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단독공개] “마법을 배우고 싶어요” 파울로 코엘료 신작 - 『브리다』①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마법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빛바랜 청바지에 티셔츠, 내성적인 사람이 흔히 그러듯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도전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나이의 반도 안 되겠군.’ 마법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소울메이트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1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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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신작 - 『브리다』②
“마법을 배우고 싶어요.”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마법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빛바랜 청바지에 티셔츠, 내성적인 사람이 흔히 그러듯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도전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나이의 반도 안 되겠군.’ 마법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소울메이트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 이름은 브리다예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제 소개부터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순간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거든요. 그래서 생각보다 많이 긴장했나봐요.”
“마법은 왜 배우고 싶은 건가?”
마법사가 물었다.
“삶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의 답을 찾고 싶어요. 신비로운 힘도 배우고 싶고요. 그리고 어쩌면 과거나 미래로 여행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렇게 숲으로 찾아와 떼를 쓰는 사람이 그녀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도 한때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전승의 마스터로서 존경받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제자를 거느리고, 자신의 주위를 변화시키는 만큼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전승을 지키는 마스터에게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지 않나?”
“저는 스물한 살이에요.”
브리다가 대답했다.
“지금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서면, 한물간 취급을 받을 나이일걸요.”
마법사는 그녀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함께 숲속을 걷기 시작했다. ‘예쁘게 생겼어.’ 마법사는 생각했다. 태양은 이미 지평선 가까이 내려와, 나무 그림자들이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나이의 반밖에 안 돼.’ 그것은 앞으로 그가 감당해야 할 괴로움이 적지 않으리라는 의미였다.
브리다는 나란히 걷고 있는 남자의 침묵이 신경에 거슬렸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숲속은 젖어 있었고, 낙엽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무 그림자들이 자리를 바꾸고 순식간에 밤이 내리는 것을 그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있으면 날이 어두워질 텐데, 그들에게는 손전등이 없었다.
‘이 사람을 믿어야 해.’ 그녀는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 ‘이 사람이 내게 마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 숲속에서 나를 이끌어줄 수 있다는 것도 믿어야 해.’
그들은 계속 걸었다. 앞이 가로막힌 것도 아닌데 그는 계속 방향을 바꿔가며 이 길 저 길 무작정 걷는 듯 보였다. 그들은 같은 장소를 서너 번 지나치며 한 바퀴 이상을 빙 돌았다.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거야.’ 그녀는 끝까지 해내겠다고 다짐했고,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이―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까지 포함해―지극히 정상이라는 듯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아주 먼 곳에서 왔고, 이 만남을 고대해왔다. 더블린에서 거의 15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었고, 마을까지 오는 버스들은 불편한데다 운행시간표도 엉망이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세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그 작은 도시에 도착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그를 찾아다니면서 이 이상한 남자를 왜 만나려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마침내 남자가 낮에 주로 머문다는 숲이 어딘지 안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남자가 마을 아가씨 하나를 유혹하려 한 적이 있다며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흥미로운 남자야.’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길은 오르막으로 접어들었고, 브리다는 해가 하늘에 좀더 오래 걸려 있기를 바랐다. 젖은 낙엽 때문에 미끄러질까봐 걱정이었다.
“왜 마법을 배우려는 거지?”
브리다는 침묵이 깨진 것이 반가웠다. 그녀는 아까와 똑같은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네는 마법이 신비롭고 비밀스럽기 때문에 배우고 싶은 모양이군. 극소수의 사람만이 평생 동안 추구해야 얻을 수 있는 답을 마법이 품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낭만적인 향수를 자극해서겠지.”
브리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마법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을 하게 될까 두려워, 차라리 그가 다시 침묵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그들은 숲 전체를 통과해 마침내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바위투성이에 풀도 거의 나지 않았지만 아까처럼 미끄럽지는 않아서 브리다는 힘들이지 않고 마법사를 따라갔다. 그는 가장 높은 곳에 앉더니, 브리다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전에도 여기에 온 사람들이 있었네.”
마법사가 말했다.
“그들도 자네처럼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어. 하지만 나는 이미 가르쳐야 할 것은 모두 가르쳤고, 인간들이 내게 베풀어준 것은 인간들에게 모두 되돌려주었어. 이제는 나 혼자이고 싶네. 산에 오르고 초목을 돌보며 신과 대화하고 싶네.”
“사실이 아니에요.”
여자가 대답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그는 깜짝 놀랐다.
“신과 대화하고 싶으시겠죠. 하지만 혼자이고 싶다는 말씀은 진심이 아니에요.”
브리다는 후회했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말을 내뱉었고, 이제 그 말을 주워담기에는 너무 늦었다. 정말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남자가 여자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여자가 남자를 더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입을 연 마법사는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자네에게 질문을 하나 하지. 반드시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네. 진실을 말한다면 자네가 원하는 것을 가르쳐주겠네. 하지만 거짓으로 답하면, 다시는 이 숲을 찾아와선 안 되네.”
브리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질문 하나다.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게 다다. 마스터가 제자를 받아들일 때 몹시 까다롭게 굴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니까. 마법사가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 앉았다. 그의 두 눈은 빛나고 있었다.
“내가 배운 것들을 자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세.”
마법사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를 둘러싼 여러 겹의 우주들과 천사와 자연의 지혜를 자네에게 보이고, 태양 전승의 신비와 달 전승의 신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자는 거야. 그리고 어느 날, 자네는 먹을거리 몇 가지를 사러 도시로 나갔다가 길 한복판에서 자네의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네.”
‘과연 알아볼 수나 있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않고 가만있기로 했다.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 보였다.
“그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자네를 가까이하게 되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 그러는 동안에도 자네는 나와 함께 정진을 계속하네. 낮에는 내가 자네에게 우주의 지혜를 가르치고, 밤에는 그가 사랑의 지혜를 알려주지.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없는 순간이 오고 말았어. 자네는 선택을 해야만 하네.”
마법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막상 질문을 던지려니 이 어린 여자의 대답이 두려웠다. 그날 오후 그녀가 그를 찾아온 것은 두 사람의 인생에서 한 단계가 끝났음을 의미했다. 그는 그걸 알고 있었다. 마스터들의 전통과 목적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를 필요로 하는 것만큼이나 그 역시 그녀가 절실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순간 진실을 말해야 했다. 그것이 유일한 조건이었다.
“이제 내게 솔직하게 대답해주게.”
마침내 그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자네는 운명의 상대와 함께하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가르쳐주고 자네가 정진한 모든 것, 마법의 세계가 열어줄 모든 가능성과 신비를 포기할 수 있겠나?”
브리다는 눈길을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산과 숲에 둘러싸여 있었고, 저기 아래 작은 마을에서는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 식구들이 옹기종기 식탁에 모여 저녁식사를 할 것이다. 그들은 정직하게 일했고, 신을 경외했고, 이웃을 도우려고 애썼다. 그 모든 것을 행하는 그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들의 삶에는 이유가 있었고, 태양 전승이나 달 전승 같은 것은 들어본 적이 없어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가 찾고자 하는 것과 제 행복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도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내 질문에 답하게.” 마법사의 두 눈이 그녀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사람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할 텐가?”
브리다는 울음이 북받쳤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살아가면서 내려야 할 가장 어려운 선택.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생각했었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자를 여럿 사귀었고, 그때마다 그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끝이 나고 말았다. 그녀가 지금까지 알아온 모든 것 중에서 사랑이 가장 어려웠다. 현재 그녀는 몇 살 연상인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그녀가 세상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남자였다. 다시 그녀는 사랑을 믿고 그 감정에 자신을 온전히 던졌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실망을 맛본 탓에 이제는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랑은 여전히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도박이었다.
(계속)
[편집자주]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브리다』를 국내 최초로 YES24 채널예스에서 단독 공개합니다. 위 본문은 『브리다』의 일부(서序)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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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배우고 싶어요.”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마법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빛바랜 청바지에 티셔츠, 내성적인 사람이 흔히 그러듯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도전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나이의 반도 안 되겠군.’ 마법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소울메이트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 이름은 브리다예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제 소개부터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순간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거든요. 그래서 생각보다 많이 긴장했나봐요.”
“마법은 왜 배우고 싶은 건가?”
마법사가 물었다.
“삶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의 답을 찾고 싶어요. 신비로운 힘도 배우고 싶고요. 그리고 어쩌면 과거나 미래로 여행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렇게 숲으로 찾아와 떼를 쓰는 사람이 그녀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도 한때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전승의 마스터로서 존경받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제자를 거느리고, 자신의 주위를 변화시키는 만큼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전승을 지키는 마스터에게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지 않나?”
“저는 스물한 살이에요.”
브리다가 대답했다.
“지금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서면, 한물간 취급을 받을 나이일걸요.”
마법사는 그녀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함께 숲속을 걷기 시작했다. ‘예쁘게 생겼어.’ 마법사는 생각했다. 태양은 이미 지평선 가까이 내려와, 나무 그림자들이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나이의 반밖에 안 돼.’ 그것은 앞으로 그가 감당해야 할 괴로움이 적지 않으리라는 의미였다.
브리다는 나란히 걷고 있는 남자의 침묵이 신경에 거슬렸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숲속은 젖어 있었고, 낙엽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무 그림자들이 자리를 바꾸고 순식간에 밤이 내리는 것을 그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있으면 날이 어두워질 텐데, 그들에게는 손전등이 없었다.
‘이 사람을 믿어야 해.’ 그녀는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 ‘이 사람이 내게 마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 숲속에서 나를 이끌어줄 수 있다는 것도 믿어야 해.’
그들은 계속 걸었다. 앞이 가로막힌 것도 아닌데 그는 계속 방향을 바꿔가며 이 길 저 길 무작정 걷는 듯 보였다. 그들은 같은 장소를 서너 번 지나치며 한 바퀴 이상을 빙 돌았다.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거야.’ 그녀는 끝까지 해내겠다고 다짐했고,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이―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까지 포함해―지극히 정상이라는 듯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아주 먼 곳에서 왔고, 이 만남을 고대해왔다. 더블린에서 거의 15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었고, 마을까지 오는 버스들은 불편한데다 운행시간표도 엉망이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세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그 작은 도시에 도착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그를 찾아다니면서 이 이상한 남자를 왜 만나려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마침내 남자가 낮에 주로 머문다는 숲이 어딘지 안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남자가 마을 아가씨 하나를 유혹하려 한 적이 있다며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흥미로운 남자야.’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길은 오르막으로 접어들었고, 브리다는 해가 하늘에 좀더 오래 걸려 있기를 바랐다. 젖은 낙엽 때문에 미끄러질까봐 걱정이었다.
“왜 마법을 배우려는 거지?”
브리다는 침묵이 깨진 것이 반가웠다. 그녀는 아까와 똑같은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네는 마법이 신비롭고 비밀스럽기 때문에 배우고 싶은 모양이군. 극소수의 사람만이 평생 동안 추구해야 얻을 수 있는 답을 마법이 품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낭만적인 향수를 자극해서겠지.”
브리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마법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을 하게 될까 두려워, 차라리 그가 다시 침묵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그들은 숲 전체를 통과해 마침내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바위투성이에 풀도 거의 나지 않았지만 아까처럼 미끄럽지는 않아서 브리다는 힘들이지 않고 마법사를 따라갔다. 그는 가장 높은 곳에 앉더니, 브리다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전에도 여기에 온 사람들이 있었네.”
마법사가 말했다.
“그들도 자네처럼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어. 하지만 나는 이미 가르쳐야 할 것은 모두 가르쳤고, 인간들이 내게 베풀어준 것은 인간들에게 모두 되돌려주었어. 이제는 나 혼자이고 싶네. 산에 오르고 초목을 돌보며 신과 대화하고 싶네.”
“사실이 아니에요.”
여자가 대답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그는 깜짝 놀랐다.
“신과 대화하고 싶으시겠죠. 하지만 혼자이고 싶다는 말씀은 진심이 아니에요.”
브리다는 후회했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말을 내뱉었고, 이제 그 말을 주워담기에는 너무 늦었다. 정말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남자가 여자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여자가 남자를 더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입을 연 마법사는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자네에게 질문을 하나 하지. 반드시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네. 진실을 말한다면 자네가 원하는 것을 가르쳐주겠네. 하지만 거짓으로 답하면, 다시는 이 숲을 찾아와선 안 되네.”
브리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질문 하나다.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게 다다. 마스터가 제자를 받아들일 때 몹시 까다롭게 굴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니까. 마법사가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 앉았다. 그의 두 눈은 빛나고 있었다.
“내가 배운 것들을 자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세.”
마법사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를 둘러싼 여러 겹의 우주들과 천사와 자연의 지혜를 자네에게 보이고, 태양 전승의 신비와 달 전승의 신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자는 거야. 그리고 어느 날, 자네는 먹을거리 몇 가지를 사러 도시로 나갔다가 길 한복판에서 자네의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네.”
‘과연 알아볼 수나 있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않고 가만있기로 했다.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 보였다.
“그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자네를 가까이하게 되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 그러는 동안에도 자네는 나와 함께 정진을 계속하네. 낮에는 내가 자네에게 우주의 지혜를 가르치고, 밤에는 그가 사랑의 지혜를 알려주지.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없는 순간이 오고 말았어. 자네는 선택을 해야만 하네.”
마법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막상 질문을 던지려니 이 어린 여자의 대답이 두려웠다. 그날 오후 그녀가 그를 찾아온 것은 두 사람의 인생에서 한 단계가 끝났음을 의미했다. 그는 그걸 알고 있었다. 마스터들의 전통과 목적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를 필요로 하는 것만큼이나 그 역시 그녀가 절실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순간 진실을 말해야 했다. 그것이 유일한 조건이었다.
“이제 내게 솔직하게 대답해주게.”
마침내 그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자네는 운명의 상대와 함께하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가르쳐주고 자네가 정진한 모든 것, 마법의 세계가 열어줄 모든 가능성과 신비를 포기할 수 있겠나?”
브리다는 눈길을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산과 숲에 둘러싸여 있었고, 저기 아래 작은 마을에서는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 식구들이 옹기종기 식탁에 모여 저녁식사를 할 것이다. 그들은 정직하게 일했고, 신을 경외했고, 이웃을 도우려고 애썼다. 그 모든 것을 행하는 그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들의 삶에는 이유가 있었고, 태양 전승이나 달 전승 같은 것은 들어본 적이 없어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가 찾고자 하는 것과 제 행복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도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내 질문에 답하게.” 마법사의 두 눈이 그녀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사람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할 텐가?”
브리다는 울음이 북받쳤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살아가면서 내려야 할 가장 어려운 선택.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생각했었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자를 여럿 사귀었고, 그때마다 그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끝이 나고 말았다. 그녀가 지금까지 알아온 모든 것 중에서 사랑이 가장 어려웠다. 현재 그녀는 몇 살 연상인 한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그녀가 세상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남자였다. 다시 그녀는 사랑을 믿고 그 감정에 자신을 온전히 던졌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실망을 맛본 탓에 이제는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랑은 여전히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도박이었다.
(계속)
[편집자주]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브리다』를 국내 최초로 YES24 채널예스에서 단독 공개합니다. 위 본문은 『브리다』의 일부(서序)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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