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겠다던 제 남친은 왜 전화를 안 걸까요?

한창 연애 중인 남녀. 어젯저녁 전화하겠다던 남친이 웬일인지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이 경우 현실은? 어제 그가 전화하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여친의 머릿속에는 별의별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글 : 팀 레이

20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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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연애 중인 남녀. 어젯저녁 전화하겠다던 남친이 웬일인지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이 경우 현실은? 어제 그가 전화하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여친의 머릿속에는 별의별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왜 전화를 안 한 걸까?’
‘전화한다고 했으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거 아냐?’
‘하고 싶을 때만 하겠다? 너무 이기적이잖아?’
‘기다릴 줄 뻔히 알면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집니다. 결국……

‘혹시 이 남자 다른 여자랑 같이 있었던 거 아냐? 이 나쁜 #$%^&!’

그녀의 이러한 생각들은 실제의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생각이 이쯤에 이르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맙니다. 이제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아!’ 혹은 ‘나라는 여자, 사실 내세울 게 없긴 하지……’ 혹은 ‘뭔가 내게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이런 생각들로 들끓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에 끌려 점점 현실로부터 멀어져갑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실제로 그녀가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인가요?
실제로 일어난 사실은 무엇이었나요?

네, 어제 남친이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왜? 뭐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전화하는 것을 깜빡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잠이 들었을 수도 있겠지요. 혹은 그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에서 밤새 침상을 지켰을 수도 있겠네요. 또 어쩌면……. 수백만 가지의 이유 가운데 과연 어떤 이유로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일까요?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은 그가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입니다.

자, 다시 어제 전화하지 않은 남친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연히 전화를 했어야 해’
‘자기 생각만 하는 나쁜 놈!’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이런 마음속에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을 믿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아마도 그녀는 화가 나거나 상처를 입거나 불행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몸도 삐걱거리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머리도 지끈, 속도 후끈. 남친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으니 무슨 일을 해도 집중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남친을 만나게 되면? 찬바람 쌩 도는 얼굴로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그의 말 하나에 죽자고 물고 늘어질지 모르죠.

아무튼,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렇게 된다는 겁니다. 현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지요. 철석같이 믿어버린 그 생각들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연애학개론』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 이상한 나라의 연애학개론 팀 레이 저/전해자 역 | 행성:B잎새
20년 넘게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오며 만나오던 여자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심각하게 남녀관계에 대해 관찰, 연구,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과 연구가 낳은 결과물이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남녀관계에 관한 ‘그릇된 통념’에 대해 저자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유쾌 상쾌 통쾌하기 그지없다. 가령 검은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혼인서약’을 하게 되면 바람을 피우거나 부정한 짓을 덜하게 되는지, 정말로 ‘만약 상대가 ~ 했다면’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