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 동안 국내 역사학계 최고의 학자들이 최신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여 지도와 연표, 사진과 설명을 하나로 아우른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의 최신 결정판,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가 완성됐다. 그 어떤 책, 어느 유튜브 교양 채널보다 더 깔끔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역사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시간과 공간이 지도 안에서 되살아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를 만들고, 편집하고, 직접 집필까지 한 강창훈 편집자에게 이 방대한 역사 책의 깊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출판 편집자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주로 역사책을 기획하고 편집했습니다. 역사로 분야와 주제를 집중하여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쓰기 훈련을 할 수 있었고, 그러다 몇 권의 책을 직접 쓸 기회도 생겼습니다.
언젠가부터 누가 제 직업을 물어보면, 뭉뚱그려 이렇게 답했습니다. “역사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획하고, 내용을 쓰고, 편집하는 일을 다 합치면 곧 ‘책 만드는 일’이니까요. 그동안 제가 맡았던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의 편집과 이번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의 집필이 제가 지금까지 일하며 살아온 모습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는 어떤 책인가요?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소개가 먼저일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는 사계절출판사가 지난 25년간 이어온 대형 역사기획 프로젝트입니다. 2004년에 제1권 『아틀라스 한국사』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중고등학교 『역사부도』 교과서 말고는 지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역사책이 국내에 없던 시절이라, 역사책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해에 『아틀라스 한국사』와 『타임스 세계사』의 축쇄판을 번역한 『아틀라스 세계사』를 출간되고 그다음에는 4~5년에 한 권씩 중국사, 일본사, 중앙유라시아사를 차례로 선보였습니다. 세계사를 제외한 나머지 네 권은 모두 국내 연구자가 직접 쓴 책이며, 한국사와 중국사는 개정판도 발간하여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보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유일하게 번역서로 남아 있던 『아틀라스 세계사』를 새로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집필을 맡기는 하였으나, 사실 이 책은 그동안 사계절출판사가 축적한 역량을 모두 모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책의 편집자로 일을 하다 결국 저자가 된 소감이 어떠세요?
2022년 10월 6일, 담당 편집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금도 캡처해서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시 군산으로 여행을 가서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카톡이 왔습니다. “선배님, [아틀라스 세계사]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요!” 그 말을 듣고 가슴 두근거리는 기대감이 50퍼센트, 잘할 수 있을까 불안과 걱정이 50퍼센트, 딱 반반씩 들었습니다. 하지만 피하거나 물러설 수는 없다는 걸 깨닫고 이게 운명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그날부터 2년간 행복과 고통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낸 끝에 책을 완성했습니다. 책이 진짜로 출간되고 이제 두 달여가 흘렀는데도 그 ‘반반의 기분’은 여전하네요.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두렵기도 합니다.
새 책의 기획·편집 의도와 이 책만의 장점을 알려주세요.
구판 또는 다른 ‘지도와 함께 읽는 역사’를 내세운 세계사 도서들은 지면의 한계 때문에 지도 한 장에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한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대개의 경우는 한 주제를 하나의 지도로 전부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최고 전성기나 최대 광역 위주로 지도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는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건국과 발전뿐 아니라 중흥과 멸망의 과정까지 가능한 한 전부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존 책들의 또 하나의 단점은, 한마디로 말해 어렵다는 것입니다. 역사지도는 일반 지리지도보다 보기가 힘들어요. 자연지리 외에도 사건의 전개와 문화의 수준 등 여러 정보가 추가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기존 책들은 이에 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국경과 영토의 변화를 지도 위에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도 속에 재현된 상황을 본문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고, 본문의 공간이 부족하면 지도의 여백을 활용해서 해설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지도 안팎에 읽고 공부할 내용을 충분하게 실어서, 말 그대로 ‘진짜 지도로 읽는 역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저자가 직접 추천하는 이 책의 사용법이 있을까요?
질문을 듣고 그동안 제가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를 어떻게 읽고 있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첫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는 것입니다.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에는 연표, 설명, 지도, 사진 및 도표 등 일체가 펼침면 두 쪽에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읽다가 사건의 앞뒤가 궁금해지면 맨 왼쪽의 연표를 확인하고, 사건이 일어난 공간이 궁금하면 지도를 보면서 설명과 비교하게 됩니다. 이렇게 첫 장부터 맨 마지막 장까지 쭉 읽으면 세계사의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사의 여러 무대들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역사 현장으로 간다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닌 것이죠.
둘째는, 다른 역사책을 읽을 때 그 보조교재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프랑스사’ 책을 읽고 있다면, 책 곳곳에 흩어져 있는 프랑스사 관련 역사지도를 선별해보세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 로마제국이 지금의 프랑스 땅을 차지했을 당시의 지도, 게르만족의 침입과 프랑크족의 이동을 보여주는 지도, 그리고 프랑크왕국(메로빙거+카롤루스), 베르됭조약, 메르센조약, 카페왕조 시대, 백년전쟁과 근현대 프랑스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지도가 책 속에 있습니다. 이것들을 모으면 프랑스사 개설서를 공부할 때 훌륭한 부교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좋아하는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다면 그 도시를 테마로 세계사를 다시 읽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오는 여름에 튀르키예의 이스탄불로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면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를 펼치고 그 도시의 역사를 미리 공부해보는 것이죠. 248쪽부터 이어지는 찾아보기를 펼치고 이스탄불(과거에는 ‘콘스탄티노폴리스’)이 등장하는 페이지를 찾아서 그곳의 지도와 내용을 쭉 살펴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이 사랑하고 궁금해하는 도시의 장구한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 책에는 모두 288장의 역사지도가 수록되었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도를 한 장 골라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나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네요. 무엇 하나를 꼽기가 어렵습니다. 저희는 역사지도를 멋지고 화려해 보이도록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정확하고 충실하게, 그리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기준에 충실했다면 그렇게 만든 지도는 모두 좋은 지도라고 생각합니다. 크기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그 안에 들어간 나라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모든 지도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서 만들었습니다. 꼭 가장 좋은 지도를 골라야 한다면 저보다는 독자 여러분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지도를 골라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다섯 권의 책을 편집하고 지도를 만들고 직접 쓰기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은 일화가 궁금합니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를 편집할 때가 생각나네요. 흉노제국을 보여주는 지도를 편집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세계사 책에서는 유목민족인 흉노보다 그 아래의 중국 한나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시각적으로도 더 강조한 측면이 켜요. 그런데 저는 이 책에서는 흉노를 시각적으로 부각하고 또 내용상으로도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지도의 남과 북을 뒤집었습니다. 즉 흉노를 지도의 남쪽(아래)에 두고 그 위에 중국 한나라를 배치했지요. 그렇게 했을 때 당시 동북아시아의 판도가 더 잘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도한 만큼의 효과가 있었는지는 그 지도를 본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원고를 쓰고 지도를 정하는 작업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세계사를, 때로는 전체를 아우르고 때로는 작은 부분의 디테일을 살려서 쓰는 것은 무척 어려웠죠. 디자이너와 지도 제작자도 고생이 많았을 것입니다. 제가 지도 분량을 대폭 늘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요구도 많이 했거든요. 아마 여러 밤 샜을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은 담당 편집자일 거예요. 편집자의 고생은 같은 일을 해본 편집자가 가장 잘 알죠.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를 함께 만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독자 여러분께도 미리 감사를 전하며,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책이니 많은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앞으로도 계속 책의 오류를 바로잡고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약속도 드립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
출판사 | 사계절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