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젊은 작가 특집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20명의 작가를 후보로 6월 18일부터 7월 15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젊은 작가 20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볼까요?

작가님의 기억 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첫 책은 무엇인가요?

친한 친구가 선물로 건네준 책이 있습니다. 줌파 라히리가 쓴 에세이,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입니다. 다정한 쪽지와 함께 전해준 이 책이 저에게는 아직도 무척 소중합니다.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글을 쓴다는 것이 저자에게 있어 어떤 낯설고 기이한 고통을 가져다주는지, 또 그 고통은 어떤 방식으로 소설 쓰기에 대한 고민을 일깨워 주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평소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주로 읽던 저에게는 퍽 다른 독서 경험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제게 첫 책만큼 소중한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첫 책을 출간하기 전에도 많은 이야기를 써오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최초의 습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초의 습작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기억에 남는 습작은 있습니다. 한국에 잠깐 머무르게 된 덴마크인이 우연히 개를 데리고 다니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다 공원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과 한강 변에 돗자리를 피고 누워 한국의 PC카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그런…밋밋하고 시답잖은 소설이었는데요. 저는 아직도 그 소설이 가지고 있던 어떤 고유한 느낌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 소설을 고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덴마크 요리를 가르칠 수 있는 자기만의 주방을 가지기도 했지요. 그 둘이 연인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결국 인물의 마음을 구체화하는데 실패했던 것 같아요. 감히 제가 건너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그 소설은 영원히 발표되지 않을 겁니다.

습작과 출간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독자가 있다는 점 같습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독자와의 첫 접촉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단편 「사랑과 결함」이 『소설 보다: 봄』에 실리고 나서 북토크를 했는데요. 그때 무척 떨렸던 기억이 나요. 저의 소설을 읽은 낯선 이를 처음 본 순간이었어요. 사실 소설에는 내밀한 나의 습관과 표현 그리고 생각이 묻어나기 마련이고 그것을 어떻게든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했을 사람들을 본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고마웠던 것 같아요.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질문’을 해준 사람이 있던가? 싶기도 했고요.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분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도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지금도 늘 하는데요. 솔직히 생각하면 그저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만 같습니다. 누구에게는 그게 좋은 소설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 중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꾸만 되돌아가게 되는 인물이나 작품이 있나요?

「사랑과 결함」 속 고모 순정이라는 사람을 잃고 싶지가 않네요. 오래오래 생각하고 싶어요. 그 사람의 고통에 대해, 미움에 대해 말이에요. 엄밀히 말하면 제게 그런 세밀한 감정의 실체를 알려준 인물이기도 하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 사이에도 사랑이 존재한다고, 분명하게 여기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는 사람이어서요. 종종 그런 생각도 합니다. 소설이 저를 자꾸 만들어낸다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게 나쁘지 않습니다. 좋아요.

언젠가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소재나 인물이 있나요?

이세계물을 써보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거든요.

만약 평행 우주에서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나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되어보고 싶어요. 뭔가 엄청난 걸 발명하는 것보다 그것에 몰두하는 집중력이 부러워요.

인류 멸망을 앞두고 지하 벙커에 도서관을 지을 예정입니다. 딱 세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시겠습니까?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어슐러 르귄의 『어둠의 왼손』, 지다웨이의 『막』을 고를 것 같습니다. 벙커가 모두에게 열린 곳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최근에 <폴 아웃>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는데 거기도 핵폭탄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함과 동시에 벙커에 살게 된 신인류가 나와요. 갑작스럽지만 아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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