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온통 남자, 남편, 시댁 관계 투성이인데…
정신과에 중학생이 상담을 오는 경우, 사춘기에 부모나 학교에서 겪는 갈등이 가장 흔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친구 간의 갈등, 왕따 문제가 많이 늘었죠. 친구 문제로 오는 학생들은 대개 비슷비슷한 주제입니다. 여기에도 남녀의 차가 뚜렷한데…
글ㆍ사진 송형석
201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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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학생 때는 남자애들하고 잘 놀았어요. 여자애들하고는 왠지 얘기가 잘 안 통하고, 답답하더라고요. 남자애들은 시원시원해서 좋았는데.”

“상담하러 오는 남자들은 감정 표현을 잘 못해요. 회사 일이 많다, 허리가 아프다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만 하죠. 운동을 해야 하느냐, 약을 먹어야 하느냐 식으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질문합니다. 그에 비해 여자들은 감정 묘사만 해요. ‘머리가 어떻게 아프세요?’라고 물어봐도, 어제 시어머니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때 자기 기분이 어땠는지 한참 설명하다가 ‘그래서 머리가 아파요’라고 결론을 맺죠. 어떻게 아프냐고 물었는데 말이죠. 말은 많이 했는데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죠.”

“하하, 맞아요. 여자애들이 좀 그렇죠? 그래서 남자애들이 좋았어요. 말하면 딱 결론이 나잖아요. 그래서 남자친구가 많았는데, 나이 먹고 나니까 남자애들은 거리감이 있고, 여자친구들은 몇 명 안 남아 있고……. 약간 외롭더라고요.”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도 본인에게 남자처럼 단순하거나 성급한 면이 있었던 거죠. 나이가 들면서 여성적인 측면이 생기면 잘 맞는 스타일도 달라집니다.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친구는 나이에 따라 계속해서 생기니까 조급해 마세요.”
정신과에 중학생이 상담을 오는 경우, 사춘기에 부모나 학교에서 겪는 갈등이 가장 흔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친구 간의 갈등, 왕따 문제가 많이 늘었죠. 친구 문제로 오는 학생들은 대개 비슷비슷한 주제입니다. 여기에도 남녀의 차가 뚜렷한데, 남학생이 내원하면 대부분 다른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거나 혹은 다른 애들을 괴롭히는 경우 중 하나입니다. 누가 더 강한가를 한창 따질 나이라서 약자를 향한 공격성을 잘 제어하지 못합니다. 사실 저는 왕따 문제를 동물적 본능 차원에서 보기 때문에 조절하기 힘든 것으로 봅니다.

여학생도 비슷하지만, 보통은 배신당했거나 친구들이 자신을 따돌리는 등의 고민이 대부분입니다. “제 친구 수영이가 유리 성격 이상하지 않느냐고 해서 제가 그렇다고 했는데요, 수영이가 유리한테 가서 제가 자기 욕했다고 한 거예요. 그러고는 지네들끼리 저를 따돌려요.” 수영이가 배신자인지, 따돌려진 학생이 배신자인지는 영원한 수수께끼입니다만, 유리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말을 함부로 던지는 수영이와 배신당한 아이는 서로 역할이 바뀌면서 오곤 합니다. 여자들은 타인들과 내가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최근에 읽은 남녀 차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남자는 권력을 위해서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여자는 네트워크를 위해서 권력을 이용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정말 명확하게 잘 묘사한 말입니다. 남자는 외부의 자극을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 우월한지 열등한지를 묻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도 전투 혹은 파워의 순위를 매기는 만화들에 반응하죠. 사람들과의 관계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유지한다는 느낌으로, 정서를 교류하기보다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휴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배후에 있습니다.

그에 반해 여자는 내가 타인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정감을 줍니다. 상대방에게 믿음을 줬으면 자신도 믿음을 받아야 안심이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불안해져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여자들의 관계는 남자들에 비해 동등한 경우가 많고, 남자들이 상하를 따지는 상황을 불편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남자다보니 여자 쪽은 다분히 추측성도 있습니다. 남녀 차 이야기는 상대적인 경향 정도로 읽어 주세요.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정도가 되면 대개 이성적이고 예의 있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왕따나 폭력이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문제 청소년이 더 심각해질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확률은 줄어들게 되죠. 다만, 해결되었다기보다는 내면으로 숨어들어간 경우가 많아서, 사람을 피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느껴 수동적으로 움직이거나, 학교생활을 포기하기도 하고, 겉으로만 친근한 듯 연기하기도 합니다. 이 나이부터는 상담을 받으려는 성비율도 여자가 많아지기 시작하는 반면, 남자들은 의사와의 상담도 자신에 대한 체벌이나 경쟁 같은 느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도 고등학교까지는 관계에 강제성이 있습니다. 내가 싫어도 다른 아이와 같이 ‘학교’라는 임무를 해내야 하니까. 단순히 다니는 것만으로도 같이 수행하는 효과가 있다는 걸 학생 때는 잘 못 느낍니다. 자유로워진 20대부터는 자신에게 관계 의지나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해지는데, 이때 정체되면 이후로도 내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 취직할 나이가 되면, 남자들의 고민은 똑같습니다. 취직이 안 돼요, 취직은 했는데 맘에 안 들어요, 직장이 너무 힘들어요, 이번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퇴직했어요, 끝. ‘직장’을 ‘돈’으로 바꿔도 의미는 마찬가지입니다. 남자들이 하는 고민의 거의 90% 이상이 이 고민들입니다. 남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세세한 감정 때문에 고민하기보다는, 자신이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느냐 없느냐, 인정받느냐 받지 못하느냐가 고민입니다. 너무 단순해서 바보 같다고 느껴질 때도 많아요. 이런 경우 무조건 욕심을 버리라고 하기보다는, 인정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해 논해 봅니다. 인생이 꼭 한 길밖에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여자들은? 결혼 전엔 남자관계, 결혼 후엔 남편과의 관계, 시댁과의 관계, 조금 있으면 애들과의 관계, 애들 친구 엄마와의 관계……, 관계 투성입니다. 남자들의 뻔한 고민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많고 재미도 있습니다만, 사소한 오해나 뉘앙스에 집착하며 아집을 쌓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죠. 이런 경우, 저는 좋은 인간관계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해체시켜 줍니다. 믿음을 산산이 깨주는 대신 자기 자신의 행복 자체에 좀 더 집중할 것을 권유합니다.


Dr. MAD의 심리학 노트

제가 대학생 때는 ‘남녀는 달라’라는 말을 하기가 은근히 힘들었던 때입니다. 왜냐고요? 그러면 여자들이 화냈으니까. 남녀에 차이가 있다는 말 속의 남녀 차별의 이미지 때문에,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힘들었던 거죠. 지금도 인종 간의 특성 연구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거나, 정치 얘기만 나오면 흥분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예전엔 주먹구구식으로, 수십 년 된 이론으로 성을 얘기했다면, 요즘은 뇌 기질적으로 남녀 특성이 확실하다는 증거가 확실해지면서, 남녀 간의 차이를 제대로 토의할 수 있게 된 느낌입니다. 남자는 창조성이나 진취성이 있되 경쟁, 섹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죠. 여자는 안정적이고 학습에 뛰어나지만, 예민하고 과 경계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앞으로 수십 년간 정착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분명히 다음 세상은 남자, 여자 누군가 더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불필요한 불행을 느끼지 않고 사는 세상이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추상적인 생각 이상이 필요하죠. 이해보다는 ‘인간 심리에 대한 학습’이라는 구체적인 태도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어설픈 타협보다는 ‘손해를 감당하는 양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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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게 힐링 송형석 저 | 서울문화사
현대인들의 불안심리가 확대되는 만큼 이 문제를 다루는 심리학 관련서들 역시 우후죽순으로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나치게 딱딱한 심리학 이론에서 접근한 어정쩡한 이론서이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게 다이제스트한 심리 테스트 수준의 책들이 상당수이다. 이에 방송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전작으로 심리학서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는 저자의 유쾌한 시선을 바탕으로, 실제 상담사례집을 보는 듯한 생생한 내용과 만화를 접목시킨 방식의 색다른 심리학서를 선보인다.

 





송형석 저자의 심리학 이야기

[ 위험한 심리학 ]
[ 위험한 관계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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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게 힐링 #송형석 #심리
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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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heaeun

2013.02.15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조금만 배려한다면 큰 트러블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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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0307

2013.02.08

송형석 님의 책 꼭 읽고 싶어졌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강제적으로 한 반에서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대학교에 오니 자유로워져서 살 것 같습니다. 지금의 관계 양상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전 정말 말씀하신대로 네트워크를 위해서 권력을 이용하는 쪽에 가깝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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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2013.01.31

남자는 권력을 위해서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여자는 네트워크를 위해서 권력을 이용한다
멋있네요 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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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석

초등학생 때 친구에게 만화를 그려 주고, 중학생이 되어 쇼팽 대신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에 열광하던 소년은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가 되었다. 팝 음악과 영화, 만화 등 대중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정신과 의사라는 본업 외에도 밴드 ASIDE에서 드럼과 신시사이저를 맡아 작곡을 하고, 만화를 그리고, 방송을 하며 장르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다.
MBC <무한도전>의 ‘정신감정 편’에 출연하여 날카로운 심리 분석과 예사롭지 않은 입담으로 주목받은 이후, MBC 라디오 <박명수의 두 시의 데이트><태연의 친한친구>, SBS 라디오 <이석훈의 텐텐클럽><김지선, 김일중의 세상을 만나자>, jtbc <별별 랭킹쇼><옐로우 박스> 등을 통해 방송인으로서도 활약을 보여 주었다.
고려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병원 정신과 전공의를 수료했으며, 소아청소년 강사 및 수면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마음과 마음’ 정신과 대표 원장으로,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심리학 자문을 맡고 있고, 예리한 심리 분석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위험한 심리학><위험한 관계학>을 썼다.
* 블로그 : http://blog.naver.com/drmad
* 트위터 : http://twitter.com/Asidesong
“삶이 괴롭고 우울할 때는 음악에 몰두하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여행을 가세요. 고독 속에서 자기 자신과 나눈 깊은 대화는 내 영혼을 살찌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