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들려주는 그의 삶과 사랑
구보타 시게코는 문화 테러리스트 백남준의 공연을 처음보고는, “강렬한 퍼포먼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눈부신 에너지에 마음을 빼앗겼다”(p.32)고 회상한다.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가까이서 지켜본 그의 삶과 사랑, 예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글 : 김수영 사진 : 김수영
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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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그리는 그림도 그로테스크했다. 그는 먹물이 담긴 대야를 두 손으로 부여잡더니 그 속에 머리를 처박고 온 머리카락에 먹물을 묻혔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은 채 기다란 흰 종이 위에 머리를 붓 삼아 선을 그었다. (…)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가는 것처럼 파괴적인 공연이었다. 보는 내내 숨이 멎는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p.32)

구보타 시게코는 문화 테러리스트 백남준의 공연을 처음 보고는, “강렬한 퍼포먼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눈부신 에너지에 마음을 빼앗겼다”(p.32)고 회상한다.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가까이서 지켜본 그의 삶과 사랑, 예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의 사랑 백남준』을 통해서다.

공동저자인 남정호 기자는 2006년 백남준의 장례식을 취재하면서 구보타 시게코를 만났다. 수년에 걸쳐 뉴욕을 오가며 그녀를 인터뷰했다. 백남준의 전기적 사실이 정리된 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백남준 회고록 출간에 나섰다. 구보타 시게코의 구술과 백남준 지인의 인터뷰를 통해 회고록을 구성했다.

『나의 사랑 백남준』은 천재적인 아티스트 이전에, 한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고독한 예술가로서의 백남준의 면모가 드러나있다. 가난했지만 돈에 있어서 만큼은 자유로웠고, 어느 것에도 구속 받고 싶지 않았던 사람. 그런 남자를 붙잡기 위해서, 또 그에게 뒤쳐지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백남준 곁에서 분투한 시게코의 일화도 흥미진진하다.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

지난 20일, 백남준의 생일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보타 시게코는 그를 회상하며, “가난한 예술가였지만, 오직 예술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백남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사촌누나들과 주로 놀았는데, 나이차가 많이 나는 사촌 형들은 그를 여자애 취급하기도 했다. 그는 늘 100명의 딸을 낳고 싶다고 했다.” 사촌누나들의 영향을 받아 백남준도 피아노를 접했고, 음악가가 되고자 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남자는 비즈니스맨이 돼서 돈을 벌어야 한다”며 반대했다.

구보타 시게코는 이 책이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책”이라고 언급하며, “나와 남준의 삶을 통해 가난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예술가들이 희망을 얻길 바란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백남준 #구보타시게코 #사랑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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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2.11

백남준이 음악가가 되었다면 쇼스타코비치 만큼 세기를 뛰어넘는 음악가가 되었을것 같네요. 그의 기이한 예술 행위를 한국에서는 결코 인정 받지 못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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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백남준

<구보타 시게코>,<남정호>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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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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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