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죽을 때까지 배우, 정보석 [No.86]
글ㆍ사진 배경희
2010.11.10
작게
크게

<font color="#5c585a">드라마 <자이언트>의 조필연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정보석. 그는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배우지만, 그 누구보다 연극을, 무대를 사랑하는 배우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연극 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 국립극장 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선정된 <新시집가는 날>의 출연을 앞두고 있는 정보석을 만났다.</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신 걸 봤어요. 도사에게 의뢰한 고민이 ‘뮤지컬을 하고 싶은데 음치에요’였더라고요. 저희가 만드는 게 뮤지컬 잡지잖아요.(웃음) 방송 후에 출연 제의를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font>하하하하. 이번에 할 뻔했어요. 노래 들어가는 건 도저히 안 되고, <코러스 라인>에서 노래 안 하는 역을 제의 받아 할 뻔했죠. (<font color="#8c7301">노래 못하면서 무대에 서는 배우도 많아요.</font>) 아유, 말도 안 되지.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연습장도 가봤어요. 노래를 안 하는 대신 춤을 많이 추는데 감독이니까 한번 시범을 보여도 그 친구들보다 더 나은 자세가 나와야 하잖아요. 그게 자신이 없어서 안 했죠. 미국에서 온 연출이 내가 하면 춤도 빼주겠다고 했는데, 아니 그거 춤 빠지고 뭐 빠지고 하면 무슨 재미로 해요.(웃음)


<font color="#8c7301">인기 좋은 토크쇼에 출연할 만큼  ‘하이킥 보사마’로 전 세대의 사랑을 받았고, 방송에서 인기를 실감한다는 이야기도 하셨어요. 대중들에게 반응을 얻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꾸준히 해오던 일인데 어느 순간 ‘스타’처럼 주목받을 때, 좀 묘한 기분이 들지 않으세요?
</font>
감사한 일이죠. 고마운 일인데 의식하진 않아요. 그 호감이라는 게 내 것이 아니잖아요.  하이킥 속 정보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이고 반응이지 배우 정보석한테 주는 건 아니거든요. 배우로 열심히 살아가는 게 좋지, 그건 크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니에요.


<font color="#8c7301">오랜만에 악당 연기를 하는 건 어떠세요? 정의도 믿지 않고, 오로지 이기는 것이 선이라고 믿는 조필연에 공감하세요?
</font>
공감 못하면 연기를 할 수가 없죠. 조필연은 남들이 다치든 말든 자기가 최우선이고, 자기 신념대로 밀어붙이는 인물인데 어느 조직에나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은 있잖아요. 지금까지 조필연에 공감이 안 됐던 부분은 없고, 오히려 좀 시원한 느낌이 있어요. 우리는 주변 눈치를 보고, 배려하느라 생각대로 못하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그런 게 없으니까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시원시원하죠. 솔직히 부러운 마음도 있어요. 저렇게 한번 살아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font color="#8c7301">젊은 시절에 거침없이 살아본 적은 없으세요? 많은 인기도 누리셨는데.(웃음)
</font>
일에 대해서는 많은 욕심을 냈지만,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크게 뭐…, 생각도 안 했죠. 연기한다는 게 정말 좋고 신났기 때문에 여기다 힘 다 쏟고 나면 다른 것에 쏟을 힘도 없고. 연기 외에 나머지 일들은 가급적이면 안 하고, 안 움직이고, 대충대충 했어요.


<font color="#8c7301">배우로 사는 즐거움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 볼 수 있고 그래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으로 산다는 게 뭘까, 확 와 닿지가 않더라고요. 자기를 대입해 연기할 텐데 그럼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닌가 싶고요.
</font>
음, 옛날에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조금 싫었어요. 이해도 안 됐고. 배우가 딴 사람의 삶을 산다? 그 배우가 하는 거니까 결국은 자기 삶이지.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는 그 재미가 있어요. 내가 나 아닌 어떤 존재가 돼서 연기하는 느낌이 즐거워요. 아까 얘기했듯이 조필연이 거리낌 없이 시원시원하게 행동할 때 오는 카타르시스, 이건 내 식이 아니거든요. 나로서는 느끼지 못할 것을 그 사람을 통해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있어요. 근데 우리 공연 이야기 안 해요? 나 공연 이야기하러 온 건데.(웃음)


<font color="#8c7301">하하. 연극 얘기할 거예요, 해야죠. 지난해 공연했던 <新 시집가는 날>이 국립극장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선정돼 다시 무대에 오르신다고요. 그런데 작년에 이 작품이 공연됐을 때 엄청 바쁘셨을 때 아닌가요?
</font>
엄청 바빴죠. <지붕 뚫고 하이킥> 초창기였고, 하이킥 캐릭터에 도전 중이었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 작품을 했던 건 그 전년도에 계획이 세워졌던 거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 오죽 힘들었으면 대장포진까지 걸렸겠어요.


<font color="#8c7301">전에 하신 인터뷰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약속이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 봐요.
</font>
약속 중요하죠. 하기로 한 건 지켜야지. 더구나 그건 어길 수 있는 약속이 아니었어요. 몸이 힘들어서 고생 좀 했는데 국립극장페스티벌에 뽑혀서 또 하게 됐죠. 솔직히, 작년에 했으니까 올해는 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작년에 보시는 분들이 정말 즐겁게들 보셨어요. 입석 안 된다고 항의하고 그래서 국립극장 쪽에서 입석도 넣어주고 그랬다고. 그러니까 안 할 수가 없죠.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이번 공연은 작년 공연과 달라지는 것 없이 그대로 가나요? 작년에는 미언이 능구렁이 날라리처럼 보였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font>
어…, 그랬죠. 왜냐하면 원래 <시집가는 날>에 있던 작은아버지 역할을 미언하고 합쳐놨거든요. 요번에는 전반적으로 느낌을 많이 바꿨어요. 내가 가장해서 맹진사네 잠복 들어 갈 때는 좀 능글능글하게 가고, 사랑을 찾아갈 때는 전통 멜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식으로 가요.


<font color="#8c7301"><新 시집가는 날>에서 졸업생 제자들과 한 무대에 선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요. 학생들을 가르치신 지 벌써 10년이나 됐다고 들었는데, 10년 전에는 연예인이 교수가 되는 건 드문 일이었다면서요.
</font>
내가 늘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게, 교수하고 싶은 마음은 요만큼도 없었어요. 처음에 교수하자고 했을 때 내가 무슨 교수냐고 거절했어요. 그런데 좀 도와달래. 그러니까 했어요. 내가 귀가 얇고, 정에 약해요. 경험만 얘기해도 학생들한테는 큰 공부라는데 어떻게 경험만 얘기해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죠. 그런데 첫날 30분 얘기하고 나니까 할 말이 없는 거예요. 3시간짜리 강의인데.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이제부터는 사담할 테니까 안 들어도 되고, 출석 점수 다 줄 테니까 앞으로 수업 안 들어와도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반 정도는 열심히 나오다가 중간고사 지나고 나니까 진짜 안 나오는 거야. 나 때문에 다른 강좌에도 문제가 되는 것 같아 안 되겠다 싶어서 일년 약속한 거 채우고 사표를 냈어요. 근데 학교에서 그 학생들 졸업할 때까지만 있어 달라는 거야. 하지만 그 학생들 졸업한다고 끝나나요. 그 학생들 졸업할 동안 밑에 애들이 오는데. 다음 애들 때까지, 또 그 다음 애들까지, 그렇게 지금까지 온 건데 이제는 학교한테 정말 고맙죠.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font> 

<font color="#8c7301">이번에도 시작은 약속이었네요.(웃음)
</font>
처음에는 약속 때문에 진짜 마지못해 했어요. 땅을 몇 번씩을 쳤죠.  내가 왜 이 사람 사정을 봐줘야지, 여기서 뭐하는 거지 하는 회의가 끊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내가 가르칠 생각을 하니까 문제였지, 학생들 스스로 하게끔 하면서 봐주니까 정말 재밌는 거예요. 재미만 있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정말 많이 배워요. 얘들은 기발한 생각들을 해내니까. 옛날에는 촬영 핑계 대고 안 가기도 하고, 땡땡이도 치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 작품을 해도 이 날짜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 딱 못을 박고 시작해요.


<font color="#8c7301">얼마 전 개막한 2인극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도 맡으셨더라고요. 위원장은 어떻게 맡게 되신 거예요?
</font>
그러니까 참 우연이었죠. 작년 초였나. 연극을 보고 나오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가 연락처를 달래요.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연극 연출이래. 그러고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이것 좀 해달라고 연락이 온 거예요. 좀 어렵다고, 도움을 받고 싶다고. 얘기를 들어보니까 혼자 8회를 끌고 오면서 고군분투했더라고요. 요즘 관객들은 버라이어티하고, 비주얼이 좋은 것들을 좋아하니까 흥행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행사는 아니지만 없어져서는 안 될 것 같고, 같이해서 도와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전 2인극이란 것 자체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두 명이라는 제한적인 인원으로 하기 때문에 제약보다는 오히려 상상력이 풍부해질 수 있고 연극적인 맛을 깊게 우려낼 수 있거든요.


<font color="#8c7301">연극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font>
연극으로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고, 연극에 대한 애착 많죠. 성북동으로 이사 온 이유도 사실 연극 많이 하고 싶어서 온 거예요. 많이 보고, 많이 하려고.


<font color="#8c7301">연극영화과 출신의 배우들이 모두 연극에 애착을 갖는 건 아니잖아요. 특별히 연극을 사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font>
드라마는 전체 대본이 나와 있는 게 아니라서 그 인물을 파고 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연극은, 한 인물을 온전히 새로 만들어 낼 수가 있죠. 태어난 순간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내 느낌대로 창조를 할 수 있잖아요. 거기서 오는 맛이 좋고, 또 연극은 막이 오르면 기댈 곳이 사라지고 배역에 빠져야 하기 때문에 실제의 나를 홀라당 벗고 열정을 쏟아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하고 나면 정말 짜릿하죠. 어떤 것에 완전히 빠져들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 순간에 몰입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요. 사람이 도박에 미치는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공연하는 두 시간 동안 완전한 집중 속에 있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내가 뭔가를 진하게 살아낸 것 같고, 지금 살아있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지는 거죠. 그 맛이 연극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font color="#8c7301">방송과 다르게 한 작품을 위해서 연습을 반복하면서 고민하고,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연극의 매력이라고 하더라고요.
</font>
그런 것들이 굉장히 좋죠. 그래서 연극을 하고 나면 역할을 보는 느낌이 많이 달라져요. 안 해 본 경우에는 역할을 문자로 보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오늘 대본 나온 걸 내일 촬영해야 되고, 당장 촬영해야 되기 때문에 연구할 시간이 없으니까 이게 문자로 외워지지 인물의 내면 정서가 담긴 살아 있는 말로는 안 외워져요. 그런데 연극은 한 인물을 한두 달씩 연습하니까 다양한 각도에서 다 들여다볼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연극을 많이 하다 보면 대본을 정서로 보게 되지 책으로 안 본다는 얘기예요.


<font color="#8c7301">연극은 어떤 정서의 작품을 좋아하세요? 다양하게 즐겨보세요?
</font>
그렇죠. 연극뿐 아니라 방송도 그렇고,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관객으로서 좋은 점이 뭐냐면 어떤 작품이든 보기 시작하면 흠뻑 빠져서 봐요. 그래서 다 재밌어요. 사람들이 그게 왜 재미있냐고 그러는데 나는 재밌어. 그래서 얘기하다가 재미없다고 하면 그래 알았어, 그러고 말아요. 나 혼자 재밌으면 되는 거잖아요. 나는 봐서 재미없는 작품이 없어요.


<font color="#8c7301">그럼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은데 아직 못 해본 작품이 있나요?
</font>
<햄릿>은 꼭 해보고 싶어요. 어떤 기자 양반하고 이거 갖고 싸운 적도 있어요. 지금은 굉장히 친하고 그때 얘기하면 막 웃는데, 내 나이에 무슨 햄릿이냐는 거예요. 안 된다는 거죠. 술 먹다가 얼마나 싸웠는지. 로렌스 올리비에는 마흔 살 넘어 햄릿하고 그랬어요. 영혼을 얘기하는 건데, 내 나이쯤 돼야 햄릿의 그 느낌을 표현하죠. 아직도 다 이해 못하는데. 아무튼 <햄릿>은 꼭 할 거예요.


<font color="#8c7301">인생의 절반을 배우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배우로 살아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평생 한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란 어떤 걸까요.
</font>
그냥, 꿈인 거죠. 그만큼 이 일이 재밌다는 거고. 죽을 때도 배우로 죽고 싶은 꿈, 그게 나를 지켰고, 나를 채찍질하게 하고, 열심히 하는 거죠.

 

<font color="#000000"></font> 

<font color="#000000"></font> 

<font color="#000000"></font> 

<font color="#000000">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6호 2010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font>

 

<font color="#000000"></font> 

Writer Avatar

배경희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