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연회] 『20대,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허병민
20대를 어떻게 지날 것인가, 20대엔 무엇을 얻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혹은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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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이 한 번만 세월을 되돌릴 수 있게 해준다면 몇 살로 돌아가고 싶은가. 나이 들면 이런 자문을 한 번씩 해보게 된다. 나는 대학생 때, 그 풋풋했던 20대 초반으로 돌아가고 싶다. 20대란 그런 나이다. ‘여전히 무엇이건 가능한 때’. 그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던가?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에 취직해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이 혹시 꿈의 처음이자 끝이었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월든』의 소로우 식으로 ‘나는 내 삶이 아닌 건 살고 싶지 않았다.’를 외쳤지만 결국 남의 삶을 흉내 내기에 급급했던 건 아닐까? 그랬던 것 같다.



 

『20대,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는 30대의 와중에 있는 저자 허병민 씨의 후배들을 향한 멘토링 북이다. 그는 여전히 젊고, 그러면서도 완숙했다. 슬라이드로 펼쳐지는 그의 이력을 훑으며 탄복하기도 하고, 생경하게도 동병상련의 느낌도 가졌다. 그 많은 일들을 해오면서 얼마나 많은 성취감, 지혜, 느낌을 얻었을까 싶어 탄복했고, 내 것을 찾느라 숱한 일들을 헤쳐 온 그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 같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자신감 충만하고, 뭔가를 알아낸 사람 특유의 카리스마를 풍기는 선배로 청중 앞에 섰다.

스펙은 공갈빵이다

5월 30일 토요일 4시. 숙명여대 과학관 대강의실에는 아니나 다를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여느 때라면 데이트를 할 시간. 그러나 청중들에게는 뭔가가 절실했던 모양이었다. 20대를 어떻게 지날 것인가, 20대엔 무엇을 얻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혹은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


허병민 저자는 그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강연장에 왔는지 아는 듯했다. 그건 강연 주최측에서 참석 희망자들에게 요청했던 댓글의 내용에서도 나타났다. ‘우왕좌왕 자신과 쿨하게 작별하는 법-20대,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에 대해 다섯 가지 중에서 고르라는 것이었는데, 그 다섯 가지는 이렇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멋진 직장, 나를 사랑해 주는 애인, 평소에 탐내고 마음에 두고 있던 멋진 차, 견문을 넓히기 위해 가고 싶었던 세계여행, 뭐니뭐니 해도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인맥.

놓치기 싫은 것들만 잘도 뽑아 놓았다. 사실 20대에 원하는 것은 위의 것들 모두 다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 20대 젊은이들은 영어 학원을 다니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해외연수를 가고, 자격증들을 따고, 병원까지 다니며 외모를 다듬는다. 소위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다. 만들어진 스펙을 기업체에 들이밀기 위해서다. 그런데 허병민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스펙은 공갈빵이다.” 또한 직장, 애인, 차, 여행, 인맥은 스펙이나 속 빈 번지르르함과는 거리가 먼 데서 얻어진다고 딱 잘라 말한다. “도대체 어디서?”라고 되물으면 강연을 들은 독자로서 짐작컨대, 저자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진정한 자신의 발견’에서.”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하고 뻔한 소리인 듯하기도 하고, 사실이 그렇기도 하지만 우리가 다 알 듯이 진리는 늘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고릿적 얘기에 담겨 있다. 다만 저자는 같은 말을 매우 현대적으로, 젊은 방식으로, 새롭게 들려준다. 왜냐하면 그의 이야기는 그의 경험에서 나왔고, 그는 여전히 보통의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화려한 스펙만 제시하면 기업체가 무조건 좋아할 줄 알지만 그렇지 않고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스펙을 위한 스펙’은 오히려 기업에도 짐이 될 수 있고, 면접 시에 고스란히 다 드러난다고 한다. 사실 스펙은 그저 ‘한 사람이 대학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를 파악하는 기준’일 뿐이라 한다.

“취업용 스펙은 고평가된 비우량주라면,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은 저평가된 우량주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내로라할 스펙을 자랑하는 자신의 이력을 이야기해 주었다. ‘편입을 하긴 했지만 전적 대학에서의 학점은 4.1(4.5만점), 편입 후의 학점은 3.4(4.3만점), 미국에서 6년간 거주, 토익 980점, 전국 영어회화연합서클 회장 역임, 다양한 매체에서의 통신원, 작가, 전문기자 활동, 두 번의 영어웅변대회 대상 수상,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 발라드 그룹에서 보컬 겸 작사가로서의 가수 활동 등등. 여기에다 네 군데의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 경험까지!’

이쯤 되면 “자기는 그러면서 우리더라 뭐라고 해!”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그런데 그는 이 모든 경력을 인턴십으로 치부했다. 그가 책에서도 주장한 ‘Anything is Something Something is Everything’의 법칙은 궁극적인 자신의 길 즉, Something을 찾기 위해서는 관련성 있다고 여겨지는 일은 무엇이든(Anything) 가리지 말고 해 보라는 말이다. 그 모든 것이 가장 중요한 Everything에 이르는 인턴십일 뿐이라는 것.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이력서를 이력의 나열로 여기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회사가 관심 있는 것은 핵심 강점”이라는 것이다. ‘차별화되는 단 하나’를 보여주어야지 “이것도 저것도 다 조금씩 할 줄 안다.”는 식의 어필은 효과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건 다른 말로 ‘이것도 잘 못하고, 저것도 잘 못한다.’는 것과 같은 것일 수 있다고. 그런 의미로 “One shot one kill.”을 그는 주장했다.

차별되게, 그러나 공감력 있게

게다가 입사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단다. 저자가 일했던 제일기획의 김원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당시 저자에게 “회사는 사람을 뽑을 때 실력을 보지 않는다.”고 얘기해 주었다 한다. 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던 저자에게 들려준 에두른 쓴소리였던 셈인데, 정작 중요한 건 ‘조직적으로 일하는 법’ 즉 ‘어울려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법’이라며, 거기에는 인간성, 성실성, 참을성이 필요하다고 했단다.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이 되어 혼자 튀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에게도 해가 되며, 바꿔 말하면 자신이 속한 팀 동료들과의 소통을 통해 나에게 공감하게 하는 ‘공감력’이 가장 큰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그 많은 사람이 애통해한 것 역시 ‘공감력’의 결과라고 했다. 일리 있는 말.


저자가 얘기해 준 ‘피드백’ 이야기도 ‘공감력’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일 거라 생각된다. 그는 “세상이 좁다.”고 했다. 우리는 A↔B 식의 관계를 맺을 거라 여기지만 사실은 관계가 A→B→C→D→A로 결국 돌아오는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타인과의 소통에서 피드백을 마치 그 자신처럼 여기라고 했다. 그런 피드백의 사례로서 그는 고 장영희 교수의 이야기를 했다.

“한 달 전쯤 책과 관련하여 인터뷰하고 싶다고 일면식도 없는 장영희 교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새벽에 답 메일이 왔어요. 입원가료 중이라 인터뷰에 응할 수 없겠다는 간단한 내용이었어요. 교수님은 그로부터 보름 후에 작고하셨어요. 사경을 헤매는 중에 낯선 이의 메일에 답변을 하신 그분의 모든 것이 피드백 하나에 담겨 있었습니다. 피드백은 그런 것입니다.”

저자는 이어 이런 말도 했다.

“저는 늘 명품을 사는 일보다 명품을 파는 일이 더 힘들다고 느낍니다. 이건 에르메스 같은 상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품을 사고파는 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名品, 즉 이름품을 판다는 건 어떤 존재로 각인되고 싶은가,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싶은가,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싶은가의 문제입니다. 20대는 자신의 이름품을 파는 일에 매진할 때예요. 상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하는 거죠. 지금까지 맺어 온 관계를 한 번 되짚어 보세요. 내가 위기 때 달려와 줄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하고. 내가 설악산에서 사고를 당하면 서울에서 달려올 사람이 몇 명이 될까, 하고 말이죠.”

가슴이 뜨끔해지는 대목이다. 저자에게는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상상력 컨설턴트라는 자신의 everything을 찾은 듯이 보이는 허병민 저자의 강연은 20대를 훌쩍 지나버린 내게 공감되는 면이 많았지만 정작 20대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지 궁금하다. 그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차별되게, 그러나 공감력 있게’가 아닐까 싶은데, 만약 강연을 듣고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와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나름대로 강연 중간쯤에 나왔던 차별의 법칙으로 정리해주고 싶다. 이런 것들이다.

‘Law of first(처음이 돼라.)’, ‘Law of focus(한 가지에 집중하라.)’, ‘Law of sacrifice(얻기 위해서는 포기하고 버려라)’, ‘Law of candor(솔직하라.)’. 그리고 덧붙이자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그의 식대로라면 과정의 모든 것은 인턴십이므로.
#허병민 #20대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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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8.15

잘 생기신 분이네요. 게다가 능력도 뛰어나고. 하지만 역시 능력이 뛰어나니까 시기심이 먼저 앞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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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민

자신만의 관점으로 지식을 발굴하고 재가공해 의미와 가치가 담긴 콘텐츠로 만드는 데 인생을 건 사람. 인사이트 큐레이터로도 불리는 그가 하는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 큐레이션, 이 한 단어로 귀결된다. 8년간 500명이 넘는 해외의 세계적인 석학·리더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도서와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해왔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일기획 제작본부 PD로 입사했고 이후 두산동아, Otis Elevator, LG생활건강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발라드 그룹 ‘피아노’의 보컬 겸 작사가로 활동했으며 무등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 문학·문화 평론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개개인이 비전 및 셀프리더십, 혁신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코칭하고 ‘Back to Basics’, ‘한 끗 차이’ 등의 주제로 세미나와 워크숍을 진행하는 콘텐츠 기획·개발 전문 연구소 Talent Lab의 대표이자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해당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토대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에이전시 Storm Factory의 대표인 그는 대기업과 공기업, 대학(원)을 통틀어 연 100여 회의 강연과 집필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2010년 말에 펴낸 《1년만 버텨라》가 기업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사원·대리급 전문 연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또한 변화와 혁신을 즐겨 다양한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조직의 브랜드와 창의적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왔으며, 현재는 브랜딩 관련 자문과 라이프 코칭, 투자 및 M&A 딜 소싱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곱셈인생》, 《닥터쿡, 직장을 요리하다》, 《만약 잡스가 우리 회사를 경영한다면》,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준비된 우연》, 《버려야 보인다》, 《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