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돈, 지위보다 중요한 것
짝, 사랑이라기에 짝사랑에 대한 책인가 하여 넘겨보았으나 아니었다. 짝, 그리고 사랑에 대한 글이었다. 여기에서 짝이라 함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맞선 프로그램 비슷한 걸 이야기할 때 말하는 그 ‘짝’이다.
글 : 김현진(칼럼니스트)
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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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사랑이라기에 짝사랑에 대한 책인가 하여 넘겨보았으나 아니었다. 짝, 그리고 사랑에 대한 글이었다. 여기에서 짝이라 함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맞선 프로그램 비슷한 걸 이야기할 때 말하는 그 ‘짝’이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본 일이 없지만, 친구들 이야기로는 거의 동물의 왕국 저리가라 할 만큼 서로 쫓고 쫓기는 남녀 간의 탐색전이 심하다고 하던데 사실 인간의 교미도 사실 짝짓기가 아닌가. 나의 유전자를 보다 우성의 유전자와 결합시켜, 모체가 최상의 상태일 때 세상에 나오도록 해서 나의 유전자를 경쟁력 있는 개체로 세상에 퍼뜨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는 인간도 동물의 한 종류임에는 틀림없다. 맞선이 요즘처럼 기업 수준이 될 줄은 몰랐다. 지하철 문짝에서 커다랗게 <결혼해 듀오> 라고 몇 번이나 문이 여닫히는 걸 보면 정말이지 대기업 수준이다. 소위 알음 알음으로 ‘매파’를 낀 중매 같은 광경은 80년대를 그린 박완서 문학에서나 남아 있는 것 같다. 상큼하고 세련되게, 커다란 전광판에 나선 당당한 결혼정보업체에서 활짝 웃는 선남선녀의 미소는 아마 우리 삶이 결혼이 조건과 조건의 결합이라는 것을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이 남자는 내 조건에 맞춰 이 여자를 만났고, 이 여자는 내 조건에 맞춰 이 남자를 만났는데 조건을 따지는 게 뭐가 나쁘냐는 식으로.

물론 나쁘지 않고 당연한 일이다. 나보다 엄청나게 잘난 배우자를 만나서 인생 역전을 만들겠어, 라는 신데렐라나 평강공주 같은 마음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보다 꿀리지 않는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 라는 생각 정도는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솔직한 생각이니까. 황상민의 『짝, 사랑』은 그렇게 모든 사람이 결혼에 있어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송곳처럼 꼭 집어 낱낱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정말 돈 안 보고 이 사람 하나만을 보고 세속적 조건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부부가 있다면 이 둘은 ‘낭만형’ 사랑이다.

즉, 돈이나 명예, 지위 같은 것만 조건이 아니라 이것도 배우자를 선택할 때의 ‘조건’중 하나인 것이다. 돈이 없고 뒤주에 쌀이 떨어져 가도 이 사람과 함께 굶는 내가 너무 아름다워 보이게 할 수 있는 그런 매력을 지닐 것. 하지만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면 창문으로 행복이 달아난다는 말이 있듯이 생활의 불편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사람을 보는 눈에서 콩깍지가 떨어져 내리면 의무형, 혹은 종속형 결혼으로 변질된다.

애들 때문에 산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같은 사람들이 전형적인 의무형이다. 이 밖에도 황상민은 조곤조곤 예를 들어 사랑 때문에 가난한 시인과 결혼한 여성, 괜찮은 형편의 집에서 곱게 자라 집에서 정해 주는 딱 맞는 혼처와 결혼한 여성, 계산을 잘 맞춰 자신의 생활 수준이 더 떨어지지 않을 적당한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한 등등이 예시로 등장하는데, 저자는 결혼 전의 성향은 물론 콩깍지가 떨어져 나가게 된 결혼 후도 비슷한 비중으로 다룬다. 애들 때문에 산다는 의무형, 최소한의 생활만 만족되면 신경 쓰지 않는 종속형, 애당초 배우자가 그다지 필요 없고 저 혼자 죽고 사는 맛으로 살고 있는 솔로형, 결혼 후에도 즐길 것은 다 즐기면서 배우자에게도 자신을 귀찮게 하지만 않으면 의외로 모든 유형 중관대한 풍류형 등, 결혼의 시작은 비슷했어도 그 만남이 오래될수록 결혼의 면모도 바뀐다.

그래서 황상민이 말하려는 것은 이러저러하니 처음부터 조건을 서로 잘 맞추라는 것이 아니다. 조건을 따지는 것이 잘못인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원하는 조건이 뭔지 알지 못할 때 만남이 불행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사실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걸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남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 모든 사람이 갖고 싶어하는 걸 원한다.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사실 결혼의 조건 이외의 모든 욕망도,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작금의 한국에서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다들 원하는 그것, 을 갖고 싶어하다가 파국이 오고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었어! 라고 탄식하지만 그 때라고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내가 원하는 걸 알기 위해서,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고민과 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결혼정보회사 같은 것은 그런 조건에 맞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종의 지름길일 수 있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조건’은 용한 소개팅 주선자도, 결혼정보회사도 찾아 주지 못한다. 그래서 황상민이 말하는 짝, 이란 당신이 원하는 사람도 아니고 당신을 원하는 사람도 아니고 결국 당신이 가장 오래 함께 시간을 보낸, 당신과 가장 오래 그 자리에 있었던 바로 그 사람이 ‘짝’이라는 것이다. 부록으로 내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질문지가 들어 있는데, 아예 따로 떼어 들고 다니면서 나와 잘될 가능성이 있는 남자를 만날 때마다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결혼정보회사보다 이 책 한 권이 더 남는 장사일 것 같다. 나도 다음에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기면 해 본 다음 즉시 독자 여러분께 후기를 ‘쌔워’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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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사랑 황상민 저 | 들녘

괴짜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 디지털 세대의 게임 문화를 이야기하고, 21세기 한국인의 심리코드를 읽어내고, 명품에 중독된 세태를 분석한 그가 이번엔 한국인이 생각하는 '짝과 결혼'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누구나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짝을 찾지만, 현실에서는 행복보다 절망을 맛보게 마련이다. 짝이라 여겼던 그 사람이 날이 갈수록 짝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그리고 이미 결혼한 사람도, 자신의 짝이 누구인지, 결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궁금해 한다. 대체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짝 #사랑 #결혼
1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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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a777

2012.03.24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고 결혼상대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혼하고난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한 듯 합니다. 왠지 결혼만 하면 인생의 고민 끝 행복 시작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미혼일 때보다 더 깊고 넓은 세계에 서 보다 더 어른스럽고 현명하게 각종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워봐야 "진짜" 어른이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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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기를

2012.03.23

여전히 도망치려 하고 있네요. 자연스러운 만남이 아닌 누군가의 소개로 인한 만남, 한 구석엔 불안함이 자리하고, 한 구석엔 미안함이 자리하고, 한 구석엔 아쉬움이 자리하고, 한 구석엔 설렘도 자리하면서도 용기는 저 멀리 자리하고 있네요. 그래서 선택은, 아직은 도망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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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연

2012.03.23

조건을 따지는 것이 잘못인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원하는 조건이 뭔지 알지 못할 때 만남이 불행이 된다는 것이다. - 너무나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우리가 결국 조건이라고 따지는 것들은 나의 기준에 의해 내려진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나의 기준에 의해 정의된 조건들이니까요. 내가 원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그만큼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깊은 사색과 독서도 그 노력중 하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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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사랑

<황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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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칼럼니스트)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캐치프레이즈를 증명이라도 하듯 '88만 원 세대'이자 비주류인 자신의 계급과 사회구조적 모순과의 관계를 '특유의 삐딱한 건강함'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평가받으며 이십 대에서 칠십 대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네 멋대로 해라』, 『뜨겁게 안녕』,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그래도 언니는 간다』, 『불량 소녀 백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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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세종대 교육학과 연세대 심리학 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과 그와 관련된 한국인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연구해왔다. 그의 연구 결과는 2000년 출간된 『인터넷세계의 인간심리와 행동: 사이버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를 시작으로, 『한국인의 심리코드』, 『독립연습』, 『짝, 사랑』, 『나란 인간』, 『대통령과 루이비통』,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닐 때 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등 수십 권의 저서와 백 편 이상의 논문과 학회 발표로 세상에 알려졌다. 또한 30년 이상 이어온 ‘한국인의 심리’에 대한 탐구 결과를 토대로, 개개인이 자신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WPI(Whang’s Personal Identity) 검사를 개발했다. 이와 더불어 ‘마음의 MRI’ 검사들을 개발해 누구나 각자 다양한 삶의 문제나 이슈와 관련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자기 삶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다양한 심리검사를 통해 각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각자 갖게 되는 자기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이 심리검사들을 활용해 각 사람들이 자기 삶의 어려움과 아픔의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심리상담 모델’을 고안했다.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황상민 박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중들에게 우매한 지도자인 ‘혼군’이며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임을 확인하는 연구 결과를 『신동아』지와 한국심리학회에 발표하게 된다. 당시, 연세대 총장 정갑영 씨는 이런 황 박사의 연구활동에 대해, 자신의 임기 마지막 날에 ‘겸직 금지 위반’이라는 구실로 테뉴어(종신) 교수인 그를 해임 시키고 만다. 이후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되고, 2017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의 직에서 파면된다. 그녀의 ‘혼군’과 ‘꼭두각시’ 이미지는 그녀의 실체로 확인되었다. 이후, 황 교수는 개인의 마음의 아픔을 읽어주는 심리상담사로 변신하면서, 자신의 연구주제를 ‘마음의 아픔’으로 바꾸게 된다. 황 박사가 상담실에서 접하게 된 많은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삶의 어려움과 마음의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내담자를 통해 그는 현대의학에서 ‘마음의 아픔’을 마치 제거해야 하는 질병처럼 취급하고, 이것을 몸에 작용하는 약물로 대응하는 현상에 관심을 두게 된다. 왜냐하면 누구나 가지는 ‘삶의 어려움과 아픔’의 문제를 ‘정신병’이라 규정하고, 또 약물로 신체를 억압, 통제, 관리하는 일이 아주 ‘신기하고 놀라운 상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음의 아픔을 겪는 심리상담 내담자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에게 정신과 의사들은 마치 동화 속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옷’을 파는 옷 장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진정시키고 마비시키는 약을 ‘마음의 아픔’을 치료하는 약으로 포장하여 그들을 약물 중독 상태로 살게 하는 사례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기대와 달리,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들의 마음의 아픔을 살펴보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단지, 일방적으로 ‘정신과 약’으로 마음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행동을 진정시키고 몸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천천히 고사시켜 나가게 하고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대중들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보는 사람들처럼, ‘정신과 약’이 마음의 아픔을 회복시키고 치료한다고 믿는 상황이다. 몸을 진정 또는 마비시키는 약물이 ‘마음의 아픔’을 치료한다고 믿게 된 것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 마음의 아픔을 ‘정신병’으로 믿게 된 결과이다. 현대 정신의학이 도입한 약물 치료법은 환자의 마음이 아닌 단지 몸에 작용할 뿐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상담실의 내담자를 통해 황 박사는 더 잘 파악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마음의 아픔’에 적절한 해법을 찾으려 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등교를 하게 만들기 위해’ ‘정신과 약’을 투여하게 하는 교육 정책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학교생활과 적응의 어려움에 교육의 방법이 아닌, 정신의학의 치료법을 당연하게 도입한 비현실적 교육 정책의 결과가 청소년 자살률의 증가로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국민 정신건강과 마음 치유’에 관한 정부 대책들이 역설적으로 더 높은 자살률과 학교 적응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목격하면서 그는 「황상민의 심리상담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국민 자기 마음 찾기 라이브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4년에 출간된 『92년생 김지영, 정신과 약으로 날려버린 마음, WPI 심리상담으로 되찾다』라는 책은 자기 마음을 읽고, ‘정신과 약’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된 한 아이 엄마의 심리치료 다큐 소설이자, 현대 정신의학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아픔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소심한 고발서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마음을 탐구하는 심리학자의 소명으로 그는 오늘도 ‘마음 읽기’를 통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어려움과 아픔의 문제를 극복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정신과 약’으로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자식 세대까지도 약물 중독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만들어가는 어이없는 현실에 대한 각자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이런 마음으로 그는 오늘도 누구나 자기 마음을 통해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또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심리상담과 마음 읽기에 대한 교육과 연구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