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칠 듯이 관능적이고 멋져요 - 티엘씨(TLC) <CrazySexyCool>(1994)
200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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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현재 미국의 주류 음악계는 걸 그룹이 그렇게 큰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에 빌보드 차트에서 이름을 보였던 그룹이 푸시캣 돌스나 일렉트릭 레드밖에 없었고 이들마저도 싱글 차트보다는 댄스나 R&B 차트에서 중위권 안에 든 걸 보면 미국에서는 그룹보다는 솔로가 더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많은 여성 그룹이 있었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팀도 많았어요. 솔트 앤 페퍼를 비롯해 엔 보그, SWV, 익스케이프 등등이요. 그중 R&B 여성 그룹의 앨범으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TLC의 을 이번 주 명반으로 소개합니다.
티엘씨(TLC)(1994)
필라델피아 출신의 말괄량이 세 아가씨는 데뷔 앨범 을 통해 예상 밖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마초이즘의 기운이 만연하던 흑인 음악계에 신선한 여성 파워를 불러 일으켰다. 흥겨운 ‘뉴 잭 스윙’ 사운드의 토대 위에서 콘돔을 무대의상에 접목시킨 맹랑했던 모습은 자유분방하며 활력으로 가득 찬 이미지를 강렬하게 각인시켰던 것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솔트 앤 페퍼(Salt-N-Pepa)의 빈자리는 바로, 예상치 못했던 TLC의 등장으로 대체되었다.
결과론적으로는 두 번째 정규 앨범인 이 이들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대표작이 되었지만, 원대한 성공을 얻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산통이 기다리는 법이었다. 이들의 처녀작 에서 앙칼진 래핑을 유려하게 쏘아 붙이던 리사 “레프트 아이” 로페스(Lisa “Left Eye” Lopes)는 실생활에 있어서도 범상치 않은 기행을 보이며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한다. 결국 남자 친구와의 다툼으로 인한 방화 혐의로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에 이른다.
팀의 안정과 단합의 균열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불가피하게 TLC는 랩 파트를 전임하던 리사 로페스의 참여도를 축소시키는 결단을 내린다. 트리오의 나머지 두 축을 담당하는 티온 “티 보즈” 왓킨스(Tionne “T-Boz” Watkins)와 로존다 “칠리” 토마스(Rozonda “Chilli” Thomas)의 보컬이 앨범 전면으로 부각되는 순간이다.
두 멤버에 의해 발동된 강력한 보컬 드라이브는 관능미로 흠뻑 젖은 짙은 적색으로 물들게 된다. 어찌 보면 랩 파트가 후경으로 밀려나면서, 동시에 중성적인 감각 또한 휘발되는 구도가 자연스러워졌고, 결국 상보적으로 섹시한 여성미의 표출이 필요조건으로 충족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은 위기의 상황을 멤버의 역량에서 우러나온 개성이라는 무기로 현명하게 대처한 모범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육감적인 목소리는 알앤비와 소울 사운드의 세례를 받아 청취자의 귀 가까이에서 농염하게 속삭인다.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프린스(Prince)의 손에 의해 창조된 섹시 넘버 「Redlight special」과 「Do it again」은 티 보즈의 저음으로 밀착해오는 보컬이 숨을 옥죄는 한편, 간주를 통해 흘러나오는 블루스적 감각을 잔뜩 머금은 기타 라인이 무아지경의 판타지로 인도한다.
단, 이들의 관능적인 섹스어필이 피동적이지 않고, 여성 주도권을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은밀한 스킨십을 리드하는 주체가 되기를 원하며, 「Creep」에서는 비록 애인이 다른 여성에게 한눈을 팔아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다시 쟁취한다. 내심 성적인 매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여성을 희구하는 남성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만족시켜주는 제스처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로 적중했다.
그렇다고 성인 친화적인 미장센이 가득한 곡들로 이 채워져 있지만은 않다. 경쾌한 브라스 세션과 자극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이 아날로그 사운드로 유유하게 흘러가는 멜로디 위에서 「Waterfalls」가 머금은 메시지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타락의 끝으로 떠밀려가는 뒷골목의 젊은 청춘들을 위한 구제의 목소리다.
아웃캐스트(Outkast)의 안드레 3000(Andre 3000)과 입을 맞춘 「Something wicked」도 역시 각박하게 퇴색해 버린 현재의 기구한 삶을 노래하고 있으며, 따로 레프트 아이를 위한 트랙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녀의 현란한 랩 신공을 접할 수 있는 곡이다.
TLC는 세 멤버 중 어느 하나도 결코 뒤처진다고 할 수 없는 재능과 끼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적절한 배합을 통해 남김없이 증명해 나갔다. 뉴 잭 스윙, 펑크(funk), 소울, 힙합, 알앤비 등 흑인 음악의 현재가 이들의 음악을 통해서 한자리에 섞일 수 있었고, 은 그 세밀함의 측면에서 정점에 놓여 있는 수작이다.
제공: IZM
(www.izm.co.kr/)
티엘씨(TLC)
필라델피아 출신의 말괄량이 세 아가씨는 데뷔 앨범
결과론적으로는 두 번째 정규 앨범인
팀의 안정과 단합의 균열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불가피하게 TLC는 랩 파트를 전임하던 리사 로페스의 참여도를 축소시키는 결단을 내린다. 트리오의 나머지 두 축을 담당하는 티온 “티 보즈” 왓킨스(Tionne “T-Boz” Watkins)와 로존다 “칠리” 토마스(Rozonda “Chilli” Thomas)의 보컬이 앨범 전면으로 부각되는 순간이다.
두 멤버에 의해 발동된 강력한 보컬 드라이브는 관능미로 흠뻑 젖은 짙은 적색으로 물들게 된다. 어찌 보면 랩 파트가 후경으로 밀려나면서, 동시에 중성적인 감각 또한 휘발되는 구도가 자연스러워졌고, 결국 상보적으로 섹시한 여성미의 표출이 필요조건으로 충족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육감적인 목소리는 알앤비와 소울 사운드의 세례를 받아 청취자의 귀 가까이에서 농염하게 속삭인다.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프린스(Prince)의 손에 의해 창조된 섹시 넘버 「Redlight special」과 「Do it again」은 티 보즈의 저음으로 밀착해오는 보컬이 숨을 옥죄는 한편, 간주를 통해 흘러나오는 블루스적 감각을 잔뜩 머금은 기타 라인이 무아지경의 판타지로 인도한다.
단, 이들의 관능적인 섹스어필이 피동적이지 않고, 여성 주도권을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은밀한 스킨십을 리드하는 주체가 되기를 원하며, 「Creep」에서는 비록 애인이 다른 여성에게 한눈을 팔아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다시 쟁취한다. 내심 성적인 매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여성을 희구하는 남성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만족시켜주는 제스처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로 적중했다.
그렇다고 성인 친화적인 미장센이 가득한 곡들로
아웃캐스트(Outkast)의 안드레 3000(Andre 3000)과 입을 맞춘 「Something wicked」도 역시 각박하게 퇴색해 버린 현재의 기구한 삶을 노래하고 있으며, 따로 레프트 아이를 위한 트랙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녀의 현란한 랩 신공을 접할 수 있는 곡이다.
TLC는 세 멤버 중 어느 하나도 결코 뒤처진다고 할 수 없는 재능과 끼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적절한 배합을 통해 남김없이 증명해 나갔다. 뉴 잭 스윙, 펑크(funk), 소울, 힙합, 알앤비 등 흑인 음악의 현재가 이들의 음악을 통해서 한자리에 섞일 수 있었고,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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