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정 때문인 것 같아요.” 2008년 <온에어>로 뮤지컬을 처음 경험한 오종혁이 꾸준히 무대를 찾게 되는 까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온에어>, <쓰릴 미>에 이어 그가 선택한 작품은 그와 좀 더 현실적으로 맞닿아 있는 <오디션>이다. 그는 <오디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오종혁과 병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font color="#000000">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품이 <오디션>이네요.
</font><font color="#5c585a">군대에 가기 전 기타를 좀 배우고 싶어서 기타를 샀는데 그때 마침 <오디션>이라는 작품을 알게 됐어요. 대표님이 이런 뮤지컬이 있는데 해볼래? 그러시기에 저야 좋죠, 그랬죠. 밴드 이야기라고 해서 정말 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직접 연주를 하면서 하는 공연은 별로 없으니까 꼭 해보고 싶었죠.</font>
<font color="#000000">갑자기 기타는 왜 배우고 싶었어요?
</font><font color="#5c585a">제가 원래 베이스 기타를 쳤어요. 그런데 베이스 기타는 곡을 만들기도 힘들고, 혼자 연주를 하기도 힘들어서 합주를 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요. 기타는 어떤 노래든 기타만 가지고 쳐도 참 좋으니까 한번 배워봐야겠다 싶었죠.</font>
<font color="#000000">공연 연습 기간이 한 달이었다고 했으니까, 그럼 한 달 만에 기타를 배운 거예요?
</font><font color="#5c585a">그래서 제일 힘들었던 게 기타 연습이었어요. 물집이 터지고, 피가 나고, 손이 다 망가질 정도로 연습을 해도 불안한 거예요. ‘이게 한 달 안에 돼? 일곱 곡이야. 불가능해.’ 연주하면서 노래도 불러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하고, 하면 할수록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심지어 2주 동안은 코드도 잡지 못하고 스트로크만 했거든요. 불안한 마음에 제발 코드 좀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연출님이 이상할 정도로 확신을 가지고 죖할 수 있어. 괜찮아,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남은 2주 동안 열심히 한 곡씩 배워나간 거죠. </font>
<font color="#000000">밴드의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대본을 읽었을 땐 어땠어요?
</font><font color="#5c585a">대본상으로 보면 병태란 역할은 굉장히 작아요. 대사가 많지도 않고, 준철이라는 캐릭터가 극을 끌어가기 때문에 병태는 비중이 작죠. 그래서 부담이 덜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악기도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비중까지 크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근데 막상 공연이 올라가고 나니까 작은 게 아니더라고요. <오디션>은 주인공이 따로 없는 것 같아요. 여섯 사람 각자의 이야기고, 각자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한테 비중이 쏠려 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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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000000"></font>
<font color="#000000"><오디션>은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길 희망하는 젊은 뮤지션들의 이야기잖아요. 종혁 씨하고 상황 자체는 다르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와 닿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font><font color="#5c585a">그렇죠. <오디션>은 열정은 많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청춘들의 고민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잖아요. 제가 그렇게 배고프게 음악을 했다고는 할 수 없고 분명히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저도 음악을 하면서 힘든 상황을 겪었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 친구들, 가족들과 했던 이야기들과 흡사한 점이 많아요.</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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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특히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뭉클하던가요?</font>
병태는 준철이만큼 멤버들이랑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요. 소심한 캐릭터잖아요. 많은 분들이 찬희가 죽고, 멤버들의 꿈이 좌절된 뒤 병태 혼자 오디션에 나가는 마지막 장면이 제일 슬프다고 하지만 저는 ‘회기동’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전이 가장 뭉클해요. ‘회기동’은 병태가 오디션을 위해 내가 뭘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노래를 써와서 멤버들한테 보여주는 곡인데, 그때 멤버들이 저한테 그래요. 오랜만에 병태 형 노래 들어보자고. 병태 형 노래 잘해, 맞아 해봐, 이렇게 한 명씩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멤버 전원이 나를 믿는다는 느낌을 한번에 확 보내주거든요. 그런 믿음이 힘이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긴 해도 “알았어, 해볼게”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font>
<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인가요?
</font>음, 딱 그렇게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누군가 저에게 넌 할 수 있을 거야 믿어, 그럼 해내는 편이긴 해요.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람이 절 안 믿고 무시를 하면 전 안 해요. 응, 알았어. 난 거기까지니까 거기까지만 할게, 이런 식이죠. 제가 좀 모자라더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면 좀 단순하긴 해도 거기에 끌려서 해내는 타입이에요. </font>
<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병태와 준철을 양 끝에 놓고 본다면 실제로는 준철 쪽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font>전 일단 말부터 꺼내놓고 “안 되면 안 할게”라고 하는 스타일인데, 병태는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야기를 할까 말까,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 저기…” 이렇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 저하고 좀 다르긴 해요.</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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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font color="#000000">그럼 병태가 가장 답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예요?</font>
<font color="#5c585a">가장 답답할 때는 그때예요. 병태가 오디션 때 노래를 못 불렀던 사건을 재연할 때. 노래를 잘 못 부르는 게 아니라 무대 공포증 때문에 아예 입도 벙긋 못해요. ‘아, 삐질’ 이러면서 땀만 흘리고. 저렇게까지 떨 수 있을까, 목소리 한번은 낼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내가 저러면 답답해서 죽을 거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선아를 대하는 태도도 답답하고. 멤버들은 굳이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 수 있는 사이지만, 선아는 병태가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을 모르잖아요. 선아한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병태는 계속 빙빙 돌아가죠. 여기 있는데 저 길로 돌아가서 “선아야” 한마디하고, 다시 저기로 와서 또 한마디하고 이런 느낌이라 답답하죠. 아우, 그냥 좋아한다고 그러지.(웃음)</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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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종혁 씨는 무대 공포증 같은 거 없죠?
</font>있어요. 저는 쇼프로에 못나가요. 예능 프로에 나가면 말을 못해요. 제가 순발력이 좀 부족하기도 하고, 그렇게 된 계기가 있어요. 첫 예능 녹화 때였어요. 각 멤버마다 질문이 있잖아요. MC가 “종혁 씨 첫 예능 촬영이었는데 어땠어요?”라고 물어보면 제가 “(강)호동이 형이랑 (이)휘재 형이 재미있게 잘 이끌어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줄로 답하는 거였거든요. 이 한 줄을 달달 외웠어요. 그런데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걸 일곱 번을 했는데 결국에는 리더 형이 대신 해줬죠. 근데 지금도 그래요. 무대에서 노래는 하겠는데, (오종혁으로서) 말은 못하겠어요. 이번 공연 커튼콜에도 그런 게 있거든요. 노래를 부르다 ‘그런 감동을 난 느끼고 싶어’ 이 부분에서 관객들한테 “그런 감동을 같이 느껴주실래요?”라고 부드럽게 물어봐야 하는데 (헛기침을 하며) “저기 연출님이 그러시는데, 같이 느껴주실 거냐고 물어보시는데….” 이렇게 돼요. 그런 말을 잘 못해요. </font>
<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작품을 맡으면 어떻게 준비해요?
</font>저는 연기에 대한 지식이 없어요. 따로 체계적으로 배워 본 적도 없고. 그래서 항상 연출님 이하 많은 분들에게 “가르쳐 주시면 그걸 하겠습니다” 미리 이렇게 말씀드려요. 눈에 보이는 기본적인 캐릭터 분석은 가능하겠지만, 제가 스스로 뭘 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 도움을 많이 받죠. 이번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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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박용전 연출이 이 작품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던가요?
</font>우리 작품은 굉장히 가벼운 작품이니 무겁게 만들지 말라고 하셨어요. 가볍게 대충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는 걸 괜히 한번 꼬아서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네가 느껴지는 그대로만 하라고 말씀하셨죠. 그리고 이미 11회나 공연됐던 작품이기 때문에 연출님 당신 스스로 확립 한 확실한 캐릭터가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편했다고 해야 하나. 어떤 아이디어를 내면, 그건 병태랑 안 맞는 것 같아,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만 했으면 좋겠어, 맞다, 아니다를 확실히 이야기해 주시니까 편했죠. </font>
<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어떤 아이디어를 냈는데요?
</font>제일 처음에 냈던 아이디어는 거절당했는데.(웃음) 굉장히 쿨한 친구인데 그 안에서 소심함이 보이면 어떨까 싶었어요. 소심하게 될 상황이 되면 오히려 표현이 과해지는 거죠. 연출님이 그럼 준철이랑 캐릭터가 겹친다고 한 번에 잘라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는 미리 말씀을 안 드리고 그냥 해봤어요. 소심한 사람들은 긴장을 많이 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몸이 경직돼서 움직임이 좀 나누어져서 보이는데 그렇게 했더니 너 왜 이렇게 퍼덕대냐, 긴장 풀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근데 사실 공연 때도 그렇게 했어요. 처음에는 다 좋았는데 그 퍼덕대는 것만 좀 고치자고 그러셨는데 점점 별말을 안 하세요. 관객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주시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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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font></font>
<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고집이 있네요. (웃음)
</font>없는 데요, 최소한의 욕심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소심함만 표현하면 답답하기만 하고 재미없는 캐릭터가 될 것 같았거든요. 관객들이 보기 에도 답답할 것 같고. 어떤 게 좋고, 제가 하는 게 옳다는 이야기는 못하지만 아까 이야기한 대로 캐릭터 분석이나 이런 것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제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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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꿈을 향해 ‘파이팅’하는 공연을 하다보면 종혁 씨의 데뷔 시절이 생각나기도 해요?
</font>아…,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나 설렘만 있었지 10년 후에 내가 어떻게 돼있을 거야, 라는 비전이나 꿈은 없어요. 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 보면 제가 그때보다 외모적인 면에서 많이 떨어졌지만(웃음), 지금의 제가 훨씬 더 마음에 들어요. 그때는 만들어주는 환경에서 몸만 움직이고, 수동적이었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지금은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하는 편이니까. 제 자신한테 항상 물어 보는 게 ‘니가 지금 이렇게 독하게 열심히 하는 게, 힘들었고 다시 그 힘든 시기를 안 겪기 위해서 하는 거야?’예요. 늘 한 번씩 생각해 보는데 꼭 그렇기 때문은 아니거든요. 제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찾았다고 해야 되나. 의미 있는 삶을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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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5c585a"><font color="#000000">마지막으로 병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font>오래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사랑에 있어서든, 우정에 있어서든, 일에 있어서든 안 좋은 일은 빨리 잊고 부족한 게 있으면 그걸 채우기 위해서 다시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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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000000">*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font>
<font color="#000000">*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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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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