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50개주의 학교를 빠짐없이 찾아다니면서 나는 교사들과 졸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학생들, 숨 막힐 듯 답답하고 지루한 교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무관심과 지루함으로 가득한 현실 속에도 불타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교사와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현실에 분노했고 변화를 일구기 위해 나 스스로 뭔가를 하고 싶었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하나로 뭉쳐 서로를 지지해주는 학교,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똑같이 새롭고도 혁신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만나고자 하는 학교, 서로 배움을 공유하는 게 일반적인 소명이 되는 학교, 한 번에 한 사람씩 변화를 시작하고 싶은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그 후 몇 년이 흐르고 당시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현재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론 클라크 아카데미(이하 RCA)는 밑바닥 혁명으로부터 출발해 전 세계 만 명이 넘는 교육자들이 찾아와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학생들의 최대 성공을 돕는 획기적인 교육방법을 배워가는 곳이 되었다. 우리는 방문객들을 현장수업에 초대해 나를 비롯한 모범적인 우리 RCA 교사들의 수업을 직접 참관할 수 있게 한다. 교사들이 얻고자 하는 것을 손에 쥐어주고 교실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탁월하고 훌륭한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실수도 곧잘 저지르지만 보통 교실 안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가, 학생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어떻게 격려하고 있는가, 모든 아이들이 최대의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어떤 자극과 영감을 불어 넣는가 등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적인 자기 계발과 향상을 희망하는 교육자들에게는 귀중한 경험이 된다.
손님들은 우리 RCA에서 적용하고 있는 교수법을 모든 교사와 학부모가 체득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직접 방문하는 것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학생들의 성공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몇 가지 소개한다. 자녀에게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부모, 학생들의 성공을 성취시키기 위해 전략이 필요한 교사, 차세대 교육을 향상시키기 위해 모든 아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싶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학교 밖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교사를 공경하도록 하려면 그들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학생들에게 내가 친구가 아닌 교사임을 강조하지만, 교사는 곧 멘토이자 교육자이자 조언가이며 때로는 부모 역할까지 맡을 필요가 있다는 걸 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줘야 다른 과정도 훨씬 수월해진다. |
언젠가 문제행동으로 얼룩진 과거를 안고 있는 특별한 학생이 우리 RCA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그 학생이 학교에 들어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기에 전학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직접 그 아이의 집에 찾아가 부모와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나를 만난 자리에서 다콴은 단 한 번도 웃지 않았고 안절부절못했다. 과거에 왜 그렇게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정학처분을 받았는지 묻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몰라요.”
다콴의 엄마는 아이가 툭 하면 주먹질을 하는 게 과거 자신이 남자친구에게 맞는 모습을 많이 보아서일 거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그 점을 감안해 아이에게 지나친 처벌을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순간 만약 RCA가 다콴을 받아들인다면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대화가 따분해 죽겠다는 얼굴로 나를 흘끗 보았다. 나는 다콴의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그 집을 나섰다.
입학 첫 주, 다콴은 정말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방과 후 남기 벌을 여러 차례 받았고 나 역시 아이의 행동을 저지해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별일 아니라는 태도였다. 허세가 보통이 아니었고 단단히 두르고 있는 외피를 깨뜨리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몇 주가 지나고 다콴의 엄마가 다콴이 다가오는 주말에 어느 운동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나는 다콴과 그의 엄마에게 경기장에서 보자고 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도착해 다콴의 엄마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다콴을 가리켰다. 곧 사이드라인에 서 있던 그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아이의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나는 경기 내내 환호성을 보냈다. 경기가 끝나고 다콴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녀석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옆에 서서 다시 한 번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어, 다콴.”
그 후 나는 다콴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집에 가는 자동차를 기다릴 때 옆에 서 있어주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웃어주고 칭찬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주 다콴이 다른 교사로부터 방과 후 남기 벌을 세 차례 받고, 금요일 오후에는 내 수업시간에 버릇없는 행동으로 방과 후 남기 벌을 한 번 받았다. 그 주에는 내 노력이 전혀 결실을 보지 못하는 것만 같아 속상했다. 그날 다콴은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 문밖에 서 있었다. 마침내 내가 문밖으로 나가자 다콴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문제아 짓을 하는 것도 이제 질려버렸어요.”
나는 녀석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문제를 일으킬 것인가 말 것인가는 네가 결정하는 거야. 넌 통제력도 있고 영리하잖니. 네 안에는 잠재력이 가득해. 하기 싫으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돼.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네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실망하는 거야. 네가 원하면 넌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2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다콴의 엄마로부터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다콴이 학교에서 나와 엄마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녀석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클라크 선생님이 나한테 실망했어.”
엄마는 다콴이 다른 사람 때문에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무척 당황했다. 그리고 다콴을 우리 학교에 보낸 일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비로소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다콴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에는 내 수업시간에만 변했지만 점점 학교의 다른 공간에서도 좋은 모습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나는 다콴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기르는 모든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겉모습 너머의 진실한 모습을 꿰뚫어 보고 잠재력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겉으로 볼 때 위기를 겪고 있는 것 같은 수많은 학생들이 일단 경계가 허물어지면 자기 안에 숨기고 있는 온순하고 영리하고 재능 있는 아이를 드러내곤 했다. 그러니 우리는 섣불리 포기할 수 없다.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 특별한 대접을 하는 것으로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근사한 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면 좋지만 피자나 아이스크림도 훌륭하다. 나는 애틀랜타 전역의 식당에 우리 학생들로 구성된 소집단을 위한 근사한 저녁식사 체험을 부탁했다. 내 부탁을 거절하는 식당은 거의 없었다.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직접 그리고 쓴 감사카드와 식사 때 찍은 사진을 식당 측에 보냈다. 그러면 또다시 식사 부탁을 해도 기꺼이 환영해준다.
한번은 식당에서 엄청나게 공들여 만든 근사한 디저트를 대접받은 적이 있다. 내 오른쪽 자리에 앉은 제일라의 몫은 선데이 아이스크림 위에 얹힌 큼직한 쿠키였다. 쿠키광인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제일라에게 말했다.
“제일라, 아이스크림 위에 그 쿠키, 정말 맛있어 보인다.”
“예.”
제일라가 대답했다. 나는 제일라가 쿠키를 먹는 순간을 기다리며 계속 곁눈질로 그 애를 흘끔거렸다.
“제일라, 그 쿠키 어떡할 거니? 하루 종일 보기만 할 거야? 쿠키 안 먹을 거니?”
하지만 제일라는 너무도 순진한 얼굴로 사랑스럽게 대답했다.
“아녜요, 클라크 선생님. 맛있는 쿠키를 놓치겠어요?”
제일라는 정말로 잔인했다. 나는 큼직한 쿠키에 비하면 너무도 밋밋해 보이는 사과크레페를 먹으며 제일라가 쿠키만 남기고 아이스크림을 남김없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얼른 손을 뻗어 제일라의 쿠키를 낚아채 내 입속에 털어 넣어버렸다. 아이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안 돼요! 클라크 선생님!”
“하하. 안 되긴 뭐가 안 돼? 내가 쿠키를 먹어버렸지. 제일라는 쿠키를 먹지도 않고 날 너무 오랫동안 고문했단 말이야!”
“그게 아니에요, 클라크 선생님! 제일라가 계속해서 쿠키를 혀로 핥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날 우리는 한바탕 실컷 웃었다. 중요한 점은 그날 우리가 서로 진득한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적 이야기도 숙제 이야기도 스페인과 미국 사이의 전쟁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현재에 집중했고 즐거웠으며 서로를 순수하게 바라보았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대관계가 자리잡으려면 그런 순간이 필요하다.
- 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 론 클라크 저/이주혜 역 | 김영사
놀라운 학업 성취, 놀라운 창의력과 성실함, 친구를 향한 애정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미국 애틀랜타의 가난한 지역에 위치한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놀라운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목표를 찾아간다. 배움을 즐거운 일이라 여기며, 세상의 편견과 차이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안다. 어디에서 이런 학생들을 찾아냈을까?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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