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쓰는 세 명의 일본인 - 제이지 & 카니예 웨스트, 피아, 곱창전골
힙합 군주들의 환상적인 랑데부 - 현재 전세계 주류 힙합씬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제이 지와 카니예 웨스트가 듀엣 앨범을 내놓았습니다. 힙합 군주들의 만남답게 탄탄한 음악성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201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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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 주류 힙합씬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제이 지와 카니예 웨스트가 듀엣 앨범을 내놓았습니다. 힙합 군주들의 만남답게 탄탄한 음악성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이 지에서 카니예 웨스트로 뮤직 파워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발표되는 선, 후배의 아름다운 어울림입니다. 뛰어난 연주력과 음악성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중견 록 밴드, 피아와 사토 유키에가 이끄는 곱창전골의 새 음반도 소개합니다.
제이 지 & 카니예 웨스트 (Jay-Z & Kanye West) < Watch The Throne >(2011)
WWF, 아니 WWE 팬이라면 로열 럼블(Royal Rumble)을 아실테다. 추첨으로 1번부터 40번까지 순서를 정해서 90초마다 한 선수씩 링 위로 올려 보내 최후까지 남는 선수가 그 해의 우승자가 되는 것이다. 드라마틱한 연출을 위해서 재수 없게 1번으로 선정된 파이터가 나머지 도전자들을 도장격파하듯이 모두 물리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은 막바지에 링 위에 오른 실력자들이 사실상 손 안대고 코 풀듯이 왕좌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 한 해를 결산하는 시점에 카니예 웨스트에 대한 극찬을 지켜보면서 로얄 럼블을 떠올렸다. 11월 말에 발표한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동안 설왕설래하던 앨범들을 무력화시키며 2010년 베스트 앨범 리스트 최상단부로 부양했기 때문이다. 그다지 힙합 앨범을 리뷰하지 않던 웹진들의 리스트에서 인디 뮤지션들 사이로 붕 떠있던 불순하도록 새빨간 앨범 커버는 힙합 팬들에게 야릇한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고로 카니예와 제이 지가 합작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가슴이 설레지는 않더라도 일단 들어나보자는 심보를 가진 음악팬들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심 역(逆)시너지 효과를 예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팝과 가요를 통틀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는 우리 선조들의 혜안을 증명해준 사례가 흔하지 않았던가. 또한 걸작의 그림자에 가려서 본의 아니게 상대적인 실망감에 의한 누명을 뒤집어 쓸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두 절대군주는 스스로에게 금색 왕관을 하사했다. 전반적인 앨범의 콘셉트는 우월한 자의식의 향연이다. 단지 염두로 할 점은 단순한 동어반복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에 걸맞은 카니예의 스펙터클하고 재기 넘치는 프로듀싱이 겹쳐지며 우월성의 측면에서 말 뿐만이 아니었구나, 무릎을 탁 치게 된다는 것이다. 범인(凡人)들의 수준이었다면 이쯤에서 머물겠지만 카니예는 지난 앨범에서부터 퍼포먼스의 영역에서까지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시연하셨다. 「Power」에서는 단어 그대로 권위적인 메시아 콤플렉스를 집약했고, 9분 8초의 대곡 「Runaway」에서는 발레리나를 대거 동원하여 블랙 스완처럼 고고하게 무대를 지휘했다.
이미 대세는 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 누가 부정하랴. 다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권력이양을 누구나 용인할 만한 인계자가 필요하다. 이번 앨범이 새로운 황제를 선포하는 즉위식의 그림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 해의 미스코리아 진에게 누가 왕관을 씌워주는지 생각해보시라. 힙합 아티스트 중에서 가장 많은 넘버원 앨범을 보유하고 포브스에서 발표하는 연예인 갑부 순위에서도 단골손님이며 청출어람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를 발굴한 제이 지가 적격이다. 왕들의 잔치답게 앨범 커버부터 눈이 부시다.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가 제작했다. 대관식은 자고로 최대한 성대해야하는 법이지 않나.
예상했던 바이지만 우주급의 나르시시즘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들이 보시기에 지구는 너무 답답하므로 부인 혹은 형수인 비욘세(Beyonce)와 함께 우주선을 타고 「Life off」한다. 제이 지는 자신과 비욘세를 존 레논과 오노 요코 급으로 승격시키고, 사치스러운 인생이 몸에 배인 카니예의 랩은 마치 이탈리아의 명품거리인 콘도티 거리를 연상케 한다.
일반적으로 심히 졸작이 아니라면 걸작의 다음 작품은 후광효과의 수혜를 얻을 확률이 크다. 명반 < 2001 >을 내고 12년째 후속 앨범을 미루고 있는 닥터 드레(Dr. Dre)에 비하면 1년 전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의 잔영은 선명하다. 즉 이번 앨범은 성공적인 원투펀치로 마무리되며 카니예의 왕성하고도 고결한 행보를 알리는 성격이 강하다.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기 때문에 올해 그래미에서 아델(Adele)과 자웅을 겨룰 여지도 확보했다. 로열패밀리가 바로 이런 것이다. ‘관심병’에 걸린 독불장군을 거부하는 안티세력은 그들대로 조소를 날리겠지만 말이다.
피아 (Pia) < Pentagram > (2011)
최근, 피아의 공연을 직접 본 일이 있다. 십년의 경력, 수많은 록페스티벌에 올랐던 이력을 자랑하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다수 관객과의 호흡이 어려워보이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히트곡 부재’. 피아의 발목을 붙잡는 악령은 이번에도 떠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장점이 많이 보이는 앨범이다. 가장 눈에 띄는 미덕은 이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전까지 피아의 음악이 공연장 맨 앞줄의 몇몇 소수 마니아들만을 움직이는 음악이었다면 (인정하자. 한국은 메탈 강국이 아니며, 뉴메탈 강국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에는 음악을 보고 듣는 모두를 함께 뛰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고나 할까. 강성(强性) 사운드의 모던화는 4집 < Waterfalls >에서도 보이던 변화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확실해진 느낌이다.
보컬 옥요한부터가 더 이상 그로울링 창법으로 노래하지 않으며, 연주에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비중도 어느 때보다 높다. 사실 피아의 데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변화일 것이고 (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수 일부는 ‘변절’이라 손가락질할지도 모를 정도의 변화다. 뉴메탈의 선두 림프 비즈킷(Limp Bizkit)과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오프닝 밴드로 섰던 이력도 있는 이들이 신스팝 뺨치게(!) 말랑한 「소년」이나 모던 팝「Doors」같은 곡들을 부르다니.
개인적으로는 뉴메탈이 맥을 못 추는 지금 시점, 이런 음악 또한 이들의 훌륭한 대안책으로 보이며, 강렬하던 팀의 색깔을 ‘와해’시켜 놓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로킹하지 않은가! 댄서블한 타이틀 「Yes you are」와 이모코어적 성향의 「Blue」는 그룹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록) 확실시하는 곡들이다. 적당한 로킹함과 적당한 감성적 접근은 빛나는 절충주의의 산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멜로디가 ‘꽂히는’ 곡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곡이라면 타이틀인 「Yes you are」와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되었던 「소년」 정도일까. 한 번 듣고 아니다 싶으면 파일을 휴지통으로 드래그 해버리는 세상에, 핵심 멜로디가 귓가에 쉽게 머물지 않는 음악을 한다는 사실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기왕 눈을 좀 더 대중적인 것에 맞추었다면, 이제는 멜로디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할 때로 보인다.
서태지의 우산을 벗어난 다섯 청년들은 어느덧 이렇게 자신들의 세계를 견고히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영리한 모습으로.
곱창전골 < 나와 같이 춤추자> (2011)
곱창전골의 리더 사토 유키에(佐藤行衛)가 마침내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적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결실을 맺었다. 신중현의 「미인」을 듣고, 바다 건너 타지에서 꿈꿔왔던 자신만의 음악 월드를 구축한 것이다.
12년 만에 신작 < 나와 같이 춤추자 >를 관통하는 단어는 ‘1960년대 사이키델릭 사운드’. ‘복고’와 ‘복각’의 매력이 가득하다. 사이키델릭한 록의 세계가 사토 유키에의 기타를 축으로 녹아있다. 리메이크가 주가 되었던 데뷔작과 달리 전곡이 우리말로 쓰인 자작곡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타이틀 곡「나와 같이 춤추자」와 「그대 모습」은 애드포, 키보이스, 피닉스, 히식스 등 한국 그룹사운드의 군웅할거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인도, 그리스 전통악기의 사용으로 이국적면서도 동양의 종교적 색이 묻어나오는 애시드 포크 넘버 「물망초」는 몽환적인 진중함이 전해진다.
태초의 대지를 노래한 「가나다라 마바사」는 21세기에 다시 되살아난 사이키델릭 서사시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에 대한 ‘고증’을 이토록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음악인은 흔치 않다. 더구나 외국 뮤지션이지 않던가!
인디펜던트 음악 시장은 ‘질’과 ‘다양성’의 측면에서 크게 성장해 왔다. ‘독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음악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언더와 오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 명의 일본인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이 땅의 창작자들에게 ‘다양성’을 제시하고, 새로운 그 ‘무엇’을 일깨워준다. 비록 이런 고집과 노력이 높이 평가되기에 앞서 상업적인 잣대로 판단되는 상황이 올수도 있지만, 한국 그룹사운드의 재귀를 알리는 그 행보에 경의와 찬사를 전한다.
제공: IZM
(www.izm.co.kr/)
제이 지 & 카니예 웨스트 (Jay-Z & Kanye West) < Watch The Throne >(2011)
2010년 한 해를 결산하는 시점에 카니예 웨스트에 대한 극찬을 지켜보면서 로얄 럼블을 떠올렸다. 11월 말에 발표한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동안 설왕설래하던 앨범들을 무력화시키며 2010년 베스트 앨범 리스트 최상단부로 부양했기 때문이다. 그다지 힙합 앨범을 리뷰하지 않던 웹진들의 리스트에서 인디 뮤지션들 사이로 붕 떠있던 불순하도록 새빨간 앨범 커버는 힙합 팬들에게 야릇한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고로 카니예와 제이 지가 합작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가슴이 설레지는 않더라도 일단 들어나보자는 심보를 가진 음악팬들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심 역(逆)시너지 효과를 예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팝과 가요를 통틀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는 우리 선조들의 혜안을 증명해준 사례가 흔하지 않았던가. 또한 걸작의 그림자에 가려서 본의 아니게 상대적인 실망감에 의한 누명을 뒤집어 쓸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두 절대군주는 스스로에게 금색 왕관을 하사했다. 전반적인 앨범의 콘셉트는 우월한 자의식의 향연이다. 단지 염두로 할 점은 단순한 동어반복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에 걸맞은 카니예의 스펙터클하고 재기 넘치는 프로듀싱이 겹쳐지며 우월성의 측면에서 말 뿐만이 아니었구나, 무릎을 탁 치게 된다는 것이다. 범인(凡人)들의 수준이었다면 이쯤에서 머물겠지만 카니예는 지난 앨범에서부터 퍼포먼스의 영역에서까지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시연하셨다. 「Power」에서는 단어 그대로 권위적인 메시아 콤플렉스를 집약했고, 9분 8초의 대곡 「Runaway」에서는 발레리나를 대거 동원하여 블랙 스완처럼 고고하게 무대를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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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세는 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 누가 부정하랴. 다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권력이양을 누구나 용인할 만한 인계자가 필요하다. 이번 앨범이 새로운 황제를 선포하는 즉위식의 그림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 해의 미스코리아 진에게 누가 왕관을 씌워주는지 생각해보시라. 힙합 아티스트 중에서 가장 많은 넘버원 앨범을 보유하고 포브스에서 발표하는 연예인 갑부 순위에서도 단골손님이며 청출어람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를 발굴한 제이 지가 적격이다. 왕들의 잔치답게 앨범 커버부터 눈이 부시다.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가 제작했다. 대관식은 자고로 최대한 성대해야하는 법이지 않나.
예상했던 바이지만 우주급의 나르시시즘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들이 보시기에 지구는 너무 답답하므로 부인 혹은 형수인 비욘세(Beyonce)와 함께 우주선을 타고 「Life off」한다. 제이 지는 자신과 비욘세를 존 레논과 오노 요코 급으로 승격시키고, 사치스러운 인생이 몸에 배인 카니예의 랩은 마치 이탈리아의 명품거리인 콘도티 거리를 연상케 한다.
일반적으로 심히 졸작이 아니라면 걸작의 다음 작품은 후광효과의 수혜를 얻을 확률이 크다. 명반 < 2001 >을 내고 12년째 후속 앨범을 미루고 있는 닥터 드레(Dr. Dre)에 비하면 1년 전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의 잔영은 선명하다. 즉 이번 앨범은 성공적인 원투펀치로 마무리되며 카니예의 왕성하고도 고결한 행보를 알리는 성격이 강하다.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기 때문에 올해 그래미에서 아델(Adele)과 자웅을 겨룰 여지도 확보했다. 로열패밀리가 바로 이런 것이다. ‘관심병’에 걸린 독불장군을 거부하는 안티세력은 그들대로 조소를 날리겠지만 말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피아 (Pia) < Pentagram > (20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장점이 많이 보이는 앨범이다. 가장 눈에 띄는 미덕은 이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전까지 피아의 음악이 공연장 맨 앞줄의 몇몇 소수 마니아들만을 움직이는 음악이었다면 (인정하자. 한국은 메탈 강국이 아니며, 뉴메탈 강국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에는 음악을 보고 듣는 모두를 함께 뛰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고나 할까. 강성(强性) 사운드의 모던화는 4집 < Waterfalls >에서도 보이던 변화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확실해진 느낌이다.
보컬 옥요한부터가 더 이상 그로울링 창법으로 노래하지 않으며, 연주에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비중도 어느 때보다 높다. 사실 피아의 데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변화일 것이고 (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수 일부는 ‘변절’이라 손가락질할지도 모를 정도의 변화다. 뉴메탈의 선두 림프 비즈킷(Limp Bizkit)과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오프닝 밴드로 섰던 이력도 있는 이들이 신스팝 뺨치게(!) 말랑한 「소년」이나 모던 팝「Doors」같은 곡들을 부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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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뉴메탈이 맥을 못 추는 지금 시점, 이런 음악 또한 이들의 훌륭한 대안책으로 보이며, 강렬하던 팀의 색깔을 ‘와해’시켜 놓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로킹하지 않은가! 댄서블한 타이틀 「Yes you are」와 이모코어적 성향의 「Blue」는 그룹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록) 확실시하는 곡들이다. 적당한 로킹함과 적당한 감성적 접근은 빛나는 절충주의의 산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멜로디가 ‘꽂히는’ 곡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곡이라면 타이틀인 「Yes you are」와 앨범 발매 전 선공개되었던 「소년」 정도일까. 한 번 듣고 아니다 싶으면 파일을 휴지통으로 드래그 해버리는 세상에, 핵심 멜로디가 귓가에 쉽게 머물지 않는 음악을 한다는 사실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기왕 눈을 좀 더 대중적인 것에 맞추었다면, 이제는 멜로디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할 때로 보인다.
서태지의 우산을 벗어난 다섯 청년들은 어느덧 이렇게 자신들의 세계를 견고히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영리한 모습으로.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곱창전골 < 나와 같이 춤추자> (2011)
12년 만에 신작 < 나와 같이 춤추자 >를 관통하는 단어는 ‘1960년대 사이키델릭 사운드’. ‘복고’와 ‘복각’의 매력이 가득하다. 사이키델릭한 록의 세계가 사토 유키에의 기타를 축으로 녹아있다. 리메이크가 주가 되었던 데뷔작과 달리 전곡이 우리말로 쓰인 자작곡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타이틀 곡「나와 같이 춤추자」와 「그대 모습」은 애드포, 키보이스, 피닉스, 히식스 등 한국 그룹사운드의 군웅할거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인도, 그리스 전통악기의 사용으로 이국적면서도 동양의 종교적 색이 묻어나오는 애시드 포크 넘버 「물망초」는 몽환적인 진중함이 전해진다.
태초의 대지를 노래한 「가나다라 마바사」는 21세기에 다시 되살아난 사이키델릭 서사시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에 대한 ‘고증’을 이토록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음악인은 흔치 않다. 더구나 외국 뮤지션이지 않던가!
인디펜던트 음악 시장은 ‘질’과 ‘다양성’의 측면에서 크게 성장해 왔다. ‘독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음악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언더와 오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 명의 일본인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이 땅의 창작자들에게 ‘다양성’을 제시하고, 새로운 그 ‘무엇’을 일깨워준다. 비록 이런 고집과 노력이 높이 평가되기에 앞서 상업적인 잣대로 판단되는 상황이 올수도 있지만, 한국 그룹사운드의 재귀를 알리는 그 행보에 경의와 찬사를 전한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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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