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7월 12일부터 방영 중인 금, 토 드라마 <굿파트너>가 요즘 인기다. 첫 방영 이후 두 여성 변호사의 뜨거운 동료애와 흥미진진한 이혼 소송 절차를 다룬 웰메이드 드라마로 꾸준히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 드라마가 특히 더 호평 받는 이유는 현직 이혼전문변호사가 직접 대본을 썼기 때문이다. 작가가 고증이 필요없을 정도의 탄탄한 법 지식과,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현실의 이혼 재판 경험을 갖추고 있어 여느 드라마보다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또, 이혼전문변호사로서 일하면서 이혼을 부추긴다는 부정적 시선과 나쁜 사람을 변호한다는 질타를 수없이 받고, "죽인다"는 협박과 복수로 두려움에 떨기도 하는 등 이혼전문변호사라는 업에 대한 고민들도 충실히 담아냈다. 현직 변호사의 경험담을 녹인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또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창'을 만난다. 누군가의 경험이 많은 독자들에게 가 닿아 실제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 이야기의 힘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인 율리 체, 작센 헌법재판소 판사인 엘리사 호벤이 공동 집필한 어린이 신간 동화 『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도 이런 점에서 <굿파트너>와 유사하다. 두 작가는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법조인이자 작가이며, 현재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다. 이 책의 특별함이 바로 지점에서 나온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글에 신빙성을 더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사건을 배치해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초등교육전문가이자, 슬기로운 초등생활 대표인 이은경 저자는 "책을 덮지 못할 만큼 조마조마한 이야기에 빠져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 책의 특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엄마이자, 검사인 정명원 검사가 감수를 맡아 우리나라 법과 재판 절차에 맞는 지식들을 더해 이 책을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색연필로 음악을 그리는 Kath(권민지) 작가의 첫 어린이책 작업물로, 아이들의 재기발랄한 모습을 따스하고 역동적인 색감으로 표현해 주었다. 아래는 『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의 감수를 맡은 정명원 검사, 삽화 작업을 맡은 Kath(권민지)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정명원 검사 인터뷰
검사가 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추면 좋을까요? 검사라는 직업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편견이나 오해를 받은 적은 없나요?
‘검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조건 범인을 잡아서 처벌하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무섭고 딱딱하고 고집불통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검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검사는 진실을 찾는 사람입니다. 누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밝혀 처벌할 수도 있지만, 억울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려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검사는 사건을 대할 때 편견을 가지면 안 됩니다. 진실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눈으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누군가를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한다면 진실을 올바르게 발견할 수 없어요. 좋은, 훌륭한 멋진 검사가 되려면 진실에 대한 공정한 눈이 필요합니다.
책 속에서 ‘검사’가 되기에 가장 적합한 자질을 갖춘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미카입니다. 모두가 콘라트가 범인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을 때 평소 말이 없던 미카가 의문을 제기하죠. ‘콘라트가 범인인 게 확실해?’ 미카는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지만, 콘라트가 처한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 모두가 함부로 단정해 버린 사실을 의심하는 태도, 그리고 진실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콘라트는 재판 전 도둑으로 의심받고 폭행당했는데요, 이런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콘라트가 보호받을 법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무죄 추정의 원칙!’ 누구도 재판에 의해 확정되기 전까지는 범인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 형사사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얼핏 보기에 범인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아니 범인이 거의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런지 증거들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범인으로 의심받는 사람의 변명도 충분히 들어 보는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억울한 사람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 법은 재판으로 확정되기 전에 누구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기사를 쓴다거나 SNS에 올린다거나 소문을 내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폭행하는 것은 물론 당연히 안 되는 일이고요. 현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콘라트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금지를 요청하거나 명예 훼손범이나 폭행범을 처벌해 달라고 하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겠네요.
현직 검사로서, 토르벤의 수사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토르벤은 누구보다 정의감이 투철한 아이입니다. 수사를 한다는 것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는데 잠복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열정은 아주 칭찬할 만합니다. 그런데 토르벤은 처음부터 콘라트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했어요. 검사는 공정한 눈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그 증거를 아주 꼼꼼하게 다양한 각도로 분석해야 합니다. 이번 일로 토르벤도 그 사실을 잘 알게 되었을 것 같은데요, 아마 다음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면 토르벤의 수사가 더 멋지게 빛을 발할 겁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꼽는다면 누구인가요?
마리에는 샌드위치 도난 사건의 피해자이자 판사가 될 뻔한 인물입니다. 마리에는 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합니다. 원래 무슨 일이든 똑부러지게 해내는 마리에는 판사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철저히 공부해요.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 피해자로서의 감정은 법정 밖에 두고 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정말 공정한 재판을 할 준비가 다 되었지만, 그럼에도 ‘피해자여서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판사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 같은 경우를 ‘회피’라고 합니다) 분명 마리에는 피해자가 가질 만한 편견을 법정 밖에 꽁꽁 묶어 두고 왔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판사로 참여하게 되면 재판이 공정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였어요. 이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마지막에 엄마의 슈퍼 샌드위치가 사실은 맛이 없었다는 점을 고백할 때도 말이죠.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고백하는 용기 있는 마리에의 모습이 멋지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마리에에게 직접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마리에, 너는 판사 역할을 계속했다고 해도 물론 아주 공정하게 판결했을 거야. 그렇지만 네가 용기 있게 판사직을 사임하면서 재판이 훨씬 멋지게 완성되었어. 때로는 혼자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려 하기보다, 친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지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앞으로 너에게 더 멋진 일이 가득할 거야.
주변에 자녀를 동료 검사님들께도 ‘초등학생을 위한 법 교육서’로 이 책을 강력 추천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책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샌드위치 도난 사건을 담고 있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범죄가 발생했을 때 반응하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과, 잘못된 선택과 판단을 바로잡고 해결해 가는 지혜로운 재판 제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범죄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절차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각자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갖게 되는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해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일어나는데, 그 문제들을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결국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믿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Kath(권민지) 작가 인터뷰
처음 맡은 어린이 책 작업,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마리에, 미카, 콘라트, 토르벤 등 직접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그릴 수 있어 작업이 정말 즐거웠어요. 작업하는 도중에 어깨에 염증이 나기도 했는데, 작업이 끝난 뒤 지금은 회복했습니다. 제 꿈이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가 되자’ 인데, 이로 인해 더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작업을 이어 나갈 방법을 돌이켜보게 되었어요. 우리 모두 스트레칭은 필수입니다!
색연필을 사용해 밝고 따뜻한 색채를 주로 쓰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평소에 어떤 색연필을 사용하시는지, 그 중에 제일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원래 높은 채도와 원색 계열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색연필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런 점을 살리기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에요. 색연필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아직 디지털이 따라오지 못하는 따뜻한 ‘손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색연필로 획을 그을 때마다 발색이 잘되어서, 어느 때는 스트레스까지 풀리는 기분입니다. 색연필과 함께 어떤 질감의 종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느낌도 굉장히 달라지는데요. 저는 원색 위주로 사용해서 많은 색을 쓰지 않는 편이에요. 고3 수험생 시절에 구매했던 색연필에 필요한 색의 색연필들만 추가로 구매해 쓰고 있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색은 청량한 푸른 바다 같은 ‘울트라 마린’ 입니다. 심이 많이 무른 편이라 잘 부러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질감이 부드럽게 표현되고 쨍한 파란 색이라 매우 좋아해요.
작품 속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이 있나요? 반면, 그림으로 표현하기에 가장 어려웠던 인물은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콘라트가 가장 애정이 가요. 텍스트를 읽으면서 동정심이 많이 가기도 했고요. 가장 그리기 어려웠던 인물도 콘라트예요. 처음 디자인 잡을 때 콘라트의 의상과 외형 수정을 가장 많이 거쳤거든요(하하). 그만큼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콘라트야, 케밥 많이 먹고 행복해야 한다!”
외국인들을 주로 그리셨는데, 외국인을 자주 그리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오래 전부터 MBC FM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매일 들어왔던 터라, 해외 음악을 많이 접하고 알게 되었어요. SNS 계정에서 ‘오늘 내가 들은 음악’을 그리면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외국인을 많이 그리게 된 것 같아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캐릭터들을 디자인하면서 피부의 톤과 외형을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가장 몰입하면서 책을 읽으셨는지, 몰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이 책에서 단 한 명도 모난 인물이 없지만, 어딘가 ‘악역’ 비슷한 느낌의 토르벤이요! 경찰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 사건을 해결해야겠다는 사명감과 함께 금발의 마리에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열정적이지 않았을까요? 초반에 마리에가 샌드위치를 도난 당했을 때 자신의 누텔라 샌드위치를 쥐어 주는 부분도 무척 귀여웠어요.(비록 마리에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요.) 콘라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책임지고 수사를 지휘하며 범인을 잡기까지 의리와 사랑으로 뭉친 ‘열정남’인 것 같아 콘라트 다음으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어요.
밸런스 게임 하나만 할게요. 우정을 증명하기 위해 매일 옷을 맞춰 입자고 하는 마리에 vs 학교에서 매일 자신의 동물적 감각을 자랑하며 허세부리는 토르벤 중에 누구와 친구 하실 건가요?
마리에요! 저는 옷장에 록 음악 티셔츠가 많아서 같이 입자고 할 거예요. 이 밴드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음악도 추천해 줄 거예요. 지금 당장 록 티셔츠를 입은 마리에를 그리고 싶어지는데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요즘에 워낙 정보들이 넘쳐나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고 싶은 것만 알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콘라트도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폭행까지 당했잖아요? 이 책은 주요 소재인 ‘재판’을 통해서만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1차원적인 시선으로만 보지 말자는 이야기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뿐만 아니라 저 같은 어른에게도 꼭 필요한 동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점을 하나 더 이야기하면, 저의 그림이 예쁩니다! (농담입니다.) 8월 1일부터 노원어린이도서관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서울 곳곳에서 원화 전시를 열 예정이라, 실제 저의 그림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방문하셔서 책과 원화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도 얻어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