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우연히, 아프리카
삶을 이기는 두려움은 없다. 노곤한 마음은 내딛는 걸음 위에 연명하지 않는다.
2010.06.25
Prologue
스물다섯.
아직은 봄이 서너 번은 더 기다려줄 모양이다. 막상 봄이 왔지만 나는 젊음보다 느릿하게 걷고만 있다. 낮게 뜬 구름 몇 점이 다 드러난 무릎을 훑고 지나간다. 그렇게 태평한데도 서른, 마흔까지 세어볼 겨를이 없다. 그런 게 이십대 중반이다.
사랑.
아주 젊은 날 만났던 누군가와 그것이 우연이었노라 속삭이는 순간이 온다. 삶이 소스라쳐 달려오다 갑작스레 맥을 놓을 때, 그 사람이 곁에 잠들어 있다. 그는 세상의 환희와 무기력함을 동시에 끌어안은 알 수 없는 이마를 가졌다. 그 위에 살며시 뺨을 대어본다. 그의 심장소리가 들린다.
여행.
굳이 이틀 이상 머물 이유 없는 곳에 짐을 푼다. 신발끈은 늘 느슨하게 맨다. 언제라도 파라다이스를 발견하면 바로 멈춰서야 하니까. 어쩌면 여기에서 다음 봄을 맞이할지 모른다. 아이도 낳고, 다 헤진 신발 두 켤레는 영영 버려버릴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두려움과 설렘은 닮아 있다.
아프리카.
검고 뜨거워서 허튼 생각은 할 수가 없다. 악착같이 존재하는 붉은 땅 위에 하릴없는 발바닥을 마찰시킬 뿐이다. 분명 사람을 살게 하려고 만들어낸 땅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이 살고, 계절이 바뀌며, 아이들은 꿈을 꾼다. 그 생경한 장면을 띄엄띄엄 스쳐 지나다 보면, 우리가 알던 삶이 바로 거기서 손짓한다. 그렇게 6개월을 또 머문다.
지구.
다섯 개의 바다와 여섯 개의 대륙, 그 안에는 일곱 종류의 자연과 열네 가지의 기후가 있다. 일 만 가지도 넘는 문화가 있고, 그보다 수천 배는 더 다양한 이웃이 있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에게는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배, 비행기는 물론 근육으로 지탱된 멋진 두 다리도 있다. 지구는 의외로 작다. 그리고 다행히도 사람의 DNA는 대륙과 대륙을 건넜던 습관적인 욕망을 기억한다.
삶.
하나뿐인 인생을 어디서 어떻게 이뤄낼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삶을 이기는 두려움은 없다. 노곤한 마음은 내딛는 걸음 위에 연명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움을 감수할 텅 빈 머리가 필요하다. 떠나는 것은 과거를 잃는 것도, 미래 위에 생존하는 것도 아니다. 하여 소원한다. 떠나자. 어디로든 가지 못하랴, 어디서든 멈춰서지 못하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또 어떠랴.
그와 우연히,
더 나은 곳에 멈춰서기 위해 길을 떠났다.
뜨거운,
그래서 방랑하기 좋은 날에.
※ 운영자가 알립니다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는 링거스gourp과 함께하며, 매주 금요일 총 10회 연재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스물다섯.
아직은 봄이 서너 번은 더 기다려줄 모양이다. 막상 봄이 왔지만 나는 젊음보다 느릿하게 걷고만 있다. 낮게 뜬 구름 몇 점이 다 드러난 무릎을 훑고 지나간다. 그렇게 태평한데도 서른, 마흔까지 세어볼 겨를이 없다. 그런 게 이십대 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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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젊은 날 만났던 누군가와 그것이 우연이었노라 속삭이는 순간이 온다. 삶이 소스라쳐 달려오다 갑작스레 맥을 놓을 때, 그 사람이 곁에 잠들어 있다. 그는 세상의 환희와 무기력함을 동시에 끌어안은 알 수 없는 이마를 가졌다. 그 위에 살며시 뺨을 대어본다. 그의 심장소리가 들린다.
여행.
굳이 이틀 이상 머물 이유 없는 곳에 짐을 푼다. 신발끈은 늘 느슨하게 맨다. 언제라도 파라다이스를 발견하면 바로 멈춰서야 하니까. 어쩌면 여기에서 다음 봄을 맞이할지 모른다. 아이도 낳고, 다 헤진 신발 두 켤레는 영영 버려버릴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두려움과 설렘은 닮아 있다.
아프리카.
검고 뜨거워서 허튼 생각은 할 수가 없다. 악착같이 존재하는 붉은 땅 위에 하릴없는 발바닥을 마찰시킬 뿐이다. 분명 사람을 살게 하려고 만들어낸 땅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이 살고, 계절이 바뀌며, 아이들은 꿈을 꾼다. 그 생경한 장면을 띄엄띄엄 스쳐 지나다 보면, 우리가 알던 삶이 바로 거기서 손짓한다. 그렇게 6개월을 또 머문다.
지구.
다섯 개의 바다와 여섯 개의 대륙, 그 안에는 일곱 종류의 자연과 열네 가지의 기후가 있다. 일 만 가지도 넘는 문화가 있고, 그보다 수천 배는 더 다양한 이웃이 있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에게는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배, 비행기는 물론 근육으로 지탱된 멋진 두 다리도 있다. 지구는 의외로 작다. 그리고 다행히도 사람의 DNA는 대륙과 대륙을 건넜던 습관적인 욕망을 기억한다.
삶.
하나뿐인 인생을 어디서 어떻게 이뤄낼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삶을 이기는 두려움은 없다. 노곤한 마음은 내딛는 걸음 위에 연명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움을 감수할 텅 빈 머리가 필요하다. 떠나는 것은 과거를 잃는 것도, 미래 위에 생존하는 것도 아니다. 하여 소원한다. 떠나자. 어디로든 가지 못하랴, 어디서든 멈춰서지 못하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또 어떠랴.
그와 우연히,
더 나은 곳에 멈춰서기 위해 길을 떠났다.
뜨거운,
그래서 방랑하기 좋은 날에.
※ 운영자가 알립니다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는 링거스gourp과 함께하며, 매주 금요일 총 10회 연재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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