. 그분들 전문 영역이 있다. 메인 스토리는 내가 만들지만 나머지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들이 직접 만든다. 월드 하나를 만드는 작업은 매우 방대한 일이다. 영화는 2시간이지만, 게임은 유저가 들어 와서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이런 디테일한 면을 책임지는 게 게임 시나리오 작가다.
아키에이지 연대기 중 『전나무와 매』,『상속자들 상』이 나왔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아키에이지 연대기만으로 40권은 나올 분량이라고 밝혔다. 이 두 권을 읽어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 두 권은 아키에이지 연대기의 주인공인 진과 로사가 어떻게 만나는지를 이야기한다. 본격적인 모험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소설로는 어떻게 아키에이지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가. 정말 40권을 쓸 생각인가.
우선, 40권 쓰는 게 쉽지는 않다. (웃음)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전나무와 매』와 『상속자들 상』 사이에 시간이 뜬다. 그 사이 이야기를 일부러 비워놨다. 아키에이지 연대기에는 진과 로사, 12명 원정대 일원이 등장한다. 그 이야기를 다 쓰자면, 너무 많다. 주요 사건만 스포트라이트 할 것이다. 『상속자들』은 하권으로 끝난다. 나머지 이야기는 1권, 혹은 2권 이런 식으로 짧게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각 편의 이야기가 완결이되, 인물은 계속 나온다. 영화로 보자면 어벤져스 1이 나오고 어벤져스 2가 나오는 방식. 12명 중 진과 로사가 중요 인물이다. 다른 인물을 진과 로사 비중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소설, 즐거워서 쓰기 시작하다
장르소설 쪽으로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글쎄. 다른 작가에게도 계기라는 게 있을까 싶다. 처음 소설을 쓴 기억은 초등학교 2, 3학년쯤이다. 4학년 때 기존에 쓰던 걸 모아 단편을 썼고 담임 선생님께 가져갔다.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고, 선생님 책상 고무판 밑에 숨겼다. 당시 선생님은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해 주더라. 그즈음에 뭐든 쓰려 했다. 발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 때도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든지, 이어서 더 쓰고 싶다든지 하는 경험.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들 때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생각했다. 내가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뒷이야기를 쓸 게 아니라 처음부터 써 보자는 인식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글 쓰는 법을 배우지도 않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내가 즐거우면 됐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때 가장 문제는 노트가 부족한 것이었다. 새학기가 되면, 기존에 썼던 노트는 안 쓰지 않나. 그런 노트 뒷면에 글을 썼다. 삼촌과 함께 살았는데, 대학생이었다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중에는 학생을 가르쳤다. 리포트를 당시에는 원고지로 받았는데, 보통은 굳이 다시 돌려주지 않는다. 그 리포트 뒷장에도 썼다. 당시 썼던 흔적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잘 썼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즐거워서 썼다. 처음에는 친구에게 안 보여줬다. 중학교 때부터 보여주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친구 중에 팬도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쓸 때는 이대로 써서 명작이 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모두 연습이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을 책이었다. 나 자신이 발전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내 글이 출간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판타지가 외국에는 있었으나, 한국에는 생소했다.
어릴 때부터 쓸 때 자료조사를 많이 했다. 제일 많이 참고한 게, 영한 사전이다. 거기에 이야기가 참 많다. 단어를 찾으려 펼쳤는데, 엉뚱한 걸 찾는다. 그럴싸해 보이는 지형, 식물이 나오면 연습장에 다 기록했다. 그렇게 자료집을 만들었고 지금도 조금 남아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주변에 팬이 있었으니 나중에 작가가 되겠다는 예상을 어렴풋이 했겠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이야 장르 소설만의 문법이 있고, 그것을 즐길 토양이 갖춰졌지만 당시만 해도 내가 쓰는 이런 소설은 출간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다른 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많이 썼다. 예를 들어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있다고 치자. 내가 러시아에 가 보기 전까지는 미완인 작품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아예 사람이 갈 수 없는 세상을 쓰게 되었다. 기이하게 쓰는 방법을 완성한 것이다.
PC 통신에서 포털,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이 즐기는 콘텐츠 형식도 달라지는 듯하다. PC 통신에서 대세가 장르 소설이었다면, 포털과 모바일에서는 웹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웹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이미지보다는 텍스트가 친숙해서 웹툰이나 만화책은 잘 안 본다. 이런 흐름에 대해서 고민은 많이 한다. 유행이라는 게 있긴 하겠지만 독자마다 취향은 다를 것이다. 나도 다음에서 연재 제안을 받았고. 나뿐 아니라, 다양한 작가가 네이버와 다음에 연재하고 소설로 출간하기도 했다. 방식은 바뀌고 있겠지만, 아직 방식이 내용에 변화를 주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다.
웹툰은 모바일 시대를 맞다 더 흥행하는 듯하고, 장르소설은 이북 쪽으로 많이 출간한다. 그런데 아직 전민희 작가의 작품은 전자책으로 나온 게 없더라. 전자책에 대해서 혹시 거부감이 있나.
한국이 시작은 매우 빨랐다. 잘 안 됐다. 초기에 전자책을 만들던 몇몇 회사가 사라지면서, 파일이 돌아다니는 사태도 있었다. 많은 작가가, 특히 장르 쪽 작가가 불법복제로 피해 받았다. 나도 싫었다. 금전적인 문제, 이런 것보다 옛날에 쓴 『세월의 돌』 연재본이 돌아다니는 거다. 뭐 이렇게 못 쓴 게 돌지, 하는 부끄러움 때문에 싫더라. 지금은 그런 것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분노하고 있지는 않으나, 당시 경험 때문에 이북에 대해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었다.
작년부터 시장이 많이 커진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전자책 시장에서 뒤처진 느낌이다. 다른 나라 전자책 시장이 오히려 한 발 더 앞서지 않나. 한국에서 앞으로 전자책 시장은 더 좋아질 것이다. 당연히 내 작품도 전자책으로 나올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표준화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창작하는 시대, 문학 개념이 넓어져야
일부에서는 여전히 순수문학과 장르소설을 구분하고 싶어 한다. 문학관을 얘기해 달라.
문학이라든가 예술이라든가, 이런 개념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 순수문학, 이러한 개념은 굉장히 정교화되고 다듬어진 개념이다. 여기에 맞는 소설이 순수문학 작품인데, 이제 사람들은 점점 이런 소설을 덜 읽는다. 이제는 위대한 명작만, 좁은 정의의 문학만이 존재하는 시대는 지났다. 문학의 의미, 용도가 달라졌다. 이걸 실용적이라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최초의 문학, 이야기가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만든 것이다. 지금 정교하게 발전한 문학은 예술품이고, 누군가가 지속해서 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 표현의 양식으로써, 장르소설이든 웹툰이든 다양한 창작물이 생겼다. 일종의 자기 치유나 통과졔의의 역할이랄까. 예전에는 소수만이 창작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창작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표현하고 싶어 한다. 예전에는 종교가 이 역할을 맡았지만 이제는 종교 힘이 약해졌다. 창작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창작함으로써 자신을 치유하기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세계가 변했고, 사람들 인식이 변했다.
영화 시나리오 제안도 많이 받지 않나?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해 본 적은 없다. 제안을 받은 적도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같이 2차 세계를 다루는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나오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반면 게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정말 한국은 자랑할 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내 작품이 2차 세계를 만들어내는 창작이고, 2차 세계를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 게임 정도다. 독자들 중에도 영화화를 희망하는 팬이 있지만, 아직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청소년이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인,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가 논란거리다.
뭐, 예전에는 성인도 밤거리를 다닐 수 없었다. 사회가 퇴행할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부모들이 법적인 조치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많은 부모가 바빠서 시간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한다. 다만, 이런 퇴행이 계속 가지는 않을 거다.
소설 쓰는 작업, 게임 시나리오 참여하는 작업 중 어느 게 좋나.
소설이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다. 그 분들 영역 배워보고 싶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런 영역에 발을 뻗치면 나의 독자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 일단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잘 할 것이다.
판타지 말고, 다른 글을 쓸 생각은 없나.
한국이 배경이 된 연애 소설을 쓰면 드라마화, 영화화 하기도 좋다. 판타지 쓰다, 그런 소설 쓰면 배신이다, 이런 생각은 없다. 다만, 아직 그걸 잘 쓰는 사람의 문법을 모른다. 로맨스에는 로맨스 문법이 있다. 한편으로는 논픽션을 쓰고 싶다. 여행을 했거나, 아이를 키우거나 일상사의 실제 이야기 말이다. 써 보려 해도 잘 안 되더라. 쓰고 블로그에 가끔 올리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금 작가가 안 되었다면, 뭘 했을까?
정외과를 전공했다. 문학이 아니라 논리적인 글을 써야 하는 학문이다. 논설문 쓰는 게 시험이었다. 대학 때 이런 커리큘럼을 잘 받아들였다. 그래서 대학 친구들이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소설 웬 소설?" 이런 반응이었다. 만약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논리적인 글을 써야 하는 분야에 있지 않았을까. 문학적인 글, 논리적인 글, 둘 다 즐겼다.
모두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해진다
바쁘겠다. 집필, 게임 시나리오 참여. 가정에서는 가사. 슈퍼 우먼이 되어야 할 텐데.
집에 고양이도 키우고 있어서 가사일이 많다. (웃음) 스트레스 안 받으려면 행복하면 된다. 지저분해도 행복하고, 글 못 써도 행복하면 된다. 아니면 스트레스 받는다. 다 잘 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으로 살면 행복하지 않다. 다 잘하고 싶지만, 절대 모두 잘 할 수는 없다, 이런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글 막힐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여행을 좋아한다. 아이 낳기 전까지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낳고부터는 여행 한동안 못 갔다. 갔던 생각을 하며 재충전한다. 두브로브니크에 갔는데, 좋았다. 거기에 주황색 주택 단지가 있다. 지금 사는 곳 근처 빌라촌이 비슷한 색이다. 그런 광경을 보며 '내가 두브로브니크에 있군.'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남들 보기에는 전혀 안 비슷한데, 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상상력을 굴리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 판타지 작가의 마인드콘트롤, 이라고 해야 할까. (웃음)
팬층이 많다. 이중에는 안티도 있다. 안티팬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그분들 서로 분쟁한다. 내가 원하는 뒤편을 써달라, 싸우기도 한다. 일단 그분에게 죄송하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렇게도 못한다. 이분들은 아직 와서 내게 욕을 해 주시니, 감사하다. 북경에서였다. 출간 기념회 끝나고 나서 어떤 사람이 『룬의 아이들』 대만판을 내밀며 사인해 달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룬의 아이들 3부는 언제 나오느냐고.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었다.
책 많이 읽는다. 요즘 어떤 책 읽나.
다양한 책을 읽는다. 한 번에 다 읽지 않는다. 작업하는 테이블 옆에 항상 책이 있다. 컴퓨터 로딩할 때도 본다. 작년에 『열하일기』를 읽었다. 3권 완역판이었다. 굉장히 재밌다. 우리가 중국을 생각할 때, 현재의 중국이나 무협의 중국을 떠올리지, 청나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청나라에 대한 감이 없는 편인데, 나는 이런 책을 읽고 세계를 구성해 본다. 아, 이런 느낌의 세계가 있었구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정서가 느껴지더라. 이런 부분이 내가 쓰는 소설에도 많이 반영된다. 논픽션 읽는 게 더 재밌다.
주 독자층이 청소년, 대학생이 많다. 이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난감한 질문이다. 나 자신이 현명하다 생각하지 않고, 조언을 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뭔가를 만들어 보라는 당부를 전하고 싶다. 그게 작품이든, 아이든. 아이를 낳고 보면, 죽는 게 무서워진다. 그전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아키에이지 연대기 중 주요 테마가, 죽음이다. 어떤 곤충이나, 연어는 알을 낳으면 죽어버린다. 재생산을 하는 순간, 죽음과 가까워진다. 그렇다고 안 낳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없던 걸 만들어냈고, 이제 죽을 운명이다, 이런 느낌을 받아 보면 좋겠다. 아마, 여성 대부분은 아이 낳는 순간 이런 경험을 할 것이다.
- 상속자들
- 전민희 저 | 제우미디어
7년간의 구상 끝에 완성된 『상속자들』은 『전나무와 매』와 함께 ‘아키에이지 연대기’라는 거대한 세계 속의 연작으로 『전나무와 매』로부터 3년 뒤, 전 세계의 지식인들이 몰려드는 ‘위대한 도서관의 도시’로 불리는 델피나드에서 인간이 차지해서는 안 되는 권능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과 우정, 로맨스를 위대한 도서관의 풍경과 뒷골목의 유쾌한 일상사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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