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유럽 수준의 복지는 30년 후 가능”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복지국가를 입에 올리는 것, 이젠 어색하지 않다. 몽상가들의 치기(?)가 현실적합성을 띠게 된 것이다. 시계를 돌려보자. 불과 7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장하준․정승일 지음/이종태 편역|부키 펴냄). 사회적 대타협과 복지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그리고 지금, 복지국가는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올랐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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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전쟁이다. 여야, 좌우, 너나 할 것 없다. 4월 총선을 앞둔, 더 나아가 12월 대선을 앞둔 포석이자 포장 혹은 분장(?)이리라. 복지는 딴 나라 얘기였던 새누리당조차, 복지를 총선용 슬로건의 맨 앞에 포진시켰다. 상전벽해다. 그만큼 복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의제가 됐다. 시쳇말로 ‘미친 존재감’이다. 그러니, 지금은 복지를 말하지 않고서, 시대를, 사회를, 삶을, 국가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

복지국가를 입에 올리는 것, 이젠 어색하지 않다. 몽상가들의 치기(?)가 현실적합성을 띠게 된 것이다. 시계를 돌려보자. 불과 7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장하준, 정승일 지음/이종태 편역|부키 펴냄). 사회적 대타협과 복지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그리고 지금, 복지국가는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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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당시 복지국가를 적극 내세웠던 장본인 중의 한 명. 그가 지난 2010년 내놨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거칠게 말해, ‘경제(학)의 위키리크스’였다. 사유를 촉발했고, 위선적인 입놀림에 태클을 걸었다.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의 가면을 벗겼다면, 이 책은 미국식 자본주의, 약육강식과 무한경쟁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에 메스를 댔다. 즉, ‘돈 넣고 돈 먹기’식이자 ‘무조건 돈만 많이 벌면 미덕’이라고 강요하는 ‘팍스 이코노미카’(모든 것은 돈으로 통한다)의 거짓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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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쾌도난마의 장본인들, 복지가 화두로 떠오른 시대, 다시 만나서 문제의식을 더욱 진화시켰다. 나온 책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지음|부키 펴냄). 이어 지난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역시 거친 비유지만,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의 줄리언 어산지’쯤 되겠다. 그는 신자유주의 즉 시장근본주의의 허상을 재차 까발린다. 이미 그는 앞선 책에서 이리 말했었다. “자유 시장주의자들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온 이야기는 잘해야 부분적으로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렸다는 말이 된다.”(pp.13~14)

그러니까, 우리는 지난 30~4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가 번지르르한 동안 피부인 줄 알았다. 허나, 아니었다. 금융대란, 경제대란이 터진 뒤에야 아차, 깨달았다. 그것은 과도한 분장이었다. 클렌징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겹겹이 분칠만 한 떡칠 화장술. 장 교수는 거기에 청정 클렌징 폼을 뿌렸고, 이번에도 그것을 확인시키면서 신자유주의로는 현실을 돌파할 수 없다며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내놨다.


“결국 세계 금융 위기는 시장 경제 맹신이라는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금융 자본주의라는 구조적 요인에 저금리 정책까지 가세하면서 터진 사건이라고 봅니다.”(p.77)



복지, 한국 사회(정치)의 뜨거운 담론

지금, 그들은 왜 이 책을 내놓았을까.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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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해 말,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이야기했다. 살펴봤더니 ‘사회투자국가론’과 비슷하더라. 영국에선 좌파, 신노동당의 90년대 이론이었고, 노무현 정권 중반이후 언급이 많이 된 주제였다. 복지가 혼란스럽게 이야기되고 있다고 느꼈다. 또 지난해 중반이후 복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론이 여야 없이 확산됐다. 7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내세운 복지국가가 황당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감회가 깊은 한편으로 이상했다. 여야 모두 자신이 말하는 복지와 경제민주화 간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가령, 정세 이야길 않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길 정리해보고 싶었다.”


“우리가 2005년에 복지국가를 거론할 때만 해도 ‘미친 거 아니야?’란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p.13)



그러니까 그들, 정리하고 싶었던 거다. 정치권은 진영에 상관없이 복지, 경제민주화를 하나같이 내세우지만, 말 그대로 포장(!)일지도 모른다는 혐의. 정치권은 지금, 세계경제의 정세와 맥락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저자들이 나선 이유는 그래서 더 뚜렷하다.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다양하지도 않고, 그들이 품은 공약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는 문제의식도 발현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유다.


“제가 보기에는 지금의 여야가 내놓는 대안들도 사실은 상당 부분 신자유주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p.28)



장하준 교수가 책의 핵심에 대한 발언을 이었다. 그는 우선, 우리나라 주류 정치지형에 없던 복지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 “정치인들이 왜 그것으로 인기를 끌려고 하는지 생각해보자”고 말을 던졌다. 그가 보기에 지금 우리나라, 불행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의해 재편되면서부터 불행의 골이 움푹 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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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복지표에선 꼴찌에서 2위를 했고, 자살률 1위, 비정규직 1위였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하지만, 핀란드와 비교하면 성적은 비슷한데, 공부시간은 핀란드의 2배였다. 우리가 왜 이리 불행한 나라가 됐는지 질문을 해봐야 한다.”

그는 이런 불행의 근거로 박정희가 틀을 잘못 잡았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논리화’의 결과라고 본다. 금융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그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가 만능은 아니다. 금융시장 규제도 잘하고 산업정책, 재벌정책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그 가운데 복지를 강조한다. 사실 이런 말, 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공약 1번이 복지인데. 중요한 건 (복지정책을) 잘해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 발생한 자산 시장 버블의 원인은 박정희 체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있어요.”(p.408)



복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분리할 수 없다는 것. 즉, 그는 복지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봤다. 또 하나, 복지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하자는 것. 그는 복지를 ‘공동구매’로 표현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탁아, 교육, 의료, 노후대비, 질병 등에 대한 보험을 온 국민이 공동구매해서 가격을 낮추자는 것. 즉, 세금은 공동구매를 위한 자금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금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그는 부연했다. 우리가 다니는 길, 병원, 학교 등 모두가 세금인데, 논의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것. 논의 틀을 그대로 둔 채, 복지는 ‘어려운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 갇혀있지 말 것을 권했다.

정승일 교수(국민대 경제학부), 책이 제시하는 해법에 대한 설명을 이었다. 그는 재벌개혁이 왜 복지와 연결되는지부터 시작했다. 재벌개혁을 잘해서 중소기업 하청단가가 덜 깎이면 노동자들 임금이 올라간다는 논리, 그런 지점이 있음에 동의한다. 문제는 다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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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할 것 없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 등을 보면 세상엔 재벌만 존재하고, 금융시장은 없는 것처럼 말한다. 소액주주에는 글로벌 펀드도 있다. 그것과 무관한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재벌개혁을 잘못하면 외환위기 이후 겪은 것처럼 우리 기업이 론스타 등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투기자본이 판치는 게 사실이고, 현재 재벌체제가 개혁될 때,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달려들 텐데, 아예 그들이 없는 듯 얘기할 게 아니다. 재벌개혁을 하면 제대로 조심해서 해야 한다. 만약 잘 안되면 자본시장을 통제하던가.”

그는 재벌개혁엔 출총제뿐 아니라 세금문제도 있음을 강조했다. 재벌 후계자도 배당에 대해 세금을 많이 내도록 만들고, 세금문제 등이 재벌개혁의 중요한 요소이며, 금융시장의 투기성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문제. “이 책에서 공정함(fair)은 다면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 재벌 체제가 글로벌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에선 공정한 체제다. 그러나 이것이 중소기업에겐 불공정하게 나타난다. 공정과 불공정은 절대적이지 않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나 공정 등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그는 이런 예를 들었다. “재벌은 원래 성질이 나쁜 개인데, 누가 돌을 던졌다. 개가 미친 듯이 사람을 물려고 하면, 돌을 던진 사람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말인즉슨, 하청단가를 더 깎게 만든 주주 가치 경영, 주주 중심 경영을 언급해야 한다. 내실경영 등을 하라는 게 공정을 말하는 분들 말씀인데, 공정에 역행하는 말을 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최저임금 규제의 중요성과 더 중요한 것으로 산별노조를 강화를 강조했다. 노조 결성율을 30~50%로 올리고 2, 3차 하청업체의 저임금노동자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즉, 노동시간이나 최저임금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른바 ‘노동복지’가 필요하다는 것.

그들, 경제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정치를 말함이다. 경제는 정치다. 시민들이, 곧 유권자들이 그것을 알아야 한다. IMF가 한국을 집어삼킨 뒤, 모든 것의 기준에는 ‘먹고사니즘’이 자리 잡았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 말, ‘전가의 보도’가 됐다. 신자유주의가 전파한 무시무시한 이념. 지난 2007년 대선은 그것이 어떤 위력을 지녔는지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 그것이 우리의 온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목격했다. 복지는 만능은 아니지만, ‘함께 살자’는 표식이자 ‘함께 사자’는 공동구매의 정신이다. 그러기 위해 책 제목은 중의적이다. 4월의 총선과 12월의 대선. 선택권은 주어졌다. 먹고사니즘 아닌 삶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질의와 응답의 시간이 이어졌다. 하고 많은 답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젊은이들을 향한 장하준 교수의 ‘사과’였다. ‘아프니까 청춘’ 등 이른바 ‘잘난’ 어른들의 멘토질만 난무하는 세태. 늙은이들에게 위로를 받아야하는 이 땅의 조로한 젊은이들. 진짜 필요한 것은 이토록 거칠고 야만적인 세상을 물려준 기성세대의 반성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장 교수는 진심 묻은 사과를 했다. 그는 ‘염치’를 아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복지국가, 멀지 않은 길, 30년 후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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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북유럽 형태를 들었다. 어떤 것이며, 한미FTA가 발효됐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정승일 교수에게 묻고 싶은데, 복지국가, 언제쯤 실현될 것 같은가?

답변

(장하준, 이하 준) 미국식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 생활할 수 있게 세금을 써서 도와주는 개념이다. 유럽 대부분 나라는 그와 달리 ‘보편적 복지’를 한다. 국민이면 누구나 다 주는 거다. 공짜는 아니다. 세금을 내니까. 미국식은 소득에 따라 골라서 준다. 북유럽을 꼽은 이유는, 복지 제도가 단순히 생활 안정이 아닌 경제구조 변화를 돕는다는데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선 직장을 그만둬도 일정비율의 실업급여를 받는 등 생산 체제와 통합이 돼 있다. 우리도 그런 체제를 해야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재교육 등을 통해 생산구조와 복지를 연결시켜야 한다. 그래서 북유럽을 얘기하는 것이다.

FTA. 해서는 안 되는 계약이었다. 1등 국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협정이다. 비준까지 한 상태에서 폐기는 말이 안 되니까, 비준하지 말라고 책에서 얘기했는데, 미국이야말로 의회가 비준 안 해서 폐기하는데 선수다. 교토의정서도 클린턴행정부가 외교를 통해 한 것을 의회에서 비준을 안 해줬다. 행정부가 잘못하면 국회가 이를 거부하는 것, 민주주의의 이유다.

이미 발효가 됐으니 늦었는데, 그나마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복지국가를 해야 한다. 5~10년 있으면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에서 나앉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온다.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복지국가를 만들어서 희생된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최악의 상태를 면한다. 그거라도 안 하면 우리나라는 큰일 난다.

(정승일, 이하 일) 2000년대 중반이후 한국사회는 꿈과 이상을 잃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다. 경제민주화 등을 말하는데 이를 꿰뚫는 비전이 무엇인지,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큰 비전이 없다. 복지국가는 우리의 꿈이요, 이상이라고 본다. 여야 모두 복지국가를 말하고 있는데 그것이 미국보다 못한 상태고, 문제는 그 이후의 계획이 없다.

스웨덴은 1960년대에 복지국가를 만들기까지 40년이 걸렸다. 40년 동안 일관되게 노력한 결과다. 우리는 이탈리아를 우습게 아는데, OECD 중간수준의 복지국가다. 그 정도라도 되려면 우리나라는 세금을 150조 더 거둬야 한다. 우리나라가 작년에 거둔 세금이 30조인데, 그 정도로 이탈리아는 앞서 있다. 이탈리아 정도로 가려고 해도, 10년은 걸리고, 북유럽 수준으로 가려면 30년 정도 걸릴 것이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온 것처럼, 지금부터 30년 노력하면 북유럽 수준으로 갈 수 있다.

질문

재벌개혁과 복지국가를 위해선 세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말 같은데, 맞나?

답변

(준) 광범한 복지국가를 하려면 전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정부가 세금을 빼앗는 게 아니라 공동구매해서 돌려주는 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조세‘부담’율과 같은 단어를 쓰니까 부담처럼 느끼는데, 부담이 아니다. 국민들이 시각을 바꾸면 세금 올리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일) 세금이 공동구매효과가 있다. 궁극적으로 보편적인 증세라고 하지. 부자들만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프레임이 아니라 저소득층도 조금씩 십시일반하자는 거다. 누구나 세금을 내는 게 맞는데, 지금 당장은 부자들이 솔선수범해서 내는 것이 맞다. 우리보다 훨씬 못 사는 나라보다도 우리나라 부자들은 세금을 적게 낸다.

질문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 받은 적 있나? FTA 폐기는 여전히 정치권 이슈인데, 가능할까? 재벌경영권과 복지를 맞바꾸자는 소제목이 책에 있다. 설명을 해 달라.

답변

(준)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 정치권이 잘 본 거지. (웃음) 정치가 나쁘고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 나는 내가 정치하는 것보다 책 쓰고 공부하고 발언하는 것이 제일 적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FTA는 법적으로는 폐기 가능하다지만, 외교적으로 가능하겠나?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하는 게 현실적이다.

(일) 재벌경영권과 복지국가의 교환, 누가 밑지는 장사인지 생각해보라. 재벌경영권과 복지를 맞바꾸자는 것은 첫째는 세금이고, 대량으로 투자해서 일자리를 늘리라는 거다. 일자리를 많이 늘리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투자를 많이, 특히 인간에 대한 투자, 신규채용을 많이 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재벌이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 영리병원 등 복지국가에 방해되는 것도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규제도 해야 한다.

재벌은 무모하게 달리는 말이다. 복지국가라는 마차에 엔진이 있어서 하는데, 재벌에 족쇄를 채워서 그렇게 해야 한다. 한 마디로 재벌들 부려먹도록 하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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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보편적 복지’를 말하다보면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을 많이 한다.

답변

(준) 우리나라 좌파우파, 모두 복지 포퓰리즘이 있다. 편의상 그런 말을 쓰지만 ‘무상’, ‘공짜’ 이런 말을 쓰면 안 된다. 가난한 사람도 세금 다 내지 않나. 무상급식이 진짜 무상이냐? 부모가 세금을 다 냈다.

질문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답변

(준) 미안하지. 40~50대의 많은 사람들은 잘한 것도 없는데, 좋은 시절에 태어나 적당히 공부하고 직장 얻어서 잘 사는데, 지금은 온갖 것을 다해도 취직이 어렵다. 어른들은 꿈이 없어서라고, 노력을 안 한다고 타박만 하고. 젊은 세대에게 참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온갖 노력을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세대는 노력하면 100%는 아니지만 많은 보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복지 이야기도 하는 거다. 그 문제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청년당은 계속 당원들이 탈당을 해야 하는데, 그런 당이 가능할까. (웃음)

질문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연장선상인데, 이번 책은 어떤 점에서 달라지고 구체화 됐나?

답변

(준) 왜 너희는 한 얘기를 또 하냐는 소리도 듣는데, 해도 안 들으니까 또 하는 거다. (웃음) 우리가 보기엔 논의 지형이 많이 달라졌다. 새누리당 플랜카드 보고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웃음) 복지를 선언하는 날이 오다니. 이런 지형 속에서, 앞서는 스웨덴이 있다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얼마를 더 거둬서 뭘 할 것이냐는 얘기까지 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틀은 신자유주의, 금융 자본주의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 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것을 바꿔보자고.


“이명박 정부는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기본적으로 모두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진해 온 게 사실이에요. 시민들이 이런 측면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고 ‘안티 이명박’이 노무현 시대로 회귀함을 의미한다면 정말 허무한 일 아닐까요?”(p.28)



질문

금융시장 규제를 강하게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답변

(준) 금융시장 규제, 강화해야지. 우리나라에서 재벌문제로 생각하는 것조차 금융시장 규제가 안 돼서 일어난 일이다. 적대적 M&A가 자유로워지니 주주경영 자본주의가 판을 친다. 단기이윤을 많이 내려고 투자나 연구개발 안 하고 사람을 자른다. 5~10년 지나면 문제가 생긴다. 미국의 500대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한 것이 이윤의 95%, 영국은 88%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하청기업, 노동자들을 쥐어짠다. 그건 재벌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압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혼자 역주행하고 있다. 온 세계가 금융시장을 규제한다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다. 굉장히 위험하다. 산업은행 민영화도 반대한다. 금융허브라는 영국이 배우려는 사례가 산업은행인데, 그걸 우리나라는 쪼개서 팔려고 한다. 문제가 있다. 요약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재벌 문제라고 하지만, 실은 금융규제, 주주 자본주의의 문제다. 금융시장 규제를 더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규제라고 하면 금산분리만 말하는데 그게 아니다.


“주식 투자자들의 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최우선 경영 목표로 부상한 걸 주주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겠죠.… 오직 주주들, 특히 주식 투자자들의 단기적인 수익 지향성이 기업의 주요 경영을 좌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된 겁니다.”(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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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공저 |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2012년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이명박 정부의 우파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 이미 실패로 검증된 좌파 신자유주의로 회귀할 우려 때문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쾌도난마 한국경제
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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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u

2012.04.04

누군가의 블로그에 스크랩된 글을 보고 달려와서 읽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책이 출간되어서 궁금했는데, 다소나마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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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

2012.04.03

영국에 있읍면 북구라파에 가서 복지가 천국인지 알아 봤는지? 내가 10년전에 갔을 때도 지방관리들이 과잉복지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걱정했고, 스웨덴 재무장관은 복지20년이 나라의 발전을 저해했다며 복지타파개혁을 단행하고 있는데 외국에 가서 살며 국내 사정도 모르면서 복지를 왜치고 FTA를 반대 하는 등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데 이런 자기 주관적인 주장을 사실확인도 하지않고 공론화 시켜도 되는 것인지? 나는 무식한 사람은 자신만 망하지만 지식인이 망하면 사회 나아가 국가 망한다는 지론을 진리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학력 직위 경력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판을 치다니 정말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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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레가

2012.04.01

복지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만인을 위한 당연한 권리인데 정치권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시혜쪽으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현재 상황은 거의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상황이 안좋아지긴 했지만요. 스웨덴의 복지를 따라가려면 30년은 있어야한다는 이야기에 미묘한 감정이 듭니다. 빨리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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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