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눈물> 김진만 PD “이 세상에 황제펭귄 새끼만큼 아름다운 존재는 없다” (2편)
여러분, 힘든 도전의 순간을 우리는 맞이하죠. 그런데 그게 조금 불편한 정도더라고요. 훈련 아주 편안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하죠. 하지만 이것을 견디면 안식, 성취감, 과정의 행복감이 오거든요. 도전, 까짓거 도전해보자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영어가 좀 약합니다. 특히 히어링이 약하거든요. 일단 웃으면 됩니다. 계속 이야기하면 늘 수밖에 없죠. 불편은 하지만 어렵지 않다는 거. 남극에서 그런 경험을 한 거죠.
글ㆍ사진 엘프에디터
201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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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만 PD 강연 1편 보기

 

몸이 수고로우면 마음이 자유롭다.

 

그다음 간 곳은 남극입니다.


모두가 떠난 남극의 3월에 들어오는 유일한 종족 황제펭귄. 제가 만났던 어떤 생명체보다 황제펭귄 새끼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었습니다.


세종기지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촬영이 가능하지만 그곳엔 황제펭귄이 서식하지 않아 다른 나라 기지의 도움을 받아야했고 일년 가까이 섭외를 했습니다. 100km 안에 위치한 미국 맥모도 기지는 2,000여 명이 사는 마을처럼 큰 곳이에요. 굉장히 가고 싶었지만 5년 동안의 예약이 다 완료된 관계로 당연히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세종기지의 도움을 받아 호주 모슨기지에 가게 되었어요. 그들이 제시한 조건은 먼저 영어가 완벽할 것, 호주 극지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건강 검진과 훈련을 통과할 것, 촬영팀이 아니라 기지 대원으로 참여할 것.


이 중 가장 어려운 조건이 뭘까요? (좌중 일제히 대답) 네, 영어죠. 호주영어. 그러자 송감독이 또 떠올랐어요. 송감독이 와이프와 맨하탄에서 산 적이 있거든요.

 

여러분, 힘든 도전의 순간을 우리는 맞이하죠. 그런데 그게 조금 불편한 정도더라고요. 훈련 아주 편안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하죠. 하지만 이것을 견디면 안식, 성취감, 과정의  행복감이 오거든요. 도전, 까짓거 도전해보자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영어가 좀 약합니다. 특히 히어링이 약하거든요. 일단 웃으면 됩니다. 계속 이야기하면 늘 수밖에 없죠. 불편은 하지만 어렵지 않다는 거. 남극에서 그런 경험을 한 거죠.

 




[ 아마존의 눈물 외전 ]
[ 어린이를 위한 아마존의 눈물 ]
[ 아마존의 눈물 ]

 

화면 보시면서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저희가 있던 곳은 49개 기지 중 가장 기후가 안좋은 기지였는데 블리자드 심했어요. 총 여섯가지 훈련을 받는데요 같은 훈련을 두 번 받았어요. 한 번은 직접훈련하고 그 다음엔 훈련을 촬영하는 거죠. 저기 보이는 저 사람이 스코트랜드 교관인데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호주대원들들도 힘들어하더군요.(웃음) 소통에서 중요한 부분은 유머에요. 그 곳에서 농담하고 개그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아무리 힘든 상황도 웃으면서 견딜 수 있으니까요.


11명의 대원이 나가서 황제펭귄 서식지를 찾는겁니다. 운좋게 답사 간 이튿날 황제펭귄들을 만났습니다. 이 친구들을 따라갔더니 서식지가 나왔어요. 황제펭귄이 돌아오는 남극의 계절에는 다른 생물들이 살질 않아요. 그래서 천적이라는 생각을 안하고 우리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매순간이 감동이었고 행복했어요. 문제는 춥다는 거죠. 커피나 녹차로 하루에 여서 일곱시간을 연명했고요. 추위 때문에 사람보다 장비 먼저 고장이 나기도 했습니다.

 

모슨 기지에서의 마지막 조건이 대원으로의 역할이었죠. 모슨 기지에서 그 사회의 언어를 하지 못하면 최하층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체험했죠. 우겨서 뉴스페이퍼 팀으로 갔다가 삼십분 안에 빨래하러 갔습니다. 회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더군요. (웃음) 송감독이 음식이 잘해서 송감독이 만든 한국음식을 시기한 주방장과 약간의 신경전도 있었고요. 맥주먹다가 호주 대원들도 새벽 두시에 신라면을 먹으면 속이 풀린다는 것도 알게 됐고. 일요일엔 짜파게티도 끓여먹고요.

 

이곳에서 상대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임을 알게됐어요. 몇 시간씩 대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다음날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1주일 촬영가자고 하면 보름, 3주 우리가 원하는대로 찍으라고 그쪽에서 먼저 배려합니다. 송감독에게 화나는 일이 왜 없었겠어요. 그래도 화남, 섭섭함을 함께 이야기하고 듣는거죠.

 

그래도 그곳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 펭귄이 태어나는 것을 본 순간도 있겠지만, 비행기가 우릴 데리러오는 바로 그 순간이죠. (좌중 폭소)

 

예전에 미국횡단 하면서 미국대륙은 인디언들의 땅임을 알게됐거든요. 호기심이 여행을 살찌웁니다. 언젠간 인디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로 하고 싶었는데,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기회가 왔고요.

 

흔히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죠. 남들과 다른 것, 결국 경험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험의 틀에 물이 가득차고 넘치면서 남다른 것이 나오는 거죠. 여행, 사람, 책, 창의적 발상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있을 때, 결국 여러분이 본 것에서 시작이 되거든요. 이것저것 막 하라는 게 아니라 자기에 맞는 경험이 중요하고요. MBC 신입채용 자기소개서를 보면 대부분이 박카스 국토대장정을 하더라고요. 그게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하거든요. 남들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폭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3.jpg

 

미리 받아본 질문에 대한 대답

질문

아까 다큐멘터리에서도 조금의 연출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결국은 소통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 같은데요. 자연다큐는 기다리는 일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기본적인건 찍지만 걸어오는 장면이나, 인터뷰를 다른 장소에서 한다거나 하는 연출은 다큐멘터리에서도 흔히 행해지는 데요. 본질은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큐가 객관적이지만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는 거거든요. 주관적인게 들어갈수밖에 없고요. KBS에서 방영한 BBC의 프로즌플래닛이라는 다큐가 있는데요. 거기에 북극곰의 동면장면이 나옵니다. 어떤 촬영팀도 찍지 못한, 거의 불가능한 장면이에요. 알고 보니 동물원에서 찍은거죠. 아텐브러라는 저명한 다큐멘터리언이 제작한건데, 인간이 찍을 수 없기에 가상의 상황을 준거에요. 아마존의 눈물에서 나온 분홍돌고래는 아마존에서는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 촬영이 불가한 관계로 수조에 넣어서 찍어야 했죠. 그런 경우 고지를 하고 연출하는 건 가능합니다. 정확한 룰이란건 없지만 그동안의 경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습득한 상식적인 선을 마련해야합니다..”

질문

눈물 시리즈를 보면 우리가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요. PD님이 보시기에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답변

사실 눈물시리즈는 문제 제기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래도 생각해보자면 일회용품, 대중교통 이용하기.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거죠. 그것과 함께 중요한건 ‘정보’죠. 환경이라는 정보는 여러명이 공유할수록 가치가 있고 힘이 잇습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화석에너지를 규제한다거나 하는. 쓰레기 종량제 결국 지켜지잖아요. 그러기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돈은 더 들겠지만 법과 제도를 정치권에 요구할 수 있는 것,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연이 끝나고, 김진만 PD는 곧 사인을 요청하는 수많은 인파들에게 둘러 쌓였다.(대다수가 여성들이었다) 인기를 실감케하는 광경이었다. 순간, 황제펭귄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던 그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면 지나친 연상일까.

 

현장을 나와 그의 따끈따끈한 신간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을 펼친 나는 꽤 오랜 시간 책장을 덮지 못했다. 책은 조근조근한 그의 언어로 쓰여진 강연의 연장 같았고, 간간히 첨부된 다큐멘터리의 일부 사진들은 전에 느꼈던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복기하기에 충분했다. 3년 간 지구 5바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만났을지 상상이 되는가. 그는 책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때론 사람이 세상의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역시 사람이 희망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기록을 통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어떤 이에게는 치유의 힘을 불어넣는 사람. 결국엔 사람이 희망이라는 진리를 일찍이 깨달은 사람. 진정한 휴머니스트 김진만 PD와의 유쾌한 시간이었다.

 

PS. 그의 책 곳곳에 있는 희노애락을 공감할 준비가 되었다면 당신 역시 이미 진정한 휴머니스트다.

 

#김진만 #남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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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2012.11.14

최근에 이 분이 쓰신 책도 나왔더라구요 :) 인터뷰 내용도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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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

2012.11.04

강연 내용은 같지만 질문이 다른 것 보니 조금 아쉽긴 하네요. 강연마다 주제가 달랐다면 좋았을텐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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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에디터

지금은 남의 목소리를 듣고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트위터 @tappings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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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MBC에 입사했다. [우리시대], [PD수첩], [휴먼다큐 사랑], [닥터스], [네버엔딩스 토리] 등을 연출했으며, 백상예술대상, 한국방송대상, 뉴욕 TV 페스티벌 금상 등을 수상했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 중 하나인 [아마존의 눈물]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 외에도 [남극의 눈물], [곤충, 위대 한 본능], [곰] 등을 연출해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다. 지은 책으로는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 『호모 미련없으 니쿠스』 등의 에세이와 동화 『엄마 곰이 아기 곰을 불러요』, 『펭귄의 집이 반으로 줄었어요』가 있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0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워낙 모범적으로 착하게 살아온 바람에 대학 생활 중 고시에 패스, 역시 모범적이고 착한 법관이 되려 했으나 보다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불현듯 피디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 것도 모두 피디의 업무라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졌던 것이다.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는 말이 매력적이었다. 내재된 끼를 살려 MBC 예능국에 입사, [남자셋 여자셋] 조연출을 맡게 되었지만 가슴이 뛰지 않는 바람에 교양국으로 적을 옮겼다. 뉴욕부터 LA까지 차를 몰고 대륙횡단도 했고, 80만원으로 한 달간 유럽을 걸어보기도 했고, 베트남에서 다국적 대학생들과 맥주잔을 앞에 놓고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태평양에서 낚시로 상어를 잡아보기도 했고, 칠레에서 밀입국자로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했고, 남해 이름 모를 어촌에서 늙은 어부와 회 한 접시를 놓고 질펀한 인생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피디로 사는 동안 늘 가슴 설레는 일을 선택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정글 한복판에서 원시의 삶을 살아가는 조에족과 남극 대륙에서 홀로 겨울을 견디는 황제펭귄을 만났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 중 하나인 [아마존의 눈물]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남극의 눈물] 역시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속에 극장판 3D 영화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로 재탄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