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모든 동지들에게 건네는 위로 - 『해피 엔딩』 박광수
박광수의 최근 책 『해피 엔딩』은 죽음에 대한 아포리즘이다. 그가, 죽음을 이야기해도 좋을 나이에 이른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해도 을씨년스럽지 않고, 턱없이 미화하는 것 같지 않고,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삶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치환이 되는 나이. 멋진 나이. 그래서 죽음에의 긍정이 이 책의 매력이다.
20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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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필자가 눈에 익다고 했고, 내심 필자도 저자가 낯설지 않았다. 본 적이 없는데. 평범하게 생긴 거겠지, 둘 다. 그랬다가 나중에 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생각하니, 비슷한 세월을 지나와서 그런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가 아버지에 대해 지니는 느낌, 그가 죽음에 대해 지니는 생각, 그가 이 땅에 태어났다 스러져가는 모든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 나와 닮았다고 느끼는 게 오로지 책 자체의 감동 때문만은 아니었을 테고, 일정 부분 삶의 궤적이 일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는 것. 그러니 어쩌면 저자와 필자의 눈빛의 한 부분이 닮았을 거라고, 그래서 어디선가 본 듯이 여겼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책을 읽으며 이 생각은 더 짙어졌다.
열 명 남짓 소규모 인원이 합정역에서 가까운 홍대 앞 에뚜아라는 레스토랑에 모여 앉았다. 좀 단출하다 싶었지만, 이야기를 고루 나누기에는 적지 않은 인원. 동반자가 없이 본인들만 참석해서인지 처음엔 어색한 낯빛들이었지만, 잠시 후 그래서 더 스스럼없이 모두 어울리는 분위기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고, 박광수라는 저자를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충분한 화기애애함이, 처음의 몇 분을 제외하고 내내 공간을 채웠다. 파스타를 ‘빨간 것과 하얀 것’으로 대별하는 박광수 저자의 소탈한 태도와 유머 감각이 편안했고, 잘생긴 사진작가를 편애한다는, 솔직함이 돋보이는 출판사 국장님도 편안함을 돋우었다. 그 잘생긴 사진작가는 호주인가 뉴질랜드인가에 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여성 독자들이 속으로는 좀 아쉬워했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잘생긴 사진작가를 제외하고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 데에는 맛난 파스타와 디저트가 기폭제가 됐다.
죽음에 대한 아포리즘, 『해피 엔딩』
박광수의 최근 책 『해피 엔딩』은 죽음에 대한 아포리즘이다. 그가, 죽음을 이야기해도 좋을 나이에 이른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해도 을씨년스럽지 않고, 턱없이 미화하는 것 같지 않고,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삶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치환이 되는 나이. 멋진 나이. 그래서 죽음에의 긍정이 이 책의 매력이다. 함께 어깨동무해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모든 동지들을 향한 위로. 아마, 이 책을 쓰고 그리기까지, 그도 나이 들어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으리라. 많이 힘들어했으리라. 한국의 남성으로, 곡절 많게, 속절없이 나이 들어감에 대해.
한때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광수 생각』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건 마치 우리 인생의 젊은 시기가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적이고 또 가뭇없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는 그도 또 다른 태도였을 것인데, 조금은 조명의 강도가 약해진 지금 그는 참 스스럼없고, 편안하고, 좋았다. 그건 배송 관계로 이 책을 읽지 않고 그를 만난 덕도 있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책을 보기 전에 그를 만난 것이다. 그는 꽤 덤덤하게, 때로 시니컬하게, 그러나 유머가 시니컬함을 충분히 덮을 만한 어조로 시종 말을 했다. 정신과에 다녔던 세 번의 경험도 그의 입을 통해 무덤덤하게 나왔다. 심지어 지금도 우울함의 와중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조그맣거나 크게 웃었다. 저자가 자신의 아플 수 있는 속내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 놓으니 좌중이 편안할 수밖에.
Do you like ddalgi shake?
그가 무슨 말을 했던가……. 이 책의 테마인 죽음과 묘지 이야기(책 전체), 그가 정말 좋아한다는 야구 이야기(pp.204~205), 만화가로서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꺼낸 대형 빌딩 화재 사건 이야기(pp.198~199), 우리 모두가 아버지에 대해 표현하지 않음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들려준, 처음으로 아버지를 뒤에서 끌어안은 이야기(p.71). 그리고 미국 가서 “Do you like ddalgi shake?”라고 했다는 식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이 말을 해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저자의 말에 한참 뒤 웃음보가 터진 독자 한 분은 행사가 끝날 때까? 웃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웃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자신의 만화 때문에 좋은 며느리를 얻었다며, 어떤 노부인이 다짜고짜 집으로 밀고 들어와 집 안 청소를 싹 해주고서, 봉투까지 안겨 주고 간 이야기도 있었다. 그 봉투 속에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어서 기겁하여 뛰어나가서 돌려주었다는데, 왜 듣는 사람이 아까운 건지. 아무튼 아마 이 이야기의 핵심은 ‘잘나갔음’에 대한 자랑이 아니었을까.
사실은 행사의 시작에서 끝까지 녹음을 해두었다. 저자의 어투에서 한 끝도 차이 나지 않는 생생한 육성을 옮겨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집에 와, 며칠을 두고 다시 책을 보면서 녹음기를 밀쳐 버렸다. 이 후기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였으면 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왜냐하면 이 책, 들여다볼수록 스며드는 맛이 깊기 때문이다. 언뜻 휘리릭 넘기면 ‘아, 독특하고 예쁘네.’ 하고 말 수 있을 책인데, 너무 빨리 읽어져서 돈 아깝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두 번 읽고, 세 번 읽으면 참 좋다. 정말 아끼는 사람한테 선물하면 좋을 책이란 느낌. 무덤덤하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슬며시 배어 나온다. 예를 들어 238에서 239쪽까지 있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일곱’ 같은 걸 읽고 있다 보면 더 그렇다. 살다 보면 누구나 비슷한 일을 겪는구나 싶은.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거기 혼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새로운 내가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 나는 십 원짜리 동전을 찾기 위해 방구석을 뒤지며 깨달았다.(p.239)
이 책은 가르침이 아니며 위로이다. 나이가 어느 정도 넘어가면 가르치는 책만큼 싫은 책이 없다. 멜랑콜리한 위로. 하긴, 위로는 늘 멜랑콜리하게 마련이다.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위로도 그 끝에는 눈물이 있다. 이 책이 생각보다 깊은 위로가 돼서, 그래서, 리포트가 아닌 감상문을 적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녀가 처음 만난 따뜻한 서울 사람들
“책의 기획이나 디자인이 참 예뻐요. 다양한 종이, 인쇄 기법이 동원됐네요.”라고 말을 건넸더니 만화 작가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한 저자는 “글 좋다는 소리는 참 안 나옵니다.(웃음) 대부분의 제작 및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가 냈어요. 출판사와 실랑이도 꽤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제작비 때문에요?” 하고 물으니 “대체로 그렇죠.”라고 했다. 사실 양장본에 띠지에, 다양한 종이를 섞어 쓰고, 접지를 삽입하고 올록볼록한 엠보싱, 본문에 관 모양으로 구멍을 숭숭 뚫는 일까지. 문외한이 보기에도 손이 참 많이 가는 제작 방식이었겠구나 했는데, 그런 것들 모두가 제작비와 연관된단다. 당연한 이야기. 저자는 원래 꿈꾸던 책이 실제로 나온 책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고는 하고, 그래서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하는데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멋진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다음 책을 내기 위한 연재를 인터넷 서점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악마의 백과사전’이라는 제하에 우리가 알고 있는 어휘를 새롭게 정리하는 글과 만화이다. 모아서 책으로 엮는다고 하는데, 얼핏 듣기에도 대박 감일 것 같다는 느낌. 앰브로스 비어스의 책 『악마의 사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닮고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참 단란한 행사였다. 광주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어느 독자는 “서울 사람들이 다 차가운 줄로만 알았는데, 여기 오니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고도 했다. 그녀가 느낄 첫 번째 따뜻한 서울 사람들이 박광수의 『해피 엔딩』 독자 만남에 모인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의미도 한층 높아질 것 같다. 독특한 서체로 이름 높은 광수체에 그늸까지 어울린 사인을 받았다. 사인 속 글귀에, 야구 좋아한다는 필자의 남편에 대한 언급까지 해주었다. 생각보다 더 섬세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웃음 속에 기념사진을 찍고, 다들 쉬이 발걸음을 돌리지 못해 서성이자 언젠가 여행이라도 가자는 저자의 말이 이어졌다. 정말로 여행 함께 가면 좋겠다.
열 명 남짓 소규모 인원이 합정역에서 가까운 홍대 앞 에뚜아라는 레스토랑에 모여 앉았다. 좀 단출하다 싶었지만, 이야기를 고루 나누기에는 적지 않은 인원. 동반자가 없이 본인들만 참석해서인지 처음엔 어색한 낯빛들이었지만, 잠시 후 그래서 더 스스럼없이 모두 어울리는 분위기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고, 박광수라는 저자를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충분한 화기애애함이, 처음의 몇 분을 제외하고 내내 공간을 채웠다. 파스타를 ‘빨간 것과 하얀 것’으로 대별하는 박광수 저자의 소탈한 태도와 유머 감각이 편안했고, 잘생긴 사진작가를 편애한다는, 솔직함이 돋보이는 출판사 국장님도 편안함을 돋우었다. 그 잘생긴 사진작가는 호주인가 뉴질랜드인가에 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여성 독자들이 속으로는 좀 아쉬워했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잘생긴 사진작가를 제외하고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 데에는 맛난 파스타와 디저트가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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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아포리즘, 『해피 엔딩』
박광수의 최근 책 『해피 엔딩』은 죽음에 대한 아포리즘이다. 그가, 죽음을 이야기해도 좋을 나이에 이른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해도 을씨년스럽지 않고, 턱없이 미화하는 것 같지 않고,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삶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치환이 되는 나이. 멋진 나이. 그래서 죽음에의 긍정이 이 책의 매력이다. 함께 어깨동무해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모든 동지들을 향한 위로. 아마, 이 책을 쓰고 그리기까지, 그도 나이 들어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으리라. 많이 힘들어했으리라. 한국의 남성으로, 곡절 많게, 속절없이 나이 들어감에 대해.
한때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광수 생각』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건 마치 우리 인생의 젊은 시기가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적이고 또 가뭇없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는 그도 또 다른 태도였을 것인데, 조금은 조명의 강도가 약해진 지금 그는 참 스스럼없고, 편안하고, 좋았다. 그건 배송 관계로 이 책을 읽지 않고 그를 만난 덕도 있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책을 보기 전에 그를 만난 것이다. 그는 꽤 덤덤하게, 때로 시니컬하게, 그러나 유머가 시니컬함을 충분히 덮을 만한 어조로 시종 말을 했다. 정신과에 다녔던 세 번의 경험도 그의 입을 통해 무덤덤하게 나왔다. 심지어 지금도 우울함의 와중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조그맣거나 크게 웃었다. 저자가 자신의 아플 수 있는 속내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 놓으니 좌중이 편안할 수밖에.
Do you like ddalgi shake?
그가 무슨 말을 했던가……. 이 책의 테마인 죽음과 묘지 이야기(책 전체), 그가 정말 좋아한다는 야구 이야기(pp.204~205), 만화가로서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꺼낸 대형 빌딩 화재 사건 이야기(pp.198~199), 우리 모두가 아버지에 대해 표현하지 않음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들려준, 처음으로 아버지를 뒤에서 끌어안은 이야기(p.71). 그리고 미국 가서 “Do you like ddalgi shake?”라고 했다는 식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이 말을 해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저자의 말에 한참 뒤 웃음보가 터진 독자 한 분은 행사가 끝날 때까? 웃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웃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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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만화 때문에 좋은 며느리를 얻었다며, 어떤 노부인이 다짜고짜 집으로 밀고 들어와 집 안 청소를 싹 해주고서, 봉투까지 안겨 주고 간 이야기도 있었다. 그 봉투 속에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어서 기겁하여 뛰어나가서 돌려주었다는데, 왜 듣는 사람이 아까운 건지. 아무튼 아마 이 이야기의 핵심은 ‘잘나갔음’에 대한 자랑이 아니었을까.
사실은 행사의 시작에서 끝까지 녹음을 해두었다. 저자의 어투에서 한 끝도 차이 나지 않는 생생한 육성을 옮겨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집에 와, 며칠을 두고 다시 책을 보면서 녹음기를 밀쳐 버렸다. 이 후기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였으면 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왜냐하면 이 책, 들여다볼수록 스며드는 맛이 깊기 때문이다. 언뜻 휘리릭 넘기면 ‘아, 독특하고 예쁘네.’ 하고 말 수 있을 책인데, 너무 빨리 읽어져서 돈 아깝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두 번 읽고, 세 번 읽으면 참 좋다. 정말 아끼는 사람한테 선물하면 좋을 책이란 느낌. 무덤덤하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슬며시 배어 나온다. 예를 들어 238에서 239쪽까지 있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일곱’ 같은 걸 읽고 있다 보면 더 그렇다. 살다 보면 누구나 비슷한 일을 겪는구나 싶은.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거기 혼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새로운 내가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 나는 십 원짜리 동전을 찾기 위해 방구석을 뒤지며 깨달았다.(p.239)
이 책은 가르침이 아니며 위로이다. 나이가 어느 정도 넘어가면 가르치는 책만큼 싫은 책이 없다. 멜랑콜리한 위로. 하긴, 위로는 늘 멜랑콜리하게 마련이다.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위로도 그 끝에는 눈물이 있다. 이 책이 생각보다 깊은 위로가 돼서, 그래서, 리포트가 아닌 감상문을 적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녀가 처음 만난 따뜻한 서울 사람들
“책의 기획이나 디자인이 참 예뻐요. 다양한 종이, 인쇄 기법이 동원됐네요.”라고 말을 건넸더니 만화 작가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한 저자는 “글 좋다는 소리는 참 안 나옵니다.(웃음) 대부분의 제작 및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가 냈어요. 출판사와 실랑이도 꽤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제작비 때문에요?” 하고 물으니 “대체로 그렇죠.”라고 했다. 사실 양장본에 띠지에, 다양한 종이를 섞어 쓰고, 접지를 삽입하고 올록볼록한 엠보싱, 본문에 관 모양으로 구멍을 숭숭 뚫는 일까지. 문외한이 보기에도 손이 참 많이 가는 제작 방식이었겠구나 했는데, 그런 것들 모두가 제작비와 연관된단다. 당연한 이야기. 저자는 원래 꿈꾸던 책이 실제로 나온 책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고는 하고, 그래서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하는데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멋진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다음 책을 내기 위한 연재를 인터넷 서점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악마의 백과사전’이라는 제하에 우리가 알고 있는 어휘를 새롭게 정리하는 글과 만화이다. 모아서 책으로 엮는다고 하는데, 얼핏 듣기에도 대박 감일 것 같다는 느낌. 앰브로스 비어스의 책 『악마의 사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닮고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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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단란한 행사였다. 광주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어느 독자는 “서울 사람들이 다 차가운 줄로만 알았는데, 여기 오니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고도 했다. 그녀가 느낄 첫 번째 따뜻한 서울 사람들이 박광수의 『해피 엔딩』 독자 만남에 모인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의미도 한층 높아질 것 같다. 독특한 서체로 이름 높은 광수체에 그늸까지 어울린 사인을 받았다. 사인 속 글귀에, 야구 좋아한다는 필자의 남편에 대한 언급까지 해주었다. 생각보다 더 섬세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웃음 속에 기념사진을 찍고, 다들 쉬이 발걸음을 돌리지 못해 서성이자 언젠가 여행이라도 가자는 저자의 말이 이어졌다. 정말로 여행 함께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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