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인테리어 직접 꾸민 여인에 뜨거운 반응
그녀는 재주가 많다. 꽃을 다루고 공간 스타일링 공부도 했으니 신혼집을 꾸미는 일은 실력 발휘를 할 절호의 기회였다. 이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공사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수들까지 해결해 나가며 완벽하게 신혼집을 연출했을뿐더러, 리빙 스타일리스트로서 한걸음 나아갔다.
201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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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ㆍ백우종 부부의 108.9㎡ 아파트 주거 형태-아파트 크기-108.9㎡(계단식 33평) 구조_거실, 주방, 침실, 서재, 작은방, 욕실, 다용도실 현관 디자인&시공-스타일 by 혜나(blog.naver.com/carmel82) 총 비용-2천만 원(바닥 공사+도장 공사+타일 공사+창호 공사+욕실 공사+조명 공사+필름지 시공+기타) | ||||
그녀는 재주가 많다. 꽃을 다루고 공간 스타일링 공부도 했으니 신혼집을 꾸미는 일은 실력 발휘를 할 절호의 기회였다. 이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공사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수들까지 해결해 나가며 완벽하게 신혼집을 연출했을뿐더러, 리빙 스타일리스트로서 한걸음 나아갔다.
꽃을 공부하다가 공간 스타일링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최근 리빙 스타일리스트로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박혜연 씨. 두 번째 신혼집으로의 이사는 그녀에게 실력과 감각을 총동원해 멋지게 꾸미고 싶은 의욕을 갖게 만들었다. 가구를 비롯한 살림은 모두 갖춰진 상태였기 때문에, 새집에 맞춰 꾸미는 일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화이트 공간을 먼저 떠올렸다. 바닥은 어둡게 하고 패턴이나 컬러로 남은 부분을 스타일링 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이 집은 계약을 완료한 뒤 보게 되어서 맘에 안 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막상 와서 보니 맘에 들었고 특히 주방에 변화를 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수시로 모아 둔 인테리어 자료들을 보면서 콘셉트를 정했고,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에서 집을 꾸미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집의 골조를 바꾸거나 집 전체를 손대는 큰 작업은 아니었지만, 화장실만 해도 타일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주방 벽은 타일과 페인트를 반씩 시공하는 등 작지 않은 작업이었다. 무난하지 않은 도전을 하다 보니 곳곳에 생각지도 않은 난관이 숨어 있었다. 그녀의 새로운 디자인을 낯설어 하더니 결국 엉뚱하게 작업해 놓는 업자들까지, 문제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문적인 부분까지 절로 공부가 되는 기회이기도 했다.
컬러와 식물이 꾸미는 쾌적한 거실
안락한 공간은 사는 이에게 생활의 피로도를 낮춰 준다. 이 집의 거실이 그렇다. 우울한 기분을 잊게 하는 컬러풀한 소파와 작아도 존재감이 있는 화분과 꽃, 멋스럽게 놓여진 액자들……. 소파와 TV 배치도 앉았을 때 눈높이를 고려했다.
“소파는 특이한 색감이 마음에 들었어요. 더군다나 ‘액센느’라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 진드기가 살지 않는다고 하니 선뜻 선택하게 되었죠. 더운 여름철에도 피부에 달라붙지 않아요. 식탁 의자 커버도 같은 소재로 천갈이를 했어요.”
플라워 디자인을 공부한 박혜연 씨는 돈이 조금 들더라도 식물이 집에 놓였을 때 느끼는 기분을 알게 되면 집 안을 식물로 장식하는 것도 점점 습관이 된단다. 또 앞으로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를 합친 플랜테리어(planterior)가 점점 더 확산될 거라고 생각한다. 거실 인테리어는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벽에 거는 일이 남은 상태. 여성 잡지의 바닥재 시공 이벤트에 당첨되어 저렴한 비용으로 바닥재를 교체했다는 거실은 할 일은 남았어도 생각할수록 마음이 뿌듯해지는 공간이다.
주방의 평범함을 벗고 이국적으로 변신
그녀가 무척 좋아하는 공간이자, 손님들이 찾아오면 거실 대신 시간을 보내는 주방. 평수에 비해 크게 빠진 ‘ㄱ’자 주방을 보고 그녀는 공사 후 확연히 달라질 모습에 대한 가능성을 느꼈다. 전형적인 아파트 주방의 느낌이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공간을 계획하고 특히 주방의 벽면에 집중했다.
“우리나라 아파트 주방은 왜 다 똑같을까 고민해 보니 상부장 때문인 것 같았어요. 저는 그런 전형적인 이미지가 싫어서 상부장을 없앴죠. 일부는 세탁실에 재설치해서 수납장으로 잘 쓰고 있어요.”
빈 벽면에는 실용성을 따져 아래에 타일을 붙이고, 윗부분을 페인트로 칠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틀에 박힌 주방 인테리어를 벗어날 수 있었다. 공사 중에 탈도 났다. 페인트 회사의 시공 전문가에게 의뢰를 할까 했다가 일반 인테리어 업체의 인부에게 맡겼더니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았다. 결국 마무리는 그녀의 몫이 되었다고.
타일 시공에도 사연이 생겼다. 요즘 새로 생기는 카페에서 많이 시도한다는 터널 시공(타일을 엇갈려 촘촘하게 붙이는 방법)을 하는 중에 줄눈 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가 맘에 들어 시공을 마무리했다. 선반을 다느라 타일이 깨지는 불상사도 겪어야 했지만 볼수록 매력 만점인 주방이 되었다. 예전 신혼집 서재에서 쓰던 책상은 식탁으로 용도를 바꿨다. 엘리베이터에 실을 수 있는 최대의 사이즈로 직접 디자인해 만든 레드 파인 소재 식탁은 원목 가구만의 멋과 묵직함으로 주방을 채운다.
채광에 민감한 그녀는 다용도실이 영 불만이었다. 쪽창뿐인 공간이라 빛이 안 들어와 답답하고 어두웠기 때문이다. 벽을 허물고 싶었지만 내력벽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포기해야만 했다. 결국 문짝 중간 부분을 파내어 유리를 끼우고, 쪽창은 창틀을 없애고 유리를 끼우는 방법으로 그나마 전보다 채광이 좋아졌다.
언제나 보송보송한 건식 욕실
공사보다는 스타일링으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 대부분이어서 그녀는 욕실만큼은 특이하게 고쳐 보고 싶었다. 메인 욕실은 파우더 룸이 따로 있어서인지 상당히 좁았다.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블랙&화이트’ 콘셉트로 깔끔한 인상을 주는 선에서 공사를 마무리했다. 세면대와 변기만 갖춘 침실 안 욕실은 푸근한 옐로 컬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욕실에 페인팅을 하기로 결정하고, 외국의 욕실 이미지들을 찾아봤어요. 외국은 페인팅 마감이 대부분이라서 참고가 됐지요. 어두운 건 싫어서 밝은 컬러를 쓰고 싶었는데, 연한 그린과 옐로 중에서 고민하다가 따뜻함이 느껴지는 옐로로 선택했어요.”
침실 욕실은 바닥재를 깔아 단을 높여서 건식으로 바꿨다. 화장실에 축축하게 물기가 있는 모습이 싫기도 했고 부부 모두 외국에 살면서 건식 욕실에 익숙해 쉽게 결정을 내렸다. ‘젠다이’라고 불리는 세면대 앞 선반에는 거실 욕실에 쓰고 남은 블랙 타일을 붙였다. 그녀의 순간적인 재활용 아이디어였다. 그녀는 공간이 좁은데도 여전히 썰렁해 보이는 욕실을 어떻게 좀 더 꾸며야 할지 한창 고민 중이다.
머물고 싶은 서재
해가 잘 들지 않는 예전 집의 서재에는 발길이 가지 않았다는 박혜연 씨. 이사 오고 나서 새로 꾸민 서재는 하루 종일 햇살이 들어와 한가로이 오후를 보내는 등 공간 활용을 잘하게 되었다고.
“방문 옆에 붙박이장이 있었어요. 그것을 떼어 내서 공간을 확보했지요. 그런데 버리려고 보니 내부 수납 구조가 잘 되어 있어서 서재 베란다의 붙박이장 내부와 바꿨어요. 결국 이것도 재활용한 셈이죠.”
방 내부가 정리되자 책장을 놓고 부부가 마주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중간에 배치했다. 서재 벽 길이에 딱 맞는 책장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처음 제작할 당시 연결 부분을 나사로 조이지 않고 자르거나 분리할 수 있도록 끼워 만든 책장으로, 이사 오면서 벽 길이에 맞춰 한 뼘 정도 잘라낸 것. 책 크기에 맞출 수 있도록 선반의 높이를 다르게 하고, 시각적으로 보기 편하도록 가로 60센티미터 정도로 제작했다니 그녀의 꼼꼼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인테리어 카페에 올라온 그녀의 집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구, 소품, 그릇 할 것 없이 사람들은 궁금해 했고 박혜연 씨의 감각에 대해 칭찬하기 바빴다. 두 번째 신혼집이기에 기존의 살림살이와 잘 어울리는 집을 꾸며야 했고, 그와 동시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스스로를 위한 절호의 기회. 이론이 아닌 소위 현장에서의 과정을 지켜보며 그녀는 집을 꾸미는 한 여자로서, 그리고 인테리어 전문가로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로 비용도 절약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든 그녀의 감각이 놀랍다. 완벽한 인테리어도 정리 정돈을 안 하면 금세 엉망이 된다면서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야무진 새댁. 그녀가 리빙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길 기대해 본다.
- 신혼집 인테리어 임상범 저 | 나무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집 꾸미기에 관한 모든 것. 10평부터 30평대의 아파트, 빌라, 복층, 한옥, 단독주택 등 각양각색의 집에 북유럽, 빈티지, 모던, 내추럴 등 부부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콘셉트로 꾸민 신혼집들을 소개한다. 내 취향을 알아보는 인테리어 질문지, 좁은 집을 넓게 쓰는 법, 인테리어 플랜 짜기 등은 집 꾸밈의 준비 과정을 도와준다. 또 과감하게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거나 시공 업체와 손잡고 신혼집을 꾸민 스무 커플의 조언은 인터넷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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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상범
육아 전문 잡지 [베스트베이비]와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리빙센스]에서 12년 동안 일하며, 요리, 인테리어, 리빙 등 생활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거의 매달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고, 남의 집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져 1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집부터 위풍당당한 전원주택,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들어간 대한민국 상위 1%의 집까지, 무수히 많은 집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는 집에 방이 몇 개인지,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가 아니라 공간이 풍기는 냄새와 온도를 통해 집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집이란 사는 사람의 생활과 역사를 담아야 비로소 아름답고 넉넉해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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