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오는 법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결국 사람들이 다함께 잘살기 위해 설계하고 실행해야 하는 거죠.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5.26
작게
크게


우리 사회에는 중요하고 민감한 경제 이슈들이 많다. 사회적 합의가 매우 시급한,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정파적이고 이념적인 문구, 숫자나 데이터를 과장해서 해석하는 기사와 보도로 인해 실체적 진실을 알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오류를 바로잡고 강점은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책은 이해할 수 없는 경제 정책,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사안 등, 지금 당면한 경제 문제를 깐깐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언론은 알려주지 않는, 내 삶과 직결되는 진짜 경제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작가님, 반갑습니다. 작가님께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히 경제 이슈를 짚고 비판 메시지를 주고 계시는데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이야기』의 핵심 메시지를 소개해주세요.

제가 경제 책을 썼지만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일하고 있는 경제학자는 아닙니다. 채권시장, 외환시장 등 금융 시장 현장에서만 30년 가까이 일하고 있어 굳이 구분한다면 금융시장 및 실물 경제 현장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현장의 시각에서 우리 경제를 진단하면서 경제 정책의 아쉬운 점이나 개선해야 할 될 부분을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가능한 쉽게 경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중요하고 민감한 경제 이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파와 이념, 이해관계에 따라 숫자나 데이터를 숨기거나 일부러 부풀리는 등 왜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이 좌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그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알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경제는 부풀린 숫자가 아닌, 일부러 숨긴 데이터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어야 부족한 점은 개선하고 강점은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경제에 내일이 있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날들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경제기사에서 많이 언급된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익숙한 ‘낙수효과’가 경제학 용어가 아닌 코미디언의 언급에서 비롯된 용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낙수효과는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요?

많은 분들이 ‘낙수효과’란 단어를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밀턴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가 처음으로 사용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좀 다릅니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희극 작가인 윌 로저스가 미국 대공황 당시 무능력한 후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부자들 손에 넘어간 돈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낙수되기를 고대한다”라고 비꼬면서 했던 말인데, 아이러니하게 그 단어가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고 말았습니다.

‘낙수효과’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신자유주의 정책인 감세정책에도 재미난 일화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가 레이건 정부 주요 관료와 식사 중에 냅킨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감세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는데 그 그래프가 감세정책의 논거로 유명한 ‘래퍼 곡선’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래퍼 곡선에서의 최적 적정 세율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레이건과 경쟁했던 조지 부시가 저건 ‘무당경제학이다’라고 집요하게 공격했던 것입니다. 

낙수효과가 존재한다면 위기 때마다 감세정책만 펴면 경제가 성장했을 테니 아무 문제도 없겠지요. 그런데 오히려 감세정책을 폈을 때 경제는 더 나빠졌다는 것을 역사가 이미 증명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책에서 지적하셨듯이 경제학상의 숫자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1인당 GDP는 높아졌는데 삶은 더 팍팍해진 것을 봐도 그렇고요. 경제 기사에 등장하는 숫자와 지표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요?

2024년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약 36000달러 정도 됩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4인 가족 기준 한 가정의 한해 평균 수입이 2억 원쯤 되는 정말 큰돈입니다. 부자나라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 부자나라를 실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GDP는 가계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 소득까지 모두 합한 값의 평균값입니다. 즉 내 삶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생긴 소득을 모두 합친 값입니다. 아파트가 붕괴되고 건설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다시 아파트를 짓는데도 GDP 값은 증가합니다. 독감환자가 넘치고 타미플루 처방이 늘어나도 GDP 값은 증가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이 파괴되어도 GDP 값은 증가합니다. 그래서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가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 제목은 〈GDP는 틀렸다〉입니다. 

1인당 40000달러 시대만 오면 국민 모두가 부자가 될 것 같습니다. 모두가 1인당 GDP 숫자에 집중하는 순간 진짜 내 삶은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는 커져 갑니다. 이처럼 정치도 경제학상의 숫자를 목표로 삶을 게 아니라 가려지고 숨겨진 국민의 진짜 삶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 기본소득, 최저임금 등을 두고 그렇게 다 퍼주다가는 나라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좌파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는 기사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근거가 있는 주장인지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2020년 5월에 지급됐던 1차 재난지원금만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되었습니다. 나머진 전부 특수고용직이나 취약계층 등 선별적으로 지급되었습니다. 사실상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거대한 시험장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차이는 너무 명확하게 갈렸습니다. 재난지원금이 보편적으로 지급되었을 때가 모든 면에서 효과가 훨씬 더 좋았습니다. 

1차 재난 지원금 지급 이후 통계청과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확인해보면, 전통시장 매출 20%, 카드사 가맹점 매출 27%가 증가하는 등 민간소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지역경제와 서민경제가 살아나면서 당시 우리나라의 GDP 추가하락을 막았던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가계 평균소득 증가율이 더 높았고, 5분위 배율 등 소득분배효과도 훨씬 더 좋았습니다. 즉 보편적으로 지급되었을 때가 소득불평등까지 줄여낸 것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숫자들의 성과가 아닌, IMF 금모으기 이후 처음으로 우리 국민이 스스로 사회 경제적 연대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낸 성공사례를 경험자산으로 축적했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어떤 숫자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 하겠습니다. 

 

정부의 예산 집행 의결 현장에서 종종 들어온 ‘재정건전성’ 논란도 익숙한 주제입니다. 재정이 건전하다는 말은 국가 부채가 적다는 의미일 텐데, 건전한 재정을 위해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건 맞는 말 아닐까요?

우리는 ‘재정건전성’이나 ‘국가부채’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IMF 국가부도라는 트라우마를 겼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선지 빚이라면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이런 분위기를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는 세력들이 있다 보니 늘 재정건전성이 논란이 됩니다. 

먼저, 우리 국가부채의 구조를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채는 2025년 1월 기준으로 약 1060조 원의 발행 잔액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95% 이상은 원화표시 채권입니다. 즉 우리 돈으로 갚을 수 있는 채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약 80%를 우리 연기금, 은행, 운용사 등 국내 금융기관 등에서 보유하고 있죠. 이 말인즉 국채 이자가 지급되더라도 다시 국민들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중 약 40%는 금융성 채무 즉 반대자산이 있는 채권으로, 팔면 바로 갚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성 채무는 엄밀하게 말하면 빚이 아닙니다. 

제대로 따져보면 지구상에서 우리나라만큼 양호한 건전재정을 지닌 나라도 드뭅니다. 오죽했으면 보수적 색채가 강한 IMF, OECD조차도 대한민국은 좀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겠습니까?

 

다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청년을 위한 정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고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청년층의 삶과 미래를 위해 진짜 필요한 경제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거 때만 되면 진보, 보수, 여야 가릴 것 없이 쏟아내는 정책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청년에 대한 공약과 정책들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청년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구조화되고 고착화되고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소득 하위 10% 또는 상위 10%인 경우, 그 자녀도 같은 계층에 머물 가능성이 90% 이상 높아졌습니다. 사실상 ‘수저계급론’이 현실화된 겁니다. 소위 명문대학의 신입생 비중도 갈수록 고소득층 자녀가 늘고, 그 대학 졸업장이 다시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합니다. 출생이 곧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우리나라가 고도의 성장기에 있지도 않으니 일자리 찾기도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주거문제도 심각합니다. 서울 거주 1인 청년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무려 40%가 넘습니다. 많은 청년이 여행가방 하나에 인생을 구겨넣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삽니다. ‘청년난민’이나 다름없습니다. 거창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멀리 있는 정치를 청년 곁으로 끌고 와야 합니다. 정치가 진짜 힘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청년을 위한 ‘기본소득’, 청년을 위한 ‘공공 임대아파트’도 좋습니다. 청년을 위한 ‘기본대출’도 좋지요. 청년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도록 돈도 주고 시간도 주고 집도 줘야 합니다. 청년은 단순한 복지 대상이 아니라 우리 미래의 씨앗입니다. 정치가 청년 곁을 지켜야 우리에게도 내일이 있습니다. 

 

작가님은 책에서 ‘정치가 밥 먹여준다’고, 정치와 경제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출발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가 명심하고 주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 작가님의 당부를 듣고 싶습니다.

아시아 최초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에 의하면 실질적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될 때 비로소 경제발전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1987~1996년까지 10년간을 우리 경제의 최고 황금기로 뽑고 있습니다. 그 시대를 돌아보면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었고, 노동자 대투쟁 이후 구매력을 갖춘 건강한 중산층이 처음으로 만들어지면서 경제는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노동권이 강화될 때 비로소 경제가 성장하고 황금기를 맞이했습니다. 즉 아마르티아 센의 통찰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우리 경제는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0%대로 폭락하고 있고, 내수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10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달러-원 환율은 1400원을 훌쩍 넘어섰고 코스피 지수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즉 정치가 밥 먹여주고, 정치와 경제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우리 모두가 목도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노동조합을 악마화하는 정치세력에게 표를 줘서는 안 됩니다. 우리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 전에 투표부터 잘하자”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