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선물한 강아지 집에 감동
새집으로 입주하기에 앞서 우리는 두 집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재미삼아 의논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헌(軒)’이나 ‘재(齋)’ 혹은 ‘당(堂)’ 등을 붙인 이름은 보통 예산으로 좋은 집 짓기에 나선 우리들의 생각과는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많이 달랐고, 정감이 가지 않았다.
201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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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집
새집으로 입주하기에 앞서 우리는 두 집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재미삼아 의논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헌(軒)’이나 ‘재(齋)’ 혹은 ‘당(堂)’ 등을 붙인 이름은 보통 예산으로 좋은 집 짓기에 나선 우리들의 생각과는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많이 달랐고, 정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이 ‘살구나무집’이었다. 집 터 바깥 공원부지에 자리를 잡은 100년 정도는 되었음직한 살구나무는 묘하게도 두 집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 부근에 자리하고 있었다. 1393-1번지는 살구나무가 있는 곳에서 위에, 1393-7번지는 아래에 집터가 놓인 형국이어서 1393-1번지의 집은 ‘살구나무 윗집’으로, 1393-7번지는 ‘살구나무 아랫집’으로 부르기로 했다. 마치 오래된 음식점 이름 같은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푸근하고도 정겨운 느낌을 주는 듯해서 좋았다.
두 집에 이름을 붙인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다름 아니라 두 집을 짓는데 애쓴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도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준공석과는 달리 건축가와 시공자 그리고 공종별로 집짓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이름을 존중하고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들이 살 집이 마련되었다는 감사의 뜻도 더불어 전하기 위함이다. 두 집의 준공을 앞두고 김봉섭 사장에게 살구나무집의 공사에 참여해 정성을 보탠 사람들의 이름을 한 명도 빼지 말고 기록해 달라는 뜻을 먼저 전했다. 두 집 모두 새집으로 입주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김 사장은 우리들의 뜻이 무엇인지 잘 알겠다는 말과 함께 공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이름과 더불어 공사 기간 내내 밥을 시켜 먹은 식당의 이름까지 망라한 기록을 보내 주었다.
건축가와 시공자의 뜻밖의 선물
유리를 덮은 패널은 여러 가지를 담고 있었다. 목구조와 콘크리트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즐겨 사용하는 건축가 조남호 선생이 왜 목구조를 지붕구조로 선택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논리와 감성이 액자에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유명 화가의 그림보다 더욱 귀한 선물이다. 자작나무 합판을 정교하게 끼워 맞춘 강아지 집 역시 많은 배려와 생각이 녹아 있는 선물이었다.
살구나무 위아랫집 모두 강아지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중에 집이 다 지어지면 선물로 강아지 집을 만들어주겠노라 했던 일을 떠올린 건축가가 가끔 머리도 식힐 겸해서 서로 디자인이 다른 세 종류의 강아지 집을 구상했다면서 덩치가 조금 큰 윗집의 시추, 루비의 집은 들고 나는 출입구를 아치 형태로 해 조금 크게 만들었고, 이제 막 1년이 조금 지난 말티즈인 아랫집의 마루는 장방형 출입구에 캐노피가 달린 귀여운 형태의 집을 만들어 보낸 것이었다. 강아지 집에 탄복했다기보다는 건축가와 건축주가 신뢰를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이해와 공감을 넓혔고, 신의와 믿음을 그 결실로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질세라 시공책임을 맡았던 (주)에스화이브의 김봉섭 소장 역시 봄철 마무리 공사를 모두 마친 뒤 멋진 선물을 보내 주었다. 단단한 스테인리스 파이프가 마치 활처럼 휘어진 끝에 조명등이 달린 커다란 조명기구가 그것이다. 다른 집의 공사를 마치면 별 생각 없이 대 형 거울을 하나씩 선물하곤 했는데 살구나무집의 경우는 고생 많이 한 만큼 보람도 얻은 작업이라면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다른 경우처럼 거울을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여러 날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면서 부끄러운 듯 내민 귀한 선물이었다.
태양광 발전설비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모습
마지막 일은 태양광 발전설비 공사였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따라 2008년부터 태양광 주택을 지원하고 있어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절전설비를 갖출 수 있다. 태양광 설비업체에서 확인한 결과 정부에서 주택용 태양광설비의 50%를 지원하고 있어서 거주자 부담액 750만 원 내외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발전용량은 3kw를 상한으로 하고 있으며 연간 하루 평균 발전시간을 3.5시간으로 계산하여 한 달 30일간 발전량이 평균 315kw라는 것이다. 즉 한 달 전기사용량에서 315kw를 차감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한 달 전기사용량이 400kw인 집은 전기요금 감소 효과가 매달 64,76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요금은 누진제라서 사용량이 많을수록 절감효과는 커져서 500kw를 사용하는 집은 월별 절감액이 97,360원, 600kw를 사용한다면 157,750원에 이른다. 설치비용을 750만원이라 하고 한달 400kw를 사용한다면 초기투자비 회수에 10년, 500kw를 사용한다면 7년이 걸리는 셈이다. 문제는 지원을 받으려는 신청자가 많아서 매년 초에 그 해의 수혜가구가 모두 결정되는 탓에 살구나무집의 경우는 공사가 준공되고 난 다음 해인 2011년 3월 이후에나 비로소 설치가 가능했다.
새집으로 입주하기에 앞서 우리는 두 집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재미삼아 의논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헌(軒)’이나 ‘재(齋)’ 혹은 ‘당(堂)’ 등을 붙인 이름은 보통 예산으로 좋은 집 짓기에 나선 우리들의 생각과는 어딘지 모르게 느낌이 많이 달랐고, 정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이 ‘살구나무집’이었다. 집 터 바깥 공원부지에 자리를 잡은 100년 정도는 되었음직한 살구나무는 묘하게도 두 집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 부근에 자리하고 있었다. 1393-1번지는 살구나무가 있는 곳에서 위에, 1393-7번지는 아래에 집터가 놓인 형국이어서 1393-1번지의 집은 ‘살구나무 윗집’으로, 1393-7번지는 ‘살구나무 아랫집’으로 부르기로 했다. 마치 오래된 음식점 이름 같은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푸근하고도 정겨운 느낌을 주는 듯해서 좋았다.
두 집에 이름을 붙인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다름 아니라 두 집을 짓는데 애쓴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도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준공석과는 달리 건축가와 시공자 그리고 공종별로 집짓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이름을 존중하고 그들의 노력으로 우리들이 살 집이 마련되었다는 감사의 뜻도 더불어 전하기 위함이다. 두 집의 준공을 앞두고 김봉섭 사장에게 살구나무집의 공사에 참여해 정성을 보탠 사람들의 이름을 한 명도 빼지 말고 기록해 달라는 뜻을 먼저 전했다. 두 집 모두 새집으로 입주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김 사장은 우리들의 뜻이 무엇인지 잘 알겠다는 말과 함께 공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이름과 더불어 공사 기간 내내 밥을 시켜 먹은 식당의 이름까지 망라한 기록을 보내 주었다.
건축가와 시공자의 뜻밖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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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를 덮은 패널은 여러 가지를 담고 있었다. 목구조와 콘크리트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즐겨 사용하는 건축가 조남호 선생이 왜 목구조를 지붕구조로 선택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논리와 감성이 액자에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유명 화가의 그림보다 더욱 귀한 선물이다. 자작나무 합판을 정교하게 끼워 맞춘 강아지 집 역시 많은 배려와 생각이 녹아 있는 선물이었다.
살구나무 위아랫집 모두 강아지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중에 집이 다 지어지면 선물로 강아지 집을 만들어주겠노라 했던 일을 떠올린 건축가가 가끔 머리도 식힐 겸해서 서로 디자인이 다른 세 종류의 강아지 집을 구상했다면서 덩치가 조금 큰 윗집의 시추, 루비의 집은 들고 나는 출입구를 아치 형태로 해 조금 크게 만들었고, 이제 막 1년이 조금 지난 말티즈인 아랫집의 마루는 장방형 출입구에 캐노피가 달린 귀여운 형태의 집을 만들어 보낸 것이었다. 강아지 집에 탄복했다기보다는 건축가와 건축주가 신뢰를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이해와 공감을 넓혔고, 신의와 믿음을 그 결실로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질세라 시공책임을 맡았던 (주)에스화이브의 김봉섭 소장 역시 봄철 마무리 공사를 모두 마친 뒤 멋진 선물을 보내 주었다. 단단한 스테인리스 파이프가 마치 활처럼 휘어진 끝에 조명등이 달린 커다란 조명기구가 그것이다. 다른 집의 공사를 마치면 별 생각 없이 대 형 거울을 하나씩 선물하곤 했는데 살구나무집의 경우는 고생 많이 한 만큼 보람도 얻은 작업이라면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다른 경우처럼 거울을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여러 날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면서 부끄러운 듯 내민 귀한 선물이었다.
태양광 발전설비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모습
마지막 일은 태양광 발전설비 공사였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따라 2008년부터 태양광 주택을 지원하고 있어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절전설비를 갖출 수 있다. 태양광 설비업체에서 확인한 결과 정부에서 주택용 태양광설비의 50%를 지원하고 있어서 거주자 부담액 750만 원 내외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발전용량은 3kw를 상한으로 하고 있으며 연간 하루 평균 발전시간을 3.5시간으로 계산하여 한 달 30일간 발전량이 평균 315kw라는 것이다. 즉 한 달 전기사용량에서 315kw를 차감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한 달 전기사용량이 400kw인 집은 전기요금 감소 효과가 매달 64,76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요금은 누진제라서 사용량이 많을수록 절감효과는 커져서 500kw를 사용하는 집은 월별 절감액이 97,360원, 600kw를 사용한다면 157,750원에 이른다. 설치비용을 750만원이라 하고 한달 400kw를 사용한다면 초기투자비 회수에 10년, 500kw를 사용한다면 7년이 걸리는 셈이다. 문제는 지원을 받으려는 신청자가 많아서 매년 초에 그 해의 수혜가구가 모두 결정되는 탓에 살구나무집의 경우는 공사가 준공되고 난 다음 해인 2011년 3월 이후에나 비로소 설치가 가능했다.
- 아파트와 바꾼 집 박인석,박철수 공저 | 동녘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주고 싶어서”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박철수ㆍ박인석 두 교수의 단독주택 이주기와 이주 후 1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생활을 기록한 도전기다.
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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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인석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을 주택연구소에서의 연구와 명지대학교에서의 주거건축 전동 교수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아파트공화국’은 ‘단지공화국’으로 교정해야함을 지적하는 일, 공공 공간 환경 개선 없이 사유 단지개발 장려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 도시ㆍ주택정책을 비판하고 바른 정책의 실천을 제안하는 일이 최근의 주된 관심사이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단지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경제성ㆍ편리성ㆍ쾌적성에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당 딸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한 집짓기에 단지공화국 극복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여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을 책의 제목으로 붙였다.
prognose
2012.08.24
가호
2012.05.31
gda223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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