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디 밴드들이 뭉쳤다!
국내 인디씬의 최전방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크라잉 넛과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손을 잡았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두 밴드는 < 개구쟁이 >라는 타이틀로 미니 음반을 발표했는데요.
2012.01.18
작게
크게
공유
국내 인디씬의 최전방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크라잉 넛과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손을 잡았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두 밴드는 < 개구쟁이 >라는 타이틀로 미니 음반을 발표했는데요. 제목 그래도 개구쟁이의 느낌같은 활기찬 사운드를 담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태생의 미국 여가수 메크릿 하데로와 뉴질랜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록 밴드 네이키드 앤드 페이머스의 데뷔 음반도 소개합니다.
크라잉 넛, 갤럭시 익스프레스 < 개구쟁이 > (2011)
크라잉 넛과 갤럭시 익스프레스, 합체! 이게 무슨 소릴까. 두 그룹이 하나가 되어 활동한다는 걸까. 분명 그것을 기대하며 이어폰을 꽂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눈 빠질 듯 돌아가는 시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정확히 세 곡씩 자신들의 구역을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왜 하나의 EP로 발매했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재킷만 보면 영락없이 ‘우리 합작했어요’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 아닌가.
그래도 실망은 금물이다. 콜라보레이션은 아니지만, 그만큼 좋은 의도로 탄생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루비 살롱 레코드와 결별한 후 독립 레이블을 차리며 힘겹게 자생해 온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매니지먼트를 드럭 레코드가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신경 쓸 것이 많았던 그들에게 드디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고, 크라잉 넛 역시 다소 해이해질 수 있는 시기에 강력한 후배가 들어와 다시금 긴장의 끈을 팽팽히 할 만한 환경이 구축되었다. 한마디로 이야기해 윈-윈인 셈이다.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스플릿 앨범은 어느 때보다도 가득한 자신감과 패기로 분해 겨울의 한기를 덥히고 있다.
비록 곡수는 적지만 그 밀도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두 밴드의 만개한 멜로디 감각으로 인해 여느 가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펑크와 팝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들은 각각 「이사가는 날」과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어」를 간판으로 내걸며 메시지 측면에서도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닌 주위도 충실히 둘러보고 있음을 설파한다. 추워지는 계절에 맞춰 피치를 낮춘 사운드는 의외의 따스함을 만들어 내며 삼삼오오 사람들을 모으는 광경을 연출해 낼 법 하다.
물론 혈기왕성한 모습도 그대로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카키색과 황토색이 있지’에서 분명 한번은 웃고 지나갈 「브레이브맨」, 언제나처럼 막무가내로 내달리며 로큰롤만의 자유로움을 부르짖는 「Oh! Yeah! 오예!」 등은 여전히 에너지로 충만하다. 최전선을 내달리는 이들답게 실력을 십분 발휘하며 촘촘하게 짜인 구성과 편곡을 통해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트랙 수가 적고 새로울 것은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앞으로의 행보를 충분히 기대하게 할 만한 모범적인 ‘예고편’이라 할만하다.
펑크록의 바통은 10년이 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넘겨줄 적임자를 발견했다. 물론 앞으로도 쉽사리 선배들의 날카로움이 무뎌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물결을 찾아 자신의 편으로 끌어왔다는 것은 최근 여성지향적인 음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하드록 신에 비춰보면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이상적인 신구조화의 모습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일 것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한솥밥을 먹으며 생겨날 파급효과의 전초전, 우리는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메크릿 하데로(Meklit Hadero) < On A Day Like This... > (2011)
머리에 꽃을 꽂고 노래하는 검은 피부의 여인.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이력이 남다름을 느낀다. 1980년대 초반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오와, 뉴욕, 플로리다를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해 가수로 활동 중이다. 2008년에 EP < Eight Songs >를, 2010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하다. 히피의 상징인 꽃을 머리에 꽃아 사랑과 평화를 기원한다. 음악 역시 '바람의 노래'다. 재즈와 포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깊은 울림을 토해낸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기운이 물씬 풍긴다. 해외 평단에서는 조니 미첼, 니나 시몬에 비견하기도 하지만, 메크릿 하데로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독창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 위로 날아가는 허밍과 검은 보컬이 압권인 「Walk up」, 약간 건조하게 읊조리는 「Leaving soon」, 첼로의 애절한 선율에 속삭이며 감겨지는 「You and the rain」 등을 들어보면 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노래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조국 음악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에티오피아의 위대한 가수 마흐무드 아메드(Mahmoud Ahmed)의 노래로 잘 알려진 포크 송 「Abbay mado (나일 강을 가로질러)」를 재즈 터치로 재해석했다. 또한 많은 영향을 전해 준 니나 시몬의 대표곡 「Feeling good」에서는 중동의 플루트라고 할 수 있는 네이(Ney)를 집어넣어 사막의 바람과 절절한 한(恨)을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앨범을 도와주는 세션들의 연주도 놀랍다. 그저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나와 메크릿 하데로의 보컬, 기타와 호흡을 맞추며 동행한다. 통통 튀는 「Float and fall」, 보사노바 「Call」을 들어보라!
주류와는 거리가 먼 음악 활동을 꾸려가고 있어서, 더 많은 대중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으로는 이런 음악을 다른 사람 몰래 나만 소장하고 싶은 욕심도 든다. 그만큼 매력적인 음악 세계가 펼쳐져 있다.
네이키드 앤드 페이머스(The Naked and Famous) < Passive Me, Aggressive You > (2011)
2010년 뉴질랜드를 강타한 네이키드 앤드 페이머스의 데뷔 앨범. 지난 해 초 열린 ‘뉴질랜드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싱글(「Young blood」)’, ‘올해의 앨범’을 포함해 무려 일곱 개 부분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여진은 뉴질랜드를 넘어, 이제 미국과 영국에 상륙 중이다.
미드 < 시크릿 서클(The Secret Circle) >(「All of this」), < 뱀파이어 다이어리(The Vampire Diaries) >(「Punching in a dream」), < 가십 걸(Gossip Girl) >(「The sun」), < 척(Chuck) >(「Young blood」), < 데그라스(Degrassi) >(「Girls like you」), 영드 < 스킨스(Skins) >(「Young blood」) 등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에 이들의 노래들이 빈번하게 삽입되면서 인지도 역시 지구촌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듣는 순간 대번 엠지엠티(MGMT)를 연상시킨다. 강력한 디스토션 기타와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 귀를 사로잡는 낭만적인 멜로디가 찰떡궁합을 이루며 ‘드림 팝’의 세계로 안내한다. 「Kids」와 닮아 있는 「Young blood」가 대표적이다. 레트로 신시 팝과 ‘Yeah yeah yeah’의 코러스는 치명적인 중독이다.
특히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톰 파워스(Thom Powers, 보컬 & 기타)와 알리사 자야리스(Alisa Xayalith)의 보컬 호흡은 압권이다. 아시아 혈통의 알리사 자야리스의 신비스런 고음과 그 밑을 받쳐주는 톰 파워스의 때론 뜨겁고 때론 차가운 음색은 쉽게 접하기 힘든 조합이다. 「Punching in a dream」을 들어보라!
복고풍 전자 음악이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노래마다 다양한 장치들을 집어넣어 전혀 고루하지 않다. 지저스 앤 매리 체인(The Jesus and Mary Chain)의 슈게이징이 연상되는 「No way」, 사이키델릭 록 「A wolf in geek's clothing」, 레이브 록 「Spank」, 여름 페스티벌에 제격인 「All of this」 등 골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에게 ‘연가’로 잘 알려진 마오리족 민요 「Pokarekare ana」를 제외하고, 국내에 뉴질랜드 음악이 제대로 소개된 적은 거의 없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빅 룽아(Bic Runga)의 앨범들이 발매된 것도 최근 몇 년의 일이다. 이번에 국내에도 소개되는 네이키드 앤드 페이머스의 앨범은 결코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뉴질랜드가 변방이 아니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크라잉 넛, 갤럭시 익스프레스 < 개구쟁이 > (2011)
크라잉 넛과 갤럭시 익스프레스, 합체! 이게 무슨 소릴까. 두 그룹이 하나가 되어 활동한다는 걸까. 분명 그것을 기대하며 이어폰을 꽂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눈 빠질 듯 돌아가는 시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정확히 세 곡씩 자신들의 구역을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왜 하나의 EP로 발매했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재킷만 보면 영락없이 ‘우리 합작했어요’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 아닌가.
비록 곡수는 적지만 그 밀도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두 밴드의 만개한 멜로디 감각으로 인해 여느 가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펑크와 팝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들은 각각 「이사가는 날」과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어」를 간판으로 내걸며 메시지 측면에서도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닌 주위도 충실히 둘러보고 있음을 설파한다. 추워지는 계절에 맞춰 피치를 낮춘 사운드는 의외의 따스함을 만들어 내며 삼삼오오 사람들을 모으는 광경을 연출해 낼 법 하다.
물론 혈기왕성한 모습도 그대로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카키색과 황토색이 있지’에서 분명 한번은 웃고 지나갈 「브레이브맨」, 언제나처럼 막무가내로 내달리며 로큰롤만의 자유로움을 부르짖는 「Oh! Yeah! 오예!」 등은 여전히 에너지로 충만하다. 최전선을 내달리는 이들답게 실력을 십분 발휘하며 촘촘하게 짜인 구성과 편곡을 통해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트랙 수가 적고 새로울 것은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앞으로의 행보를 충분히 기대하게 할 만한 모범적인 ‘예고편’이라 할만하다.
|
|
펑크록의 바통은 10년이 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넘겨줄 적임자를 발견했다. 물론 앞으로도 쉽사리 선배들의 날카로움이 무뎌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물결을 찾아 자신의 편으로 끌어왔다는 것은 최근 여성지향적인 음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하드록 신에 비춰보면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이상적인 신구조화의 모습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일 것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한솥밥을 먹으며 생겨날 파급효과의 전초전, 우리는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메크릿 하데로(Meklit Hadero) < On A Day Like This... > (2011)
머리에 꽃을 꽂고 노래하는 검은 피부의 여인.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이력이 남다름을 느낀다. 1980년대 초반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오와, 뉴욕, 플로리다를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해 가수로 활동 중이다. 2008년에 EP < Eight Songs >를, 2010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하다. 히피의 상징인 꽃을 머리에 꽃아 사랑과 평화를 기원한다. 음악 역시 '바람의 노래'다. 재즈와 포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깊은 울림을 토해낸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기운이 물씬 풍긴다. 해외 평단에서는 조니 미첼, 니나 시몬에 비견하기도 하지만, 메크릿 하데로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독창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조국 음악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에티오피아의 위대한 가수 마흐무드 아메드(Mahmoud Ahmed)의 노래로 잘 알려진 포크 송 「Abbay mado (나일 강을 가로질러)」를 재즈 터치로 재해석했다. 또한 많은 영향을 전해 준 니나 시몬의 대표곡 「Feeling good」에서는 중동의 플루트라고 할 수 있는 네이(Ney)를 집어넣어 사막의 바람과 절절한 한(恨)을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앨범을 도와주는 세션들의 연주도 놀랍다. 그저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나와 메크릿 하데로의 보컬, 기타와 호흡을 맞추며 동행한다. 통통 튀는 「Float and fall」, 보사노바 「Call」을 들어보라!
주류와는 거리가 먼 음악 활동을 꾸려가고 있어서, 더 많은 대중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으로는 이런 음악을 다른 사람 몰래 나만 소장하고 싶은 욕심도 든다. 그만큼 매력적인 음악 세계가 펼쳐져 있다.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네이키드 앤드 페이머스(The Naked and Famous) < Passive Me, Aggressive You > (2011)
2010년 뉴질랜드를 강타한 네이키드 앤드 페이머스의 데뷔 앨범. 지난 해 초 열린 ‘뉴질랜드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싱글(「Young blood」)’, ‘올해의 앨범’을 포함해 무려 일곱 개 부분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여진은 뉴질랜드를 넘어, 이제 미국과 영국에 상륙 중이다.
이들의 음악은 듣는 순간 대번 엠지엠티(MGMT)를 연상시킨다. 강력한 디스토션 기타와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 귀를 사로잡는 낭만적인 멜로디가 찰떡궁합을 이루며 ‘드림 팝’의 세계로 안내한다. 「Kids」와 닮아 있는 「Young blood」가 대표적이다. 레트로 신시 팝과 ‘Yeah yeah yeah’의 코러스는 치명적인 중독이다.
특히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톰 파워스(Thom Powers, 보컬 & 기타)와 알리사 자야리스(Alisa Xayalith)의 보컬 호흡은 압권이다. 아시아 혈통의 알리사 자야리스의 신비스런 고음과 그 밑을 받쳐주는 톰 파워스의 때론 뜨겁고 때론 차가운 음색은 쉽게 접하기 힘든 조합이다. 「Punching in a dream」을 들어보라!
복고풍 전자 음악이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노래마다 다양한 장치들을 집어넣어 전혀 고루하지 않다. 지저스 앤 매리 체인(The Jesus and Mary Chain)의 슈게이징이 연상되는 「No way」, 사이키델릭 록 「A wolf in geek's clothing」, 레이브 록 「Spank」, 여름 페스티벌에 제격인 「All of this」 등 골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에게 ‘연가’로 잘 알려진 마오리족 민요 「Pokarekare ana」를 제외하고, 국내에 뉴질랜드 음악이 제대로 소개된 적은 거의 없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빅 룽아(Bic Runga)의 앨범들이 발매된 것도 최근 몇 년의 일이다. 이번에 국내에도 소개되는 네이키드 앤드 페이머스의 앨범은 결코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뉴질랜드가 변방이 아니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5개의 댓글
추천 상품
필자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천사
2012.03.08
rkem
2012.01.18
평범한 사람
2012.01.1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