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서는 안 되고, 이젠 잘해야 합니다" -『불 켜진 사무실』의 저자 김종원
“직원들의 일하는 효율이 100%라고 할 때 평일에 야근을 할 경우에는 효율이 80%로 떨어지게 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휴일에 추가근무를 하게 되면 효율성은 30%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냥 앉아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죽이는 거죠.”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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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일하는 효율이 100%라고 할 때 평일에 야근을 할 경우에는 효율이 80%로 떨어지게 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휴일에 추가근무를 하게 되면 효율성은 30%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냥 앉아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죽이는 거죠.”

신간 『불 켜진 사무실 법칙』(경덕출판사)에서, ‘야근 문화’에 대해 게임회사의 한 과장이 언급하는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서 야근은 물론 밤샘까지 밥 먹듯이 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2일(수) 장충동 한 카페에서 이 책의 저자를 만나 얘기를 나눠보았다.


야근은 일정관리 못하거나 조직문화 때문

그에게서 시인의 감성이 묻어난다
Q) 왜 야근을 하게 될까요?

“책에서 언급했지만, 두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나가 일하는 스타일 문제 때문이에요. 다들 일정 관리에 서툴기 때문이라고 봐요. 일이 제대로 되려면 프로젝트 초기에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초기엔 ‘탱자탱자’ 하면서 미루다가 후반기가 다가오면 매일같이 야근을 합니다. 그런데 막판에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일정이 자꾸 늦어지고, 또 시간에 쫓겨 대충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도 없는 게 야근하는 걸 일을 많이 하고, 잘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조직문화도 야근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상사 눈치 보느라고 퇴근하지 못합니다. 사실은 일을 잘 못하는 걸 시간으로라도 때우려는 거거든요. 야근하는 직원을 성실하다고 격려할 게 아니라 빨리 끝내지 못했다고 질책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Q) 그런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대기업에서는 이 말이 맞겠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저는 다른 생각입니다. 작은 회사일수록 모든 일에 대한 결정권자가 사장이고, 일 때문에 바쁠 수도 있지만, 군대식 문화라서 사장이 퇴근 안 하면 퇴근을 못한다거나, 필요없는 야근이 많아요. 그런데 늘 야근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요령이 생겨서 근무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아요. 그리고 주말이나 휴일에 회사에 나오면 대부분은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그렇거든요.”

Q) 야근에 밤샘하는 악습을 바꿀 수 있는, 또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의 69%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을 야근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41%는 일이 많아서고, 45%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조직의 문제거나 개인적인 능력의 문제라는 거죠. 이제 열심히 해서는 안 되고, 잘해야 합니다.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죠. 상사가 지시하면 먼저 대체적인 추진 일정을 보고하고, 일을 토막 내서 세부일정을 짜는 방법도 있겠죠. 무엇보다 근무시간에 모든 일을 다 끝낸다는 생각으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금감원에서 최근에 야근을 못하게 하려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꺼지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요. 처음엔 이렇게라도 강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책 내용 중에 ‘회사에서는 가진 힘의 80%만 쏟아라’란 부분이 나오는데요.

“모든 시간과 정열을 오직 회사를 위해 쏟아 붓고 회사를 위해 이렇게 희생했는데, 회사가 해준 게 무엇이냐고 불평하는 직원보다 80%만 회사를 위해 사용하고 회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직원이 더 좋은 성과를 가둔다는 말입니다. 나머지 20%는 행복한 가정생활과 건강관리,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으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80%라도 제대로 하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Q) 시인으로 먼저 첫 책을 내셨더군요.

“네. 2003년에 첫 시집을 냈습니다.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라는 시집인데요. 다들 시인이라고 하면 술도 많이 마시고… 그렇게 인식하잖아요. 저는 ‘왜 그래야 하느냐’ 하면서 아무도 모르는 인천에 가서 혼자서 시를 많이도 지었습니다. 한 5천 개 정도 될 겁니다. (‘살며 시 쓰며’란 팬 카페가 있는데, 회원이 4만 명에 달한다. 주소는 http://cafe.daum.net/yytommy이다.)”

Q) 논술 강사도 하셨는데요.

“집안에 <파초>란 시(詩)로 잘 알려진 김동명이란 시인이 있었는데, 할머니는 제가 시작(詩作) 활동을 하는 걸 보시고는 늘 ‘종원아, 그냥 회사 다니면 안 되겠니?’ 그러시더군요. 사실 시인으로 살아가기가 경제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잘 아시니까 하신 말씀이시죠. 그것 때문에 논술기업에서 들어가서 교재연구도 하고, 강의도 하고 그랬습니다.”

Q) 경제경영 서적을 쓰시게 된 계기는 뭔가요?

“논술 강사가 30대 초반이면 학원을 경영하거나 그러거든요. 사실 아이들이 나이 든 강사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때 사장님이 대치동에 학원을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저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경제경영서를 써보자’ 해서 2005년 초에 스토리텔링형 책을 한 권 냈었어요. 『세븐 데이즈』(존재의 향기)라는 책인데, 아마 국내에서 스토리텔링형으로는 시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홍보 부족에 능력 부족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만.(웃음)”



시인에서 논술 강사, 이제 자기계발 작가로…

Q) 스토리텔링형 자기계발서가 너무 범람하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들 책을 읽으면서까지 머리 아프고 싶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본도 딱딱한 경제서가 유행하다가 지금은 만화로 만든 경제경영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가지 않을까 싶어요.”

Q) 경제경영 전문작가 단체라고 하는 BBC(Biz Book Club)에 대해서 좀 소개해 주시죠.

『총각네 야채가게』(거름)를 쓰신 김영한 씨와 『블루마켓을 찾아라』(크레듀)란 책을 함께 쓰게 된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분을 만나고 나서 ‘세상엔 책으로 쓸 소재가 무척 많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이 ‘구르는 돌멩이만 봐도 대하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하셨는데, 김영한 씨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런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김영한 씨가 하는 말이, ‘지금까지 80권 정도의 책을 냈는데, 스무 권째 책을 낼 때까지는 초판 이상을 찍지 못했다’고 합니다. 『총각네 야채가게』란 책이 스물한 번째 책이었는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그 이후에는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민들레영토 희망 스토리』 등의 책이 줄줄이 히트한 이유가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독자가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걸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 거죠.

BBC는 경제경영 서적을 내는 작가들의 사적 모임이고요. 두 달에 한 번 정도 모이는데, 쟁쟁하신 분이 많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Q) 요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책 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책쓰기』(살림) 『당신의 책을 가져라』(국일미디어) 같은 관련 책도 많이 나왔는데요. 책 쓰는 비법을 알려주신다면?

“‘시인이 되려면 백 권의 책을 읽고, 소설가가 되려면 열 권의 책을 필사하라’는 이야길 하는데, 마찬가지로 경제경영 서적 한 권을 쓰려면 백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쓴다고 하면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또 많이 읽어야 하는 게 기본인 거 같습니다. 많이 읽은 만큼 좋은 원고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나올 책은 어떤 게 있습니까?

“다음 달에 자기경력 관리와 관련한 우화 책이 나오고요, 개인 브랜드 관련 책, 그리고 연말에 우화형 책이 하나 더 나옵니다. 독자가 이런 책을 읽고 ‘나도 뭔가 시작해 봐야겠다’ 하고 경각심을 되새길 수 있는 책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것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 중

Q) 나만의 자기계발 비법이 있다면요?

“코카콜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 때 회장이 그랬다고 하잖아요. ‘병이 깨져도 우리 콜라병임을 알 수 있도록 하라.’ 남과 다른,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같은 물이라도 어디서 길어오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잖아요. 저는 속리산처럼 깊은 곳에서 길어오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모래시계는 찜질방에서 주로 쓰는데, 새로운 형태의 모래시계를 만든다면 기념품 가게에서도 팔 수도 있고 하지 않겠어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차별화할까. 어떻게 하면 세상을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좀 더 앞서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너무 많이 앞서가는 것 말고요. 그런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Q) 예스24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기준에 따라 선택했으면 합니다. 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이 디자인이 화려해서 좋아’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너무 화려해서 싫어’처럼 모든 게 양면으로 받아들여지니까요.”

인터뷰를 끝내고, 근처 장충공원에서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했다.

완연한 봄 날씨에 짧지 않은 인터뷰 시간에도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하자, 못다 한 말이 있는 듯 다음 한마디를 덧붙였다. 짧지만, 긴 울림으로 다가오는 말이었다.

“한국 영화의 스크린쿼터처럼 북 쿼터도 도입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만 지켜야 할 우리 문화고, 책은 그렇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김종원 #불 켜진 사무실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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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25

북쿼터가 있다면 음지에 머물던 많은 한국 작가들이나 지망생에게도 출간의 기회가 돌아갈까요. 외국도서 출판으로 인해서 더욱 다양한 장르를 집필하고 출간하는 작가들이 늘어날것 같은데요. 하지만 작가등단을 주도하는 이들이 파격적인 형식이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도 없이 보수적인 것만 고집해서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걸 모르고 있는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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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에프

2009.04.16

학생이 아니면 사회에 나가는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던져주는 의미가 있네요..잘 해야한다는 말.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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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2007.05.15

마지막말이 인상에 남네요...그렇게해서 한국영화가 현재 급성장했는데 문학쪽은 미처 그런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고려해볼만한 아이디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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