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무렵은 막연한 불안이 찾아오는 시기다. 반복되는 어제와 오늘에 지쳐 번아웃에 시달리기도 하고, 남은 절반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며 새로운 삶을 그리는 나이이기도 하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뚜벅뚜벅 잘 따라와 어느덧 ‘마흔’이라는 인생의 벽에 다다른 우리에게 인문학의 쓸모를 전하는 책 『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이 출간되었다. 왜 하필 ‘인문학’일까?
이 책의 저자는 16년 차 치과의사이자 연간 5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다독가, 그리고 3년째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블로그 ‘여르미 도서관’의 운영자다. “뼛속까지 이과 머리”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저자는 한창 치열하고 분주하게 살아가던 어느 순간, 삶의 방향성을 잃은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나보다 먼저 삶을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해답을 훔쳐보고 싶었다는 것이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렇게 시작하여 읽다 보니 모든 책은 인문학으로 통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인문학 책 읽기는 ‘행복해질 자유를 얻는 일’이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엿보는 일’이다. 인문학은 우리가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도록 이끌어주고, 나를 둘러싼 세상과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토대가 되어준다. 모두가 인문학 책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책을 읽지 않으면 너무 아파서 살기 힘든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간 제목이 ‘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입니다. “인문학을 읽지 않고는 너무 아파서 살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셨는데요. 인문학이 주는 치유의 힘이란 어떤 것인가요?
먼저 말씀드릴 부분은, 사실 모든 사람이 인문학을 읽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와 아픔은 다양합니다. 누군가의 인생 책이 나의 인생 책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적 위로를 통해 치유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가 있습니다. 먼저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강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고통을 피하려고만 합니다. 도망치거나 다른 쉬운 중독에 빠져들고, 상처를 외면하죠. 이럴 때 인문학은 트라우마를 올곧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상처 난 마음에 밴드를 붙여주는 대신, 내가 겪은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응원해 주죠. 그런 트라우마를 직면하면서, 다시 경험하면서, 사람은 결국 성장하고 진정한 치유를 얻게 됩니다.
두 번째 경우는, ‘삶의 의미’를 찾아 배회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이 삶의 의미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거든요. 니체는 “인생을 살아갈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떤 과정이든 견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분들이라면 인문학을 추천드립니다. 나보다 먼저 삶의 의미를 찾았던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혹시 저자의 인생 여정에서도 인문학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오셨나요?
저는 30대 초반 이후, 인문학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경험했는데요. 가장 최근의 경험은 2년 전 아버지가 식물인간이 되셨을 때었어요. 1년 정도 의식을 잃은 상태로 요양 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는데, 정말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그 하루의 시작이 두려웠었거든요. 그럴 때 새벽에 인문학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 ‘여르미 도서관’의 운영자로, 3년째 1위 북인플루언서로 꼽히셨고, 또 16년 차 치과 의사이기도 합니다. 1년에 약 500권의 책을 읽는 다독가이기도 하고요. 그 모든 활동을 해내 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독서는 제가 사심 없이, 어떤 욕망이나 소망 없이 몰입해서 빠져드는 취미에요. 그렇다 보니 바라는 게 없어서, 그저 읽는 행위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한, 블로그를 오래 운영하면서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그런 응원의 댓글들이, 정말 이 책을 읽고 나서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는 그 말들 덕분에 이 모든 활동들을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에 실린 50권의 필독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선정 기준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명한 고전일 것. 두 번째는, 마흔이라는 변화의 시기에 쓸모 있는 책일 것.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책을 넣고 싶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유명하지 않은 책들 중에서도 좋은 책들이 많거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런 책들도 한 번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자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인문학 책을 한 권 소개한다면요?
일본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입니다. 이 책은 특히 ‘읽어버리면 미쳐버리는 책’이 아니고서는 읽지 말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그런 ‘미친 책’을 찾았다면, 계속해서 되풀이해 읽으라고 말하죠. 저는 인문학 책 읽기를 시작할 무렵 이 책을 만났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온몸에 전율이 돋아 며칠 잠을 못 잤던 기억도 있어요. 아. 내가 찾는 해답은 바로 인문학에 있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도 주었던 책입니다.
‘나는 이과라서’, 혹은 ‘나는 어려운 책은 잘 못 읽어서’라는 이유로 인문학 책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사실 제가 바라보는 이과적 세계관은 명확합니다.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이라면, 진실로 인정받지 못하죠. 어찌 보면 옳고 그름, 혹은 이분법적 세계관이라 부를 수 있겠어요.
반면 인문학적 세계관은 모호합니다. 옳고 그름이 확실하지 않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그 의견이 서로 충돌하기도 하죠. 사실 그러한 다양성 때문에, 인문학은 우리 삶에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령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해답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배워나가면서 고민해야 할 문제죠.
요즘은 인문학 유튜브나 혹은 만화로 된 입문서가 많이 출간되어 있어서요. 이과여서 혹은 어려워서 인문학을 못 읽는 분들이라면, 그런 책과 영상을 먼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어린이용 철학 책들도 괜찮아요. 사실 인문학은 ‘용어’가 어려워서 보기가 힘든 겁니다. 용어에 친숙해지면 한결 쉬워지실 거예요.
작가님의 마흔 이후 삶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들려주세요.
어쩌다 보니 한 권의 책을 쓰게 되었지만, 저는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읽는 사람’입니다. 마흔 이후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꾸준히 ‘읽는 사람’으로 남을 계획입니다.
‘읽는 사람’ 이외에 꿈꾸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린 시절 오랫동안 만화가가 되기를 소망했었는데요. 이것도 조만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이제는 ‘혼자 읽는 사람’이 아닌 ‘함께 읽는 사람’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독서를 하면서 얻은 치유와 위로, 희망과 용기를 다른 분들에게도 전달해 드릴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