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의 거짓말, 분리했는데 왜 결국 태워질까?
시민은 비용을 내고 실천을 반복하지만, 제도와 기업의 책임은 그 뒤에서 끊겨 있었습니다. 이 간극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의 노력은 계속 헛돌 수밖에 없습니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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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는 이제 모두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라벨을 떼고, 플라스틱을 씻고, 종이를 묶으며 우리는 정성 들여 쓰레기를 내놓습니다. 정부는 “재활용률 86%”를 앞세워 성과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시 자원으로 쓰이는 비율은 20% 남짓에 불과합니다. 불에 태운 양까지 재활용 실적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재활용의 거짓말』은 이 간극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은 화려한 통계 뒤에 가려진 구조적 모순을 밝히고, 시민의 실천이 끝까지 이어지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재활용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이 책을 집필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집에서 분리수거하다 보면,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라벨을 떼고, 플라스틱을 씻어 내놓으면 ‘내가 환경에 조금은 보탬이 됐다’라는 마음이 들지요. 그런데 정책을 다루고 현장을 다니며 확인한 건, 그렇게 정성 들여 내놓은 쓰레기의 상당수가 결국 제도의 한계 때문에 태워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민은 비용을 내고 실천을 반복하지만, 제도와 기업의 책임은 그 뒤에서 끊겨 있었습니다. 이 간극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의 노력은 계속 헛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도 쓰레기가 결국 소각되는 구조는 무엇 때문일까요?

똑같이 태우는 건데도 어디서 태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시멘트 소성로에서 태우면 재활용으로 인정되고, 소각장에서 태우면 소각으로 기록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큰 비용을 들여 재사용이나 물질 재활용을 할 필요가 없겠지요. 시멘트 소성로나 SRF, 제지공장에서 태워도 재활용으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손쉬운 소각 방식을 택하게 되고, 이것마저 'ESG·친환경 활동'으로 포장됩니다. 결국, 시민이 애써 분리한 쓰레기는 소각이라는 종착역으로 향하게 됩니다.

 

본문에서 지적하신 ‘86% 재활용률의 착시’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의미하나요?

정부가 내세우는 86%라는 수치는 실제 재활용률이 아닙니다. 공장에 투입만 돼도 재활용으로 기록되고, 소각조차 특정 시설에서는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라스틱이 새 플라스틱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20% 남짓에 불과합니다. 같은 ‘소각’인데도 시설에 따라 '재활용'으로 둔갑하는 구조가, 화려한 통계와 국민 체감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한국의 재활용 제도가 해외(EU 및 일본)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유럽과 일본은 ‘다시 자원으로 쓰일 수 있는 경우’만 재활용으로 집계합니다. 소각이나 에너지 회수는 철저히 제외하지요. 반면, 한국은 일부 소각까지 재활용 실적에 포함합니다. 덕분에 통계는 높아지지만, 정작 물질 재활용률을 늘릴 이유는 사라집니다. 결국, 다시 쓰이게 만들 동기가 사라진 사회가 된 겁니다. 제도가 오히려 ‘편하게 태우는 길’을 넓혀준 셈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진짜 자원 순환 행동’은 무엇일까요?

제가 책에서 강조한 건 ‘개인 실천의 한계’입니다. 시민이 아무리 열심히 실천해도 제도와 시장이 받쳐주지 않으면 순환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특히 줄이는 행동, 즉 감량은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실천인데도 정책 성과에는 기록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개인의 착한 소비를 넘어, “왜 줄이는 것은 기록되지 않는가?”를 사회적으로 묻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이 모여야 제도가 움직이고, 진짜 순환이 시작됩니다. 생활 속에서 포장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덜어내는 작은 실천이 함께 이어질 때 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책 제목처럼 ‘거짓말’이라는 강한 표현을 쓰신 이유가 있나요?

정부와 사회는 '재활용률 86%'라는 숫자를 내세우며 자화자찬해 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본 건, 정성 들여 분리한 쓰레기의 상당수가 결국 소각장으로 가는 현실이었습니다. 화려한 수치 뒤에는 불에 태운 양까지 재활용으로 둔갑시키는 왜곡이 숨어 있었지요. 저는 이 간극을 단순한 착오나 오해로 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재활용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이라는 강한 표현을 택했습니다. 왜곡된 통계를 바로잡고 현실을 직면해야만, 우리의 노력이 진짜 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독자, 그리고 앞으로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열심히 해도 소용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는 책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책을 덮은 뒤 “내가 한 실천이 끝까지 이어지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어주신다면, 그것 자체가 바로 변화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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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의 거짓말

<문관식>

출판사 | 헤르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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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