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여주인공을 닮은 그녀, 유발이의 소풍
진한 폭발력과 호소력으로 승부하는 음악, 그만큼 자극적인 감성만이 대중에게 먹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유발이의 소풍은 그런 음악들과 상당한 대비를 이룬다. 그래서 더 듣고 싶은 유발이의 음악. 하지만 그녀 역시 많은 걸 움직이려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만큼의 원동력과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음악적 성숙함도 완비했다. 그런 그녀에게서 나올 다음 앨범, 그래서 기대된다.
20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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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 천재소녀?
‘유발이의 소풍’이라고 해서 대략 몇은 되겠거니 생각했다. 기자의 무지였다. 그녀의 CD를 들여다보면 프로듀싱과 작사, 작곡, 노래, 피아노와 온갖 건반악기, 골판지 공예와 제작 및 투자 모두 유발 씨가 도맡았다. 그래서 유발 씨는 유발이의 소풍을 ‘솔로 프로젝트’라 명명한다. ‘유발이’라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별명은 모의고사 시험 성적표에 아무렇지 않게 ‘강유발’이라고 인쇄되어 나올 정도로 본명보다 친숙한 또 하나의 이름.
“이름만 갖고 ‘대발이’ 뭐 이런 식으로 별명을 짓잖아요. 그런데 저는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는데 친구들이 입을 모아 ‘유현이 발 못 생겼다’라고들 해서 그 때부터 쭉 유발이가 됐어요. 부모님도 그렇게 부르시고요. 그래서 고민할 여지없이 유발이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5살 때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치기 시작한 피아노는 부모님이 말려도 떼어낼 수 없었고 절대음감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홍대에 발을 들여놓은 게 무려 18살 때 일이란다.
“18살 때 나이를 속이고 홍대에 있는 모 재즈클럽에서 말하자면 불법적으로 연주를 시작했죠. 유발 쿼르텟이라는 이름으로요.”
10대에 재즈 연주라, 그렇다고 덜 우러난 녹차처럼 텁텁하진 않았나보다. 22살 나이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거리의 악사페스티벌 대상을 거머쥔다.
“특이했나 봐요. 소규모 음악(인디음악이나 홍대음악이라고 하는)을 하는 사람들이 워낙 특이하고 개성 있으니까 오히려 제가 그런 분들 사이에서 더 특이해보였나 봐요. 그냥 유발이의 소풍 1집 곡들을 부르고 연주했어요. 저한테는 더 쉽다고 생각되는 재즈곡을 연주한 것 뿐인데 그게 또 특이해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준비를 거의 마친 미국 유학도 집어치우고 전국을 누비며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 유독 뭐가 그리 발목을 잡았던 것일까?
“솔직히 모든 일이 100% 확신을 가지고 하기 참 힘들잖아요. 집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억지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제천에서 상을 받고 나니까 오히려 그게 핑계가 된 거죠.”
그녀의 음악을 들을 기회를 얻은 이들에겐 오히려 행운인 셈.
나의 김창완 아저씨, 나의 이한철 형
그녀의 앨범을 좀 찬찬히 들여다봤다. 피처링을 한 이들이 범상치 않다. 김창완, 이한철, 크라잉넛?
“창완 아저씨가 요즘은 많이 바쁘셔서 못 만나지만 안 바쁘실 땐 자주 봐요. 제가 제일 친한 형이 크라잉넛의 캡틴 락이거든요. 그 분이 마당발이에요. 제가 그분이랑 친하다보니 알게 된 분이 창완 아저씬데요. 마음도 맞고 술자리도 맞고 그래서 친해졌죠. 그러다 제가 직접 전화 드려서 제 앨범에 참여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소풍’은 할아버지께 드리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곡이라고 호소를 했죠. 창완 아저씨가 원래 문학적이세요. 가사에 마음이 움직이셨던 것 같아요. 예리하고 예민하시거든요. 그렇게 같이 작업을 했죠.”
그리고 요즘 바쁜 건 이한철 밴드 세션으로 나서기 있기 때문.
“한철이 형은 1집 때 창완 아저씨처럼 제 앨범에 참여해주셨어요. 제가 방송 출연할 때도 함께 나와서 노래도 해주셨고요. 그러다가 형이 연락을 줘서 형 밴드에서 피아노를 쳐달라고 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실눈 뜨고 물어봤다. 친분을 내세워 부려먹지나 않으시는지?
“피아노 세션으로서 매우 철두철미하면서도 합당한 대우를 잘 받고 있어요. 갑과 을의 관계에서 전 을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죠. 최근에는 이한철 형 단독 공연 때 월드뮤직 컨셉으로 10개 국어 이상의 노래를 하셨는데요. 문제는 제가 코러스를 해야 했단 거죠. 정말 즐거웠어요. 진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뭐 표정은 너무 굳은 편이었지만.
유발이의 특이한 취향, 전어와 개미
상큼한 목소리, 유쾌한 리듬, 전반적으로 봄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노래들 중 ‘향기’라는 곡에는 뭔가 찰랑이는 슬픔이 담겼다.
“향기는 친구 덕에 쓰게 된 곡인데요. 살면서 누구나 위기를 겪잖아요. 그 친구가 위기를 겪으면서 무너졌어요. 저한테 그 친구가 전화해서 울기만 하더라고요. 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도 며칠 동안 슬픔에 풍덩 빠졌죠. 그래서 뚝딱 나온 곡이에요.
제가 개미를 되게 좋아해요. 개미는 더듬이에 6개의 마디가 있는데 마지막 마디에 페로몬이 분출되어서 그걸로 대화를 하거든요. 몇 백 명이 있어도 그래서 대화가 가능해요. 친구가 우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냄새로 그 친구의 마음을 알면 좋겠다, 향기로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담겼어요.”
개미만큼이나 좋아하는 게 바로 전어. 그녀의 노래 ‘전어야 고마워’에 담긴 특별한 메시지는 없다. 그냥…전어가… 너무 좋았다…
“생선을 다 좋아해요. 노래를 쓸 정도로 전어를 좋아하고요. 음식이 다 제철이라는 게 있잖아요. 지금도 매일 매일 먹고 있어요. 올 가을에도 10번 가까이 먹은 것 같아요.”
그녀 식으로 표현하자면 자잘한 몇 개의 뮤직비디오 중에 그녀가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 ‘전어야 고마워’. 다른 뮤직비디오들도 노래와 잘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구성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뮤직비디오에 쓰인 골판지 공예와 ‘천천히 다가와’에서 점이 찍힌 오른 손도 바로 유발 씨의 것.
“재미로 하고 있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완성도가 높은 건 아니거든요. 음악은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뮤직비디오는 욕심 없이 그냥 만들어봤어요.”
유발이와 가을소풍을 떠나고 싶다면 홍대로!
10월 14일에는 홍대에서 작은 소풍 행사가 열린다. ‘좋아서 하는 밴드’와 함께 펼치는 공연, SOUND RUSH Vol.3. ‘좋아서 하는 밴드’ 역시 언제나 발랄 모드로 관객의 지친 마음을 충전시켜주는 특별한 에너지를 선사해왔다. 기자 역시 그들에게 종종 힐링을 받기도. 유발 씨에게 ‘좋아서 하는 밴드’는 꾸준한 음악적 교류를 해온 각별한 사이.
“내년이면 20주년이 되는 대선배 한철 형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자기 색깔의 음악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멋있는 음악이라고요. 요즘 음악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데 좋아서 하는 밴드 역시 그들만의 색깔이 확실해서 좋은 것 같아요. 또 저처럼 밝은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점도 좋고요.”
진한 폭발력과 호소력으로 승부하는 음악, 그만큼 자극적인 감성만이 대중에게 먹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유발이의 소풍은 그런 음악들과 상당한 대비를 이룬다. 그래서 더 듣고 싶은 유발이의 음악. 하지만 그녀 역시 많은 걸 움직이려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만큼의 원동력과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큼 음악적 성숙함도 완비했다. 그런 그녀에게서 나올 다음 앨범, 그래서 기대된다. 그녀 덕분에 오늘 저녁 메뉴는 전어구이로.
P.S. 기사를 쓰면서야 떠올랐답니다. 유발 씨, 팝콘 같은 머리를 하고 있는 파페포포의 여주인공 닮았단 소리 안 들어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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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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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그래서 오늘도 수다 떨러 간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
발칰
2012.10.16
다대기
2012.10.15
did826
2012.10.13
저도5살때부터 줄곧 피아노를 쳐왔는데.. 흡흡.. 저두 아직도 형편없는 실력... 절대음감에 타고나신.. 유발이님 부러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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