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비의 열쇠, 유럽의 ‘감각 자본’에서 발견하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감각이 미래 소비의 핵심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보다는, 감각이 어떻게 구체적인 ‘경험’이 되고 ‘지불 의사’로 이어지는지에 집중했습니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0.14
작게
크게


20년 넘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마케터로 일하며 세계 각지를 누빈 김양아 저자는 신간 <감각의 설계자들>을 통해 미래 소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감각 자본’을 제시한다. 미식부터 도시 개발까지, 유럽의 다양한 공간들이 어떻게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담아냈다. 그를 만나 감각이 어떻게 자본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가님께서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유럽에서 미래 소비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전통의 대륙이라 여겨지는 유럽에 주목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유럽 하면 오래된 성당이나 미술관을 떠올리며 과거에 머무는 대륙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2017년부터 독일에서, 또 2022년부터는 파리와 런던 등 주요 도시를 오가며 직접 확인한 유럽은 전혀 달랐습니다. 유럽은 과거의 유산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감각’을 무기로 미래 소비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언어와 문화, 역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복잡성 때문에 뛰어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거대한 연구실이 되기도 합니다. 호텔, 레스토랑, 리테일 매장 등 유럽의 모든 공간은 사람들의 오감을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정교한 설계 노하우를 축적해왔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결국 몸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감각의 동물’이기에, 이 감각을 자본으로 만드는 공식을 완성한 유럽이야말로 미래 소비의 최전선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책의 핵심 키워드인 ‘감각 자본(sensory capital)’이라는 개념이 흥미롭습니다. ‘예쁜 인테리어’나 ‘좋은 향기’ 같은 단순한 감성 마케팅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유럽의 호텔, 레스토랑, 리테일 매장 등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며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머무는 방식, 먹고 반응하는 모든 과정이 사전에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예쁜 인테리어나 좋은 향기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오감을 통해 습득된 정서적 기억과 몰입 경험의 총합이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이처럼 고객의 기억과 취향, 정체성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감각 기반의 정서 자산이야말로 ‘감각 자본’의 정수이고요. 감각 경험이 기억으로, 기억이 충성도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이 구조야말로 미래 소비의 핵심이라 확신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곳곳에서 ‘커뮤니티’를 키워드로 내세우는 공간은 많습니다. 이 책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면요?

런던의 ‘컬페퍼(The Culpeper)’와 ‘벅스톤(The Buxton)’이 좋은 예입니다. 이들은 ‘바 앤 룸(Bar & Rooms)’이라는 초소형 호텔 모델을 통해, 지역 주민의 일상과 여행자의 체류를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1층 바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고, 여행객은 그곳에서 체크인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로컬 문화에 스며듭니다. 특히 컬페퍼의 루프탑 가든은 호텔에서 직접 기른 작물을 레스토랑 식재료로 사용하고 주민에게도 개방하며 작은 도시 생태계를 완성합니다. 이처럼 일부러 커뮤니티를 기획하는 대신, 관계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책에서 다룬 수많은 사례 중, ‘이것이야말로 감각 설계의 정수’라고 생각하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파리의 ‘오가타(OGATA)’에서의 경험을 꼽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공간이 먼저 감각을 조율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빛의 각도, 그릇의 온도, 심지어 침묵의 깊이까지 모든 것이 정교하게 짜인 ‘감각의 서사’였죠. 또 다른 경험은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빕(VIPP)’의 호텔입니다. 휴지통을 만들던 브랜드가 제품을 설명하는 대신에, ‘실제로 살아보는 경험’을 통해 브랜드 철학을 체득하게 만드는 방식은, 판매 행위를 넘어 체류 자체가 브랜딩이 되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이야말로 ‘감각의 설계자들’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예시라 생각합니다. 

 

글로벌 브랜드의 소비자 경험 설계 프로젝트를 오랜 기간 진행해오셨습니다.  한국의 도시와 비즈니스에도 유럽의 ‘감각 설계’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유럽 시장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 너머에 있는 문화적 코드를 함께 읽어야 하는 복잡성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 시장을 보면 특히 제품의 기능적 설명보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체험의 잔상을 더 강력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감각을 설계하고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유럽의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응용 가능하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령 런던의 ‘바 앤 룸’ 모델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는 성수동이나 을지로에 지역의 결을 유지하며 활력을 불어넣는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 너머에 작동하는 문화적 코드와 비즈니스 전략을 놓치지 않고 읽어내는 것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LVMH를 ‘감각의 제국’이라 칭하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요. LVMH가 다른 럭셔리 그룹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LVMH는 럭셔리를 제품 카테고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생태계’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입니다. 그들은 패션, 주얼리를 넘어 호텔, 미식, 예술, 레지던스까지 고객의 삶 전체를 브랜드 경험의 무대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슈발 블랑’ 호텔이나 사마리텐 백화점 프로젝트는 개별 브랜드 경험을 넘어, 그룹이 보유한 모든 브랜드를 하나의 유기적인 세계관으로 묶어내는 ‘라이프스타일 아키텍처’를 구축한 사례입니다. 이는 LVMH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각과 일상을 점유하는 ‘감각의 설계자’로서 시장의 규칙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길 바라시나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감각이 미래 소비의 핵심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보다는, 감각이 어떻게 구체적인 ‘경험’이 되고 ‘지불 의사’로 이어지는지에 집중했습니다. 독자분들이 유럽의 특별한 사례를 넘어,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미래의 비즈니스 공식을 발견하셨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책을 덮은 뒤, 각자의 일과 삶에서 ‘감각을 설계하는 힘’에 대해 잠시라도 주목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우리의 도시와 일상은 훨씬 더 풍요롭고 특별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감각의 설계자들

<김양아>

출판사 | 북스톤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